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 E&M 임원이 제보자에게 보낸 문자 메세지.
“처음엔 스파이로였다가…. 투베어픽처스로 이전된 것으로 아는데 그게 제작관계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 이전된 기록이 있나요?
“음.”
▼ 이전이 됐으면 투베어픽처스가 제작으로 매출이나 손익이 발생했을 텐데 그런 게 없더라고요?
“그건 제가 잘 모르겠는데요.”
취재된 내용을 정리해보면, CJ E·M은 영화 투자를 약속하면서 영화 제작과는 무관한 페이퍼컴퍼니인 투베어픽처스 계좌로 6개 회사의 48억 원을 송금 받은 의혹이 있는 것이다.
또한 투베어픽처스가 자사 명의 계좌의 48억 원을 송금하는 과정에 CJ E·M은 직원을 보내 송금을 주도하게 했다. 이는 48억 원이 비록 투베어픽처스 명의 계좌에 들어 있었지만 투베어픽처스와 무관한 돈이며 CJ E·M의 관리하에 있던 돈이라는 의심을 낳게 한다.
특히 최모 CJ E·M 아메리카 대표는 자신과 직접 관련된 48억 원 계좌 차용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은 채 “정확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취재된 내용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에게 자문을 구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만약 투베어픽처스가 ‘사요나라 이츠카’ 영화 제작사가 아니고 업무와 무관한 회사이며 48억 원에 대해 권리가 없음에도 48억 원이 이 회사 계좌로 들어오고 나갔다면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 사건 취재 내용과 의문점을 상세히 소개해준 뒤 이에 대한 CJ E·M의 답변을 구하는 질의서를 작성했다. 이 질의서를 CJ E·M의 홍보부서 언론담당자에게 보내기 위해 114와 인터넷 등에 올라와 있는 이 회사의 번호로 몇 차례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직원들은 “기자들에게 부서 연락처를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만 이틀을 수소문한 끝에 이 회사 강석희 대표의 e메일주소 및 영화담당 정모 본부장의 e메일주소와 사무실 전화번호를 알아내 질의서를 이들의 e메일로 발송했다. 이어 정모 본부장의 사무실 번호로 연락하니 여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이 여직원도 기자에게 홍보부서 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 이 여직원은 기자가 거듭 요청하자 “e메일로 홍보부서 번호를 보내드리겠다”고 한 뒤 e메일을 보내지 않았다.
“상대가 약할 때를 노리지 않고…”
이런 가운데 CJ E·M의 또 다른 고위 간부의 행동도 의구심을 사고 있다. 질의서를 보내고 하루가 지난 뒤 CJ E·M의 모 임원은 이 사건 제보자인 투베어픽처스 관계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 임원의 문자 메시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교정하지 않고 원문대로 소개한다.
“진정한 고수는 상대가 비들거리고 약할 때를 노리지 않고 하이에나도 병든 사자를 공격하지 않는다더군요. 저는 멋있는 분으로 봤는데 여러모로 실망스럽습니다. 아랫사람이 이렇게 표현해서 죄송합니다.”
투베어픽처스 관계자는 “제보자를 비난하고 위협하는 것으로 느꼈다. 대기업이 이래선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문자 내용을 보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음을 자인하는 것으로도 비친다”고 했다.
투베어픽처스 관계자의 주장대로라면 투베어픽처스와 CJ E·M은 한때 계좌 차용과 영화 투자를 주거니 받거니 하던 좋은 관계였는데, 왜 투베어픽처스 관계자는 이제 와서 이런 제보를 하는 것일까.
양측의 말을 종합해보면, 양측은 2012년 무렵 관계가 본격적으로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 CJ E·M은 2012년 5월 31일 변호사를 통해 투베어픽처스에 ‘투자 거부 통지 및 기획개발비 반환 청구’를 통지했다. 2011년 3월 투베어픽처스에 제공한 영화 기획개발비 투자금 1억5000만 원을 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통지서에서 “CJ E·M에 실무자들의 업무에 방해가 될 정도로 전화를 걸어 정상적인 협의가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투베어픽처스 관계자는 “영화 ‘사요나라 이츠카’의 제작비 부족으로 CJ E·M이 어려움을 겪을 때 우리 측 관계인들이 도움을 줬고 계좌도 빌려줬는데 이후 CJ E·M은 영화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투베어픽처스의 대표 송모 씨는 이 일로 큰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뇌출혈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잦은 전화에 대해서도 “내 휴대폰 통화 내역에 따르면 2012년 1월부터 6월까지 CJ E·M 상무와 부장의 휴대전화로 각각 7회, 1회 전화했다. 영화 기획개발 계약을 맺은 상태에서 이 정도 전화한 것을 두고 ‘업무 방해’ 등 과장된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