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은 억지로 체급 키워놓은 후보
윤핵관표 공천 = 총선 필패
김기현 뒤로 보이는 장제원 그림자
이준석 전철 밟지 않는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지호영 기자]
그런 그가 두 번째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국민의힘 당대표를 노린다. 만약 당선한다면 이준석 전 대표에 이어 두 번째로 의원 경험이 없는 대표가 된다. 2월 11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사옥에서 만난 그는 “선거를 이용해 몸집을 키우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겨서 당대표가 되기 위해 나왔고 승산도 있다”고 말했다.
장제원이 윤핵관 위주로 공천할 것
여론조사에서 3위를 기록했지만 아직 김기현 후보, 안철수 후보와 격차가 크다.“두 후보의 지지율에는 불안 요소가 있다. 이를 공략하면 충분히 역전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1위부터 살펴보자. 김 후보 지지율에는 어떤 불안 요소가 있나.
“당대표 경쟁 초기로 돌아가 보자.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김 후보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였다. 장제원 의원과의 ‘김장 연대’로 지지율을 올렸고, 유승민 전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이 당권 경쟁에서 이탈하며 지금의 지지율을 확보했다. 김 후보는 당에 꼭 필요한 본인의 능력보다는 대통령과 ‘윤핵관(윤석렬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힘으로 억지로 체급을 키워놓은 후보다.”
김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대통령실과 당의 관계는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것은 사실이나, 총선에서는 불리하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특정인을 거론하고 싶지 않지만, 차기 총선 국민의힘 공천에서 장제원 의원이 큰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윤핵관 위주로 공천이 이뤄질 것이고, 다시 총선 패배라는 성적표를 받게 될 것이다.”
윤핵관표 공천이 필패한다고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당대표 출마를 결정하고 바로 대구·경북을 찾았다. 대구·경북이 윤핵관 공천을 원한다면 당대표 선거는 해보나 마나다. 윤핵관과 가까운 후보가 당선된다. 그러나 국민의힘 전통 지지 지역인 대구·경북에서조차 윤핵관에 대한 반감이 컸다.”
“윤핵관들의 가장 큰 패착이 나 전 의원을 둘러싸고 갈등을 벌인 일이다. 전통적 지지층은 당내에서 편을 가르고, 주요 인사를 공격하는 모습을 좋게 보지 않고 있다. 당이 분열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기 때문이다.”
나 전 의원은 지난해 8월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같은 해 10월 14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에 임명됐다. 전당대회를 몇 개월 앞두지 않고 임명직을 맡아 당대표 출마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이 출마 의지를 피력하며 올해 1월 13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통령실은 사직서 수리 대신 나 전 의원을 해임했다. 정치권에서는 나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결국 1월 25일 나 전 의원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60대, 70대 노년층은 여전히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높지 않나.
“변화가 생기고 있다. 대구·경북의 나이가 지긋한 당원들도 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일부 당원 중에는 내게 당의 문제를 더 열심히 짚어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도 있었다.”
항상 이긴 김종인의 비결, 혁신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장제원 의원과 정치적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동아DB]
“대구·경북, 노년층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당원은 총선 승리를 원한다. 양당 중 어느 한 곳도 국민의 확실한 지지를 얻지 못한 시점에서 총선 필승 공식은 혁신이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다수의 당원이 공감하고 있다.”
만약 혁신에 실패한다면.
“총선 패배다. 여야의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을 경우, 어느 곳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의 선택이 승패를 가른다. 결국 누가 먼저 새로운 모습으로 중도층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느냐의 싸움이다.”
천 후보는 “매번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온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전략의 핵심도 혁신”이라며 “중도층에 호감을 주지 못하는 중진을 공천에서 배제하며 그 자리에 새 인물을 앉혀 선거를 승리로 이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이라면 ‘새 정치’를 표방하는 안 후보도 있다.
“안 후보는 더는 새 정치의 아이콘이 아니다. 최근에도 혁신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인다. 윤핵관의 손을 잡고 싶어 ‘윤-안 연대’ 등의 단어를 끌어왔다가 대통령실의 공격을 받지 않았나.”
이진복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2월 5일 안 후보가 ‘윤-안 연대’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정말 잘못된 표현”이라며 “대통령과 (당권) 후보를 동격이라 이야기하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리더십을 흔드는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도 반부패 정치혁신특별위원회 신설 등 당 혁신안을 내놓고 있다.
“혁신과 윤심, 양쪽에 구애하다보니 안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당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확신할 수가 없다. 유권자들이 불명확한 태도를 보이는 후보에게 가장 먼저 등을 돌린다. 지금이라도 더 과감한 혁신안을 내놓아야 한다.”
안 후보와 혁신 경쟁을 벌이게 될 가능성도 있다. 불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나.
“나는 윤핵관과 연대를 바란 적 없는 후보다. 혁신의 선명성이라는 측면에서 안 후보에 앞선다. 게다가 안 후보처럼 대통령이 직접 공격하는 후보도 아니다. 확실한 혁신과 대통령과의 협력 등 어떤 측면을 살펴봐도 내가 당대표 적임자다.”
尹, 윤핵관 놓아야 총선 승리 가능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지호영 기자]
“대통령이 안 후보에게 인간적 실망을 한 것 같다. 그래서 김 후보를 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인품이 좋고 당내 관계가 두루 원만한 인물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이 원하는 인물을 배치해 총선을 치르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천하람 후보는 대통령 공천 불개입 조항을 당헌에 넣겠다고 공약했다. 대통령의 의중과는 정반대로 가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공천에 의견을 낼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아끼는 인재를 선거 직전에 낙하산으로 공천하는 일에는 동의할 수 없다. 대통령이 원하는 인재라도 일찍 입당시켜 정치적 경력을 쌓게 해야 한다는 것이 공약의 골자다.”
총선 이전에 당의 안정을 위해서는 김 후보가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윤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2월 3일 페이스북에 “김 후보 대신 다른 인물이 국민의힘 대표가 된다면, 윤 대통령이 탈당하고 정계 개편을 통한 신당 창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김 후보가 당권을 놓치면 국민의힘이 분열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오히려 윤핵관이 당권을 잡으면 분열 위험이 높다. 대통령에 충성 경쟁하던 사람 중 일부가 공천받지 못하게 되고 이에 조직적으로 반발한다면 당은 더 크게 흔들린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 시절 친박 논란이 윤핵관으로 이름만 바뀌어 재현될 수 있다.”
그렇다고 대통령과 당이 불화를 겪으면 총선 승리가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당시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코로나19 감염증 유행이라는 사회적 재난 상태의 영향으로 많은 의석을 가져갔다.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모이기보다는 대통령과 시너지를 낼 후보가 필요하다.”
그게 윤핵관은 아니라는 의미인가.
“윤핵관이 당권을 잡는다면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표만 얻게 된다. 대통령이 얻지 못하는 표까지 얻기 위해서는 윤핵관이 아닌 사람, 대통령과 당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당권을 잡아야 한다.”
대통령은 윤핵관과 함께 가기를 바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주변 참모들의 생각은 달라야 한다. 총선은 당의 행사이기도 하지만, 대통령 임기 중간평가의 성격도 있다. 대통령을 위한다면 대통령이 편하게 생각하는 당대표보다 선거에 이길 수 있는 당대표를 대통령 옆에 앉혀야 한다.”
한동훈도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월 14일 부산 국제 전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천하람 당대표 후보, 김용태·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를 응원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당대표가 당을 장악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내가 당대표가 된다고 해서 내 밑으로 충성 경쟁하는 사람이 생길 것 같나. 그럴 리가 없다. 그렇다고 안 후보가 당대표가 된 뒤, 차기 대선후보가 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안 후보는 차기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대통령의 사람들이 있다. 한 장관이 있는데 대통령실이 안 후보를 견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대통령실 참모들이 조금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누가 당대표가 되든 대통령의 권위를 위협하기는 힘들다.”
당대표가 되더라도 아무도 충성 경쟁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세력 구축에 실패하면 당내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이 전 대표가 축출되기도 했다. 나는 그런 전철을 밟을 생각이 없다.”
이 전 대표가 부당하게 축출 당했다고 보나.
“이 전 대표 개인의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절차가 잘못됐다. 당원이 선택한 당대표를 일부 의원들이 축출해서는 안 된다. 당은 당원의 것이지 의원들의 것이 아니다.”
당내 혁신안을 내세운 만큼 의원들과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이 전 대표의 전철을 밟지 않을 계획인가.
“당선한다면 최소 10명의 지지 세력을 만들 계획이다. 이미 김용태,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와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와는 함께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천 후보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이 전 대표가 배후에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런 꼬리표는 급성장한 정치인의 통과의례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인이 어떤 사람인지 (기존의 정치인과) 연상시켜 이해하고 싶어 한다. 이 전 대표도 ‘박근혜 키즈’로 정치를 시작했다. 그러다 전당대회를 통해서 자신의 개성과 능력을 보여주니 이준석이라는 별도의 정치인이 됐다. 나는 그 과정을 겪고 있다.”
지금도 이 전 대표가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자기 선거 이상으로 신나서 지원에 나섰다. 내가 한 번도 부탁한 적은 없지만 나서서 도와주겠다는데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정치인 이름이 가진 무게감의 문제라고 본다. ‘이준석계’라는 딱지를 떼려면 전당대회를 통해서 내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신동아 3월호 표지.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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