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세 vs 증세 논쟁을 촉발시킨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 연설.
그런데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대안을 탐색하고 최선의 대안을 선택하는 과정에는 사실판단과 가치판단이 개입되게 마련이다. 가치판단은 이념적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사실판단은 현상에 대한 분석이나 인과관계의 검증에 대한 것이기에 좀더 객관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연구대상 선정이나 연구방법 차이 때문에 인과성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 있지만 왜곡된 사실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요즘 우려되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을 왜곡해 논의가 이뤄지는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한 주장과 사실관계의 언명은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학자들마저 이를 혼동하는 사례가 있어 걱정스럽다.
쓸 데는 많고, 들어올 데는 없고
양극화 문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사회적 의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산업구조 및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노동시장의 양극화, 지역간의 양극화, 소득계층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를 동일 선상에서 논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소득계층의 양극화는 산업구조 및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노동시장 양극화의 결과로 나타나는 인과관계적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산업구조 및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또는 노동시장의 양극화 구조가 존속하는 한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성장의 과실(果實)이 소득계층의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관심의 초점과 접근방법은 달라야 한다.
소득계층의 양극화는 경제발전과 사회통합에 걸림돌이 되는데, 그 흐름이 최근 확대되는 추세다. 한 연구에 의하면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상위소득 10% 집단의 총소득은 32% 증가했다. 그러나 하위소득 10% 집단의 소득은 19% 감소했다. 상위소득 10% 집단은 근로소득(30%)과 사업소득(42%)이 모두 증가한 반면 하위소득 10% 집단은 근로소득(-38%)과 사업소득(-16%)이 모두 감소했다. 하위소득자일수록 소득이 감소하거나 증가폭이 낮아지고 상위소득자일수록 증가폭이 커지는 것이 소득의 양극화다.
최근 극심한 생활고를 비관해 모자(母子) 가족이 자살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은 소득 양극화와 허술한 사회 안전망의 실상을 보여준다. 느슨한 사회 안전망과 취약한 사회보장 탓에 빈곤율이 높아지고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있는데 이는 지속적인 사회·경제발전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문제는 국가가 해결해야 할 영역이며, 조세 및 재정제도를 통해 개선할 수 있다.
양극화 외에 새로운 재정수요가 급증하게 될 재정환경으로 저출산 및 고령화의 진전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다. 그 결과 고령화 관련 재정지출이 2004년 GDP 대비 4.95%에서 2050년에는 23.4%까지 증가할 것이다. 출산율도 세계 최저 수준이며, 저출산 현상이 고착화하고 있다.
그외에도 성장 잠재력 확충, 통일비용 등 재정을 압박하는 재정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저성장과 맞물려 재정수입 기반을 크게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급증하는 재정수요와 한계에 부딪힌 세수(稅收) 증가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 것인지가 앞으로 재정의 최대 과제가 될 것이다. 재정구조 측면에서 전환기를 맞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