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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고용에 소득 폭증’ 강원도 영월 다하누촌 ‘대박 스토리’

‘초저가 한우’식당가 만들어 산골벽촌이 전국 관광명소 됐다

‘완전고용에 소득 폭증’ 강원도 영월 다하누촌 ‘대박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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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고용에 소득 폭증’ 강원도 영월 다하누촌 ‘대박 스토리’

2008년 11월 월드미스유니버시티 참가자들이 섶다리 마을의 한우축제에 참여하고 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개업 첫날 영월군청과 주천면사무소의 전화가 불통될 정도로 관심이 폭증했다. 개업 첫날 3000여 명의 손님이 몰려왔다. 소 8마리를 잡았는데 4시간 만에 동났다. 최 회장의 예상대로 보름 만에 수도권과 다하누촌을 잇는 관광버스가 다니기 시작했다.

한우는 ‘믿을 수 있고 맛있지만 비싼 고기’로 인식되어 있다. 서민들은 외식으로 한우 먹을 엄두를 잘 내지 못한다. 그러나 다하누촌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이곳에서는 값싼 가격에 질 좋은 한우를 즐길 수 있다.

이유는 생산-유통-소비 단계의 통합화에 있었다. 다하누촌은 축산농가의 1차 산업(생산), 정육점의 2차 산업(유통), 식당의 3차 산업(소비)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일체화했다. 한우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인 유통 마진이 사라지면서 도매가에 15%의 마진만 붙은 저렴한 가격이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다하누촌의 인기 메뉴는 안심·등심·제비추리·차돌박이 등 다양한 구이 부위를 모아놓은 한 마리 세트. 600g이 포장된 4인분 한 팩이 2만8000원이다. 손님들은 정육점에서 고기를 골라 사서 식당에서 1인당 2500원의 차림비를 내고 구워 먹는다.

다하누촌은 수도권에서 약 2시간 거리에 있다. 싸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 마을에는 지난해 하루 평균 2300여 명, 주말 6100여 명이 찾아왔다. 지난해 연말까지 1년 누적 방문객은 160만명에 달한다.

한우·숙박·관광의 결합



방문객의 90%는 서울·수도권에서 온다. 한우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인터넷쇼핑몰의 경우 지난 설날을 기준으로 볼 때 서울·수도권이 전체 판매의 77%를 차지했다. 인근 원주, 제천 등지는 물론, 최근에는 부산에서도 다하누촌을 찾는다. 다하누촌 전체 정육점과 식당 매출은 지난해 총 360억원에 달했다.

사람들의 발길을 다하누촌으로 돌리게 한 것은 싸고 질 좋은 한우의 힘만이 아니다. 영월군 내에 있는 다양한 숙박시설, 박물관, 자연 관광자원, 레포츠, 축제 등을 다하누촌과 한데 묶은 것이 관광객 유치에 주효했다. 초등학교 4학년생 아들과 함께 영월 인근을 여행한 서울 주부 박정혜(45)씨는 “다하누촌에 들러 아이와 한우를 실컷 먹고 남편에게 줄 구잇감과 이웃아주머니에게 부탁받은 육회용 한우까지 함께 샀다. 돌아오는 길에 영월의 다양한 박물관에 들러 아이에게 체험여행을 시켜주었다. 즐거운 나들이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협력 마케팅도 활발하다. 다하누촌은 영월군 내 15개 박물관, 펜션·민박업체, 스키장, 스키장비 렌털숍 등과 공동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국내 여행사 30여 곳과 연계해 다하누촌을 관광 상품화했다. 최근에는 다하누촌 내에 여행 레저팀을 신설했다. 협력마케팅은 서로 윈-윈(win-win)하는 결과를 가져와 주변 박물관, 펜션, 주유소 등도 덩달아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다. 다하누촌 측은 780억원의 지역경제 효과를 갖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음식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블루오션’임을 자처하는 다하누촌은 불리한 지리적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매월 셋째 토·일요일에는 ‘한우왕사골축제’ ‘다하누촌야생화축제’ ‘한우떡갈비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열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동네에 축제의 물꼬가 트인 것은 다하누촌 개점 이전부터였다. 최 회장은 2003년 12월 마을 주민들과 함께 쌍섶다리를 복원한 이후 ‘섶다리 감자꽃 축제’ ‘섶다리 사진 공모전’ 등을 열었다. 쌍섶다리는 비운의 조선 국왕 단종이 마차를 타고 건너갔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외부의 관심도 높아졌다. 지난해 11월 세계 42개국 대표 44명으로 구성된 월드미스유니버시티 대표단이 다하누촌을 방문해 ‘한우세계화 열린축제’에 참가했다. 지난해 8월9일에는 KLPGA 선수들이 한우사랑 캠페인을 벌였다.

이곳 주민들은 너도나도 식당이나 정육점을 하겠다고 몰려들었다. 자전거포, 국밥집 등이 잇따라 식당과 정육점으로 간판을 바꾸면서 현재 정육점 11개, 식당 49개 등 총 59개의 다하누 매장이 들어서 있다. 가히 서울 등 대도시에서도 잘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한우 식당가가 형성된 것이다. 다하누촌 중앙광장에는 다슬기며 산나물을 팔려는 주민들로 붐빈다. 축제가 열리면 주민들이 너나없이 함께 참여하고 비용도 부담한다. 다하누촌은 식당과 정육점을 모두 직영으로 운영하지는 않는다. 일정기간 기술을 습득하고 한우 품질관리를 엄격히 유지하면 독립시켜준다.

하루 매출 4000만원

주천면 신일3리에서 축산농장을 운영하는 이명한(47)씨는 2008년 1월부터 다하누촌 정육점 ‘공순원점’을 열어 지난 1년간 600마리 분량의 한우고기를 판매했다. 하루 4000만원까지 매출을 올린 그의 성공 사례는 영월군에서 발행하는 월간 주민소식지 ‘희망 영월’에 소개됐다. 이씨는 현재 한우 2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관광객으로 왔다 눌러앉은 사람들도 있다. 식당 ‘동강점’ 김상현(46) 사장은 이 마을에 고기 먹으러 왔다 아예 식당을 차렸다. 홍천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던 그는 고기를 먹어보고는 ‘바로 이거다’하며 그러지 않아도 운영이 어렵던 부동산중개업을 걷어치우고 지난해 7월 식당을 개업했다. 김 사장의 식당 매출은 하루 평균 40만~50만원, 월 1300만~1500만원이라고 한다.

중국음식점이나 치킨집, 다방, 노래방도 덩달아 호황이다. 주천 일대는 활기 넘치는 고장이 됐다. 다하누촌 오는 길목인 원주시 신림면 황둔리의 찐빵집들도 30%가량 매출이 상승하는 후광효과를 누렸다. 부근 주유소 주인들은 “휘발유 판매량으로 다하누촌 고기 판매량을 가늠할 정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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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아│자유기고가·전 동아일보 기자 dasy0508@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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