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호

INTERVIEW

“세종시에 대통령집무실 설치, 새 헌법에 행정수도 명시해야”

‘행정수도 완성’ 주장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

  • 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입력2017-10-0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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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0여 건 대표 발의…8년 연속 의정활동 최우수 의원 선정
    • 장·차관 인사 충청권 단 1명…역대 최악의 ‘충남 홀대’
    • “‘밤 정치’ 대신 지역 주민과 국민 보고 정치했다”
    • 솔선수범, 소통, 유비무환, 백의종군…이순신 리더십 절실
    • 자유한국당, 개혁을 개혁하고 혁신을 혁신해야
    3선 의원인 이명수(62) 자유한국당 의원은 의정 활동 9년 동안 700건이 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8년 연속 의정활동 최우수 의원으로 선정됐다. 특히 국민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는 법안을 많이 발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이 의원은 법안을 많이 만든 비결을 묻자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입법인데, 여기에 충실한 게 국회의원의 기본 도리 아니냐”며 반문했다.



    국회의원의 기본

    “굳이 비결을 찾는다면 오랜 행정 경험 때문인 것 같다. 중앙과 지방행정을 두루 경험했고, 총리실과 청와대 근무도 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어느 부처 소관이고 어떤 법을 고쳐야 하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최근 대표 발의한 ‘부하직원 폭행 예방 위한 형법 개정안’과 ‘소방·경찰공무원 처우 개선을 위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얼마 전, 회사 오너가 운전기사를 폭행하는 등 갑질 행태가 사회적 지탄을 받았는데,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제도적으로 규제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어 가중처벌하도록 개정안을 냈다. 또한 민생 현장에서 가장 고생하는 공무원이 경찰, 소방관, 교정, 집배원인데 일반직 공무원에 비해 보수나 인사 등에서 차별을 받아왔다.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야겠다 싶어 경찰과 소방공무원의 승진 연한을 5년 줄였다. 그래도 일반직에 비해 늦는 편이다.”



    가장 보람을 느낀 법률 발의안을 꼽는다면.
    “희귀난치성질환에 관한 지원법률 제정이다. 희귀난치성 환자는 복지사각지대로, 정부에서 정확한 숫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이다. 희귀난치성질환을 위한 치료와 조사연구에 관한 지원 법률을 만들었는데, 국회 통과 후 환자 보호자들이 찾아와 울면서 고맙다고 하는데 마음이 짠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법안은.
    “해외수입품이 대부분이던 장애인보장구를 국산화하고, 싼값에 보급하도록 하는 ‘노인 및 장애인의 보장구 지원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다. 계기가 있다. 대학에서 강의할 때 장애학생이 1주일이 넘게 출석을 안 해 이유를 알아보니 휠체어가 고장 나 서울에 있는 수리점에 맡겨 움직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맡기고 수리하고 찾아오는 데 1주일 넘게 소요된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가 있고 동네마다 카센터가 있는 우리나라가 휠체어 하나를 못 만들고, 서비스센터가 대도시에만 있다는 건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의원이 되자마자 법을 만들었다.”


    원내대표 중심 국회 운영

    3선 중진이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선진국의 경우 의원 교체율이 20~30% 정도인데, 우리는 50%가 넘는다. 그래도 정치가 바뀌지 않는 걸 보며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걸 절감했다. 의원이 아무리 많은 법안을 발의해도 여야 간사가 합의하지 않으면 상정도 되지 않는다. 2014년 담뱃값 인상 때, 당시 보건복지부 의원들은 500원 인상이 적당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런데 상임위 의견은 묻지도 않고 여야 대표가 2000원 인상안을 결정했다. 여야 원내대표 중 한 명만 병원에 입원해도 나머지 298명 의원의 의지와 상관없이 국회가 열리지 않는다. 이처럼 국회가 여야 원내대표에 의해 굴러가고, 나머지 298명 의원의 의사는 무시된다. 의원 전원이 모여 회의하는 전원회의를 만들자고 몇 번 제안했는데, 채택이 안 된다.”

    국회정치발전특위 위원장이었는데 이런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나.
    “지난 1월 국회정치발전특위 위원장을 맡으며 정치 시스템을 바꿔보려 했다. 그런데 상반기는 대선 때문에 모임이 거의 불가능했고, 대선이 끝난 후에는 여야가 바뀌면서 여당에서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 더불어민주당으로 위원장 자리가 넘어갔다. 그 과정에서 특위의원들의 의견을 물은 적도 없다. 지도부끼리 결정한 것이다.”



    철학 없는 국회의원?

    이 의원은 자유한국당이 혁신위원장으로 영입한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한나라당의 ‘철학 없는 국회의원’으로 꼽은 52명에 포함됐다. 요즘말로 하면 보수정당 내 적폐 청산 대상이 된 셈이다.

    “보수의 정체성에 맞는 정책을 내고 행동했는지로 평가했다면 인정하겠다. 그런데 법률 내용과 상관없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서명한 횟수로 명단을 작성했다. 입법 과정을 전혀 모르고 하는 주장이다. 내가 만든 법안에 더불어민주당의원도 서명하고, 민주당 의원이 만들었어도 좋은 법안에는 서명해주는 게 당연하다. 단순히 더불어민주당 의원 법안에 서명을 많이 했다는 이유로 ‘철학 없는 의원’으로 규정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

    자유한국당의 혁신 추진 상황은 어떤가.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死則生)’ 정신이 절실하다. 뼈를 깎는 각오로 개혁해야 하는데 당장의 국면만 바꿔보려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방향성이나 내용이 많이 부족하다. 지엽적인 것만 내놓고 있다. 개혁을 개혁하고 혁신을 혁신해야 한다. 혁신위원회 구성을 보면 한쪽 성향만 몰려 있다. 다른 생각, 다른 목소리가 없다.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 100명이 모여 회의한들 무슨 의미가 있나. 100명이 넘는 전체 의원의 중지를 어떻게 모을지, 당원과 어떻게 소통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이 지났다.
    “하는 것을 보면 아직 자리를 못 잡은 것 같다. 너무 조급하다. 탈원전, 최저임금, 비정규직 문제 등 이슈만 쏟아놓을 줄 알지 감당을 못 한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단면만 본다. 아직도 야당인 줄 아는 것 같다. 야당은 문제 제기만 해도 되지만 여당은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행정수도 완성 공약

    인사 논란이 많다.
    “청와대에 외교안보를 아는 사람이 없어 불안스럽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방사포라고 발표한 건 심각한 문제다. 대북 관련 정보망을 전혀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미·중·일 대사를 비전문가로 임명했다. 만나는 외교전문가마다 다 걱정한다. 수십 년 일한 외교전문가도 제대로 대응하기 힘든데 그 나라 말도 잘 모르는 비전문가가 어떻게 이 어려운 현안을 해결할지 우려된다. 외교를 모르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충남 홀대가 더 심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별 안배를 따질 일은 아니지만, 정도가 너무 심각하다. 인구로 보면 충청이 호남보다 더 많은데, 충청 인재가 그렇게 없다는 것인지 30여 명의 장차관 중에 충청 출신이 단 한 명이다. 이런 경우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다.”

    행정수도가 또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대부분의 행정조직이 세종자치시에 들어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청와대와 국회가 빠져 있다. 이로 인한 비효율이 심각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행정수도 완성’을 내세운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이낙연 총리가 “개헌을 통해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수도 이전에 대해 다수 국민이 동의해주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내년에 새로 만드는 헌법에 행정수도를 분명하게 명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수도권 쏠림을 막고 나라의 전반적인 구조를 바꾼다는 점에서 행정수도 완성은 꼭 필요하다. 행정수도의 완성은 국회, 청와대가 다 세종시로 가는 것이다. 물론 당장 그렇게 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걸 국민도, 충청도민들도 다 안다. 그래서 헌법에 행정수도를 명시해놓고, 여건을 봐가면서 이전하면 된다. 우선 지금은 실질적 기능을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세종시에 대통령집무실과 국회분원을 설치해야 한다. 대통령이 일주일에 한두 번 세종시에 와 업무를 보면 장관들이 서울로 가면서 생기는 공백을 확 줄일 수 있다. 국회의원들도 국회 분원에서 공무원을 부르면 수많은 공무원이 여의도에서 대기하느라 하루 종일 아무 일도 못하는 비효율은 사라질 것이다.”



    이순신 리더십

    이명수 의원은 충남 아산 출신이다. 공직생활도 아산시청에서 수습사무관으로 시작했다. 지금 사는 곳도 아산시다. 지방 국회의원 대부분이 서울에 살거나 임시 거처를 두는데, 그는 매일 아산에서 여의도까지 출퇴근한다.

    “처음 출마할 때부터 ‘국회의원이 돼도 이곳에서 살겠다’고 지역민들과 약속했다. 지역 의견을 많이 들어야 한다. 보좌관이나 다른 사람에게 간접적으로 듣는 것은 한계가 있다. 현장에서 들어야 의정 아이디어가 나온다. 대중교통으로 1시간이면 집에서 국회까지 올 수 있다. 기차로 이동하면서 국민과 이야기하며 입법 아이디어도 많이 얻었다.”

    흔히 정치는 밤에 이뤄진다고 한다. 매일 저녁 지역으로 내려가다 보면 ‘여의도 밤 정치’를 하는 게 불가능할 텐데.
    “‘밤 정치’에 약한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국회의원 당선 선수(選數)에 비해 당직을 덜 맡았다. 하지만 개인의 영달보다는 지역 주민과 국민을 보고 정치해야 한다고 믿는다.”

    아산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자란 곳이고, 현충사가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 ‘전남 10개 남부 해안지역을 연결한 이순신 호국벨트’를 만드는 사업을 추진한다.
    “우리들 잘못이다. 다른 지자체 사업을 배 아파할 게 아니라 그 사업이 아산시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아산시는 생가와 묘소가 이곳에 있다는 상징성만 내세웠지 어떻게 활용할지엔 관심이 없었다. 아산시와 충남도에 몇 번 이야기했는데 관심이 없더라. 현충사에 이순신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무엇보다 이순신 장군을 연구하고 업적을 기리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아산이 해야 한다.”

    현재의 난국을 타개할 ‘이순신 리더십’을 꼽는다면.
    “우선 솔선수범 정신이다. 장군은 뒤에서 말로 지휘하지 않고 맨 앞에서 행동으로 지휘했다. 그러니 장병이 더 열심히 싸울 수 있었다. 또한 과학적이고 철저하게 대비했다. 거북선은 적당히 만든 게 아니다. 부하들과는 물론 주민과의 소통에도 뛰어났다. 무엇보다 오직 나라에 필요한 일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문관이 되려다 늦은 나이에 무관 공부를 시작한 것도, 두 번이나 백의종군을 한 것도 나라에 필요한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었기에 가능했다. 지금 우리나라 지도자들에게 이런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다.”


    창의적 행정과 기획

    제22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이 의원은 금산군수, 충남 행정부지사 등 충남도뿐 아니라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대통령비서실, 총리실 등 중앙의 요직을 두루 거친 전문 행정가다. 1980년대 말, 충남도청에 근무할 때 대산공단을 조성하며 입주 대기업들로부터 ‘지역개발협력자금’을 거둬 ‘개발이익환수제도’의 모티프를 제공했는가 하면, 2002년 총리실에 근무할 때는 국가안전관리개선기획단을 기획하고 실무를 맡아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교통사고율을 절반 이하로 낮추는 등 창의적인 행정과 기획을 많이 한 것으로 유명하다.

    충남 보령댐과도 인연이 깊은데.
    “당시 충남은 물이 부족해 댐 건설이 시급했지만 정부 계획에 댐 건설은 들어 있지 않았다. 물이 부족하면 인구도 늘지 않고 기업 유치도 힘들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내 충남에서 자체적으로 보령댐 건설을 추진했다. 나중에 수자원공사로 넘어가 완공됐다. 그때 보령댐을 만들지 않았다면 충청 지역의 물 사정이 심각했을 것이다. 지금도 충남은 물이 부족한 상황이다. 하루빨리 새로운 수원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4대강 보를 허물겠다는 게 현 정부의 생각인데, 새로운 댐 건설이 가능할까.
    “4대강 사업은 생각할 때마다 안타깝다. 당시 자유선진당 의원으로 있으면서 반대했다. 당시 영산강 수질이 심각했기 때문에 영산강을 먼저 하고 다른 곳은 천천히 진행해야 했다. 지금은 보를 무조건 허물기보다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얼마 전에 공주보에 갔는데, 극심한 가뭄으로 농민들은 물이 없어 난리인데 공주보의 물을 바다로 흘려보내더라. 이런 이벤트성 행정은 잘못된 것이다.”

    충청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충청 지역 연계를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1998년 ‘대청호 선언’을 통해 대전 충남 충북 3개 광역권 상생협력 기틀을 마련한 일은 지금도 보람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후 실질적인 협력이 별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충청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 우선 충북과 충남을 동서로 잇는 도로가 별로 없다. 충청의 광역단체장과 지자체장, 국회의원들이 모여 지역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행정가적 도정 필요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공직을 마친 후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공부하고 싶었는데, 심대평 당시 충남지사가 강하게 권유했다. 행정을 하면서 느낀 아쉬운 부분을 내가 직접 법을 만들어 보완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 받아들였다. 정치를 하면서 지금까지 어려운 사람들 편에 서서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하려고 노력했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그에게 “본인이 만든 법을 행정을 통해 펼치고 싶은 생각을 해본 적 있느냐”고 묻자 웃으며 “당이 결정할 문제”라고 하면서도 “행정과 입법, 둘 중 하나를 굳이 선택하라면 내겐 행정이 더 맞는 것 같다”고 여운을 남겼다.

    “지난 몇 년간 충남이 달라진 게 없다. 안희정 지사가 정치가적 도정을 펼쳤기 때문이다. 충남은 지금 지역에 필요한 콘텐츠를 만드는 등 행정가적 도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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