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나기가 오락가락하던 6월초,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삼성노블카운티 실내농구장. 25명 남짓한 아이들이 ‘끙끙’ 소리를 내며 농구공과 씨름 중이다. 한 손 드리블도 서툴러 제 공에 얼굴을 맞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제법 능숙하게 슛을 연달아 골인시키는 아이도 있다. 키도, 실력도 제각각이지만 표정만은 하나같이 진지하다. 아이들 사이에서 우뚝한 키의 반가운 얼굴을 발견했다. 전 국가대표 농구선수 정은순(鄭銀順·37)씨다.
“팔을 뒤로 뻗으니까 공이 빗나가지.” “잘했어. 자세가 좋으니 곧 골인도 문제없겠다.”
정씨는 모자란 아이에겐 따끔한 질책을, 잘 따라주는 아이에겐 따뜻한 칭찬을 건네며 꼬마 선수들을 진두지휘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사상 최초의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코트의 ‘왕눈이’는 그렇게 농구인의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수업이 없는 날에는 화단을 가꾼다.(좌) 슛 하나에 울고 웃는 해맑은 아이들을 보노라면 수업시간이 훌쩍 지나간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