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호

美 우주사령부 전력으로 본 한국 공군의 미래

宇宙軍으로 압축 성장 노려라

  • 글: 이정훈 동아일보 주간동아 차장 hoon@donga.com

    입력2004-01-28 13: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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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크 미사일 발사 탐지한 미국 조기 경보위성
    • 이라크, GPS 신호 방해 작전 구사
    • JDAM 폭탄 위력은 위성에서 나왔다
    • 열쇠구멍 KH-12 정찰위성의 비밀
    •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美 정찰위성 라크로스
    • 미니트맨과 피스키퍼 등 미국 ICBM의 비밀 철저 공개
    • 최고 12개 목표물 때릴 수 있는 피스키퍼
    • 美 MD 구축은 우주사령부가 있어 가능
    美 우주사령부 전력으로 본 한국 공군의 미래
    해군은 회식 자리에서 “바다로 세계로!”를 외치며 건배를 한다. 반면 공군은 “하늘로 우주로!”를 복창하며 잔을 든다. 공군에게 ‘하늘로 우주로’는 ‘지당’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러나 ‘우주로’ 향하는 것은 구호처럼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돈 없고 기술이 부족하다고 마냥 손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이미 세계 주요 국가의 공군들이 우주로 올라가는 ‘우주로(to the space)’를 이룬 데 이어 이제는 우주에서 지상을 투사(投射)하는 ‘우주로부터(from the space)’를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조물주처럼 우주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우주에서 지상을 공격하는 ‘우주 군대’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우주군의 위력이 여실히 드러난 것은 지난해 3월20일 발발한 이라크전쟁이었다. 물론 화려하게 우주전력을 구사한 것은 미국 공군.

    그러나 미국 공군은 그들의 우주 전력이 이라크전쟁에서 어떻게 활약했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공군의 우주 전력은 전세를 단번에 결정짓는 비밀병기가 되었다.

    전쟁에서 남에게 뒤처진다는 것은 곧 패배와 죽음을 의미한다. 반세기 전 이 땅에서 벌어진 6·25전쟁은 한민족의 생사를 다투는 싸움이었음에도 한국 공군은 미국 공군으로부터 “2등 공군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공중전에서 배제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한국 공군이 개입할 수 없는 형태로 공중전이 발전해버렸기 때문이었다.



    ‘2등은 곧 추락’

    6·25전쟁은 세계 전쟁사에서 제트기가 공중전에 투입된 최초의 전쟁이었다. 소련 공군은 미그-15, 미국 공군은 F-86(세이버)이라는 제트기로 전투를 했는데, 한국 공군은 한 세대 뒤진 프로펠러기인 F-56(무스탕)을 갖고 있었으니, 항공전이라고 하는 ‘무대’에 올라가면 벌집이 되기 십상이었다.

    지상전에서 2등 육군은 완패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하늘과 우주의 3차원 세계에서 2등은 곧 지상으로의 추락을 의미하므로 완패로 이어지게 된다. 지난해 3월의 이라크전 역시 2등 공군 무용론을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

    미국 공군은 도대체 어떠한 우주 전력을 갖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전력은 이라크전이라고 하는 실전에서 어떠한 위력을 발휘했던 것일까. 미국 공군의 우주 전력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미국이라는 ‘슈퍼 파워’가 둘러 쳐놓은 비밀의 장막을 들추고 그들이 감추려고 하는 우주 전력의 편린을 살펴보기로 한다.

    【To the Space 실현한 미국의 위성전력】

    DSP 조기경보위성


    지금은 관심 밖의 사항이 돼버렸지만 이라크전 개전 초기만 해도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군은 이라크가 보유한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두려워했다.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을 갖고 있기는 했지만 이라크가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의 요격에 실패한다면 상당한 피해를 입을 뿐 아니라 반미-반전 국가들로부터 조롱당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태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수출을 방해하는 요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으므로 미국은 이라크의 미사일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전쟁이 터지자 이라크는 스커드 B 계열의 미사일을 발사하지 못했다. 애초 UN과 미국은 ‘알 후세인’ 등 스커드 B 계열의 미사일을 대량살상무기(WMD)로 보고 있었다. 미국은 이라크 공격 논리를 대량살상무기 은닉에 두었는데,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이라크는 이를 전혀 발사하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은 미국의 주장과 달리 이라크가 스커드 B 계열의 미사일을 갖고 있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군은 사거리 150km인 알 사무드(Al samoud) 지대지 미사일을 11발 발사했다. 3발은 사람이 없는 바다나 사막에 떨어졌고, 나머지 8발은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에 요격돼 다국적군에게는 전혀 피해를 주지 못했다. 패트리어트는 미국 육군에서 운용하지만 알 사무드를 요격한 최대 공신은 미국 공군이었다.

    뒤에서 보다 상세히 설명하겠지만 미국 공군 우주사령부의 산하 부대는 ‘DSP(Defense Support Program)’라는 조기경보위성을 운용하고 있다. 이 위성은 적도 직상공 3만5786km라는 매우 높은 고도(高高度)에 떠서 지구 자전과 같은 속도로 적도 궤도를 돈다. 따라서 지상에서 보면 항상 같은 자리에 떠 있는 것처럼 보여 ‘정지위성’으로 분류된다. 이 위성은 지상에서 발사되는 물체를 탐지해 2분 이내에 ‘발사된 것이 무엇인지’ 식별해 이를 미 공군 우주사령부에 통보하는 일을 한다.

    DSP 조기경보위성은 원래 소련에서 발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감지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소련에서 발사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약 30분 후면 미국에 떨어지므로, 미국으로선 소련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았는지의 여부를 알아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대기권 밖의 우주로 올라갔다가 다시 대기권으로 진입한다. 그러나 이라크의 알 사무드나 한국이 보유한 현무 같은 미사일은 사거리가 짧아 대기권 밖으로까지는 올라가지 못한다.

    이렇게 DSP 조기경보위성은 대기권 밖으로까지 올라가는 대형 미사일(ICBM 등)이나 우주발사체의 발사 여부를 체크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성능이 뛰어나 스커드 B 계열의 작은 미사일의 발사 여부까지도 탐지해내는 또다른 능력까지 갖추게 되었다.

    DSP 조기경보위성이 포착한 정보는 통신위성을 통해 지상에 있는 미 공군 우주사령부에 전송되고, 이 정보는 다시 이라크 인근에 배치된 미 육군의 패트리어트 부대에 실시간으로 통보됨으로써, 패트리어트는 위험지역을 날아오는 알 사무드를 정확히 요격했던 것이다.

    소련 붕괴 후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는 스커드 B나 알 사무드 같은 작은 미사일의 위협이 증가했기 때문에 미국 공군은 미사일의 발사 여부를 보다 세밀히 추적할 수 있는 SBIRS(Space Based Infrared R System)라는 조기경보위성을 개발해 현재 제작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자국 및 동맹국을 향해 발사된 모든 탄도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MD(Missile Defense)라고 하는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이 MD를 구축할 수 있게 된 1차 요인이 바로 SBIRS 조기경보위성의 개발이었다.

    DSP와 SBIRS라는 ‘우주 천리안’으로 위협 세력을 샅샅이 살펴보고 있는 미국이다.

    DSCS와 Milstar 통신위성

    ‘천리안’인 DSP 조기경보위성이 발견한 정보를 지상에 있는 미군 부대에게 보내려면 이 위성과 지상의 미군 부대를 이어주는 통신시설이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방송위성통신체계라는 뜻을 가진 DSCS(Defense Satellite Communications System) 통신위성과 ‘군사전략·전술 중계’라는 뜻의 영문 ‘Military Strategic and Tactical Relay’의 머릿글자를 딴 Milstar 통신위성이다.

    이 위성들도 적도 직상공 3만 5786km의 고고도에 떠서 지구 자전과 같은 속도로 지구 궤도를 도는 정지위성이다. 미국 공군은 1966년 DSCS 통신위성을 처음 발사했는데, 그후 성능을 강화한 DSCS-Ⅱ, DSCS-Ⅲ를 발사해왔다. 통신위성은 군사용뿐만 아니라 민간용(상용)으로도 발전했다.

    상용 통신위성은 통신뿐만 아니라 위성방송에도 사용되므로 방송·통신위성으로 불린다. 현재 KT는 ‘무궁화’라고 하는 방송·통신위성을 운용하고 있다.

    DSCS 통신위성은 DSP 조기경보위성이 포착한 정보를 지상 수신소로 연결해줄 뿐만 아니라 미군이 사용하는 수많은 위성통신을 연결해주는 일도 한다. 이러한 위성통신은 무선(無線)으로 이뤄지므로, 가상적국은 감청하거나 아니면 방해전파를 쏘는 식으로 개입할 수가 있다. 가끔 라디오 다이얼을 돌리다 보면 ‘왈왈왈~’ 소리가 나오는 채널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방해전파를 맞은 주파수이다.

    따라서 가상적국으로부터 감청을 당하지 않고 방해전파를 극복해내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능력을 극대화한 신형 통신위성이 Milstar이다. 현재 미 공군 우주사령부는 DSCS 통신위성과 Milstar 통신위성을 각각 다섯 기씩 운용하고 있다.

    지도제작 위성 Land Sat(民軍 겸용)

    전쟁 수행시 정확한 지도를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라크처럼 모래폭풍이 불어와 지형이 자주 바뀌는 곳에서는 정확한 지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실시간으로 정확한 지도를 제작하려면 위성을 활용하는 것이 최고다. 1991년 걸프전쟁 당시 미군은 무려 3500만 장의 지도를 다국적군에게 제공했는데, 이는 지도제작 위성(Map Sat)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도제작위성은 군용과 상용이 따로 구분될 필요가 없으며, 따라서 미국 공군은 상용으로 발사된 지도제작 위성으로부터 작전지역의 지도를 제공받는다. 가장 유명한 지도제작위성은 Land Sat. 이 Land Sat 시리즈 중 가장 성능이 뛰어난 것이 Land Sat 7호로 해상도가 5m나 된다. 이 위성은 미국 국방부와 항공우주국(NASA)이 공동으로 띄운 것이다. Land Sat 7호가 획득한 지도 정보는 통신위성을 통해 미 국방부의 국방지도국(Defense Mapping Agency)으로 보내져 지도로 제작된다.

    전쟁과 날씨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날씨는 공군으로 하여금 목표공격 계획을 세우게 하고, 어떤 무장을 선택할 것이며 어느 방향으로 공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또한 지상군에게는 이동계획을 수립하고 야간작전을 펼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라크는 모래폭풍이 불어오는 곳인데 실전에 투입된 병사들이 ‘곧 모래폭풍이 불어온다’는 통보를 받는다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미 공군은 ‘방위 기상위성 계획’이라는 뜻의 영문 ‘Defense Meteorological Satellite Program’의 머릿글자를 딴 DMSP 기상위성을 활용해 정확한 기상 정보를 제공한다.

    미국 공군은 1960년 이후 30기 이상의 기상위성을 발사했는데, 이 위성은 1000km의 중고도에서 기상을 측정한다. 미국은 군용 기상위성인 DMSP 외에 상용 기상위성인 Aqua를 활용해 기상을 분석한다.

    기상위성은 통신위성, 지도제작위성 만큼이나 군용과 상용 간 호환도가 높아, 미국은 군용과 상용 기상위성 체계를 통합해 2010년부터 NPOESS (National Polar-orbiting Operational Envelopment Satellite System) 기상위성 체제를 운용할 예정이다.

    NAVSTAR GPS 항법위성

    위성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GPS 이야기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최근 목적지를 정확히 찾아주는 GPS 장치를 탑재한 차량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GPS의 원이름은 ‘지구상에 있는 위치와 시간을 정확히 알려주는 항법장치’라는 뜻을 가진 영문 ‘Navigation System Time And Ranging Global Positioning System’인데, 이를 NAVSTAR GPS 혹은 GPS로 부르고 있다.

    GPS 위성은 남·북극을 돌아가는 여섯 개의 궤도에 각각 네 개씩 모두 24기가 올라가 있다. 이 위성들은 2만km라고 하는 중궤도에서 12시간마다 한 바퀴씩 지구를 도는데, 이렇게 되면 지구상에 있는 모든 지점은 항상 네 개의 GPS 위성으로부터 신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네 개의 GPS 위성으로부터 신호를 받으면, 모래폭풍이 불어와 앞이 보이지 않거나 캄캄함 밤이 돼 지척을 분간하지 못해도, 현위치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만큼 정확한 기동이 가능해진다.

    1991년 걸프전 때 당시 다국적 지상군의 평균 기동속도는 시속 16km였다. 그러나 이라크전쟁 때는 네 배나 빠른 시속 60km로 진격했다. 사막에 익숙하다고 하는 이라크 지상군이 모래폭풍에 갇혀 꼼짝 못하고 있을 때 다국적 지상군은 GPS 위성 덕분에 방향을 놓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전진할 수 있었던 것이다.

    GPS 위성은 다국적 공군과 해군이 발사한 각종 첨단 유도무기를 정확히 유도하는 역할도 했다. 이라크전쟁 초기 최고의 스타는 다국적 해군에서 발사한 토마호크 미사일이었다. 토마호크는 마치 사람이 몰고 가는 가미가제(神風) 전투기처럼 악천후와 야음을 뚫고 정확히 목표를 찾아가 폭발했는데, 이러한 명중률은 GPS 위성이 보내준 신호 덕분이었다.

    이라크전에서 주목받은 또 하나의 스타는 항공기에서 투하하는 폭탄인 JDAM(Joint Direct Attack Munition : 합동직격탄)이었다. JDAM은 항공기에서 떨어뜨리는 낙하 폭탄인 데도 3m 오차 범위 내에서 폭발했다.

    전폭기나 폭격기 운영자는 사전에 공격 목표물의 좌표를 JDAM에 입력해놓는다. 전폭기와 폭격기 조종사는 목표물에서 꽤 떨어진 안전한 공역에서 JDAM을 투하하는데, 그때부터 JDAM과 GPS 위성이 신기의 기술을 보여주게 된다.

    JDAM에는 꼬리 날개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스마트 장치가 달려 있다. 스마트 장치는 GPS 위성의 신호를 받는 즉시 꼬리 날개의 각도를 수정해 자유낙하하는 JDAM을 비스듬히 사선(斜線)으로 날아가게 만든다. 사선으로 날아가는 도중에도 계속 GPS 신호를 받아 입력돼 있는 목표물의 좌표와 비교하면서 토마호크 미사일처럼 정확히 목표물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다.

    2001년 10월 아프간전쟁을 치른 미국은 1년 반 후인 2003년 3월 이라크전을 감행했는데, 그 사이 JDAM의 명중률이 현저히 높아졌다. 아프간전쟁 때 60%에 불과했던 명중률이 이라크전에서는 90%를 기록한 것. 이렇게 명중률이 크게 높아진 것은 스마트 장치의 개선 때문이었다.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따져본다면 JDAM은 토마호크보다 우수한 무기다. 토마호크는 600~1000km를 비행해야 하므로 몸체의 대부분을 엔진과 연료가 차지한다. 이에 비해 JDAM은 투하탄이기 때문에 엔진과 연료를 실을 필요가 없다. JDAM은 한 발당 가격이 토마호크의 5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GPS 위성은 정확한 시간을 제공한다. 재미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부지불식간에 이미 GPS 위성이 보내주는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에 찍혀 나오는 시간은 라디오에서 “뚜, 뚜, 뚜-” 하고 나오는 시보(時報)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는 모든 휴대폰이 GPS 위성에서 보내주는 시간신호를 잡아 띄워주기 때문이다.

    GPS 위성이 정확한 시간을 제공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전력이 되고 있다. 전투에서는 ‘집중’이 중요한데, 여기에는 한 지역으로의 집중뿐만 아니라 같은 시간대로의 집중도 중요하다. 육해공군에서 발사한 무기가 동시에 목표물을 타격한다면 적군은 상상하기 힘든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美 우주사령부 전력으로 본 한국 공군의 미래

    SAR 장비를 탑재한 라크로스 위성.

    미국은 여러 곳에서 발진한 공군기와 해군기, 그리고 여러 기지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거의 같은 시간에 목표물을 가격하도록 함으로써 이라크군이 받는 ‘충격과 공포’를 극대화했는데, 이는 GPS 위성이 보내준 시간 정보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GPS 위성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GPS 위성의 주파수(1227MHz와 1575MHz)가 만천하에 공개돼 있고, 대기권 밖에서 신호를 쏘다 보니 지상에 도달한 GPS 위성의 신호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가 이 주파수대로 강력한 방해전파를 쏜다면 그 지역에서는 GPS 신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토마호크와 전투기들은 엉뚱한 곳을 오폭하게 된다.

    이라크전 초기인 2003년 3월24일 미 백악관의 플라이셔 대변인은 “러시아 회사들이 GPS 교란장치를 이라크군에 공급했다.

    이 문제를 놓고 부시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화로 설전을 벌였다”고 발표했다. 플라이셔 대변인이 말한 GPS 교란장치는 1999년 파리 에어쇼 때 처음 공개된 것이다. 당시 러시아의 에이비어컨버시아 사는 직경 150~200km의 지역에 걸쳐 GPS 방해전파를 송출할 수 있는 무게 10kg 정도의 교란장비를 공개했었다.

    이라크전 초기 미국이 쏜 토마호크가 엉뚱하게도 사우디와 이란으로 날아가 폭발한 적이 있는데, 이는 이라크가 GPS 교란장치를 수입해 사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 일로 부시 대통령은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에게 이 장비의 판매 금지를 요구했고, 러시아는 미국의 협조 덕에 경제가 유지되는 터라 이를 수용해 ‘이라크의 항전’은 조기에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다.

    이처럼 GPS 신호가 손쉽게 교란될 수 있다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미 공군은 전파교란을 받지 않는 신형 GPS 위성을 개발해 2003년부터 2010년 사이 기존의 GPS 위성과 교체할 예정이다.

    아울러 미군이 사용하는 GPS 수신기도 교란신호를 제거하며 GPS 신호를 수신할 수 있도록 개량하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KH-12와 라크로스 정찰위성

    마지막으로 설명할 정찰위성(intelligence satellite)은 우주 전력의 대명사로 불려온 것이다. 정교한 지상 사진을 찍는 것이 주임무인 정찰위성은 300~1000km의 저고도에서 초속 8km의 속도로 지구의 남·북극 궤도를 하루 14.7회 회전하며 정찰 임무를 수행한다.

    정찰위성에는 흑백 및 컬러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전자광학 카메라, 물체에서 나오는 열을 촬영하기 때문에 야간에도 촬영이 가능한 적외선(IR) 카메라, 그리고 지상으로 레이더파를 쏜 후 반사된 레이더파를 수신해 영상을 만드는 합성개구레이더(SAR : Synthetic Aperture Radar) 장치 등이 탑재될 수 있다.

    미 공군 우주사령부가 운용하는 정찰위성의 대표는 KH-12이다. KH-12 정찰위성에는 전자광학 카메라와 적외선 카메라만 탑재한다. 이 위성은 ‘열쇠 구멍(Key Hole)’을 통해 비밀을 엿본다 하여 KH라는 이니셜을 얻었다고 하는데, KH 시리즈 중에서도 최신형이 ‘Improved Crystal’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KH-12이다.

    이 위성은 강한 기동력을 가진 로켓 엔진을 달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연료를 제외한 순수 무게만 무려 10t인데, 로켓 연료를 탑재하면 무려 18t까지 올라간다. 이렇게 많은 연료를 탑재하다 보니 KH-11 같은 과거의 군용 정찰위성보다 수명이 훨씬 더 길어졌다.

    군용 정찰위성과 상용 정찰위성의 차이점은 타원 궤도를 돌 수 있느냐에 있다. 상용 정찰위성은 일정한 원형 궤도만 돈다. 그러나 군용 정찰위성은 원형궤도를 돌다가 필요시에는 큰 타원 궤도를 형성한다.

    타원 궤도를 돌게 되면 지구상의 어느 지점에서는 매우 멀어지나 그 대척점을 지날 때는 구심력 때문에 지상과 매우 가까워진다. 따라서 특별히 자세히 봐야 할 곳이 있을 경우 군용 정찰위성은 탑재한 엔진의 출력을 높여 타원 궤도를 돎으로써 특정 지역을 정밀 촬영하는 것이다.

    우주전력이 없는 나라라면 정찰위성의 촬영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느 정도 우주전력을 갖춘 나라라면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전투기 등에 레이저 등의 무기를 탑재해 이 위성이 낮게 내려왔을 때 공격할 수도 있다.

    이를 ‘위성 요격 공격(anti-satellite interceptors)’이라고 하는데, 이 공격을 피하려면 위성은 아주 빨리 달아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KH-12는 강력한 추력과 막대한 연료 덕분에 이러한 공격을 피할 수 있다.

    KH-12 정찰위성이 찍는 흑백사진의 최고 해상도는 무려 10cm이다. 이 말은 가로 세로 10cm의 물체를 점으로 표시할 수 있다는 것으로 노트 크기의 물체를 모두 판별해낸다는 뜻이다. KH-12가 촬영한 사진은 통신위성인 Milstar의 중계로 지상 수신소로 전송되는데, 이 정보는 즉각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산하의 국가정찰국(NRO : National Reconnaissance Office)으로 보내져 판독 작업에 들어간다.

    그러나 KH-12에 탑재된 전자광학 카메라는 야간과 악천후에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 캄캄한 밤 수백km 상공을 날아가는 위성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지상까지 빛이 도달하는 강력한 플래시를 터뜨려야 하는데 이러한 플래시는 아직 개발되지 못했다. 또 구름이 꽉 끼어 있으면 대낮일지라도 허연 구름만 찍히므로 지상 촬영이 불가능하다.

    전자광학 카메라가 안고 있는 KH-12 정찰위성의 약점을 해결해준 것이 SAR(합성개구레이더) 장비를 탑재한 라크로스(Larcrosse) 정찰위성이다. SAR 장비는 지상으로 레이더파를 쏜 후 반사돼 돌아오는 레이더파를 잡아 이를 흑백 영상으로 만드는 장치.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지상으로 발사된 레이더는 매우 큰 각도로 반사되므로 반사파를 잡는 위성은 매우 큰 안테나를 갖고 있어야 한다. 라크로스 위성은 해상도 1m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KH-12 위성은 정지사진만 찍으나 라크로스 위성은 레이더파를 쏘기 때문에 동영상도 얻을 수 있다. 밤낮에 상관없이 전천후로 촬영할 수 있는 데다 적군의 기동장비가 움직이는 방향을 알 수 있는 동화상까지 촬영하기 때문에 라크로스 위성의 가치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라크전 초기 이라크 지상군 부대는 매번 기동을 할 때마다 미군으로부터 토마호크와 JDAM 폭탄 세례를 받았는데, 이는 라크로스 위성 등이 이라크 지상군의 움직임을 포착해 알려줬기 때문이었다. 미 공군은 한 지역을 집중적으로 촬영하는 데는 KH-12 위성을, 광범위한 지역을 추적하는데는 라크로스 위성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SAR 장비는 최근 정찰위성뿐만 아니라 공군기에서도 탑재되기 시작했다. F-16이나 F-15 같은 신형 전투기에는 기체 뒤편에 작은 SAR 장비가 탑재돼 있어 전투기에서 투하된 폭탄이 정확히 목표물을 맞추었는지를 촬영한다.

    이렇게 좋은 정찰위성을 갖고 있음에도 미 공군에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운용하는 정찰위성만으로는 전세계를 모두 커버할 수 없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덜어주는 것이 미국의 민간 위성회사가 운용하는 상용 정찰위성과 동맹국이 쏘아 올린 정찰위성이다.

    2003년 3월 일본은 1m 해상도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광학카메라와 SAR 장비를 탑재한 상용 정찰위성 두 기를 동시에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일본과 미국은 자기 위성으로 촬영하지 못하는 상황은 상대 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제공받는 방법으로 서로 협조할 수 있다.

    Form the Space

    美 우주사령부 전력으로 본 한국 공군의 미래
    미 공군이 활용하는 대표적인 상용 정찰위성에는 퀵 버드(Quick Bird)가 있다. 이 위성은 웬만한 나라의 군용 정찰위성보다 정밀해 흑백으로 60cm, 컬러로는 2.4m 해상도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때문에 이 위성이 찍은 사진은 미국 정부의 허가가 없으면 찍은 때로부터 24시간 이내에는 판매하지 못한다.

    미 공군은 이렇게 다양한 인공위성을 활용해 이라크전쟁에 임했다. 그에 비해 이라크는 단 한 기의 위성도 없었으니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많은 우주전력을 운용하기 위해 미 공군은 1982년 9월부터 우주사령부(AFSPC : Air Force Space Command, 사령관은 대장)를 운영해오고 있다. 미 공군 우주사령부에는 앞에서 설명한 위성 전력을 관리하는 14공군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관리하는 20공군이 있다(참조).

    14공군

    앞에 열거한 위성 전력을 담당하는 것이 14공군인데 14공군에는 21우주비행단·30우주비행단·45우주비행단·50우주비행단·460기지비행단, 그리고 76우주작전편대가 예속돼 있다.

    21우주비행단(21st Space Wing)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그리고 우주발사체의 발사 사실을 포착하는 DSP와 SBIRS 조기경보위성의 운용을 담당한다. 이러한 조기경보 임무는 미국이 구축하려는 미사일 방어체제(MD)의 핵심요소이므로, 21우주비행단은 MD 구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또 KH-12와 라크로스 같은 정찰위성을 관리하는 임무도 맡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는 미 우주항공국(NASA)에서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곳으로 유명한데, 이 기지를 관리하는 곳이 바로 30우주비행단이다. 반덴버그 기지는 미 공군과 미 항공우주국은 물론이고, 보잉이나 록히드마틴 같은 민간 기업에서 제작한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일도 대행해주고 있다.

    美 우주사령부 전력으로 본 한국 공군의 미래

    육중한 몸체로 발사되는 피스키퍼(위)와 사일로 안에 들어 있는 미니트맨 미사일.

    반덴버그와 더불어 유명한 미국의 우주 발사장이 플로리다주의 케이프 커너버럴(일명 케네디 우주센터)인데, 이곳을 45우주비행단이 관리한다. 케이프 커너버럴 기지 또한 미 국방부와 미 항공우주국은 물론이고 민간기업에서 제작한 우주발사체를 발사해주고 있다.

    반덴버그 기지가 주로 극궤도를 돌아가는 저궤도 위성을 발사해준다면, 케이프 커너버럴 기지는 적도 직상공 3만 5786km에 떠 있게 되는 정지위성을 주로 발사해주고 있다.

    콜로라도주 쉬리 공군기지에 있는 50우주비행단은 지구궤도에 올라가 있는 미 국방부 소속의 각종 위성이 보내준 정보를 수신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50우주비행단은 전세계 25군데에 지상 장비를 설치해놓고 2만여개의 우주 비행체를 추적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460기지비행단(460th Air Base Wing)은 콜로라도주 버클리 공군기지에 있는데, 이 부대는 우주사령부 전체에 대한 보급과 지원 업무를 담당한다.

    50우주비행단이 있는 콜로라도주 쉬리버 공군기지 안에 함께 있는 76우주작전편대(76th Space Operation Flight)는 ‘공군우주지원팀(Air Force Space Support Team)’으로 불리고 있다. 이 편대는 보스니아나 한국·이라크 같은 대형 전구(戰區, Theater)에 요원을 파견해놓고 있다가 그곳에서 군사훈련을 하거나 위기가 발생하면 그 전구에 있는 미국 공군에게 우주사령부가 획득한 정보를 제공하는 ‘연락단’ 역할을 한다.

    20 공군

    14공군이 ‘방어적’인 우주전력을 운용한다면, 20공군은 ‘공격적’인 우주전력을 운용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미국이 보유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관리하는 것이다. 20공군은 우주에서부터 지상을 때리는, ‘From The Space’를 실현하는 부대라고 할 수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위성을 띄워 올리는 우주발사체는 일란성 쌍둥이다. 차이가 있다면 우주발사체는 탑재부에 위성을 실었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핵탄두를 실었다는 점이다.

    미국이 개발한 최초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아틀라스(Atlas)였다. 그후 타이탄(Titan), 미니트맨(Minuteman), 피스키퍼(Peace-keeper)를 거쳐 현재는 스몰 ICBM (Midgetman으로 불리기도 함)까지 개발해냈다. 현재 실전배치돼 있는 것은 미니트맨 중에서도 최신형인 ‘미니트맨-Ⅲ’와 ‘피스키퍼’이다. 아틀라스와 타이탄은 이 미사일이 나오면서 폐기되었고, 스몰 ICBM은 차원이 다른 새로운 무기로 현재 개발되고 있다.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하는 탄두는 원자폭탄보다 1000배 정도 위력이 강한 수소폭탄이다. 보잉에서 최종 조립을 하는 미니트맨-Ⅲ에는 330킬로톤의 위력을 가진 핵탄두 세 개를 탑재한다. 이 핵탄두에는 작은 엔진과 날개가 달려 있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비행할 수 있다.

    이때 이 핵탄두에게 정확한 비행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GPS 위성이다. 따라서 한 발을 발사했지만 실제로는 세 발을 발사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게 되는 것이 바로 미니트맨-Ⅲ다.

    이렇게 각기 다른 목표물을 찾아 정확히 날아가는 핵탄두를 ‘각개유도다탄두(MIRVs : Multiple Independently- targeted Reentry Vehicles)’라고 하는데 이러한 다탄두를 개발한 것은 미국과 러시아뿐이다. 현재 20공군은 모두 500기의 미니트맨-Ⅲ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은 ‘2004년 이후 양국은 모든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한 개의 핵탄두만 탑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현재의 미니트맨-Ⅲ는 한 개의 핵탄두만 탑재하고 있다. 이 협정에서 양국은 2020년까지는 지상에서 발사하는 모든 ICBM을 폐기하기로 결정한 바 있으므로 미니트맨-Ⅲ는 2020년까지만 실전배치될 수 있다.

    미니트맨-Ⅲ보다 신형이 피스키퍼인데 이 미사일은 미국의 차세대 전투기로 주목받는 F-22와 JSF를 개발한 록히드 마틴에서 최종 조립한다. 이 미사일은 무려 12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따라서 가장 강력한 대륙간탄도미사일로 꼽히는데, 그 위력이 너무 강하다 보니 전략무기감축협정에 참여한 러시아측의 요구로 개발 직후부터 10개의 핵탄두만 탑재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미사일도 미니트맨-Ⅲ에 적용된 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2004년 이후부터는 한 개의 핵탄두만 탑재하게 되었고 2020년 후에는 폐기되어야 할 실정이다.

    피스키퍼는 미국이 개발한 최초의 콜드 론치(cold launch) 대륙간탄도미사일로도 유명하다. 콜드 론치는 핫 론치(hot launch)에 반대되는 말인데, 핫 론치는 ICBM이 사일로(둥근 탑 모양의 저장고) 안에서 점화돼 발사되는 것을 말한다. 미사일이 사일로 안에서 점화되면 강력한 화력과 후폭풍이 발생하므로 이 사일로는 미사일을 발사한 후에는 버려야 한다.

    콜드 론치는 압축공기 등을 이용해 ICBM을 사일로 밖으로 사출한 후 미사일을 점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콜드 론치 되는 미사일이 실려 있는 사일로는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을 가진 피스키퍼를 미국은 모두 50기 보유하고 있다.

    스몰 ICBM은 미니트맨과 피스키퍼 보다 훨씬 작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인데, 두 미사일에 비해 명중도가 현격히 높다고 한다. 전략무기감축협정은 2020년 이후에는 지상에서 발사하는 모든 ICBM을 폐기한다고 되어 있으므로 미국은 바다나 하늘 혹은 우주에서 발사할 수 있는 ICBM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ICBM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데 이러한 목적하에 현재 개발되고 있는 것이 스몰 ICBM이다.

    500기의 미니트맨-Ⅲ와 50기의 피스키퍼는 20공군 산하의 3개 우주비행단에서 관리하고 있다. 1963년 7월1일 와이오밍주 F. E. 워렌 공군기지에서 90전략미사일단(90th Strategic Missile Wing)이란 이름으로 창설되었다가 이름을 바꾼 90우주비행단은 150기의 미니트맨과 50기의 피스키퍼를 관리한다.

    노스 다코타주 미놋 공군기지 안에 있는 91우주비행단은 150기의 미니트맨을 관리하고 있으며, 몬태나주 맘스트롬 공군기지에 있는 341우주비행단은 200기의 미니트맨을 관리하고 있다.

    중요성 높아지는 14공군

    20공군은 냉전시 미국을 지킨 최고의 전력이었다. 이 시기 미국은 핵무기로 미국을 공격한 나라에 대해서는 역시 핵무기를 동원해 공격함으로써 ‘나도 죽고 너도 죽는’ 결과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구사했다. 미국의 가상 적국인 소련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마하 15 이상의 속도로 날아 30여 분 후 미국에 떨어지므로, 이 30여분이 미국으로서는 ‘카운터 펀치’를 날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따라서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여부를 조기에 탐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에 미국은 DSP 조기경보위성과 AWACS 조기경보기 등을 개발해 운용해온 것이다.

    ‘나도 죽지만 너도 죽는다. 그러니 나를 공격하지 말라’며 미국과 소련이 서로 강력히 대치했던 냉전 시기를 일러 ‘공포의 균형(Balance of Horror)’이 이뤄진 시기라고 표현하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이러한 냉전을 무너뜨린 것은 ‘창’이 아니라 ‘방패’였다. 미국은 아무리 우수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해도 소련이 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위협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무력화하는 방어무기 개발에 나섰는데 그것이 바로 MD였다. 이때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관리하는 20공군보다는 소련이 쏜 미사일을 먼저 탐지하는 14공군의 가치가 높아졌다.

    또 소련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대(對)탄도탄 요격미사일의(ABM)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THAAD와 패트리어트 등 요격 미사일 개발도 가속화되었다. 마하 15 이상의 속도로 날아오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 미사일이 정확히 요격하려면 정밀 유도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GPS 위성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러니 14공군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 14공군은 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 훨씬 작은 스커드 B 계열의 전술 미사일의 발사 사실까지도 포착해 요격해낼 만큼 발전하였다. 미국이 냉전을 끝내고 세계 유일의 초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기술 발전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었다.

    日·中·유럽의 모방

    미국의 이러한 선택과 발전을 지켜보며 무섭게 모방하는 나라가 일본과 중국, 그리고 유럽 국가들이다. ‘방패’의 개발은 ‘창’의 개발에 비해 부담이 적을 뿐 아니라 ‘우주의 과학적 연구’라는 명분까지 얻을 수 있어 일본 중국 유럽은 앞다투어 우주개발에 열을 올리게 되었다.

    최근 일본은 비록 한 차례 실패를 겪긴 했지만 연속해서 정찰위성을 실은 우주발사체 발사를 시도했다. 중국은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5호 발사 성공에 고무돼 신저우-6호 발사를 검토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유럽항공청이라는 공동의 우주탐사기구를 만들어 화성 탐사를 시도했다.

    현재 강국들은 하나같이 우주로 달려가고 있다. 이러한 우주개발은 필연적으로 우주전력 증강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과 중국, 무너졌지만 여전히 수준급의 우주강국인 러시아, 그리고 미국 사이에 끼여 있는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여기서 전략가들은 한국도 공군을 중심으로 한 우주전력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자세히 살펴보면 이미 한국은 적잖은 우주전력을 갖고 있다”며, “우선은 이를 모아 우주전력을 만들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이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 공군이 가질 수 있는 우주전력으로는 아리랑과 무궁화 위성이 거론된다. 아리랑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이 제작한 초보적인 정찰위성이다. 1999년 발사된 아리랑 1호는 흑백 촬영시 6.6m 해상도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 정도 사진은 군용으로는 부족하나 아쉬운 대로 북한군의 대규모 기동 모습을 촬영해낼 수 있다.

    올해 항우연은 러시아 우주발사체를 이용해 흑백 촬영시 1m 해상도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아리랑 2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아리랑 2호는 어느 정도 정찰위성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레이더파를 쏴서 전천후 사진은 물론이고 동영상까지 촬영할 수 있는 SAR 위성의 보유도 요원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SAR 장비는 이미 공군이 갖고 있다. 공군은 린다김 스캔들로 유명해진 금강정찰기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 정찰기에 탑재된 것이 바로 SAR 장비이다. 금강정찰기는 이 장비를 이용해 우주가 아닌 하늘에서 휴전선 이북의 북한 지역을 정찰하고 있다.

    통신위성도 조만간 획득할 수 있다. 2006년 KT가 발사할 무궁화 5호가 그것으로, 이는 민군 겸용 통신위성이다. 군용 통신은 암호체계를 구축하면 안전하게 통신할 수 있으므로 민군 겸용이 가능하다. 일본은 슈퍼버드, 프랑스는 시라쿠스라는 이름의 통신위성을 띄워 민과 군이 함께 사용하고 있다.

    공군은 항우연 및 한국통신과의 협조 하에 아리랑 2호와 무궁화 5호, 그리고 금강정찰기 등의 운영을 담당하는 전략비행단 창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비행단은 장차 미 공군 우주사령부의 14공군과 같은 임무를 맡게 된다.

    한국은 MTCR(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 가입 국가이기 때문에 사거리 300km까지의 미사일은 자유롭게 보유할 수 있고, 그 이상의 발사체는 과학적으로만 개발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전략 미사일’로 보고 공군이, 그 이하 사거리를 가진 미사일은 ‘전술 미사일’로 보고 육군이 관리한다. 그러나 한국은 전장 종심(戰場 縱深)이 짧기 때문에 사거리 100km 이상의 미사일을 전략 미사일로 분류하여야 한다. 100km 이상을 날아가는 전략 미사일이 때리는 지역은 유사시 공군 전폭기가 공격할 지역과 일치한다.

    공군 전략사 신설 검토해야

    현재 한국군이 보유한 대표적인 장거리 미사일은 현무와 ATACMS인데 이들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180km이다. 따라서 100km 이상은 공군이, 그 이하는 육군이 맡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현무와 ATACMS 등 장거리 미사일 부대는 공군으로 전군(轉軍)하는 것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공군으로 넘어온 장거리 미사일 부대는 미 공군 우주사령부의 20공군처럼 전략 미사일을 전담하는 전략여단으로 재편하면 될 것이다.

    공군은 아리랑 2호와 무궁화 5호 위성 및 금강정찰기 등의 운영을 담당하는 전략비행단과 100km 이상의 사거리를 가진 장거리 미사일 운영을 담당하는 전략여단으로 구성된 ‘전략사령부’ 건설을 시도해야 한다.

    과연 공군은 전략사령부를 구성해 ‘우주로’의 꿈을 실현해낼 수 있을까. 한 전략가의 말이다.

    “1980년대 우리 사회에서는 ‘산업화엔 뒤졌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구호 아래 빠르게 정보화 정책이 시행되었다. 그 결과 IT 산업은 한국 경제의 견인차가 됐는데, 이는 세계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고 선제 투자를 한 결과다.

    군사력 분야도 이와 마찬가지다. 미국을 비롯한 강국들은 우주전력 육성이 미래의 안보 환경을 결정짓는다고 보고 이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한 세대 뒤진 한국 공군은, 이들 나라가 밟아온 과정을 모두 밟지 말고 건너뛰어야 한다. 한국 해군이 대양해군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빠르게 성장해왔듯이 한국 공군 또한 우주공군이나 전략공군이란 목표를 내걸고 압축 성장을 해야 한다. 대양해군이 이지스함 도입으로 현실화되듯, 공군 또한 전략사령부를 창설해 항우연 등과 전략적 동반관계를 맺고 미래 공군력을 만들어가야 한다.”

    하늘로 우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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