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는 건 화장품 회사에서 일하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죠. 편견과의 싸움은 늘 극복해야 할 일이었어요. 실제 업무 외에 일 하나가 더 있었던 셈이죠.”
아우디코리아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는 이연경(34) 이사. 2008년 서른셋의 나이로 수입차 업계 최연소 여성 임원이 된, 잘나가는 골드미스인 그도 한때는 “나이도 어린 여자가 차에 대해 뭘 아느냐”는 비아냥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때로 뛰어난 실력은 편견을 뛰어넘는다. 이화여대 사회학과(93학번)를 졸업한 후 노보텔과 마스터카드 등에서 홍보·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2001년 아우디를 국내에 수입하던 임포터 회사에 홍보·마케팅 담당자로 입사해 수입차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04년 아우디코리아 출범 준비부터 현재까지 아우디코리아의 마케팅을 책임지면서 아우디의 국내 성장을 이끈 주역이 됐다. 2004년 연간 700대 남짓 팔렸던 아우디는 2008년 한 해 5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연경 이사는 출범 초기 국내에서 존재감이 약했던 아우디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단기간에 급상승시켰다는 점에서 공로를 인정받았다.
“아우디는 다이내믹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브랜드입니다. 제가 처음 아우디를 만났을 때는 브랜드 이미지라는 게 없었죠. 또 뛰어난 기술력이 강조되다 보니 세련됨이 저평가됐고요. 저는 한국시장에 아우디의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심기 위해 노력했어요. 다이내믹 프레스티지(dynamic prestige)라는 말도 그런 의미에서 만들었죠.”
국내에 와인 열풍이 불기 전인 2005년 타깃 고객층을 상대로 와인 클래스를 연 것을 비롯해 유명 뮤지션 콘서트와 오페라 클래스 등 그는 상류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 마케팅을 선보여왔다. 마케팅 성공의 비결을 묻자 “가장 확실하고 좋은 마케팅이란 내가 직접 그들의(타깃 고객층) 삶을 살고 같은 것을 느끼는 것”이라고 답했다.
대학시절 여성기업인 조안 리의 책을 읽고 홍보 마케팅의 세계에 들어오게 됐다는 그는 자신의 일에 대해 “이성 못지않게 감성의 영역이 중요하며 그런 점에서 여성인 게 강점일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입사 초기엔 편견에 부딪혀 장애가 되던 것들이 이제는 남다른 경쟁력이 됐다고 한다.
“나이 어리고 여성이라 힘든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그걸 이겨낸 뒤엔 오히려 강점이 됐어요. 사회적 편견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더 이상 실력에 대한 의심을 받지 않게 됐죠. 흔치 않은 존재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저를 확실히 기억해준다는 점도 이점이고요.”
“스스로를 브랜드라고 생각하는 만큼 실력뿐 아니라 건강, 외모관리도 철저히 한다”는 그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더 큰 성공을 향한 구체적인 목표들을 기대했지만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만들려고 한다”는 짤막한 답을 내놓았다.
“성공이요? 글쎄, 성공이란 말에 모순이 있다고 생각해요. 성공에 대해 굳이 정의한다면 열심히 살았던 부분에 대해서 보상을 받았느냐는 건데, 저는 현재 한창 일하고 있고 인생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보상을 받았다 그렇지 않다 말하긴 어려워요. 어떤 것에 대한 목표를 거창하게 구체적으로 세우진 않아요. 지금 해야 할 일에 정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전부예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