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음식물을 먹는 것처럼 엔진은 공기와 연료를 먹는다. 공기와 연료를 잘 소화시키려면 이들을 혼합해 압축한 다음 점화를 시켜야 한다. 공기와 연료가 혼합된 혼합기가 점화에 의해 연소되는 것은 음식물이 소화되는 이치와 같다. 이렇듯 엔진에서 출력이 발생하는 과정은 우리가 음식물을 섭취해 생활에 필요한 원동력을 얻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그러니 엔진이 정상적인 출력을 내려면 엔진으로 공기가 잘 흡입돼야 하고, 연료공급도 원활해야 하며, 실린더의 압축과 점화가 제대로, 그리고 제때 이뤄져 혼합기가 잘 연소돼야 한다. 또한 혼합기가 연소된 결과물인 배기가스가 원활하게 배출되어 엔진 입구에서 마지막 출구까지의 흐름에 막힘이 없어야 한다.
이런 조건들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엔진 출력은 당연히 떨어진다. 엔진오일·에어클리너 필터·점화플러그 교환, 적정량의 냉각수 관리 등 운전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인 수준의 차량 관리항목들은 대개 엔진 출력 저하를 예방하는 조치들이다.
에어클리너 필터에 불순물이 많이 부착되면 엔진으로 들어가는 공기의 흐름이 방해를 받게 된다. 그래서 엔진오일을 교환할 때는 대개 에어클리너 필터도 함께 교환한다. 그런데 엔진에 특별한 고장이 없어도 냉각수가 부족하거나 라디에이터 그릴 부위가 막혀 있으면 엔진 출력이 떨어진다.
실제 엔진 출력에 관계하는 것은 흡입공기의 부피가 아니라 흡입공기의 질량이다. 냉각수가 모자라거나 라디에이터 그릴 부위가 막히면 보닛에 덮여 있는 엔진 룸의 온도가 높아지고, 엔진 룸을 가로지르는 통로를 거쳐 엔진으로 흡입되는 공기도 가열된다. 이렇게 가열된 공기는 부피는 같더라도 질량은 줄어들게 된다. 섭취량이 줄었으니 출력이 약해지는 건 당연하다. 따라서 냉각수의 양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차를 장식할 목적으로 불필요하게 라디에이터 그릴 부위를 막는 것은 삼가야 한다.
머플러를 포함한 배기관에 배기가스의 흐름을 저해하는 물질이 있어도 엔진 출력이 떨어진다. 배출이 원활하지 않으니 먹고 소화시키는 것도 힘겨워지는 것이다. 요란한 배기 소음을 내며 도로를 주행하는 소위 튜닝카들이 머플러의 배출구를 크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아무리 가속페달을 밟아도 속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기 힘든 차량이라면 배기관 내부에서 배기가스의 흐름을 막고 있는 게 없는지 확인해보기를 권한다. 특히 점화플러그, 하이텐션 코드, 점화코일, 배전기 등 점화계통에 고장이 난 적이 있는 차량은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