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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는 높게, 가격은 낮게

코스트코

급여는 높게, 가격은 낮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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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심은 화(禍)를 부른다. 한때 위대한 기업으로 불리다 사라져버린 기업들도 대부분 원칙 없이 욕심을 부리다 화를 자초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30년 역사의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는 15% 마진율을 사선(死線)처럼 여기면서 공평한 비즈니스 실천을 위해 노력한 결과 불황에도 흔들림 없이 성장을 지속했다.
급여는 높게, 가격은 낮게

지난해 12월 15일 개장한 코스트코 광명점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국내외 대형마트들도 대부분 매출 하락세를 못 벗어나는 신세다. 그런데 세계 최대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는 연속적으로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올려 관심을 끈다. 5월 30일 코스트코는 5월 12일 끝난 2013 회계연도 3분기(2∼5월)에 순이익 4억59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거둔 3억8600만 달러는 물론 시장 전문가들이 전망했던 4억4700만 달러도 넘어서는 결과다. 코스트코는 3월에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도 5억4700만 달러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8.8%의 높은 성장을 보였다.

업계 논리와 정반대 경영

코스트코는 3월 현재 전 세계에 622개 매장을 두고 있다. 한국에도 9개 매장이 있다. 2012 회계연도엔 991억 달러 매출을 올렸고, 시간제 근무자를 포함해 직원 16만여 명이 근무한다. 일정액의 가입비를 낸 유료 회원에 한해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코스트코의 현재 회원 수는 6500만 명.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 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2012년 창고형 할인점 점유율 1위(46.5%)를 차지했다. 월마트 자회사인 샘스클럽(Sam‘s Club·38.4%)이 그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선전은 코스트코의 경영방식이 그동안 월가를 비롯한 증권가에서 혹평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증권가에선 “코스트코의 직원 복리후생 제도가 지나치게 방만하다”며 “고객을 버릇없게 만들고, 하찮은 직원들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투자자의 돈을 훔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수년 전 도이치방크의 한 애널리스트가 “코스트코에선 주주가 되는 것보다 고객이나 직원이 되는 편이 낫다”고 한 말은 코스트코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코스트코는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포천 500대 기업’ 순위에서 24위를 차지했는데, 일부 애널리스트는 그마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라고 평했다. 경쟁업체 월마트가 2위에 오른 것과 비교하며 “코스트코가 마진율을 높이고 직원들을 더 쥐어짰더라면 이익이 더 늘어나고 순위도 올라갔을 것”이라며 못마땅해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로이터 통신은 미국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 후 “월마트의 저조한 실적은 미국 소비자가 급여소득세(payroll taxes)와 휘발유 가격 인상의 여파를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 반면, 코스트코는 미국 정부가 2년 전 급여소득세를 2%p 낮췄을 때 별다른 특수효과를 못 봤던 것처럼 올해 1월 1일 급여소득세가 다시 인상됐음에도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정부의 재정 정책과 원유가 같은 시장 상황이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에 영향을 미칠 때마다 경쟁업체들은 울고 웃는 반면, 코스트코는 그런 시장 상황 변화에 흔들림이 없다는 이야기다.

코스트코는 1983년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 남부의 커클랜드에 첫 점포를 연 이래 30년간 증권가를 비롯한 업계의 논리와 정반대로 움직였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할인점이 성공하려면 직원에게 낮은 급여를 주고, 고객이 눈치 채지 못하게 가격을 스멀스멀 올려야 한다’는 관행을 깨고도 성장을 지속했다는 사실. 코스트코는 업계에서 급여가 높기로 유명하고, ‘소비자 대변인’ ‘가격 경찰’이라고 불릴 정도로 철저한 저가 정책을 유지한다.

미국 내 코스트코의 시간제 근무자가 받는 시급은 11.5달러부터 시작한다. 평균 시급은 17달러다. 경쟁업체 월마트의 정규직 판매사원 평균 시급이 8.81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운 수준이다. 현재 미국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이고, 정부에서 9달러로 올리는 안을 검토 중인 것을 감안해도 코스트코의 급여는 후한 편이다.

더구나 의료비 부담이 높은 미국에서 코스트코는 전 직원에게 의료보험을 지원한다. 덕분에 코스트코 직원은 의료비의 8%만 부담하면 된다. 이 같은 직원 복지는 시간제 근무자에게도 적용된다.

“직원이 많이 벌면 어때?”

코스트코 공동 창업자인 짐 시네갈은 2011년까지 28년간 최고경영자(CEO)를 지내며 ‘직원을 잘 대접해야 사업이 성공한다’라는 기업철학을 심었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직원들이 가족을 위해 집을 사거나 의료보험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버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며 “정당한 이윤을 만드는 것, 직원들에게 더 많이 투자하는 것이 기업에 이득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쓴 만큼 벌게 돼 있다. 최저수준의 급여를 주는 것은 잘못이다. 불공평한 이익배분일 뿐만 아니라 불행해진 종업원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새로운 직장을 찾게 만든다. 그러면 관리자들은 새 사람을 뽑는 데 시간을 허비하느라 정작 비즈니스에는 신경을 못 쓴다. 코스트코에선 행복한 직원들이 회사를 사랑하며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덕분에 관리자들이 비즈니스에 집중한다. 우리가 직원을 채용하는 데 신경 쓰기보다 비즈니스에 집중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면 주가는 절로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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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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