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한우 사육농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축산 농민들은 “유럽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광우병 발생 지역의 쇠고기는 무조건 수입할 수 없다’던 미국이 자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자 ‘30개월령 이하의 소는 안전하다’며 수출을 강요하는 행태는 강대국의 횡포”라고 주장한다. 다른 나라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고 국산 닭고기조차 먹지 않는 우리 국민의 소비행태를 보면 한우 농가가 바짝 긴장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수입 쇠고기가 한우로 둔갑해 팔리는 일이 비일비재한 현실에서 소비자들이 쇠고기 구매 자체를 꺼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월2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축산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남호경(南浩景·57)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우의 소비 경쟁력은 확보돼 있으나 한우만이 한우로 팔리지 않는 현실이 가장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흥분한 농심(農心)
남 회장은 매우 흥분해 있었다. 정부가 한우협회를 비롯한 축산 관련 단체에 사전 연락도 없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청회 날짜를 일방적으로 통보해왔기 때문이었다.
“1월13일, 축산 농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수입 쇠고기 협상을 끝낸 정부가 숨 돌릴 틈도 없이 FTA 공청회 일정(2월2일)을 알려왔습니다. 급해도 너무 급해요. 아시다시피 쌀 개방은 10년 뒤로 연기됐기 때문에 이번 FTA 협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당하게 될 곳은 한우 농가와 영화계입니다. 축산물 중에서도 쇠고기는 관세가 40%로 제일 높은데, 관세장벽을 허무는 협상 공청회를 연다면서 한우협회와 아무런 논의도 없이 공청회 날짜를 통보한다는 게 무슨 의미겠습니까. 공청회 자체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번 협상이 FTA로 가기 위한 전초전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애초에 FTA 협상을 시작하는 전제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내걸었습니다. 이번 쇠고기 수입 협상도 1월9일과 10일 두 차례 회의를 했지만 최종 결렬됐죠. 평소 같으면 몇 달 뒤에 다시 와서 협상을 재개했을 텐데, 미국측은 철수하지 않고 회의를 계속하자며 정부를 몰아세웠습니다. 결국 우리 정부가 미국의 페이스에 말려든 셈이 됐죠. 미국측은 이 기세를 몰아 FTA 협상을 빨리 개시하라고 요구했을 터이고, 외교통상부는 일정에 쫓긴 나머지 27개 축산 관련단체, 농민단체와 협의도 없이 공청회 날짜를 통보한 겁니다.”
아니나다를까 남 회장은 2월2일 다른 농민·축산단체와 함께 정부의 FTA 공청회를 무산시켰다. 이날 농민·축산단체들은 “사전협의 없는, 또 이해관계 단체의 실질적 참가 없는 공청회는 요식행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2월3일 정부는 미국과 FTA 협상을 개시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美 쇠고기, 과연 안전한가?
-결국 미국산 쇠고기 협상은 타결됐는데, 그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가요.
“일단 뼈(척수, 뇌 포함)를 제거한 30개월 미만의 소 살코기만 수입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뼈가 붙은 살코기(일명 LA갈비)와 함께 머리, 꼬리, 우족, 혀와 내장 등 각종 부산물과 목에 붙은 차돌박이와 횡격막 주위의 안창살도 수입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전체 쇠고기 수입량의 43%를 차지하는 LA갈비가 제외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지만, 살코기의 안전성을 누가 100%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