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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 날리고 나라망신?

MB정권 경인운하, 서울-중국 뱃길 못 연다

2조원 날리고 나라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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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 날리고 나라망신?
국토해양부는 지난 1월 ‘경인운하사업계획’ 보고서에서 사람 수송과 관련 “서울(용산)-중국 직항 국제여객선(5000t급) 운항”을 적시했고, 물자 수송과 관련 “대상선박 : 4000t급 바다하천겸용선박(R/S). 대상화물 : 연안화물 및 중국·일본 등 연근해 화물”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중국보다 더 원거리다. 실제로 서울시는 경인운하 사업과 연계해 서울 용산 한강변에 ‘국제여객터미널’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으로 보내는 물자와 중국에서 오는 물자의 경우엔 경인운하 내 인천터미널과 김포터미널에서 하역 등의 작업이 처리될 계획이다.

경인운하는 중국 등지로의 원거리 운항을 위해 만드는 것이므로 정말 운하 위로 중국행 배가 다닐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가장 핵심적인 점검 포인트가 된다. 정부는 서울에서 경인운하를 거쳐 중국까지 운항할 수 있는 선박이 구체적으로 어떤 선박인지 제시하고 타당한 이유를 설명하면 된다. ‘신동아’는 이 문제에 초점을 맞춰 사실관계를 독자적으로 확인했다.

Ⅰ. 서울-중국 운항할 5000t급 여객선은 존재하는가

국토해양부는 “경인운하 개통 후 서울-중국 간엔 5000t급 여객선이 운항하게 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해양부는 경인운하 주변이 “국제 관광물류 명소”로 발전하며 “연간 105만명의 여행객을 운송하게 된다”고 홍보했다(2009년 1월5일 정책브리핑). 그렇다면 서울-중국을 운항할 수 있는 5000t급 여객선은 실제로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국토해양부 측은 그 선박이 구체적으로 어떤 제원의 선박인지, 운항이 가능한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까.

먼저 알아야 할 점은 기존의 ‘인천항-중국 노선’과 운하개통으로 신설되는 ‘서울항-중국 노선’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거리상으로 후자는 전자에 비해 운항거리가 18km 정도 더 길어질 뿐이다. 그러나 후자는 훨씬 더 복잡한 기술적, 상업적 난관을 안고 있다.



인천항-중국 노선은 수심이 깊은 서해 바다만 항해한다. 규모가 큰 배가 운항할 수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여객선의 경우 보통 3만t 규모가 왕래한다. 배가 크면 높은 파도에도 안전하고 속도도 빨라진다. 승객들이 배 멀미를 덜하게 되는 등 여행의 쾌적성도 향상된다. ‘규모의 경제’에 따라 한 번에 많은 승객을 수송할 수 있어야 요금도 내려가고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다. 인천항-중국 칭다오(靑島) 노선의 경우 3만t 화객선의 4인1실 운임이 11만3000원이고 15시간 소요된다. 같은 구간 비행기 항공요금은 9만9000원으로 1만4000원 더 저렴하면서 비행시간은 1시간여에 불과하다. ‘인천시 청도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금방 날아간다. 하지만 배는 비행기와 달리 승객 1인이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다는 점이 경쟁력이다. 이처럼 여객시장에선 3만t 규모의 배로도 항공기와의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해엔 ‘5000t 여객선’ 없다

경인운하 개통 이후 서울항-중국 노선의 경우 여객선은 한강, 경인운하, 서해 바다 구간을 모두 운항해야 한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경인운하의 수심은 6.3m, 폭은 80m에 불과하고 운하 내에서 마주 오가는 배들의 교행(交行)이 가능해야 한다. 경인운하를 통과하려면 배의 규모는 물에 잠기는 부분(흘수)이 6m 미만, 폭은 40m 미만으로 축소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국토부 측은 운하를 통과해 중국으로 가는 여객선은 5000t급, 화물선은 4000t급이라고 밝혔다.

여객선만 놓고 보면, 기존 인천항-중국 노선의 3만t급에 비해 규모가 6분의 1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배의 크기가 작아지고 엔진이 적어지므로 운항의 안전성과 속도는 떨어지게 된다(3만t급의 속도는 19노트, 5000t급의 속도는 16노트). 운항 속도 저하에 따라 서해 항해시간이 2~3시간 더 걸린다. 또한 서울에서 인천항까지는 자동차로 40여 분~1시간여 만에 도달할 수 있는데, 여객선으로 경인운하를 통과할 때는 이보다 1시간30분 정도가 더 소요되어 2시간30분(정부 측 추산)이 걸린다.

5000t 급 배의 경우 한 번에 수송할 수 있는 승객 수도 3만t 급에 비해 줄어든다. 반면 ‘규모의 경제’에 따라 승객 1인당 요금은 쉽게 내려가기 힘들다. 배가 작아지면 배 멀미 등 여행의 쾌적성도 떨어지게 된다. 결론적으로 5000t급 여객선의 경우 기존 3만t급에 비해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고 선주(船主) 측에서도 수익을 내기 더 어려운 구조다.

‘신동아’ 취재 결과 현재도 인천항-중국 노선을 오가는 5000t급 여객선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국토해양부 측을 통해서도 재확인됐다. 사람 수송 목적의 비슷한 규모 선박(3798t, 폭 17.8m, 흘수 5.9m)은 한국해양대학교의 실습선(한바다호)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 배의 정원은 246명이다. 경인운하 개통 후 서울항-중국 노선을 운항하는 5000t급 여객선이 존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국토해양부 측 입장을 들어봤다. 국토해양부 측은 현재까지 ‘중국행 5000t급 여객선’에 대해선 일절 언급한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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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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