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48년 대전 출생<br>●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대 경제학 박사<br>● 1973년 제13회 행정고시, 경제기획원<br>● LG경제연구원 원장, 전국경제인 연합회 상근부회장<br>● 現 지식경제부 장관
1월28일 안철식 차관이 승진한 지 9일 만에 과로로 숨진 사건은 지경부의 요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장관은 안 차관 부인의 당부대로 직원들에게 “하루 1시간 운동하고, 30분은 가족과 함께 지내라”고 지시를 내렸지만, 바쁜 업무 때문에 이를 그대로 따르는 직원은 많지 않다.
지경부의 역할 가운데 특히 산업 구조조정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에서 지난해 말부터 구조조정 전략을 짜기 위한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열어오고 있고, 지경부의 요청으로 ‘구조조정의 원칙과 방향’ 같은 보고서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호 장관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실물경제의 위기가 전방위적으로 오고 있다. 어느 한 부분도 무풍지대는 없다. 기업과 산업 차원에서 구조조정이 절실히 필요한 국면에 와 있다”며 “건설과 조선업계를 대상으로 한 1월20일 1차 구조조정은 너무 미약했다. 그보다 훨씬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GM대우가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에 대해 이 장관은 “먼저 자동차산업 전체를 봐야 하고, 미국 GM본부에서 ‘GM대우가 세계전략에서 아주 중요하고 버릴 수 없는 회사’라는 약속이 선행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해 향후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피’를 보는 구조조정
구조조정이 요즘 한국 경제의 화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연초에 만난 청와대 고위 관계자 A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입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통스럽지만 구조조정을 해야 합니다.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에 다시 살아나려면 바닥을 확인해야 하는데, 그 바닥이 바로 ‘피를 보는’ 구조조정입니다. 한 대기업은 임원 가운데 3분의 1을 잘랐습니다. 삼성그룹이 지난해 말 계열사를 상대로 자체 조사한 결과 국내 매출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을 의미하는 C등급을 받았습니다. A그룹(3년 안에 구조조정이 필요 없는 기업)에 들어간 기업은 삼성화재,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3곳뿐이었습니다. 삼성그룹이 이 정도인데, 다른 기업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중이떠중이 다 살리려다 보면 다 죽게 됩니다. 과거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이 죽어가는 기업을 수술하는 것이었다면, 요즘 구조조정은 멀쩡하게 살아 있는 기업을 마취도 하지 않고 수술해야 하기 때문에 고통이 더 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조조정이 잘 마무리되면 한국 경제는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걸까. A씨는 “전세계가 돈을 풀고 있기 때문에 1, 2년 지나면 유동성이 엄청나게 늘어나 돈이 떠다니는 게 보이고, 인플레이션도 예상된다. 주택 수요가 늘어나 공급 부족 현상도 나타날 것이다”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위기 이후’ 상황까지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를 벗어나고, 그 뒤의 상황까지 전망하면서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 지식경제부 공무원들의 24시는 그래서 오늘도 부산하다.
이윤호 장관과의 인터뷰는 2월12일 오후 과천 정부청사에서 진행됐다. 인터뷰 자리에는 김준동 대변인, 김상모 홍보지원팀장 등이 배석했다. 이 장관은 일자리 나누기와 창출, 녹색기술과 녹색 에너지 개발, 산업구조조정, 유전확보 등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