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박해윤기자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중에서
주철환(54) OBS 경인TV 사장. 1983년 MBC PD로 입사해 ‘퀴즈 아카데미’ ‘우정의 무대’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만들며 스타 PD로 떠오른 뒤 이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방송사 CEO를 지내고 이제 또다시 새로운 길목에 들어 선 그를 만났다.
왜 나이 들었다고 해서 친구를 못 사귄다고 생각해요? 친구를 사귀려면 그 사람을 정말 좋아하기만 하면 돼요. 그러면 친구는 자연스럽게 되는 거야. 진짜 좋아하니까 그냥 진심으로 잘하게 돼요.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데 그 사람이 날 싫어할 리가 없어. 그럼 우린 친구가 되는 거죠. 난 싫어하면서 의무감으로 잘해줘야 되겠다 그런 게 없어요. 그렇다고 내가 모든 사람을 좋아하는 건 아니고. 그럼 내가 성자게? 김혜자 선생님 이번에 섭외했는데 그냥 난 그 선생님이 좋았어요. 그래서 대화도 많이 하고 그래서 지금은 정말 친해졌어. 직원들하고도 그렇게 지냈어요. 한꺼번에 250여 명의 사람하고 친해질 수 있는데 얼마나 좋아.
아, 직원들 이름 다 외운 거요? 난 기억력이 타고났어요. 사실이야. 관심이 생기면 그냥 외워져요. 사진기자 성함이 박해윤씨지? 좀 전에 명함 받았잖아. 친해지고 싶으면 그렇게 외워져요. 나한테는 그게 일이 아니에요. 이건 내가 PD 되기 전에 선생님 할 때부터 그렇게 했던 거야. 선생님들이 애들을 그렇게 부르잖아. “야! 거기 27번! 야! 거기 눈 큰 애! 야 안경 낀 뚱뚱한 애! ” 난 이렇게 부르는 게 안 좋다고 생각했어요. 이름 부르는 게 얼마나 좋아. 해윤아! 혜민아! 좋지 않아요? 이름 부르면 학생이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죠.
난 우리 직원들이 진심으로 좋았어요. 진심으로 그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고, 그래서 조언하고 그러는데 왜 직원들이 나를 싫어했겠어. 내게 전문성이 있다면 전수해주고 싶고 그랬어요. 건방진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사랑의 화신이야. 민망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해요(웃음). 다정다감형이고. 어려서 정에 굶주리고 살아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직원들하고 손잡고 얘기하고 그랬어요. 좋으니까 얘기하고 싶던데요. 내가 사장이 돼서 처음에 한 일이 뭐냐면 하루에도 몇 번씩 회사를 돌아다닌 거야. 그냥 서로 안부 인사 그런 거 하다가 내가 그래, 오늘의 말~씀! 그러곤 좋은 말 얘기하죠. 처음엔 당황스러워 했는데 나중엔 기다리던 걸요(웃음).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도다” 같은 성경 말씀도 해주고. “모든 근심은 욕심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욕심을 부리지 말자”는 부처님 말씀도 하고….
욕심이 있어야 한다고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 욕심은 욕구랑 달라요. 디자이어(desire)하고 그리드(greed)랑 어떻게 같아. 한계를 벗어난 게 욕심이야. 욕망이랑 욕구랑 욕심이랑 달라. 욕구쟁이란 말 있어요? 욕망쟁이란 말 있어? 우리한테는 ‘삼불’이 있었어요. 불심 불만 불안. 그걸 삼사로 바꾸자고 했어요. 감사 찬사 봉사. 서로 좀 희생하면 어때요. 그럼 우리 전체가 다 좋아지는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