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도 놀랐어요. 위문공연을 가면 다들 좋아해서 인기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국군방송 홍보대사로 위촉될 정도인지는 몰랐어요.”
-섹시한 춤을 출 때 장병들이 끈적한 시선을 보낼 것 같은데, 싫지 않아요?
“나쁜 생각이 있는 건 아닐 테니까 싫지는 않아요. 그런 눈길조차 저를 좋아하는 하나의 반응이라고 생각해요.”
“노래 부를 때 무대 위로 뛰어 올라오는 군인도 있냐”고 묻자 “그럼 영창 갈 걸요” 하며 자연스럽게 군대 용어를 쓴다. 아버지가 직업군인이었다고 한다.
“해군 군악대에 계셨어요. 준위로 제대하셨죠. 그래서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해 서울로 올라올 때까지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대전 계룡대에서 살았어요.”
고교 록밴드 ‘청산가리’ 보컬 출신
-아버지가 직업군인 출신이면 보수적일 텐데 방송을 보고 뭐라고 하지 않던가요?
“제 의상이 야하고 춤이 퇴폐적이었다면 놀라셨을 텐데 그렇지 않으니까 별 말씀 안하셨어요. 더구나 아버지께서 음악을 하셨기 때문에 제가 가수 활동 하는 걸 좋아하세요.”
도도하고 차가워 보이는 첫인상과 달리 그는 사진 촬영을 하는 동안 내내 코디네이터들과 수다를 떨며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원래 성격이 털털하고 뒤끝이 없다고 한다.
“제가 살던 군부대 아파트 앞에 개울이 있어요. 전형적인 시골마을이지요. 개울에서 고기 잡고 도롱뇽 쫓고 산속을 헤매고 다니며 사내아이처럼 자랐죠. 어려서부터 남자아이들이랑 놀아서인지, 남자가 이성이 아니라 동성친구보다 더 편한 친구처럼 느껴져요. 지금도 남자친구가 더 많아요.”
아버지는 군악대 드럼 연주자였고 어머니는 성악가 출신이다. 부모로부터 음악적 재능을 물려받은 셈. 하지만 어릴 때는 피아노가 치기 싫어 걸핏하면 도망치던 개구쟁이였단다.
-언제부터 가수가 되겠다고 생각했나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들과 록밴드를 만들었어요. 전 보컬을 맡았죠. 교내 축제 때 공연을 했는데, 노래를 부르면 희열이 느껴지고,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어요. ‘아, 이게 내 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밴드 이름이 뭐였는지 아세요? ‘청산가리’였어요(웃음). 록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반항아 기질이 있어 그렇게 지은 것 같아요.”
-가수 데뷔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2001년 동덕여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하자마자 지금 소속사를 찾아가 오디션을 봤어요. 보기 좋게 떨어졌죠. 사장님이 노래를 듣더니 ‘연습을 더 해서 스스로 됐다 싶을 때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저 예의상 한 말이었는데, 정말로 음악학원에서 6개월 동안 연습하고 다시 찾아갔더니 놀라시더군요. 제가 노래를 잘했다기보다 노력해서 다시 찾아온 그 용기에 점수를 주신 것 같아요.”
대개 오디션에 합격해 전속계약을 하면 곧바로 데뷔하는 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 언제 데뷔한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처음엔 열심히 연습하지만 점점 지쳐 스스로 포기하는 가수지망생이 부지기수다. 5년 전, 한 유명 연예기획자가 가수 영재 콘테스트를 통해 선발한 가수지망생들도 아직 데뷔하지 못하고 여전히 ‘준비 중’이다.
아이비도 데뷔하기까지 4년이 걸렸다. 그 긴 시간을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헬스클럽에서 1시간씩 운동하고 학교 수업시간을 빼고는 새벽 1시까지 춤과 노래 연습을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