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세계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공조를 통해 세계 각국이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올해 중에는 그 효과가 가시화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 부실처리 및 구조조정의 여파가 가계로 파급되면서 소비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각국은 자국의 경기회복을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 아시아 신흥국들, ASEAN, 러시아, 중국 등과 같은 수출의존형 경제에 더 큰 타격이 우려된다.
미국 경제는 하반기 중 경기저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에는 신용경색과 경기부양책의 시행 지연, 소비 및 투자 심리의 위축 등으로 인해 침체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방준비은행(FRB)의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금융경색이 지속되고 주택가격 및 주가하락, 고용불안으로 가계가 지갑을 열기는 힘들 전망이다. 유럽 경제도 2009년 중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용경색의 장기화로 인해 기업과 가계의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투자와 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영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2.8% 성장이 예상된다. 건설·제조업에서 생산 활동이 부진한데다, 주택버블 붕괴로 금융산업이 침체돼 경제가 극도로 불안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는 엔고와 그에 따른 수출부진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세계 금융 불안의 영향으로 인해 그동안 세계 자금공급원 역할을 하던 엔화가 회수(엔 캐리 청산)되면서 엔화 가치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이로 인해 자동차, 전자 등 내구재의 수출에 강점을 가진 일본의 산업구조 자체가 오히려 구미보다 강한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 내수성장력이 취약한 일본 경제는 수출 감소로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의 급격한 악화로 인해 중국경제도 빠르게 감속하고 있다. 2003~07년의 5년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 해왔던 중국 경제는 2008년에는 9.1%로 한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09년에는 선진국 수입수요 감소로 20~30% 대를 유지하던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전망이다. 그러나 경기 감속에 대응한 정부의 강력한 내수부양 정책에 힘입어 8%대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 감속을 우려한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추진해온 균형 중시의 경제정책을 접고 경제운영방침을 ‘성장률 유지’를 우선하는 정책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4조위안 규모의 재정투자에다 강력한 가전제품 소비촉진 정책까지 동원하고 있다. 또한 중국 정부는 세계경제가 예상보다 더 악화될 경우 추가적인 내수확대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2009년 경제성장률을 8%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금융당국의 공격적인 정책금리 인하 및 유동성 공급 조치로 단기 금융시장 경색은 다소 완화됐지만 글로벌 신용 경색은 지속되고 있다. 단기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TED 스프레드는 지난해 11월 사상최고 수준인 425bp까지 상승했으나 현재 100bp 이하로 하락했다. 그러나 기업 부도 위험 우려로 신용스프레드가 크게 확대되고,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반영하는 미국의 VIX(Volatility) 지수도 여전히 높다. 시티그룹 및 GM 파산위험이 부각되며 지난해 11월 중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던 VIX지수는 이후 하락했으나, 아직 지난해 9월 리먼 사태 당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금융 불안은 금융권의 부실 확대 우려로 상반기 중에는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의 주택가격 하락, 주요국의 금융기관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실업증가, 주택가격 하락 및 신용경색이 지속되며 카드사업 등 소비자금융 부문과 기업대출 부문으로 부실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각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유동성 공급 효과로 금융 불안이 점차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큰 문제로 부각된 상업은행의 파산 우려는 낮다. 상업은행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금융사의 우선주(의결권이 없는 주식)를 매입하는 부분 국유화에 은행 간 대출에 대해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방안을 동시에 추진하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예상된다.

2009년 상반기에는 수출 감소와 내수부진의 골이 깊어지면서 경기하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해 1/4분기에는 지난해 4/4분기의 급락에 따른 반등으로 경제성장률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4/4분기에 민간소비 증가율은 -4.4%로 경제성장률 -3.4%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는데 이는 지나친 측면이 있다. 소비는 2003~04년 중 가계버블 붕괴 이후 조정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2/4분기에는 소비부진이 심화될 전망이다. 소비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일자리 창출 부진이다. 가계버블 붕괴로 심각한 소비부진을 경험한 2003년의 경우 연평균 취업자 수는 전년에 비해 3만명 감소했다. 이른바 소비부진으로 기업의 인력조정이 본격화하고, 취업자 감소가 다시 소비를 둔화시키는 소비부진과 고용악화의 악순환이 진행된 것이다.
올해 2/4분기에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더라도 경기회복은 매우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지난해 4/4분기 이후 재고가 크게 누적돼 이를 소진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후에도 심각한 재고누적 현상이 나타났는데, 당시 이를 해소하는 데 6개월이 걸렸다. 당시 수출용 출하증가율이 20%를 넘어서는 등 재고조정에 수출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외환위기 당시와는 달리 2009년 세계경제는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수출을 통한 재고조정은 어려워 재고 소진 기간도 외환위기 직후보다 더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하반기 중 경기가 상승국면으로 진입하더라도 그 속도는 매우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성장률은 상반기 -3.8%, 하반기에는 -1.0%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