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이 같은 기조에 바탕을 둔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을 점검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008년 6월 북한이 핵 활동 신고서를 제출했을 당시 오바마 후보는 “그간 있었던 일련의 대북제재 조치들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취해진 중요한 외교수단으로, 북한이 의무조치를 이행할 경우에만 해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핵 포기 의사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다면 미국은 대북제재 재개는 물론 새로운 제재수단의 강구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는 언급도 뒤따랐다. 다만 오바마 후보는 스티븐 해들리 당시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이 제출한 핵 신고서가 완전하고 정확하지 않다”고 인정한 후에는 대북제재 재개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또한 그는 엄격한 검증의정서(strict verification protocol)에 대한 합의가 핵 협상의 진전이나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는 조치의 전제조건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만일 북한이 이를 거부한다면 즉각적인 대응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2008년 10월 대선유세 연설에서도 “만약 북한이 핵 프로그램에 대한 확실한 검증을 거부한다면 6자회담 회원국들과 공동으로 에너지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6자회담 진전에 따라 최근까지 중단돼왔던 제재조치를 재개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제재조치도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6자회담에서 마련된 검증의정서는 중대한 결함이 있고, 특히 북한의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이나 핵확산 활동 같은 핵심의혹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더욱이 2008년 11월 북한은 검증 문제와 관련해 핵 프로그램의 샘플 채취를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고, 핵 사찰은 영변 핵 시설 내로 한정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 전개에도 오바마 후보는 이후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에 대해 어떠한 정책적 변화도 보이지 않았고, 대북협상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도 않았다. 거꾸로 오바마 후보는 부시 행정부의 강경정책이 북한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핵실험을 통한 핵탄두 보유량 확대를 유도했다고 맹렬히 비판하고 나섰다. 이는 그간 북한의 행태를 간과한 것으로, 1990년대 김대중 정부와 클린턴 행정부의 호의적인 대북정책하에서도 북한이 비핵화 의무를 저버렸다는 사실을 감안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도 지난 2년여 동안 북한과 양자간 직접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에도 북한은 비타협적인 태도로 일관해왔고 6자회담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등 벼랑 끝 전술을 구사했다. 특히 9·19 공동성명이 채택된 지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6자회담 참가국들은 여전히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협상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제언
북한의 비핵화는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목표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을 통해 이를 실현하느냐다. 상대방이 지나치게 타협적인 태도를 보일 때마다 북한은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고 나선 전례가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러한 자세를 보일 경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협상 레버리지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취해야 할 개입정책은 몇 가지 확실한 협상원칙에 기반을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이 기존의 합의사항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6자회담 참가국으로부터 추가로 경제지원을 제공받으려면 북한이 플루토늄과 우라늄 기반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모두 완전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는 북한 내에 존재하는 무기급 핵물질의 생산현황과 무기화 시설, 핵실험 시설, 이미 완성된 핵무기의 숫자, 이란이나 시리아 같은 불량국가와의 과거 핵 협력 사항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공개여야 한다. 북한이 이를 완전히 준수하기 전까지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에 대한 추가적인 경제지원 중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