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호

시총 18兆 ‘자뻑’ 카카오페이, 규제에 좌초?

‘혁신’ 외피 삼아 마음대로 확장하는 시대 끝났다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21-09-2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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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 플랫폼 성장하면 합리적 수준

    • 상반기 거래액, 전년比 62%↑

    • 보험에 펀드 판매까지 영토 늘리기

    • 최근 금융 당국에 잇따라 발목

    • 여권發 규제 우려에 위기론 솔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2018년 11월 19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2018년 11월 19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당사는 핀테크 기업으로서 2014년 9월 국내 최초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시작하였고, 이후 송금, 청구서, 인증 등 다양한 서비스를 차례로 론칭하며 핀테크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2021년 8월 31일, 카카오페이 증권신고서)

    카카오톡을 통해 간편결제 서비스를 해오던 카카오페이가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다. 카카오페이가 제시한 적정 시가총액은 17조8000억 원에 달한다. 앞서 상장했던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30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경우 정부가 정식으로 인가해 준 은행 사업자다. 고객에게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해주면서 돈을 벌 수 있다. 어떻게 경영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야 있겠지만, 어쨌든 수익 구조가 명확한 편이다.

    카카오페이는 어떨까. 카카오페이의 누적 가입자 수가 3600만 명에 달한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거나 편의점 등에서 결제할 때 카카오페이를 이용하곤 한다. 카카오페이는 결제가 이뤄지면 수수료를 챙기는 사업자다. 그런데 아무리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하더라도 결제 수수료만으로 돈을 벌기에는 한계가 있을 터다. 이를 고려하면 기업가치 18조 원은 다소 과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올해 예상 거래액 100조 원

    하지만 카카오페이는 스스로를 ‘간편결제 사업자’로 한정하지 않는다. 핀테크 기업으로 칭한다. 카카오페이가 기업공개(IPO)를 위해 내놓은 증권신고서에도 잘 나타나 있다. 카카오페이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뒤 송금과 청구서, 인증 등 다양한 서비스를 차례로 내놨다.

    또 대출 비교 서비스와 금융상품 광고 서비스, 금융상품 등에 대한 중개서비스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한다. 소비자가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금융상품을 소개해 주거나 혹은 중개하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카카오페이가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한다는 ‘미래 가치’를 고려할 경우 기업가치 18조 원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볼 수도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금 어떤 일을 하는 기업이고, 앞으로 어떤 사업을 하려는 계획일까. 카카오페이는 2017년 4월 카카오의 핀테크 사업부에서 분사해 독립 법인으로 나왔다. 계획대로라면 출범 4년 만에 기업가치 18조 원 수준의 상장사가 된다.

    카카오페이는 현재 국내 간편결제·송금 시장 1위 사업자다. 지난해 거래액은 67조 원이다. 올해 상반기는 47조3000억 원가량으로 전년보다 62% 증가하며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 108억 원, 당기순이익 120억 원으로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영업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페이는 올해 영업손익 손익분기점 돌파가 예상된다”며 “올해 예상 거래액 100조 원 등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18조 원으로 평가한다”고 분석했다.

    카카오페이는 결제·송금 서비스를 기반으로 성장하면서 보험과 대출·투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 플랫폼 사업자로 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2019년 보험업계 스타트업인 인바이유를 인수해 KP보험서비스로 사명을 정하면서 보험업 진출을 위한 포석을 마련했다. 2020년 2월에는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카카오페이증권을 통한 실명 계좌 개설과 펀드 판매 서비스를 개시했다. 지난 6월에는 금융위원회로부터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 예비허가를 받는 등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美 페이팔과 스퀘어가 비교 대상?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식당에 카카오페이 결제 안내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지호영 기자]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식당에 카카오페이 결제 안내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지호영 기자]

    덕분에 카카오페이 내에서 간편결제 서비스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 감소하고 있다. 2018년 98.7%에 달했던 결제 서비스 매출은 올해 상반기에는 62.7%로 줄었다.

    카카오페이의 앞길은 창창할 것만 같다. 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카카오페이는 결제 서비스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다른 금융 서비스에 대한 성공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카카오뱅크와 마찬가지로 카카오페이 역시 상장 추진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다.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가 과하게 높다고 평가하고, 다른 누군가는 적정 수준이라고 인정하는 셈이다.

    금융 당국이 카카오페이 상장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애초 카카오페이는 상장 공모가의 희망 범위를 6만3000~9만6000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중요 사항 기재 불충분 등의 이유로 이를 정정하라고 요구했다.

    시장에서는 카카오페이가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넣은 비교 대상 기업이 문제라고 봤다. 미국 결제 서비스 업체 페이팔과 스퀘어를 비교 대상으로 넣었는데, 이들 기업 규모가 카카오페이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었다. 카카오페이는 당시 국내 상장기업 중 사업 모델이 비슷한 곳이 없어 해외 사례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페이팔과 스퀘어를 빼고 새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희망 공모가액도 6만~9만 원으로 소폭 낮췄다. 카카오페이의 미래에 대해 누구나 같은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카카오페이는 상장을 코앞에 두고 또 암초를 만났다. 이번에도 금융 당국이 발목을 잡았다. 금융 당국이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파이낸셜의 금융상품 중개·판매 행위 규제를 강화하면서다.

    카카오페이 등 금융 플랫폼 업체는 그간 상품을 비교하거나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금융 당국은 이런 서비스가 단순히 ‘추천’이나 ‘광고’가 아니라 상품을 ‘중개’하는 영업이라고 봤다. 앞으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당국에 중개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중개업자로 등록만 하면 될 것 같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지난 8월 31일 취임한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당국은 동일 기능 동일 규제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며 “빅테크에 대해서도 이러한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탐욕과 구태의 상징으로 전락”

    정치권에서도 플랫폼 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언급이 쏟아졌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카카오가 공정과 상생을 무시하고 이윤만을 추구했던 과거 대기업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송갑석 민주당 의원의 경우 “혁신과 성장의 상징이었던 카카오가 소상공인에게 높은 수수료를, 국민에게는 비싼 이용료를 청구하며 이익만 극대화하는 탐욕과 구태의 상징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런 소식이 이어지자 카카오와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이틀 만에 20조 원 가까이 증발했다. 시장에서 빅테크 업체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하는 움직임이라 해석한 탓이다. 규제의 틀에 들어가면 카카오페이가 그리던 청사진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카카오페이와 같은 빅테크 업체가 원하는 대로 사업을 확장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금융 당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했다. 이어 “카카오페이가 이런 분위기에서도 계획대로 ‘혁신’을 지속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카카오페이 #상장 #금융당국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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