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 올리브 오일, 생크림, 우유에 불린 빵가루 등을 섞어 만든 호두페스토. [Gettyimage]
일주일에 5컵의 견과류라면 무심코 집어 먹어서 채울 수 있는 양은 아니다. 그러면 같은 양의 견과류를 요리해 먹는 것도 방법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견과류를 활용한 소스, 음식 등을 소개하려 한다.
약간의 잣과 마늘 그리고 앤초비, 올리브 오일과 치즈, 신선한 바질을 잔뜩 넣고 곱게 갈아 걸쭉한 농도로 완성하는 ‘바질페스토’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소스다. 파스타 소스로 활용할뿐 아니라 빵에 바르고, 고기나 생선요리에도 곁들여 먹을 수 있다. 바질페스토는 이탈리아 리구리아 지역의 제노바라는 항구 도시에서 유래하여 ‘제노베제(genovese)’라고도 불린다. 바질페스토를 만들 때 잣은 아주 조금만 들어간다. 올리브 오일과는 질감이 다른 기름기, 날 것 같은 고소함과 은근한 쌉싸래함이 여러 재료와 엉기고 섞이며 맛에 기여한다. 하지만 견과류 섭취를 목적으로 하자니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
쎄쎄종의 아몬드 초콜릿 무스 케이크.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
올리브 오일은 빠질 수 없지만 앤초비와 치즈는 선택사항이다. 원한다면 생크림 같은 풍성한 맛의 동물성 지방을 곁들여도 좋다. 혹은 허브를 조금 섞어 만들 수도 있다. 비건 메뉴라면 우유 대신 두유를 사용하면 된다. 맛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한다면 호두를 끓는 물에 우르르 삶아 얇은 껍질을 제거한다. 쓰고 떫은 맛은 제거되고 달고 고소한 맛이 진해진다. 번거로운 만큼 더 부드럽고 진한 맛이 나는 건 사실이다. 이 페스토는 호두뿐 아니라 아몬드나 캐슈너트를 활용해 폭을 넓힐 수 있다.
머큐리 에스프레소의 아몬드 크림 에스프레소.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
호두페스토는 빵이나 바삭한 크래커에 꿀이나 잼을 함께 발라 먹거나, 마요네즈나 땅콩버터 대신 샌드위치 스프레드로 사용할 수 있다. 두툼하게 구운 소나 양고기 스테이크, 숙성이 잘 된 치즈와 곁들여도 잘 어울린다.
타르틴의 비건 아몬드 크림 케이크.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
아몬드 젤라또‧아몬드 크림커피… 아몬드 축제
BNHR(벤허)의 아몬드 크림 커피.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
제철 과일과 채소를 가지고 이탈리아 스타일 아이스크림인 젤라토를 만들어 선보이는 ‘젠제로’는 아몬드 페이스트와 우유를 섞어 만든 젤라토를 내놨다. 빈틈없이 조밀한 젤라토의 질감에 고소하고 달콤한 풍미가 잔뜩 스며있는데 버터 캐러멜과 아몬드 조각이 바삭한 ‘단짠’을 더한다.
성수동 라테 맛집으로 소문난 ‘BNHR(벤허)’는 두 종류의 아몬드 크림과 생크림을 섞어 만든 진득한 크림이 올라간 커피를 마련했다. ‘머큐리 에스프레소바’에서는 크림·시럽·토핑으로 가공한 아몬드 삼총사와 쓰디 쓴 에스프레소의 조화를 맛볼 수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점을 둔 ‘타르틴 베이커리’는 비건 아몬드 크림 케이크를 만들었다. 파이지 안쪽에 아몬드 밀크, 반건시, 스파이시 애플 잼을 채우고 아몬드 버터로 만든 바삭한 크럼블을 듬뿍 올려 덮었다. 분명 비건 메뉴인데 누가 몰래 동물성 지방을 넣기라도 한 듯 놀랍도록 진하고 풍성한 맛이다.
디저트 숍 ‘쎄쎄종’은 아몬드로 다채로운 식감과 풍미를 만든 다음 하나의 디저트 안에 차곡차곡 채워 넣었다. 아몬드 초콜릿 위에 아몬드 캐러멜로 만든 프랄린을 얹고 공기를 한껏 품은 가벼운 크림인 무스, 부드러운 과자 느낌의 와글와글 크럼블, 파삭파삭 깨지는 맛이 매력적인 크런치로 마무리했다. 이 외에도 르솔레이, 새들러하우스, 루트에브리데이, 도토리가든에서도 기발한 아몬드 메뉴를 만날 수 있다.
단단한 껍질 속에 든 씨앗 혹은 열매인 견과류는 꽉 찬 영양만큼 요리에 활용될 가능성도 무궁무진한 게 사실이다. 수분 없이 마른 상태로 유통되니 보관하기에도 좋은 식재료이다. 비건 식단에서 동물성 지방을 대신할 재료로 주목받지만, 버터나 우유 등과 섞였을 때 증폭될 깊고 진한 맛을 상상하니 절로 군침이 돈다. 어쩌면 일주일에 5컵의 견과류를 무리 없이 섭취할 수 있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