2023년 3월호

스무 살 넘어 처음 맛본 갈치속젓은 절묘한 감칠맛 덩어리

[김민경 ‘맛’ 이야기]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입력2023-02-2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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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각 지역마다, 집집마다 셀 수 없이 많은 젓갈이 지금도 익어갈 것이다. 개중에는 민물에서 사는 것들로 만드는 젓갈도 있으니 우리가 지금껏 경험한 젓갈의 세계는 사실 한 뼘밖에 되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근처의 작은 시장에만 가도 젓갈 종류가 열댓 가지는 된다. 같은 재료로 만든 젓갈이라도 뭘 넣고 어떻게 얼마나 숙성하고, 양념은 또 무엇을 썼는지에 따라 맛과 색이 저마다 달라진다.
    갈치속젓. [Gettyimage]

    갈치속젓. [Gettyimage]

    어릴 때는 옆집, 친구집, 엄마 친구집 할 것 없이 집집마다 비슷한 때에 김장을 했다. 얼마나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아파트 전체가 들썩일 정도로 ‘김장철’이라는 걸 꼬마인 우리들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김장을 담그기 전에 엄마를 포함해 동네 아줌마들 사이에서는 꼭 젓갈 이야기가 오갔다. 이웃 중에는 고향에서 보내온 좋은 젓갈을 받는 이들이 있었다. 동네 아줌마들은 자기만의 김장을 제대로 완성해 줄 젓갈을 찾아 이집 저집 다녔고, 젓갈을 끓이고, 섞고, 거르고, 믹서에 넣고 가는 일을 했다. 똑같이 생긴 출입문이 조르르 있던 기다란 아파트 복도에 배추가 쌓이고, 소금 포대가 벽돌 위에 놓이고, 젓갈 냄새가 하루 종일 맴돌던 때가 기억난다.

    엄마는 부산에서 할머니가 보내 주신 젓갈을 김장에 쓰지 않았다. 대신 맑은 멸치액젓과 화사하고 연한 분홍빛이 감돌던 잔 새우젓만 가지고 김치를 담갔다. 부산발 젓갈은 겨우내 우리 식구를 살찌우는 반찬으로 매일같이 식탁에 올랐다. 덩어리가 그대로 있는 멸치젓을 곱게 갈아 고추와 마늘을 잘게 다져 넣고, 고춧가루를 조금 뿌려 섞은 다음 끼니마다 반찬으로, 쌈장으로 상에 올리면 오빠와 아빠는 빠짐없이 젓갈 그릇을 싹싹 비웠다.

    비린내라면 질색을 하던 엄마가 유난히 즐겨 드시던 젓갈이 있었다. 갈치속젓이다. 흙탕물에 잠긴 늪지대처럼 어두운 갈색에 질감도 얽히고설켜 괴상하게 걸쭉했다. 오징어나 한치, 명란젓만 골라 먹던 내게 갈치속젓의 생김새는 전혀 반갑지 않았다. 엄마와 오붓하게 점심을 먹을 때면 갈치속젓을 꺼내 겨울 배추에 조금씩 얹어 드시며 “한 입만, 한 입만 먹어봐”라며 권했지만 나는 목을 뒤로 빼고 입꼬리를 내리며 피했다. 향은 꽤 구수한데 아무래도 가시가 있고 이물감이 있을 것처럼 생겨서 싫었다.

    한참 뒤 스무 살이 넘어서야 갈치속젓 맛을 보았다. 아뿔싸, 이 절묘한 감칠맛 덩어리를 왜 이제야 먹었나 싶은 억울함과 먹기를 더 강요하지 않은 엄마를 원망하고 싶었다. 구수한 냄새가 일품인 갈치속젓은 그 냄새보다 고소한 맛이 몇 배나 진하고, 감칠맛은 끝없이 깊었다. 안타깝게도 다른 젓갈과 비교해 너무나 적은 양만 있기에 간간이, 감질나게 맛볼 수 있는 귀한 것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김장철부터는 온갖 맛좋은 젓갈이 번갈아가며 밥상에 올랐다. 김장하는 날 맛좋은 생김치를 실컷 먹은 다음 김치가 알맞게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돋는 겨울 식욕을 젓갈이 있어 잘 다독일 수 있었다.

    새우젓은 한국 요리의 맛과 향을 돋우는 데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젓갈이다. [Gettyimage]

    새우젓은 한국 요리의 맛과 향을 돋우는 데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젓갈이다. [Gettyimage]

    분해, 발효, 숙성의 황금 레시피

    우리가 사계절 흔히 만날 수 있는 젓갈로는 생선으로 만든 것을 꼽을 수 있다. 어류의 알 또는 생식기, 창자, 살집만 발라 담그기도 하고, 뼈와 대가리를 포함하기도 하며, 생선 통째로 젓갈을 담그기도 한다. 새우나 게처럼 껍질이 있는 것은 그대로 담그는 경우가 많다. 손질한 재료에 소금을 듬뿍(약 20%) 넣고 버무려 일정 기간 숙성하면 젓갈이 된다. 숙성의 과정을 보자면 효소와 미생물로 인해 원물이 분해되고 발효되는 것을 거친다.



    젓갈의 감칠맛은 주로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생기고, 특유의 점성도 이 과정에서 얻는다. 분해, 발효, 숙성을 거치면서 칼슘 덩어리인 뼈는 거의 부스러지듯 삭고, 껍질은 연해진다. 이렇게 만든 젓갈은 그대로 팔려나가기도 하고, 거르거나 양념해 반찬처럼 판매되기도 한다. 젓갈은 대체로 뜨끈한 밥과 차진 궁합을 이루게 되고, 요리할 때 재료나 양념으로 쓰이기도 하며, 다른 재료와 섞여 이를 발효하는 역할도 한다.

    젓갈의 종류는 죄다 읊기 힘들 정도로 많다. 생선으로 담그는 것으로는 갈치젓, 까나리젓, 꽁치젓, 가자미젓, 동태젓, 멸치젓, 민어젓, 밴댕이젓, 조기젓, 자리젓 등이 있다. 딱딱한 껍질을 가진 갑각류 젓도 생각보다 많다. 꽃게를 비롯해 참게, 돌게, 방게 등 다양한 게로 젓을 만들고 여기에 풋젓(봄), 육젓(6월), 차젓(7월), 추젓(8월), 동백젓(9~10월)처럼 계절마다 다른 새우로도 젓을 담근다. 오징어 같은 종류를 꼽자면 낙지·꼴뚜기·한치가 있고, 굴 같은 것을 보자면 바지락·대합·백합·소라·오분자기(떡조개) 등으로 다양하다. 생선을 통째로 쓰지 않고 내장이나 아가미로만 만든 것으로는 명태나 대구의 아가미젓, 전어밤젓, 조기속젓, 창란젓, 갈치속젓, 게웃젓 등이 있다. 명태 알로 만든 명란젓과 같은 맥락으로는 대구알젓, 청어알젓, 게알젓, 성게알젓, 조기알젓 등으로 또 다양하다.

    요즘의 젓갈은 대부분 소금으로만 숙성하는데 간간이 간장을 섞기도 하고, 누룩이나 기름·술·엿기름·마늘이나 생강 같은 향신료를 넣고 발효 숙성해 만들기도 한다. 일례로 소금과 간장을 섞고 마늘·생강 등을 넣고 숙성해 만드는 어육장이 있고, 메조로 지은 밥과 엿기름·고춧가루·소금을 넣고 삭히는 식해가 있다. 젓갈의 맛은 직접 보기 전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데다, 무엇과 비교할 데 없는 독특한 감칠맛이 난다. 재료마다 확연히 다른 수천 개의 감칠맛은 짜디짠 소금 이불을 덮고 뻐끔뻐끔, 간혹 숨 쉬며 여러 밤, 여러 낮을 묵은 데서 난다. 이 넓지 않은 영토를 바다가 둘러싼 덕과 무더운 사계절이 있는 덕에 맛보는 황송한 맛이다.

    명란젓의 무궁무진한 변신

    연홍빛을 띠는 명란젓. 바다에서 갓 잡은 명태의 배를 갈라 알부터 꺼내 바로 얼린 ‘선동’은 신선함이 잘 유지돼 연홍빛을 띠는데 그 맛이 색다르다. [Gettyimage]

    연홍빛을 띠는 명란젓. 바다에서 갓 잡은 명태의 배를 갈라 알부터 꺼내 바로 얼린 ‘선동’은 신선함이 잘 유지돼 연홍빛을 띠는데 그 맛이 색다르다. [Gettyimage]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엎어지면 정수리가 닿을 만한 곳에서 혼자 꽤 오래 살았다. 내가 살던 때의 홍익대학교(홍대) 앞은 이른바 ‘주차장 골목’에서 멀어지면 대체로 한산했다. 당시 홍대 정문 근처 나지막한 언덕배기에 작은 술집이 있었다. 요즘처럼 날이 차가워질 때면 술집 벽에 난 작은 창마다 온통 하얗게 김이 서렸다. 그걸 힐끗 보면 뽀얀 창문 너머 웃음과 온기와 맛있는 음식이 넘쳐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난데없이 쓸쓸하고 허기져 절로 발걸음이 그 집으로 향했다. 간혹 아는 얼굴이 있으면 어울리기도 하고, 바 테이블에 턱을 괴고 앉아 친구를 불러내곤 했다.

    우리의 첫 주문은 언제나 명란구이! 명란은 구우면 더 통통해진다. 따로 간을 할 필요도 없이 맛있고, 물기 없이 알로 꽉 찬 특유의 팍팍함이 맑고 독한 술의 맛을 오히려 돋운다. 명란구이와 짝을 이루는 생생한 오이는 명란과 한입에 넣고 씹어도 좋고, 따로 아삭아삭 깨물어 먹어도 개운하니 좋다. 그릇 귀퉁이에는 ‘키세스초콜릿’처럼 예쁜 마요네즈도 놓여 있다. 마요네즈와 명란은 무척 잘 어울리지만 그러면 명란구이가 너무 빨리 줄어들기에 우리는 오이를 찍어 먹곤 했다.

    명태의 알인 명란으로 만든 젓갈 즉 명란젓의 쓸모는 굉장히 다양하다. 젓갈만 작은 그릇에 담아 내놓아도 밥반찬이 되고, 참기름이나 통깨를 듬뿍 뿌려 먹으면 ‘고짠고짠(고소하고 짠맛)’해 입맛을 돋운다. 이때 쪽파를 송송 썰어 얹어도 잘 어울린다. 술집에서처럼 통째로 구워도 좋지만 달걀말이를 만들 때 명란을 넣기도 한다, 이때의 명란은 되도록 저염명란(백명란, 무색소명란)을 써야 한다. 양념이 잔뜩 된 명란을 통째로 넣고 달걀말이를 완성했다가는 주체할 수 없는 짠맛에 혓바닥이 혼쭐날 수 있다. 명란 달걀말이에 김까지 한 장 깔아주면 풍미는 물론 칼로 썰었을 때 보는 맛까지 더 좋아진다. 통명란 대신 알만 발라 달걀물과 섞어 부드럽게 달걀말이를 하기도 한다.

    짭조름한 명란이 사람들에게 더 환호받기 시작한 건 마요네즈와 어울리면서부터다. 일명 ‘명란마요’는 마요네즈를 꺼리는 이들도 슬쩍 한입 먹고 싶게 만든다. 구수하고 기름진 사이에 짭짤함이 톡톡 튀고, 다글다글 느껴지는 명란의 질감까지 맛있다. 여기에 고추냉이나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 넣으면 알싸함과 개운함이 더해진다. 최근에는 곱게 다진 마늘이나 마늘즙, 극소량의 간장 등을 더해 색다른 풍미를 내기도 한다.

    무엇을 섞든 명란마요는 고기, 해산물, 채소, 두부, 달걀 요리는 당연하며 여러 통조림 식품과 밥, 국수, 빵에도 얼마든지 곁들일 수 있다. 볶음, 무침, 구이, 튀김, 찜, 데침 등 조리법도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명란마요와 어울리지 않는 것을 찾는 편이 더 의미 있는 것 같다. 명란젓 자체는 당연히 비린 맛이 있다. 그러나 마요네즈와 섞이면서 그 풍미가 희석된다. 마요네즈는 명란을 만나 느끼함을 덜고 줄기가 다른 짠맛과 질감, 게다가 핑크빛 색감까지 얻었다. 참 절묘한 어울림이다.

    마요네즈뿐이랴. 명란젓은 버터, 생크림, 우유, 치즈, 올리브유와도 잘 어울린다. 기름진 맛을 바탕으로 하는 파스타, 리조토, 수프, 크리미한 드레싱과 소스에 명란젓을 넣는다. 이런 조합 덕에 서양 요리에 깻잎도 찢어 넣어보고, 김도 뿌려보고, 깻가루로 장식도 해볼 수 있게 됐다.

    최고봉은 갓 잡은 명태에서 바로 꺼낸 ‘선동’

    명란의 원료는 모두 명태의 알이지만 명란젓은 몇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흔히 접하는 백명란, 무색소명란, 양념명란이 있다. 백명란은 파프리카 가루 등을 넣고 절여 먹음직스러운 색을 입힌 것이다. 파프리카 가루 역시 식재료로 만들기에 특유의 부드러운 단맛이 명란에 조금 스며든다. 무색소명란은 소금 외에 가미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양념명란은 말 그대로 고춧가루 등을 넣고 맛과 색을 모두 낸 것이다. 대체로 색이 진하고 맛도 더 짭짤하고 복합적이다.

    형태로는 통명란 즉 정란 있고, 알만 발라서 따로 모아 파는 게 있다. 정란은 비닐보다 얇은 알껍질에 흠집 없이 알이 매끈하게 꽉 차 있는 것을 말한다. 어디 한 군데도 터지지 않고, 알 끄트머리까지 온전하다. 알만 바른 것은 껍질이 터지거나 흠집이 있는 파치의 알을 따로 모은 것이다. 명란마요를 손수 만들거나, 다른 요리를 할 때에는 정란보다 파치의 알을 발라 모은 걸 사용하는 게 더 편리하다.

    명란젓 품질에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은 알을 품은 명태가 잡혔을 때의 상황이다. 물고기를 잡는 게 목적인 어선이면 명태를 통째로 얼리고, 알이 목적이라면 알부터 꺼내 바로 얼린다. 당연히 알만 먼저 꺼내서 얼린 ‘선동’은 신선함이 잘 유지돼 적은 양의 소금을 넣고 덜 짜게 절일 수 있고, 양념이나 색도 많이 필요 없다. 육지에 돌아와 동태를 녹여 꺼낸 알인 ‘육동’은 아무래도 신선함이 떨어지므로 더 짭조름한 간과, 색, 양념이 필요해진다. 실은 선동과 육동으로 만든 각각의 젓갈을 나란히 놓고 맛보지 않는 한 나와 같은 보통 사람은 구분하기 쉽지 않다. 다행히 명란젓의 원료가 선동일 경우에는 상인에게 묻기도 전에 먼저, 온라인 마켓에서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크게 써놓고 판매한다.

    설 명절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우리집 냉장고엔 명절 음식과 양가 엄마들이 바리바리 싸주신 반찬들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냉장고에 들어가지 못한 것들은 서늘한 베란다에 뒀다. 연휴 내내 내리 몇 끼를 먹었는데 아직도 먹을 것들로 그득 차 있는 나의 부엌 풍경을 보고 있으면 한숨부터 나온다. 해마다 “올 명절에는 음식 안 한다. 딱 식구들 먹을 것만 할란다”라고 판박이처럼 말씀하는 양가 엄마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자식들 먹일 생각에 몇날 며칠을 할머니 걸음으로 장을 보고, 부엌에 종일 서 있었을 일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래도 남은 음식에는 좀처럼 손이 가질 않는다.

    나물비빔밥 감칠맛 돋우는 오징어젓

    양념이 진하고 씹는 맛이 있는 오징어젓은 비빔밥과 잘 어우러진다. [Gettyimage]

    양념이 진하고 씹는 맛이 있는 오징어젓은 비빔밥과 잘 어우러진다. [Gettyimage]

    평소에는 없어서 못 먹는 명절 음식이지만 나흘 정도 먹고 나면 색다른 조력자가 필요하다. 이럴 때 요긴한 게 젓갈이다. 나물을 넣고 밥을 비빌 때 젓갈과 김을 부숴 곁들인다. 오징어젓, 낙지젓처럼 양념이 진하고 씹는 맛이 있는 게 어울린다. 젓갈이 양념을 대신하는 역할이니 잘게 다지고, 밑간을 조금 더 하면 좋겠다. 젓갈은 이미 짭짤하니 간은 더할 필요 없지만 고운 고춧가루, 매실청 혹은 물엿, 다진 마늘 등을 넣어 맛을 보태면 더 진해진다. 이런 건 생략할지라도 통깨 듬뿍과 참기름은 꼭 넣자. 나물비빔밥의 감칠맛을 확 돋워준다. 사실 젓갈은 맨밥에 넣고 대강 섞어 먹기만 해도 맛이 넘친다. 그럴 때면 깻잎이나 상추, 부추, 아주 곱게 썬 양파, 송송 썬 오이고추를 함께 넣어 살살 섞어 먹으면 산뜻하니 참 좋다. 때로는 잘게 썬 해초를 넣고 김가루와 참기름을 곁들여 바다의 맛을 즐겨도 좋다.

    맨밥에 비빌 때는 청어알젓도 추천한다. 청어알젓은 따끈하게 데친 두부나 기름에 지진 두부, 얇게 썬 오이를 곁들여 삼합으로 먹는 술안주로 이름을 날린 바 있다. 명란보다 굵은 알이 톡톡 터지는 느낌, 한결 진한 바다의 풍미로 깨나 개성이 넘치는 맛이다. 초밥이나 초간단 김말이 밥이나 주먹밥, 찐 양배추나 호박잎으로 돌돌 말아 만든 쌈밥 등에 올리거나 속에 넣어 먹으면 색다른 맛을 만들어낸다. 쌈밥처럼 채소랑 짝을 이루기로는 민물새우로 만든 토하젓을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맛이 나는 쌈장을 대신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구수함과 감칠맛을 가졌기 때문이다. 혹 비릿한 맛을 즐긴다면 갈치속젓, 곱게 간 꽁치젓도 곁들여볼 만하다.

    해물 숙회, 조림 등에 좋은 곁들임

    젓갈은 볶음밥을 만들 때도 무척 유용하다. 젓갈을 즐기지 않는 이들도 모른 채 꿀떡꿀떡 먹을 수 있는 맛밥이 된다. 소금, 간장, 굴소스 대신 젓갈로 간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양파, 대파, 당근 같은 생채소를 준비했다면 기름에 먼저 볶아 향도 내고 살캉살캉하게 익힌다. 남은 나물로 볶음밥을 하려면 먹기 좋게 썰어 프라이팬에 먼저 볶는다. 나물에는 기름이나 수분이 충분하니 마른 팬에 그저 볶으면 된다. 밥을 넣고 재료와 잘 섞은 다음 준비한 젓갈을 넣고 골고루 섞으며 볶는다. 젓갈 양념이 밥에 골고루 묻어 볼그스름해지도록 섞는 게 중요하다. 간도 좋고, 감칠맛도 쑥 올라간다. 구운 생김에 싸 먹으면 더 맛있다.

    기름에 지진 전을 다시 데워 먹을 때나, 고기 산적이나 해물 숙회, 조림 등을 먹을 때도 젓갈은 좋은 곁들임이 된다. 고춧가루 양념이 된 젓갈은 말할 것도 없고, 새우젓도 조화롭다. 새우젓에 고춧가루 조금, 아삭함이 느껴질 정도로 채 썬 마늘과 송송 썬 쪽파는 넉넉하게, 통깨는 취향껏 넣자. 여러 가지 알싸한 풍미와 씹는 맛이 다양해져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아주 좋다. 청주나 막걸리 한잔 보태고자 한다면 꼴뚜기나 창란 등으로 담근 젓갈에 잣이나 호박씨를 넣고 꿀과 곱게 다진 마늘을 섞어 곁들이자. 남은 명절 음식에 젓갈 반찬 하나 보탰을 뿐인데 꽤 맛깔스러우면서도 단출한 술상을 차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요리하고 남은 자투리 재료를 잘게 썰고 젓갈도 쫑쫑 썰어 다 함께 섞어 기름에 지글지글 구우면 짭조름한 장떡이 된다. 해물로 만든 젓갈이 익으면 의외로 식감이 좋고, 간도 딱 맞아 간장도 필요 없다. 젓갈은 그 하나로도 완벽한데 정성 들여 만든 수많은 음식을 끌어주고 밀어주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하는 멋진 도우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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