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가 추락하고 있다. 2007년 초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 불안이 지난해 3분기 이후 금융위기로 치달으면서 세계경제는 침체 국면으로 진입했다. 세계 금융 불안의 진원지는 아니지만 한국 경제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었다. 수출의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높은 한국 경제는 세계경제 침체의 충격을 다른 나라에 비해 오히려 더 크게 받고 있다.
여러 경제지표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 비견되는 수준으로 위축됐다. 소비심리 불안으로 물건이 제대로 팔리지 않으면서 재고 누적이 심각한 수준이다. 공장에 쌓인 재고를 나타내는 지표인 재고율은 지난해 7월 106%에서 지난해 말에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129%로 상승했다. 재고가 크게 늘어나자 기업들은 생산 축소로 이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한 달에 10일 이상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기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62%로 하락했다. 공장가동률이 70% 이하로 떨어진 것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고용시장도 얼어붙었다. 아직 기업의 인력 조정이 본격화하지 않았음에도 지난해 12월에는 2003년 신용카드 대란 이후 처음으로 취업자 수가 감소했으며, 올해 1월에는 취업자가 10만명이나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경제성장률은 급기야 외환위기 이후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분기별 경제성장률을 살펴보면 1/4분기 5.8%를 정점으로 3/4분기에는 3.8%로 완만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4/4분기에는 경제성장률이 -3.4%로 급락했다.

국내 금융시장은 지난해 9월 위기설 이후 점차 진정되는 국면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등 세계적인 투자은행의 파산 이후 위기 상황으로 진전된 금융시장은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의 정책대응 발표 이후 점차 완화되고 있다. 한국도 정부가 총 22조원을 시장에 공급하고 한국은행이 금리를 대폭 인하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위기상황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기업의 자금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2008년 하반기 이후 크게 둔화되기 시작한 은행의 기업대출은 12월에는 6조6000억원이나 감소하는 등 자금공급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기업 자금사정 악화로 대출금 연체율이 높아지고 어음부도율도 상승하고 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2007년말 0.92%에서 2008년말 1.46%로 상승했고, 어음부도율도 동 기간 중 0.02%에서 2008년말 0.04%로 상승했다.
외환시장도 불안감이 크게 해소되지 못한 형편이다. 지난해 10월 한미 통화협정을 통해 외환유동성을 확보함에 따라 외환시장은 위기상황에서 벗어났다. 외환유동성 상황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이 지난해 10월에는 699bp로 상승했으나, 한미, 한일, 한중 통화협정을 계기로 올해 1월 초에는 300bp 이하로 하락했다. 그러나 1월 중순 이후 외환유동성은 개선되지 못해 CDS 프리미엄은 다시 상승세로 반전돼 최근에는 2008년 12월 수준으로 복귀했다. 외환유동성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음에 따라 원화 가치는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말 외환당국의 원/달러 환율 하락 노력으로 달러당 1200원대로 하락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주식 순매수로 전환했고 올해 경상수지도 흑자를 기록할 것이 예상됨에도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00원 이하로 하락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