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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마오쩌둥 넘어선다?

신도 1억 육박說 중국인 파고드는 기독교

예수가 마오쩌둥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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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주의 중국은 기독교와 상극인 듯 비쳤다. 그러나 요즘엔 상황이 달라졌다. ‘예수 믿는 중국인’이 늘고 있다. 머잖아 신도가 1억 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중국 내 기독교 확산 실태를 취재했다.
예수가 마오쩌둥 넘어선다?
사회주의의 비조(鼻祖)인 카를 마르크스는 종교를 아편으로 본다. 기독교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사회주의 이념과는 양립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마르크스주의는 유물론에 바탕을 뒀고, 유물론의 시각에서 신(神)은 인간이 상상해낸 허상일 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몇 안 남은 사회주의 국가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이 신을 믿는다. 쿠바 국민의 85%가 가톨릭 신자다. 러시아나 동구권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사회주의 종주국인 중국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최소한 쿠바와 북한의 중간에 자리 잡았다고 단언해도 좋다. 헌법에도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기독교가 확산되는 양상이 가시적으로 나타난다.

기독교 신자 리양의 하루

20대 초반인 리(李)모 양은 베이징(北京) 시 차오양(朝陽) 구 신위안리(新源里)에 자리 잡은 유명 음식점 샹만러우(香滿樓)의 종업원이다. 리양은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닌 이른바 모태 신앙인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하루 일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여느 독실한 기독교 신자와 별로 다르지 않다.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집 근처 교회에 가서 새벽 기도를 드린다. 음식점에 출근해서도 일하는 틈틈이 중국어 성경을 읽는다. 음식점 조장은 그녀에게 “너무 성경에 빠진 것 아니냐”고 가끔 핀잔을 준다. 그러나 그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바쁜 점심 영업시간이 지난 뒤 저녁 영업 준비를 앞둔 자투리 한두 시간은 조장의 잔소리도 없는, 그야말로 신앙생활의 황금 시간이다. 동료들은 음식점 밖으로 나가 개인 용무를 보거나 쇼핑을 한다. 그러나 그녀는 늘 식당 안 조용한 자리에 앉아 성경을 읽는다.

리양은 기자에게 “성경을 이렇게 열심히 읽는 정성으로 공부를 했으면 지금쯤 아마 명문대에 진학해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수요일과 금요일 저녁엔 빠짐없이 교회를 찾는다. 주일(일요일) 예배는 철이 든 이후 한 번도 빠져본 적이 없다. 그래서 교회에서 친구를 많이 사귄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집안은 10대째 내려오는 기독교 집안이다. 증조할아버지 항렬의 조상 중에서는 목사도 여럿 있었다고 들었다. 부모님도 교회에서 만나 결혼했다. 문화대혁명 때 기독교가 탄압받았다. 당시 두 분은 10대와 20대였으나 신앙을 버리지 않았다. 아버지는 공산당 당원이다. 이 점이 신앙과 양립할 수 없다고 해도 신앙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아들이 있었다면 목사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리양과 같은 독실한 기독교인은 이제 중국에서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베이징 시내 왕징(望京)의 광순베이다제(廣順北大街) 소재 B교회. 매일 새벽 기도에 출석하는 열성 신도만 전체 등록 교인의 절반인 300여 명에 달한다. 일요일엔 기독교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 예비 신도들까지 가세한 탓에 예배를 3부까지 본다. 예배 분위기도 한국 못지않게 뜨겁다. 기도 중 눈물을 흘리는 신도, 방언을 하는 신도가 많다. 성직자를 꿈꾸는 청년 신도도 적지 않다.

10년째 이 교회에 나온다는 40대 초반의 개인 사업가 왕이(王懿) 씨는 교회에 대해 큰 애착을 드러냈다.

“이 교회를 세운 목사님은 어릴 때부터 복음을 접한 분이다. 미국에서 정통 신학을 공부했다. 믿음이 강할 뿐 아니라 인격도 훌륭하다. 자연스럽게 부흥이 이뤄졌다. 더 중요한 점은 신도들의 평균적인 믿음이 아주 강하다는 점이다. 특히 젊은 신도가 많다. 그중엔 목사님처럼 신학교에 진학해 목회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많다.”

이처럼 중국에서 기독교는 더 이상 특별한 종교가 아니라 일상에 녹아든 종교다. 기독교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기독교 신도는 최소 2500만 명에 달한다. 천주교 신자(600만 명), 성공회 신자를 더한 범(汎)기독교 신자는 웬만한 나라의 인구와 맞먹는다. 이 신도들이 다니는 교회는 중국 전역에 걸쳐 6만여 곳을 헤아린다. 목사는 4500여 명, 장로는 6000여 명에 달한다. 22개 신학교에서 3700여 명의 학생이 교리를 공부한다. 그동안 총 1만4000여 명이 졸업했다. 특히 성경 발행점이 7000여 곳이나 된다. 지금까지 7000만 권의 성경이 인쇄된 것으로 추산한다.

“크리스마스는 축제”

이러니 교인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중국인까지 기독교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11월 말이면 중국 대도시의 상점과 거리, 가정에선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기 시작한다. 여기저기에서 캐럴이 흘러 나온다. 크리스마스는 이제 기독교인만의 경축일이 아니라 비신자도 함께 즐기는 날이 됐다. 신자들은 12월 내내 성탄절을 준비한다.

경찰 출신 펑(彭)모 씨는 기독교를 믿지 않지만 그의 아내는 열렬한 신자다. 펑씨는 “기독교의 이미지는 비신자에게도 대단히 좋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예수를 세계 4대 성인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이는 중국 종교 당국의 공식 견해라고 한다. 펑씨는 “크리스마스를 축하한다고 해서 크게 이상할 것이 뭐가 있겠나. 이날은 중국인들의 생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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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 아시아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mhhong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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