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호

오르비스 인터패션 이혜경 대표

명품시장 공략하는 패션계 ‘제너럴 로멜’

  • 글·김민경 주간동아 편집위원 holden@donga.com /사진·박해윤 지호영 기자 /이탈리아 자료이미지 제공·유창근

    입력2008-10-29 14: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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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비스 인터패션  이혜경  대표
    한국의 명품 비즈니스는 대부분 수입과 유통업으로 이뤄지는데 어떤 면에선 휘황한 모래성 같다. 오르비스 인터패션 이혜경 대표의 생각과 행보가 특별하게 보이는 건 이런 현실 때문이다. 1992년 회사를 설립하고 실험적인 유럽 신진 디자이너의 패션을 발굴, 수입해온 이 대표는 세계 최고의 모피브랜드 제니와 럭셔리 악어가죽 브랜드 콜롬보를 이탈리아에서 들여오면서 럭셔리 기업 CEO로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다. 국내외에서 기존 유통망을 정리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엄격하게 관리함으로써 1%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VVIP마케팅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최상류 소비층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확고해지고 수익이 늘어나자 본사도 이 대표를 동등한 회사 경영자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대표는 콜롬보의 디자인에서 마케팅까지 모든 경영 활동에 참여하며, 아시아 시장 진출을 주도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공방에서 태어난 많은 럭셔리 브랜드가 LVMH라는 프랑스기업에 의해 성장했듯이, 한국 기업에 의해 콜롬보를 아시아와 중동 등 신흥 럭셔리 소비국에 진출시킨다는 것이 그의 전략이다.

    오르비스 인터패션  이혜경  대표
    이화여대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이 대표는 미술을 후원하고 인재를 키운다는 목표 아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VMD(Visual Merchandiser·상품을 시각화해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업무 기획자) 공모전을 진행 중이다. 1차 통과자들을 이탈리아 디자인 명문 아카데미 도무스에 데려가 견학시키고, 이탈리아 콜롬보 매장의 쇼윈도 디스플레이 과제 등을 심사해 우승자를 뽑는 독특한 방식이다. 사진은 이탈리아 부티크 쇼윈도에 설치된 한국작가들의 작품. 공모전 참가자들이 디스플레이를 맡았다.

    오르비스 인터패션  이혜경  대표

    이혜경 대표가 VMD 공모전 우승후보자인 이주현씨와 김희진씨(오른쪽)에게 최고의 악어 가죽 상태와 럭셔리 산업의 트렌드를 설명하고 있다.

    작지만 광채를 뿜는 예리한 커팅의 다이아몬드 같은 이 대표는 전쟁영화와 소설의 열렬한 애호가다.

    특히 ‘상륙작전’을 좋아해 제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영화는 수십번씩 봤다고 한다. 다시 태어난다면 ‘장군’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한국 패션업계의 ‘제너럴 로멜’이자 ‘아이젠하워’다.



    30대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보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 사업을 한 이 대표는 “결국 중요한 건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세계의 다양한 사람을 이해하는 인문학적 소양과 예술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런 것들이 없다면 인생의 고비들을 넘기지 못했을 것이다. 날 도와준 이들과 내 딸에게 늘 고맙다”고 말한다.

    오르비스 인터패션  이혜경  대표

    콜롬보 악어가죽공방의 장인(왼쪽).이혜경 대표(사진 왼쪽)와 콜롬보 본사 경영진이 VMD공모전 개최를 함께 축하하고 있다. 이 대표는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이탈리아 디자인 관계자들이 한국의 한 패션기업이 대학생들을 데리고 왔다는 사실에 놀라는 모습을 볼 때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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