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아침형 인간’ 붐이 감지되자 한 달 사이 사이쇼 히로시의 ‘아침형 인간의 비밀’(아카데미북)과 ‘아침형 인간 성공기’(21세기 북스)가 잇따라 출간됐다. 12월에는 에다히로 준코의 ‘새벽2시에 일어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북@북스)까지 등장했다. ‘아침형’에 대한 반발도 나타났다. 니시무라 아키라의 ‘퇴근후 3시간’(해바라기)이 그것이다. 이 책의 띠광고지에는 ‘저녁형 인간을 위한 책’이라고 씌어 있다.
사실 이런 식의 시간관리와 자기계발서는 10여년 전 불었던 ‘시테크’ 붐의 연장선상에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아침형이냐 저녁형이냐, 종달새형이냐 올빼미형이냐로 나누고 ‘아침형’ 쪽에 좀더 가치를 둔다는 것뿐이다. 어쨌든 요즘 사람들은 시간을 잘게잘게 쪼개서 일초의 낭비도 없이 쓰자는 ‘시테크’보다 “일 잘하는 사람은 오전 10시까지 승부한다”(다카이 노부오)와 “아침의 1시간은 낮의 3시간이다”(사이쇼 히로시) 같은 말에 더 이끌린다. ‘아침형’의 위력은 내용보다 제목의 ‘신선감’ 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이처럼 책 제목이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다 보니 ‘잘나가는’ 제목을 놓고 출판사간에 과도한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연말정산 시즌에 맞춰 벌어진 것이 ‘세금 전쟁’이다. 2001년 출간된 노병윤의 ‘합법적으로 세금 안 내는 110가지 방법’(아라크네)은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절세하는 방법을 알려줘 크게 히트했다. 그러나 저자와 출판사 간에 마찰이 생겨 계약 기간 만료 전에 저자가 다른 출판사(비즈니스북스)로 옮기면서 문제가 생겼다.
출판가 원조논쟁
아라크네의 김연홍 대표는 “책 제목을 ‘합법적으로 세금 안 내는’이라고 달기까지 일본에서 출간된 ‘합법적으로 탈세하는 방법’과 독일의 ‘합법적인 세금 트릭 1000가지’를 참고했고, 제목은 출판사가 단 것이기 때문에 저자에게 권리가 없다”며 원고는 가지고 가되 제목은 쓰지 말 것을 요구했다. 대신 아라크네는 11월15일 신방수씨를 새 저자로 내세워 같은 제목의 ‘합법적으로 세금 안 내는 110가지 방법’(개인편·기업편)을 펴냈다. 노병윤씨의 구판도서는 11월 말까지 판매하기로 되어 있어 이 기간 동안 서점에는 같은 제목이면서 저자는 다른 책이 진열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이번에는 12월1일 개정판을 출간하려 했던 비즈니스북스와 저자 노병윤씨가 발끈했다. 하지만 원고를 가져오면서 같은 제목을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개정판 가제목을 ‘초합법적으로 세금 안 내는 112가지 방법’으로 달아 인터넷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아라크네와 비즈니스북스는 ‘초’자를 덧붙이고 ‘110’에서 ‘112’로 바뀐 제목을 놓고 계약위반이냐 아니냐 공방을 벌이다 결국 ‘확실하게 세금 줄이는 112가지 방법’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이 책의 띠광고에는 ‘합법적으로 세금 안내는 110가지 방법’의 2004년 개정 결정판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아무래도 시장 인지도가 높고 매력적인 이 제목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던 듯하다. 어쨌든 그 사이 독자들은 세 종류의 ‘합법적으로 세금 안 내는 110가지 방법’을 놓고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 경우 도대체 어느 쪽이 원조고 어느 쪽이 유사상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