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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정체성과 소통하는 통일 대통령

  • 입력2012-06-21 09: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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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원하는 대통령은 ‘역사의 정체성’과 소통할 줄 아는 대통령이다.

    대통령의 책임과 권한은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 정신은 헌법 전문(前文)에 나와 있는데, 우리 국가가 지켜야 할 ‘역사적 정체성’이 담겨 있다.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우리 역사의 정체성은 ‘민주이념, 통일사명, 인류공영’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이 역사적 정체성과 소통하기를 바라는 것은 바로 역사적 소명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먼저, 대통령은 민주주의 이념을 더욱 발전시키는 데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 행정적 측면에서 ‘일시적 비효율성’을 특징으로 하는 민주주의는 한국 현대사를 통해 ‘장기적 효율성’이 검증된 제도다. 정치민주화,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한국의 현대사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해온 전체주의 체제의 비효율성, 비인간성을 생생하게 인류사회에 보여주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 민주주의의 기반은 튼튼하지 못하다. 대의제 정당정치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는 ‘종북좌파’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발전시켜온 민주주의 이념과 질서를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키려는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대통령은 사회 전 분야에 민주주의적 절차와 정신이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민주주의가 제공한 ‘자유’라는 정치적 공간을 활용해 민주주의의 근간에 도전하는 세력에 대해 단호한 입장,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둘째, 분단시대를 종식시킬 비전을 갖고 필요할 때 결심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향후 5년 내 우리는 분단시대의 진행과 관련해 중요한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지난 60년 이상 북한을 이끌어온 정치적 리더십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미 김정일 사후 등장한 새로운 북한체제의 리더십도 주요 관찰 대상이다. 미국을 비롯한 한반도의 주변국 역시 새로운 리더십이 구축되고 있다. 남북한과 주변국은 최고지도자가 누가 되든지 간에 전후세대가 국정운영의 중심을 맡게 된다. 한반도와 주변국의 새로운 정치엘리트들은 냉전시대, 대결적 프레임에서 탈피해 한반도 문제를 다룰 가능성이 많다. 그러한 과정에서 분단 극복의 중요한 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남북한 종단철도가 연결되고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이 현실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분단 극복의 전기를 만났을 때 기회를 포착하는 지도자의 결단은 매우 중요하다. 분단 극복을 위해 중요한 전기를 만들거나,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통일의지를 가져야 한다.

    셋째, 인류공영에 기여하는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 ‘중상주의적 이미지’가 너무 강조되어 있다. 고도성장과 경제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국가와 국민이라는 이미지가 고착되어 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중상주의 브랜드’를 내려놓고 ‘격조 있는 국가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약간의 예산으로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를 지원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우리가 축적한 경제성장, 민주발전이라는 ‘압축성장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실효적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적 힘, 군사력, 경제적 힘을 앞세운 외교보다는 ‘신뢰와 존경’을 앞세운 스마트 외교를 할 줄 아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한 국가 대통령의 개인적·역사적 소임은 릴레이 선수의 역할과 비슷하다. 앞의 대통령이 준 바통(baton)을 받아 다음 대통령에게 잘 전달해서 종국적으로 그 국가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데 있다. 우리 헌법 전문에도 “대한민국은 우리들과 우리들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고 되어 있다.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당대 국민과 후손들을 행복하게 할 책임이 있다. 정부 수립 이후 역대 대통령은 그 바통을 제대로 전달해왔다. 1, 2공화국 대통령은 시장경제-자유민주 질서의 바통을, 3, 4공화국 대통령은 경제성장의 바통을, 이후 지도자들은 민주주의의 바통을 전달했다.

    역사의 정체성과 소통하는 통일 대통령

    백승주<br>1961년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그 바통을 만들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실로 아슬아슬한 장면이 많았다. 그건 파행의 헌정사라고 치자. 이제는 격조 있는 통일 한국의 바통을 만들고 전달할 시기가 왔다. 그 바통을 만들고 전달하려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전달받은 바통을 던져버리고, 새로 바통을 만들려는 대통령보다 그 바통을 받아서 잘 달려서 전달하려는 그러한 대통령을 보고 싶다. 역사와 소통하자는 것은 일정 부분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과는 ‘먹통’을 각오해야 가능할지도 모른다. 미래 지향의 대통령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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