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호

실리콘 젖병 개발한 (주)포베이비 조경성 사장

환경 호르몬 제로, 엄마 가슴 같은 실리콘 젖병 개발

  • 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04-01-29 11: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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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의 피부와 비슷한 재질이면서 환경호르몬이 전혀 없는 실리콘 젖병은 유아의 건강과 정서 발달에 좋다고 한다. 실리콘 젖병을 개발한 (주)포베이비 조경성 사장을 만나보았다.
    실리콘 젖병 개발한 (주)포베이비 조경성 사장

    독실한 크리스천인 조경성 사장은 돈을 많이 벌기보다는 아이들 건강에 정말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젖병이 탄생했다. (주)포베이비(www.forbabyi.co.kr)가 개발한 앙뽀 젖병이 바로 그것이다. 앙뽀(infant peau)는 프랑스어로 아기 피부라는 뜻이다. (주)포베이비의 조경성(47) 사장은 “환경호르몬이 전혀 배출되지 않는 의료용 액상 실리콘으로 만들어 ‘아기 피부’처럼 부드러운 젖병”이라고 강조했다.

    “병원에서는 보통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 젖병을 사용합니다. 플라스틱에서 검출될 수 있는 환경호르몬 때문이죠. 하지만 유리 젖병은 깨질 위험이 있어 일반 가정에서 쓰기는 쉽지 않죠. 플라스틱 젖병이나 유리 젖병 모두 아기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하면 정말 아기를 위한 젖병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떠오른 것이 실리콘이었습니다.”

    무색, 무취, 무독성으로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얻어 안전성을 검증받은 실리콘은 이미 여성들의 가슴 성형수술 재료로 사용되는 등 인체에 해가 없는 물질로 꼽혀왔다. 그 동안 젖병의 젖꼭지는 실리콘으로 만들었지만, 젖병을 실리콘으로 만든 건 국내 최초(실용신안 제 0286231호)이자 세계 최초다(세계 특허 출원중).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그 동안 계속 플라스틱 젖병만 사용해오다가 1990년대 후반 고온으로 가열할 때 환경호르몬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유리 젖병으로 대체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다 환경호르몬을 기준치 미만으로 줄인 플라스틱 젖병이 개발되면서 다시 플라스틱 젖병이 주류를 이뤘다.

    “기준치 미만이라고는 하지만 플라스틱 젖병에는 분명 환경호르몬이 존재해요. 아주 소량이라도 아기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깨질 위험이 있어도 환경호르몬이 전혀 검출되지 않은 유리 젖병을 선호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환경호르몬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몰라서 플라스틱 젖병을 사용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환경호르몬은 주로 성호르몬에 영향을 끼친다. 불임, 정자 수 감소, 성기 발달 미숙, 성욕 감퇴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한 연구소에서 1년 동안 악어를 대상으로 환경호르몬의 영향에 대한 실험을 했는데, 환경호르몬에 노출된 악어의 경우 성기가 거의 자라지 않았습니다. 요즘 불임이 늘어나고 있잖아요. 저는 알게 모르게 환경호르몬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기초적인 신체발달이 이뤄지는 신생아 때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는 것은 무척 위험합니다.”

    조 사장은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것 외에도 실리콘 젖병은 수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실리콘이 사람의 피부처럼 부드럽고 말랑말랑해서 아기의 정서 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것.

    정서발달에 좋은 젖병

    “아기는 4∼5개월만 되면 엄마 젖을 잡는 것처럼 젖병을 움켜잡고 먹습니다. 그런데 실리콘은 피부와 가장 흡사한 재질이에요. 그래서 아기는 실리콘 젖병을 만지면서 엄마 젖가슴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말랑말랑하기 때문에 아기가 젖병을 꾹 누르면 내용물이 너무 많이 나와 체히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하지만 아기가 빠는 힘이 손으로 누르는 힘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그럴 일은 생길 수 없어요. 젖을 잘 빨지 못하는 미숙아에게 눌러서 수유할 수 있으니 더욱 좋다고 봐야겠죠.”

    실리콘 젖병 개발한 (주)포베이비 조경성 사장

    (주)포베이비에서 만든 제품들. 왼쪽부터 앙뽀 젖병과 어린이용 머그컵 그리고 맨 앞에 있는 것이 아모르 젖병이다.

    조 사장은 그 외에도 실리콘 젖병은 모유나 우유를 오래 담아둬도 잘 상하지 않고 젖병 자체에 냄새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또 플라스틱 젖병은 오랜 시간 끓는 물에 소독하면 안 되지만(플라스틱이 뜨거운 곳에 오래 노출되면 환경호르몬을 더 많이 배출한다) 실리콘 젖병은 아무리 오래 끓여도 열에 의한 피해가 전혀 없고 전자레인지에서 소독할 수도 있다.

    게다가 기존의 플라스틱 젖병은 4∼5개월마다 교체해야 하나(이것 역시 환경호르몬 때문이다. 환경호르몬을 기준치 미만으로 줄인 플라스틱 젖병이라고 하더라도 약 4∼5개월 사용하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될 가능성이 높다) 실리콘 젖병은 교환할 필요 없이 아기가 성장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또 젖병을 위에서 누르면 구석구석까지 손이 닿기 때문에 깨끗이 세척할 수 있다.

    조 사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엄마 젖가슴 모양의 아모르 젖병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견착 벨트를 이용해 젖병을 가슴에 달고 먹이기 때문에 누구나 아기에게 엄마 젖을 빠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

    앙뽀 젖병은 소형이 1만6500원, 대형은 1만8500원이고, 아모르 젖병은 2만5000원이다. 어린이용 머그컵은 1만6500원이며 아모르 젖병 2개와 앙뽀 젖병 작은 사이즈 한 개로 이뤄진 세트는 5만5000원이다. 포베이비 홈페이지나 온라인 쇼핑몰인 CJ몰(www.cjmall.com)에서 구입할 수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 강신명 박사(전 이화여대 병원장)는 “실리콘 젖병은 안전성이나 편리성에서 모두를 놀라게 하는 제품으로 21세기 세계 젖병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5년간 5000억 매출 목표

    하지만 아직까지 매출이 많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1억5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는데, 연구 개발비만 11억원이 들어 아직은 적자 상태. 특히 아모르 젖병의 매출이 미미했다고 한다. 젖가슴 모양의 젖병을 가슴에 단다는 것 자체가 다소 낯설고 선정적으로 느껴지기 때문. 아모르 젖병을 개발하자 처음에 몇몇 친구들이 대놓고 “게이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물건”이라고 놀리기도 했다. 하지만 조 사장은 “아기의 정서 발달에 아모르 젖병만큼 좋은 것이 없다”면서 사람들의 인식도 점차 바뀔 거라고 믿는다.

    올해의 목표 매출액은 국내에서만 50억원 정도다. 외국 시장까지 합쳐서 향후 5년 동안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조 사장은 “고무 젖꼭지가 1∼2년 만에 100% 실리콘 젖꼭지로 바뀐 것처럼 조만간 젖병도 모두 실리콘 젖병으로 교체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 50만명을 기준으로 볼 때 국내에서 한 해 평균 젖병 1200만병이 소비됩니다. 실리콘 젖병을 개당 1만7000원으로 계산하면 국내에서만 약 2000억원 정도의 시장이 형성되는 겁니다. 외국시장까지 합친다면 5000억 이상의 매출은 거뜬히 올릴 수 있습니다.”

    현재 (주)포베이비는 대만의 대표적인 유아용품업체인 ‘러블리월드’와 10년간 독점계약을 체결했고 최근 미국의 유아용품업체인 ‘러브 포 베이비’와도 계약을 맺었다. 일본과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도 독점 판매권을 놓고 협의중이다.

    이처럼 유아용품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주)포베이비는 사실 설립된 지 2년이 안된 신생기업이다. 조경성 사장 역시 유아용품에 대해서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회사를 설립하기 전 의학전문 출판사 칼빈서적을 20여년 동안 운영해왔다.

    출판사 운영하다 사업구상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출판을 공부하기 위해 싱가포르로 유학을 떠났어요. 국내에는 출판을 공부할 만한 전문 기관이 없었거든요. 어릴 적부터 책을 볼 때 내용이 아닌 편집, 구성, 기획, 저자 등을 먼저 보는 습관이 있었어요. 책을 만드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죠. 1983년 귀국한 후 조그마한 출판사를 차렸어요. 처음에는 이런저런 책들을 다 내다가 의사인 형님의 영향을 받아 의학서적을 주로 제작하게 됐어요.”

    “오랜 세월 의학 관련 논문 및 서적 등을 내다보니 웬만한 것은 의사보다 잘 안다”며 그는 싱긋 웃었다. 특히 산부인과·소아과와 관련된 서적을 많이 제작했는데, 그 때마다 조 사장이 직접 내용 전체를 교정을 봤다. 그래서일까. 평소 아이들의 건강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3년 전 갑자기 ‘아이들 건강에 요긴한 물건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하나님의 계시 같았어요. 절친한 의사들에게 제 생각을 말했더니 다들 ‘어떤 재질이 아이에게 좋다’ ‘어떤 재질은 아이들 용품에 쓰면 절대로 안 된다’ 등 많은 조언을 해줬죠. 그러던 중 제 머릿속을 번뜩이며 스쳐지나간 것이 바로 실리콘 젖병이었어요.”

    그의 사업계획을 들은 의사 친구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워 아기 정서에도 좋은 실리콘 젖병. 다들 완벽한 아이디어라고 입을 모았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2002년 6월 ‘아기를 위해’라는 뜻의 (주)포베이비를 설립했다.

    “하지만 사업이라는 게 쉽지만은 않더군요. 처음에는 좌충우돌을 많이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품 개발비가 생각보다 훨씬 많이 들었어요. 2억∼3억원이면 될 줄 알았는데 11억원이나 들었으니까요. 출판사에서 번 돈을 고스란히 포베이비에 갖다 부었죠. ‘괜한 일을 벌여서 전부 말아먹는 것은 아닌가’ 고민도 많이 했어요. 그렇게 힘들게 제품을 만들었더니 이번엔 영업실적이 엉망인 거예요. 저 자신도 영업 전문가가 아니었으니 제대로 파는 법을 몰랐던 거죠.”

    초창기에는 제품 연구 및 제작, 사업 기획과 영업까지 직접 했지만 이젠 제품 연구 및 제작만 (주)포베이비에서 담당하고 나머지는 외부 전문가에게 맡긴다고 한다. 직원 수도 18명에서 6명으로 대폭 줄였다. 대신 연구하고 제작하는 데 도움을 줄 만한 산부인과 전문의 20여명을 자문위원으로 뒀다.

    그는 이런 연구진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젖병뿐 아니라 다양한 베이비 케어 용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주재료는 실리콘이다.

    조 사장은 불혹이 훨씬 넘은 나이에 괜한 일을 벌인 것 같다고 후회할 때마다 아이들 건강에 도움을 주는 정말 좋은 일을 시작한 것이라며 격려해준 부인 방효순(47)씨가 정말 고맙다고 털어놓았다.

    실리콘의 무한한 가능성

    “아내는 제가 출판 일을 하는 것보다 이 일을 하는 것을 훨씬 좋아해요. ‘이렇게 좋은 젖병을 왜 이제야 만들었냐’고 말하곤 합니다. 우리가 아이들을 키울 때는 이런 젖병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농담처럼 ‘하나 더 낳을까’ 하고 이야기한 적도 있습니다(웃음).”

    그는 며칠 전 자신이 교회에서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어린이용 머그컵을 선물했다고 한다. 신기해하며 머그컵을 만지작거리는 아이들을 보며 무척 흐뭇했다는 그는 앞으로 고아원이나 입양기관 등에 실리콘 젖병을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인터뷰 내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조근조근 자신의 포부를 털어놓은 그에게 마지막으로 경영철학은 어떠한지 물어보았다.

    “나이 들어서 시작한 일이라 그런지 돈을 크게 벌고 싶다는 욕심은 없습니다. 50이 다 된 나이에 돈을 많이 벌어봐야 어디에 쓰겠습니까(웃음). 그냥 어린이의 건강에 정말 좋은 제품을 만들어, 더 많은 아이들이 그것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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