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 대기기간 장기화는 K비자로 일부 해결 가능
- 학생은 연수용 인턴 프로그램 적절히 활용하라
- E2비자(사업비자)로는 5년 체류허가 및 노동허가 취득
- 1월7일 부시 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이민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발표장엔 미국내 히스패닉 지도자들이 참석함으로써 이 개정안이 불법체류자 800만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멕시칸을 위시해 라틴아메리카 민족을 겨냥한 조치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미국내 한국인 불법체류자들과도 무관하지 않다. 미국 이민법 개정안과 관련, 향후 예상되는 미국 이민의 변화상을 미리 알아본다(편집자).
미국 이민법 개정안 발표로 한국인의 미국 이민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이 매년 영주권을 부여하는 쿼터 수는 67만5000명으로 이중 14만명만이 취업에 근거한 영주권자다. 이처럼 제한된 이민자 수에 비춰볼 때 800만명에 이르는 불법체류자들을 합법화시킨다면 이는 미국 이민정책의 일대 전환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이민정책의 변화는 부시 행정부의 취임초 공약이었으나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내 안보상황 등을 이유로 그동안 많은 제약이 있었다.
9·11 이후 이민규정 엄격해져
실제 미국은 그동안 이민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많은 외국인들을 체포하거나 추방했다. 지난해 여름 한국의 미 대사관에 학생비자를 신청했던 P씨(24)도 그런 경우였다.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는 부모를 따라 어려서부터 필리핀에서 학교를 다닌 P씨는 미국 대학에 진학했다. P씨는 플로리다의 한 대학에서 공부하다 건강과 학업상 어려움 때문에 무작정 뉴욕의 대학으로 옮겨 학교를 다니던 중 9·11테러 일주일 만에 이민법 위반자로 아파트에서 이민성 직원에게 체포됐다. 옮긴 학교를 이민성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 P씨의 이민법 위반 사유다. 예전 같으면 이는 간단한 실정법 위반으로 미국내에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P씨는 체포된 지 일주일 후 자발적 추방을 조건으로 미국을 떠났다.
그러나 그후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필리핀에서 다시 학생비자를 받으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고국인 한국에서 다시 신청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P씨는 9·11테러 이후 강화된 비자발급조치 제한으로 국내에서도 비자를 발급받을 수 없어 결국 영국 유학을 택했다.
최근 미국 비자 발급에 대한 새로운 조치들은 대개 비자 발급과 관련돼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시행된 방문비자 신청자는 대부분 인터뷰를 거쳐야 하고, 미국 유학생들의 입국후 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 SEVIS라는 전산관리제도를 도입했다. 또 올해부터는 미국 입국자의 지문이나 사진촬영을 의무화하는 등 거의 모든 조치가 미국의 이민제도에 대한 관리와 통제용이었다.
이민개혁은 미래성장 전략과 관련
하지만 이번 이민법 개정안은 국가안보를 강화하는 한편 합법적인 이민자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제안으로, 지난 3년간의 이민제약정책을 바꿔놓는 새로운 변화라 볼 수 있다. 혹자는 선거를 겨냥한 일시적 방편이라 평가절하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미국의 향후 성장전략에 따른 적극적인 이민자 흡수정책의 일환이라 보여진다.
미국은 이민자로 이뤄진 국가이며 그동안 유능하고 숙달된 이민자들을 적극 유치하면서 오늘날 세계 제1의 국가를 이뤄냈기 때문에 어느 나라보다도 이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낙후한 주변국에서 밀려오는 불법체류자 문제, 미국 밖의 친척들을 초청한 경우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이민 대기기간, 외국인을 고용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긴 행정절차 등이 미국을 다른 어느 나라보다 이민 가기 어려운 국가로 만들고 있다.
미국 이민은 이민법에서 정한 자격이 충분하더라도 대기자가 많아 최소 2년에서 심하면 12년까지 대기해야 한다. 따라서 상당수 외국인들은 일단 방문비자를 가지고 미국에 입국한 뒤 무작정 불법체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IMF 외환위기 이후 미국에 입국해 제2의 인생을 꿈꾸는 불법체류자들이 많다.
현재 미국내 한국인 불법체류자의 수는 대략 18만명 정도로 추산되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전망한다. 처음부터 불법체류를 겨냥하고 나간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개는 이민법 조항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또한 미국 이민당국의 이유없는 장기간 대기 명령 때문에 합법적으로 미국 이민을 갈 수 있는 사람들마저 불법을 계획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K씨(50)는 미국 밀입국 직전 필자를 만나 밀입국을 모면한 경우다. 그는 젊은 시절 국내 기업의 주재원으로 미국에 나가 현지 시민권자인 교포를 만나 결혼했다 5년 전 한국내 부모님의 권유로 영구귀국하면서 영주권을 미 대사관에 반납했다. 하지만 부인과 자녀들이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부인과 자녀들은 미국 시민권자라 미국 입국에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영주권을 포기한 K씨는 미국 정부로부터 재입국에 필요한 비자를 받을 수 없었다. 일단 가족들만 미국에 입국하고 K씨는 한국에서 부인이 다시 초청하기를 기다렸지만 이민성에 접수한 초청이민 수속이 뚜렷한 사유 없이 지연되면서 2년 간이나 가족들을 못 만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다 마침내 멕시코 국경을 통한 미국 밀입국을 계획하게 됐고, 떠나기 직전 모 여행사 직원의 권유로 필자를 찾아오기에 이르렀다.
미국정부는 이민 대기기간의 장기화로 인해 가족간 이별이 길어지자 그들을 구제하기 위한 새로운 타입의 비자를 만들었다. 그중 하나인 K비자는 보통 미국 시민권자와의 결혼이 예정된 약혼자들을 위한 비자인데, 미국 시민권자의 배우자로 이민초청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다. K씨는 이 K비자를 통해 2개월 만에 미국에 합법적으로 입국할 수 있었다. 비자를 손에 쥔 K씨는 오늘도 미 대사관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미국 입국을 위해 비자 브로커나 밀입국 알선책들을 만나고 있다고 전한다.
美 이민 관련 전문정보 부족
필자는 지난해 11월 전직 주한 미 대사가 미국과 한국의 관계증진을 위해 주최한 소모임에서 국내의 미국 영사들과 한국인의 미국 입국을 위한 비자 문제에 대해 장시간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 이때 대다수 미국 영사들은 한국인들이 비자 신청에 대한 정확한 지식 없이 너무 소문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연봉이 얼마 이상 이어야 된다든지 미혼 여성은 비자를 받기 힘들다든지 하는 근거 없는 소문에 현혹돼 비자 발급 자격이 충분한 사람들조차 허위 서류를 만들어 영원히 미국 비자를 발급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가끔 한국의 대기업체 임원이나 주요 인사들의 미국 방문비자 발급이 거절됐다는 보도를 접한다. 이런 경우는 대개 해당 비자 발급에 필요한 충분한 서류들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비자는 방문목적이나 활동의 내용에 따라 각기 발급 비자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막연히 본인의 자격이 좋다고 해서 원하는 비자를 다 받을 수는 없다. 따라서 보통 신청하는 관광비자로 미국내에서 출장이나 업무를 보려고 하는 의도를 보일 때는 비자를 발급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젊은 학생들도 미국에 가고 싶어한다. 젊은 학생들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국내의 어려운 취업 현실 때문에 대학생들이 해외취업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미국 인턴십 참가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경제의 성장 한계와 한 곳에서 머물며 살고 싶지 않은 시대상을 반영하여 미국내 일자리를 찾고자 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교육은 해외에서 일할 수 있는 취업능력을 충분히 키워주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미국에서 일하려면 영어와 영미권 국가 문화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 하는데, 현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은 미국 진출을 원하는 한국의 젊은 인재들을 제대로 훈련시키기에 역부족이다. 따라서 대학생들은 휴학을 하고 미국에서 관련분야의 인턴과정을 통해 미국 문화와 영어를 체험하고자 한다.
한술 더 떠 중고등학생 사이에 미국 공립학교 교환학생 붐이 일고 있다. 미국 중고교의 교환학생 선발에는 한국내 주요 일간지의 부설 유학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 교환학생 제도가 인정되지 않고 있고, 일부 일선 교육청들은 그 제도가 불법이라고까지 단정하고 있지만,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고교 시절 이런 기회를 놓친 대학생들은 대학에서의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대학생들이 가는 미국의 인턴과정은 비교적 다양하다. 통상적인 경우는 유학을 하거나 어학연수 등을 거쳐 미국 기업에서 인턴을 하는 것이다. 학위과정의 유학을 마친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분야와 관련된 OPT라는 12개월짜리 인턴십을 학교에서 구해준다. 이 과정을 통해 실제로 미국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현지 채용의 기회를 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규 유학에는 경제적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미국 비자를 발급받으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주한 미 대사관.
연수용 인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직접 미국 회사에 근무하며 현장에서 부딪치면서 실무와 영어를 동시에 배우고 경우에 따라서는 보수도 받으므로 영어실력이 있는 학생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필자가 올해 신학기부터 한양대에서 강의하는 강좌도 인턴십 개발을 통한 미국 취업 코스인데 약 200명의 학생들에게 미국 취업 준비를 시키는 실무 강좌다.
또 다른 인턴 프로그램에 단기간에 떠나는 Summer Worker Travel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4개월 동안 미국내 국립공원이나 호텔, 식당 등지에서 유급으로 일하고 남은 1개월간 여행을 하고 돌아오므로 인턴십과 달리 유창한 영어실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대학생들은 이제 반드시 유학을 안 가더라도 본인의 실력과 영어만 갖추면 이러한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으로 진출할 수 있다. 미국 정부도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을 인턴으로 불러들이는 데 적극적이다. 2000년 10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21세기 미국의 경쟁력을 위한 법’을 제정할 때도 그 핵심은 미국 기업이 필요로 하는 외국인 전문인력을 보다 쉽게 많이 채용하기 위한 이민법이었다.
최근 미 연방준비위원회 의장 그린스펀도 향후 10년내 미국 인구의 고령화 문제에 대비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이 세계 각국 젊은 인재들을 이민자로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성장의 한 축이 바로 이민이라는 점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다. 미국은 이민이 경제성장과 경쟁력을 위한 주요한 산업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고생과 대학생들이 주로 학업이나 연수 목적으로 미국으로 떠나는 데 비해 중장년층에선 사업을 통한 미국 진출이 최근의 대세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 이민은 먼저 이민 간 형제나 부모의 초청에 의한 것이거나 자동차정비, 요리, 전기, 배관, 미용 등 숙련기술을 가진 기술자들의 생계형 취업이민이 대종을 이뤘다.
최근 미국이민 추세는 사업 통한 진출
그러나 IMF 외환위기 이후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이민자들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바로 본인의 재력으로 미국에서 사업하고 정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증가한 것이다. 이민은 이제 더 이상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수단이 아니라, 미국에서 사업으로 돈을 벌고 자녀들을 미국에서 공부시키고자 하는 형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젊은 시절의 경험과 자본을 축적해 사회에서 제2의 창업을 해야 할 한국의 예비기업가들이 미국에서의 사업 인생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의 사업비자는 투자비자라고도 하며 E2비자라고도 한다. 이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약 2억∼3억원을 투자하고 미국에 비즈니스를 창업 또는 매입함으로써 5년의 체류허가와 노동허가를 함께 얻을 수 있다. 본인이 이 비자를 받으면 배우자는 미국에서 취업허가를 받을 수 있고 자녀들은 미국의 공립학교나 주립대에서 미국 시민과 같은 학비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의 미 대사관에 미국에서 사업을 하겠다고 신청한 개인들의 사업비자 숫자는 매월 30여건에 이르렀다. 미국에서 신청하는 숫자가 한국내의 3배 정도인 점을 감안하고 비자 1건에 통상 4인의 가족이 포함된다고 보면 매년 약 5000명의 한국인들이 이 사업비자를 받아 나가고 있다고 추산할 수 있다. 이러한 숫자는 미국의 주요 외국인 투자국인 일본, 영국, 독일과 비교해도 적은 숫자가 아니다. 미 국무성의 과거 자료에 비춰볼 때도 2000 회계연도에 사업비자를 받은 한국인은 총 1388명으로 한해 전의 806명에 비해 72.2% 늘었으며 국가별로는 일본, 영국, 독일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2001 회계연도 상반기에도 사업비자를 받은 한국인은 703명으로 3년 이상 연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사업비자는 새로운 사업체를 창업하거나 기존 사업체를 구입함으로써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사업체를 구입했을 경우 누구나 쉽게 사업비자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미 이민법상 사업비자를 받고자 하는 신청인들은 이 사업체에 대한 투자가 단지 자기나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 이상으로 현지 직원들을 고용할 만한 투자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입한 사업체가 가족의 생활에 필요한 수입을 훨씬 능가하는 수입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이러한 수입을 결정하는 절대금액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영사들은 투자하는 지역이 시골이냐 대도시냐에 따라 이 금액에 대한 기준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연간 4만∼5만달러 정도의 수입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내 한국 교포들이 운영하는 사업체들은 세금 보고시 상당한 금액들을 누락시킴으로써 대부분 이 기준에 미달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체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J씨(55)는 한국에서 식당을 하여 많은 돈을 벌었고 시의회 의원까지 지냈을 만큼 성공한 인물이었다. 자녀들도 모두 성장해 교육을 위해 미국에 갈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사업하면 한국에서보다 더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약 2년간 미국을 다니며 시장조사를 한 뒤 LA의 미국인 오피스 거리에 위치한 식당을 인수했다. 인수한 식당의 위치가 워낙 좋고 인수금액이 50만달러에 달하는 거액이라 J씨는 자기 자금 30만달러에 은행융자 20만달러를 합쳐 그 식당을 인수했다. 하지만 식당을 판 주인이 식당에 대한 실제의 실적치보다 적은 금액으로 세금보고를 했고 은행융자를 받은 탓에 J씨의 사업비자는 거절당했다.
다행히 J씨가 인수한 식당 가격이 사업비자를 준비하는 몇 달 사이에 30 % 이상 급등해 J씨는 막대한 금액의 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J씨는 작년도 결산실적과 그후 일부 상환한 은행 융자금 등의 조건으로 현재 사업비자 재신청을 준비중이다).
사업비자를 받으려면 투자한 사업체에서 벌어들일 수입이 단순히 생계를 유지할 정도가 아닌 현지 직원을 고용할 만한 수준이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한계사업이 아니어야 한다는 말인데, 이 조건 때문에 상당수 신청인이 비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주로 교포들의 사업체를 많이 인수하는데 세금보고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인수할 경우 이 사업체에서 보고한 수입이 미 보건성이 정한 최저빈곤선 이하에 해당되어 한계사업으로 규정되어 있으면 사업비자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사업비자를 신청하기 위해 오는 고객들로부터 필자가 제일 먼저 확인하는 조건이 바로 이 한계사업이냐 아니냐 하는 점이다. 따라서 투자금액을 낮추게 되면 인수하는 사업체의 수익능력이 떨어져 한계사업 문제로 비자를 못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수익성만 충분하면 불과 몇 만달러를 투자해도 비자를 받을 수 있다. 미국 사람들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따지는 성향을 이런 면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국에서 만약 이런 식으로 정해놓으면 당장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비판받을 것이다. 모든 사례에 똑같이 적용되는 기준을 이제는 만들 수 없는 시대다.
사업체 근무자도 비자 받을 수 있어
사업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투자자가 그 사업체를 경영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야 한다. 사업체의 지분을 50% 이상 보유하고 경영자로서 실제 업무를 감독할 수 있으면 업무경험이 없는 주부들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한 사업체에 두 사람이 합작 투자하는 경우엔 한 사람만이 사업비자를 받을 조건이 된다. 그러나 다른 한 사람에게도 받을 길이 없는 건 아니다. 사업비자는 신청인의 자격에 따라 투자자로서 받는 비자와 그 사업체에서 일하는 필수요원으로서 받는 비자 두 가지로 나뉘기 때문이다. 합작 투자자의 경우 한 사람은 투자자로서 받고 다른 사람은 그 사업체에 근무할 필수요원임을 증명하여 받으면 된다. 이 조건으로 사업비자를 받은 J씨(47)는 국내에서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의 해외 현지직원으로 미국에서 5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었다. 몇 년 전 한국에 들어와 시작한 사업이 부진하자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투자를 계획하고 있던 중 우연히 LA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현지 매니저로 취업 제의를 받았다. 결국 큰 돈을 투자하지 않고도 현지 법인의 전문경영인 자격으로 사업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 사업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급격하게 달라진 국내의 취업현실로 인해 40대에 접어든 직장인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은 제2의 인생을 계획해보게 된다. 이민은 새로운 인생설계에 또 하나의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민 가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또 다른 도전이다. 그동안 한국 사람들이 선호했던 이민국인 캐나다나 뉴질랜드 등은 그 나라에서 아직까지 한민족 경제 파워가 형성돼 있지 않아 활발한 경제활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미국은 다르다. 미국에선 한국말을 사용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한 능력으로 부각될 만큼 한국 사람들의 경제능력이 커지고 있다.
이번 부시 미 대통령의 이민개혁의 기본 정책은 불법체류자들을 합법화하여 미 국경의 안보를 강화한다는 근본 이유 이외에도 미국내의 부족한 인력을 외국 근로자로 보다 더 용이하게 보충하겠다는 장기적인 인력 수급과 경제적 이유에도 기인하고 있다. 이렇게 불러들인 외국 근로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한 지원책으로 세금우대저축제도를 만들고 또한 미국에 체류하고자 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영주권 문호를 대폭 확대하는 등 대폭적인 이민자 확대정책이 포함돼 있다.
향후 미국 이민정책의 변화
미국의 불법체류자 합법화 조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6년 이민법 개혁으로 1982년 전에 미국에 불법으로 체류했던 270만명의 불법체류자들이 1990년까지 모두 합법적인 영주권을 받았다. 클린턴 행정부 말기인 2001년 1월부터 4월 말까지 245(i) 조항의 한시적 부활을 통해 불법체류자들이 미국내에서도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약 800만명의 불법체류자들이 미국에 머물고 있으며, 그 숫자는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2000년도 미국 전체 노동력에서 불법체류자의 비율은 13%에 육박하고 있다. 물론 이 숫자엔 합법적인 외국인 근로자도 포함되어 있다. 어쨌거나 이러한 일련의 불법체류자 구제조치로 인해 미국에 일단 입국하여 버티기만 하면 언젠가는 합법적인 신분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의 이번 이민 개혁이 또 다른 불법체류자의 양산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마이애미대의 이민법 교수인 데이비드 아브라함 교수는 ‘뉴욕 타임스’를 통해 부시의 이번 이민 개혁안은 1950년대에서 70년대까지 독일이 수백만명의 터키 및 유고 인력을 불러들이기 위해 시행했던 게스트 워커 프로그램(Gue st Worker Program)의 일종이라 단정하면서 이미 독일에서 문제가 되었던 제도를 미국에 도입한다고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따라서 부시의 법안은 의회를 거치면서 상당한 수정이 가해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능력 있고 젊은 외국 인재들의 미국 이민은 어떤 형식으로든 계속 장려될 것이다. 그동안 테러와의 전쟁으로 어려워진 경제여건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이민정책의 변화로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내 취업이나 교육, 경제여건 등으로 미국으로 가고자 하는 한국인들의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동안 장기간의 대기로 인기를 끌지 못했던 미국 취업 이민자의 수가 증가할 것이고 또한 사업을 통해 미국에서 정착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미국이 21세기에 바라는 인재들이기 때문이다.
이민은 세계적 추세, 더욱 증가할 것
우리는 향후 경험과 기술과 자본을 가진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 남아 있는 사람들만으로 국민소득 2만달러를 창출해야 하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민을 떠난 한국인들도 결국에는 한민족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다시 고국의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란 전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시민권을 받을 때 태어나고 자란 고국을 잊고 미국 시민으로서 미국의 권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선서하지만, 자기가 태어난 고국의 이익을 위해 힘이 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든 줄어들든 이제 더 이상 국가와 사회가 관여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이민은 이제 전세계적 추세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태어난 땅에서만 살아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자신의 꿈을 펼칠 나라를 찾기 위해 매년 2억명이 넘는 인구가 이민, 유학, 취업 등의 이유로 외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오늘날 미국이 왜 인재들을 강하게 흡수하는지에 대해 보다 더 깊이 생각하고 떠나는 사람들이 시행착오 없이 보다 더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오히려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한 또 하나의 투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