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중국적인 것’의 부활에서 찾는 ‘이야기 소설’ 전통

‘중국적인 것’의 부활에서 찾는 ‘이야기 소설’ 전통

1/6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아니, 질문이 틀렸다.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이어야 하는가. 사서삼경과 삼국지로 우리가 익히 안다고 믿는 중국, 중국인, 중국문화는 과거의 것일 뿐 21세기 현실의 중국과는 맞지 않다. 변화하는 중국을 새롭게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오늘날의 중국을 규정하는 본질은 무엇인가. 이 ‘새로운 중국’을 이해하려는 시도로, 문학, 철학, 미술, 영화 등 현대 중국 문화예술의 장르별 최근 흐름을 따라잡는 연재기획을 준비했다. 오늘날 중국 발전의 뿌리에 놓여 있는 중국 사회의 문화적 성장을 살펴보고 고대에 머물러 있는 우리의 시각적 한계를 바로잡기 위한 시도다. 그 첫 회로 서강대 이욱연 교수가 펜을 잡았다. 먼저 시리즈 전체의 서문 격으로 우리가 중국을 다시 봐야 하는 이유를 짚었고, 2부에서는 중국 현대문학의 새로운 흐름을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21세기 중국 문학이 ‘중국적인 것’의 복원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그의 분석은 위기에 처한 한국 문학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적인 것’의 부활에서 찾는 ‘이야기 소설’ 전통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아니, 질문이 틀렸다.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이어야 하는가. 사서삼경과 삼국지로 우리가 익히 안다고 믿는 중국, 중국인, 중국문화는 과거의 것일 뿐 21세기 현실의 중국과는 맞지 않다. 변화하는 중국을 새롭게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오늘날의 중국을 규정하는 본질은 무엇인가. 이 ‘새로운 중국’을 이해하려는 시도로, 문학, 철학, 미술, 영화 등 현대 중국 문화예술의 장르별 최근 흐름을 따라잡는 연재기획을 준비했다. 오늘날 중국 발전의 뿌리에 놓여 있는 중국 사회의 문화적 성장을 살펴보고 고대에 머물러 있는 우리의 시각적 한계를 바로잡기 위한 시도다. 그 첫 회로 서강대 이욱연 교수가 펜을 잡았다. 먼저 시리즈 전체의 서문 격으로 우리가 중국을 다시 봐야 하는 이유를 짚었고, 2부에서는 중국 현대문학의 새로운 흐름을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21세기 중국 문학이 ‘중국적인 것’의 복원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그의 분석은 위기에 처한 한국 문학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1부 : 이제 중국을 보는 ‘스스로의 눈’이 필요하다

첫 번째 질문, 한국인은 중국을 잘 아는가. 쓸데없는 의문으로 들릴 수도 있다. 대다수 한국인은 중국을 잘 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물론 잘 알고 있다. 유사한 전통문화를 가졌고 수천년 동안 교류해온 터라 중국은 한국인이 가장 친근하게 느끼고 가장 잘 아는 나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한국인이 그렇게 잘 아는 중국, 중국인은 삼국지, 공자와 이백 등으로 상징되는 과거의 중국, 고대의 중국인일 뿐이다. 현대의 중국, 현대의 중국인, 지금의 중국과 지금의 중국인에 대해선 전혀 그렇지 않다.

생각해보자. 한국과 중국은 반세기 동안 교류하지 않았을뿐더러 적성(敵性)국가로 대치했다. 현대 중국이 우리와 처음 대면한 것은 6·25전쟁에서였다. 그것도 동맹군이 아니라 적군으로 만났다. 그렇게 적으로 반세기 동안 대치하다가 다시 수교한 지 이제 15년이 지났을 뿐이다. 적으로 등을 돌린 채 단절됐던 반세기 우리에게 중국은 고대 중국뿐이었다. 그리고 그 기간에 두 나라는 너무도 다른 길을 걸어왔다.



한국은 미국의 우산 속에서 독재와 민주화, 반공과 경제발전의 길을 걸으면서 자본주의의 우등생이 됐다. 중국은 문화대혁명 등을 통해 전통적인 사고와 의식, 제도를 모조리 뜯어고치려는 사회주의의 길을 걸었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이 단절의 기간에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한국과 중국은 서로 익숙하면서도 낯선 상대가 됐다. 두 나라는 전통문화 차원에서는 유사성이 있지만, 현대 이후는 그 유사성 못지않게 혹은 그보다도 더 많이 이질성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사회에는 아직도 유교적 연고의식과 집단주의가 강하게 남아 있다. 학벌과 지역의 연줄의식, 기업의 집단주의 문화가 여전히 강하다. 하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중국인은 서구인과 흡사할 정도의 개인주의 의식을 갖고 있다. 연장자와 연소자, 직장 상사와 부하 사이만 해도 지금 중국인들에게는 한국과 같은 절대적인 상하관계가 없다. 지금 중국인은 우리 사회의 일반 원리인 가부장제적 상하 서열관계를 납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반감을 갖고 있다.

중국인은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왜 상사의 눈치를 보며 퇴근을 망설여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며, 왜 상사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지도 납득하지 못한다. 흔히 중국인도 우리처럼 사회생활에서 인간관계, 이른바 ‘관시(關係)’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중국인의 ‘관시’ 문화와 한국인의 ‘관시’ 문화는 성질이 다르다. 중국인은 개인 차원에서 ‘관시’를 만들지만 우리는 학교나 출신 같은 집단적 차원에서 ‘관시’를 만든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한국인은 과거 한국과 중국 사이에 존재했던 문화적 유사성만 주목하고 이질성을 간과한다. 논어나 삼국지에는 중국과 중국인의 원형이 담겨 있기에 중국과 중국인을 이해하는 첩경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생각해보라.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통해 지금 한국과 한국인을 해석하는 일이 얼마나 유용할 것인가. 유용하다고 해도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중 사이의 동질성이나 문화적 유사성만 생각하고 차이와 다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인식틀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는 심각하다. 먼저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에 소통을 가로막고 갈등을 낳는 원인이 된다. 많은 한국인, 특히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과 상사원들이 중국인을 한국인처럼 대해서 갈등을 겪고 중국인과 소통하는 데 애를 먹는다. 막상 접하면서 차이가 많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한다.

1/6
이욱연 서강대 교수·중국현대문학 gomexico@sogang.ac.kr
목록 닫기

‘중국적인 것’의 부활에서 찾는 ‘이야기 소설’ 전통

댓글 창 닫기

2023/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