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적 옮긴다고? 그런 꼼수 써가며 정치할 군번 아니다
- 세종특별시 건설에 지사직 걸었다
- 수도권 규제완화 반대는 국가지도자로서의 신념
- 안면도 꽃박람회 성공시켜 꿈과 희망의 메시지 전하겠다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이 지사는 “세종시 문제 등으로 정신이 없는데다 꽃박람회 생각에 요즘엔 밤잠까지 설치고 있어요”라며 앓는 소리를 쏟아냈다. 매년 초 으레 나섰던 산하 시도 초도순시도 모두 취소했단다. 꽃박람회장의 화장실 위치, 자원봉사자들의 옷차림까지 직접 챙긴다는 이 지사는 인터뷰 당일인 3월9일 오전에도 현장을 둘러보고 오는 중이라고 했다. 배석한 측근은 “꽃박람회를 준비하며 지사님이 직접 지시해 수정 보완한 사항만 107개입니다. 아주 죽을 맛입니다”라고 슬쩍 일러줬다.
화장실 숫자까지 직접 챙겨
이 지사가 이토록 공을 들이는 안면도 꽃박람회(부제 ‘꽃, 바다 그리고 꿈’)는 4월24일부터 5월20일까지 충남 태안군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일원에서 열린다.
▼ 꽃박람회 준비는 잘 되고 있나요.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걱정도 많죠. 사람이 많이 와줄지가 가장 큰 걱정입니다. 음식이나 숙박은 괜찮을까, 꽃이 늦게 피거나 일찍 피면 어쩌나, 화장실이 부족하면 어쩌나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행사가 열리는 안면도 외에 홍성, 서산 등 인근 지역의 준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고요. 경찰청, 교통방송, 주변 시군으로부터 협조를 받아야 하는 것들까지 모두 직접 챙깁니다.”
▼ 이번 꽃박람회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무엇인가요.
“기름 유출로 멍든 절망의 땅을 꿈과 희망의 땅으로 바꾸는 행사죠. 검게 변한 바다, 하지만 120만명의 자원봉사자가 만든 기적의 땅에서 열리는 기념비적인 행사가 될 것입니다. 좌절을 희망으로 바꾼 우리의 노력을 전세계인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화훼산업 육성과 같은 현실적인 욕심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우리의 저력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 대박을 터뜨린 2002년과 비교해 상황이 안 좋은데요.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경제사정이나 행사시점 모두 안 좋아요. 2002년의 경우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행사여서 덕을 많이 봤습니다. 대전 충남 지역에서 출마하는 1200명가량의 예비 지방선거 후보자가 몰고 온 손님만으로도 흥행할 수 있었죠. 15번 다녀간 사람도 있었어요. 그때와 지금은 다릅니다. 하지만 노력한 만큼의 성과는 분명히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요즘에는 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팬사이트를 이용한 홍보 방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꽃박람회만큼이나 이 지사가 공을 들이는 지역 현안은 뭐니뭐니해도 세종시 건설 문제다. 이 지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세종시 건설에 지사직을 걸겠다”고까지 공언하며 이 사업에 열정을 쏟아왔다.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떠돌 때 누구보다 더 조바심치며 발을 구른 사람도 바로 이 지사였다. 지난 겨울 내내 언 발을 녹여가며 각 당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정책 세일즈에도 나섰다. 이 지사는 4~5월에 열리는 임시국회에서는 세종시 건설과 관련된 문제가 반드시 해결될 것으로 믿고 있다.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이 지사를 더욱 답답하게 하는 것은 집권당이자 자신이 몸담은 한나라당이 세종시 건설에 미온적이라는 점이다. “지난 정권이 벌인 사업에 너무 매달리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거리는 사람이 당내에도 많아 그의 힘을 뺀다. 반면 수고한다고 어깨를 두드려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현재 한나라당은 세종시를 중앙정부 차원의 특별시로 할 것인지, 충남 산하의 특례시로 축소할 것인지에 대한 당론조차 결정을 못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미 여러 번 한나라당에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한나라당도 섭섭하지만…”
▼ (세종시 건설과 관련) 한나라당이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뭐 그렇게만 볼 문제는 아닙니다. 이 문제는 당의 문제라기보다는 수도권 대 비수도권 간의 갈등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수도권 의원들은 일단 행정도시 건설에 소극적입니다. (세종시 문제가)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략적으로 이용되는 현실이 가슴 아플 뿐이죠. 집권당이라는 이유로 한나라당이 피해를 본 점도 분명히 있어요. 그건 사실입니다.”
이완구 지사는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경제위기 대응 추진 기획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충청권에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없어서 생긴 문제라고 봅니다. 당연히 당 차원의 이해가 부족한 것도 다 그 때문입니다. 다른 정치적 배경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한나라당은 지난해 100대 국정과제에 세종시 문제를 올려놓기는 했습니다. 반면 이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한 자유선진당과 민주당은 세종시 문제를 우선협상 테이블에 올리지도 않고 있어요. 그러면서 한나라당만 공격합니다. 한나라당에 섭섭한 건 사실이지만 더 섭섭한 것은 야당이에요. ”
▼ 왜 야당이 적극 나서지 않을까요.
“세종시 문제를 계속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싶어서겠죠. 뭐 다른 이유가 있겠어요?”
▼ 세종시 성격에 대해 지사님의 견해가 오락가락한 면도 있는데요.
“이 부분은 설명이 좀 필요한 대목입니다. 문제를 정리하면 ‘특례시로 할 거냐, 특별시로 할 거냐’가 됩니다. 특별시는 정부직할로 광역적 의미를 갖는 개념이에요. 그렇게 되면 충남과 인연이 끊깁니다. 대전이 충남에서 떨어져 나간 것과 같죠. 반면 특례시는 광역자치단체에 속해 있으면서 다만 특별한 지위를 주는 식입니다. 사실 특별시든 특례시든 재정문제만 충남과 잘 조화를 이룰 수 있다면 문제가 없다는 게 나와 충남도의 견해입니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 말기 광역시를 전제한 세종시법이 나오면서 정부와 충남도가 갈등을 빚었어요. ‘충남이 반대해서 안 됐다’는 식의 불만도 이 갈등 속에서 터져 나왔고요.
그런데 당시 정부가 내놓은 안은 문제가 많았습니다. 법조문이 5개뿐이었어요. 여기에는 세종시 주변지역(특히 연기군)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얘기가 전혀 없었습니다. 재정문제 해결 방안도 없었고요. 충남지사인 내가 그런 안을 어떻게 받겠습니까. 못 받죠. 그런데 이런저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지사 때문에 일이 안 됐다’고 합니다. 정말 억울하고 답답한 노릇입니다.”
▼ 여하튼 최근에야 충남도는 ‘특별시’로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결정이었나요.
“지난 정부에서 만들어진 법안을 바탕으로 세부 조문 74개를 만들었습니다. 그게 지금 심대평, 정진석 의원 등이 입법 발의한 세종시법입니다. 여기엔 세종시 주변지역과 세종시의 재정에 대한 것이 모두 들어 있죠. 처음에 세종시 예정지의 10%가량이 포함됐던 충북은 ‘우린 (세종시에서) 빼달라’고 했어요. 그러면서도 세종시 건설과정에는 충북의 건설업체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참 고약한 사람들입니다. 특례시니 특별시니 하는 얘기가 나오니까 충북은 뒤늦게 ‘특별시로 가야 한다’는 방침을 내놨는데 그게 또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설사 충남에서 세종시가 떨어져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그래서 세종시가 잘 만들어질 수 있다면 무조건 돕겠다는 게 우리(충남)의 일관된 생각입니다. 최근 특별시로 충남도의 방침을 정리한 것은 애초의 입법 취지를 살리고 주변사정을 최대한 고려해 협조를 받겠다는, 일종의 의지의 표현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큰 틀에서는 특별시로 가는 것이 맞다’는 게 현재 내 생각입니다.”
“탈당이라는 말, 혐오스럽다”
▼ 한나라당의 당론이 결정되기 전에 지사께서 먼저 방침을 정리했습니다. 정치적 부담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선수를 친 거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세종시가 원활히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가치 앞에 어떤 것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정치인 이완구가 어떻게 되는가 하는 문제도 고려대상이 아닙니다. 지사직을 걸었다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한 말이고요. 이완구 개인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계산이나 부담은 얘깃거리도 안 됩니다.”
▼ 세종시 문제에 대한 방침만 보면 지사의 생각이 자유선진당과 비슷해 보입니다.
“딱히 그런 것은 아닙니다. 자유선진당에도 서운한 것 많아요.”
▼ 정책이 비슷해서 그런지 ‘자유선진당과 코드가 맞다’거나 심지어 ‘자유선진당으로 당적을 옮긴다’거나 하는 얘기까지 나오는데요.
“탈당이니 당적 변경이니 그런 얘기를 하고 싶은 것 같은데…. 단언합니다. 내가 정치를 그만두면 그만뒀지 탈당은 없습니다. 탈당이라는 단어 쓰기도 싫어요. 혐오스럽습니다. 당적 옮길 일도 없습니다. 정치 초년병 시절인 1990년대 후반에 잠시 (자유민주연합으로) 당적을 옮긴 적이 있는데 이를 두고 요즘 호사가들이 나를 입방아에 올리는 것 같네요.”
사실 정치권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지사의 탈당 가능성을 점쳐왔다.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자유선진당의 약진, 이에 비견되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의 인기 하락은 뜬금없이 시작된 소문에 가능성이란 날개를 달아줬다. 이 지사도 이런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을 터. 이 지사의 생각과 계획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차기 지방선거는 불과 1년 앞으로 다가와 있다.
▼ ‘지사를 한 번 더 하려면 자유선진당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도 많습니다.
“솔직히 (자유선진당으로) 당을 옮겨 내년에 충남지사에 출마하면 무조건 당선된다는 거 나도 압니다. 하지만 안 합니다. 내가 당적을 옮기면 충남에 있는 한나라당 출신 단체장, 시의원, 도의원 모두 다 끝장입니다. 출마를 안 해도 결과는 같아요. 지사를 한 번 더 하기 위해서 당적을 바꾸는 일은 없습니다. 어떤 경우든 당적 옮기는 일은 없습니다. 다음 선거에 출마를 하든 안 하든 당적 변경은 없어요. ”
지사를 한 번 더 하려면 당을 옮기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이 지사의 마음이 불편한 듯 보였다.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 선거에 집착하는 정치인으로 자신이 평가받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 지사의 높아진 목소리는 불쾌한 심기를 그대로 담고 있었다. 기자는 이 지사의 양해를 구한 뒤 각도를 조금 달리해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의 대답이 달라질지 궁금했다.
“무조건 한나라당 지킨다”
▼ 충남지사가 될 때의 정치철학을 관철하기 위해서, 지사직을 걸어서라도 성공시키고 싶은 세종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당을 옮길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그러나 이 지사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목소리는 보란 듯이 더욱 커졌다.
“네버(never)! 어떤 경우에도 당적을 옮기는 일은 없습니다.”
탈당 가능성에 대해 그는 했던 말을 하고 또 하면서 자신의 정치신념을 강조했다. 자신을 둘러싼 각종 루머, 즉 탈당이니 당적 변경이니 하는 것들로 그동안 괴로웠다는 것을 기자에게 말과 표정으로 온전히 전했다. 이 지사는 “내가 지금 탈당, 당적 변경 같은 얘기를 할 군번이 아닙니다. 그러기엔 정치를 아는 나이, 경력이 됐어요”라고 못을 박으며 더 이상 이 문제로 논란이 없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탈당’ 관련 질문과 대답은 한동안 더 이어졌다.
▼ 도민들이 당을 옮기자고 해도 (자유선진당으로) 안 가실 건가요.
“무조건 한나라당 지킵니다. 난 15년 이상 정치를 한 사람입니다. 내가 가야 할 길은 내가 압니다. 볼 것 없어요. 앞뒤 안 재고 그냥 내 갈 길을 갈 겁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마이웨이합니다. 이제 그 얘기는 그만하죠.”
▼ 혹시 정치적 결벽증 같은 게 있으신가요.
“그런 건 아니고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일을 해보니 지사라는 자리가 참 무서운 자립디다. 예를 들어, 충남도청이 청사를 옮기는데 인근 지역에 부친의 땅이 있습니다. 1930년대에 산 땅인데 보상금으로 2700만원이 나왔어요. 하지만 난 포기했습니다. 내가 그 돈 받았으면 분명히 앞뒤 자르고‘이 지사가 보상금 받았다’는 소리만 나왔을 겁니다. 장인 장모가 돌아가셨을 때도 아무에게도 연락을 안 했어요. 당을 옮기는 문제도 똑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뜻으로 당을 옮겨도) 내 뜻과는 다른 해석이 나올 겁니다. 그런 오해받고 싶지 않아요.”
이 지사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에게는 결벽증이 있어 보였다.‘정치적 도덕 강박증’이다. 그의 그런 성격은 2년 전 아들을 장가보낼 때도 그대로 드러났다. 당시 이 지사는 친이모와 같은 가까운 친척에게도 아들의 결혼을 알리지 않았다. 직계 가족과 아들 친구 30명만 불러 조용히 결혼식을 치렀다. 심지어 운전기사, 비서진도 몰랐다. 운전기사는 결혼식장인 서울 S호텔까지 이 지사를 태우고 갔지만 그가 아들 결혼식에 가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지사는 당시를 떠올리며 “충남에 건설업자만 1500명인데 내 자식 결혼한다고 소문났으면 이 사람들 다 왔을 겁니다. 그거 보통 일이 아니죠. 난 원래 그런 사람입니다”라고 말했다.
“김문수와 한판 붙었다”
▼ 주제를 좀 바꿔보죠. 수도권 규제완화와 관련된 질문인데, 규제완화에 반대하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나요.
“그렇습니다. 수도권 규제완화 결정은 분명 잘못된 판단이라는 게 내 일관된 신념입니다. 며칠 전에도 시도지사 회의에서 김문수 경기지사와 한판 붙었어요. 김 지사가 ‘학교부지를 매입하는 비용을 중앙정부가 책임져달라’고 하기에 내가 한마디했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고 했죠. 수도권 과밀화는 교통, 주택, 교육 부문에서 먼저 터지게 되어 있어요. 경기도는 지금 ‘돈 없으니까 중앙정부가 돈을 대라’고 하는 식인데 그 돈은 모두 지방에서 거둔 세금입니다. 결국 지방에서 만든 돈을 수도권에 대달라는 것밖에 안 돼요. 난 그렇게는 못합니다. 그건 수도권 주민의 삶을 위해서도 올바른 선택이 아닙니다.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안 될 말이죠. 지금 수도권 공장들의 평당 땅값은 300만~1000만원 해요. 그런 상황에서 경쟁력이 나올 수 있겠어요? 도지사 정도의 국가지도자라면 지역의 이해관계보다는 국가 경쟁력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수도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연구해보고 거기에 맞게 주장을 펴야죠. 주먹구구식으로 무조건 풀어달라고 하는데 그건 안 될 얘기입니다.”
▼ 김 지사와 그런 문제를 얘기해보셨나요.
“김 지사가 토론을 피합니다. 한 시간이고 하루고 진솔하게 얘기해보자고 하는데도 피해요. 실증적, 과학적, 통계적으로 득실을 따지면 내 주장이 맞죠. 돼지우리나 공장 몇 개 못 짓는다고 규제를 다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짓입니다. 물론 김 지사와 나는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입니다. 신한국당에서 정치를 같이 시작했고 서로 좋아하는 사이죠. 개인적인 감정은 없습니다.”
▼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두고 ‘차기 대권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 한나라당 내에는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준비하는 사람도 많은데요.
“알고 있어요. 누가 누가 움직이는지. 나에게도 그 얘기 많이 묻습니다. 하지만 억측입니다. 요즘 가만히 보면 너무 많은 사람이 대권에 대해 쉽게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정말 본인이 한 나라를 책임질 지혜, 용기, 자질이 있는지 한번쯤 자문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누구라고 이름은 얘기 안 하겠지만 자신을 좀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 대권에 관심 없다는 뜻인가요.
“대권에 대해 생각해본 바 없습니다. 그렇다고 손꼽아 기다리지도 않습니다. 좀 더 정치적으로 간다면 ‘대권을 생각할 만큼 지사라는 자리가 한가로운 자리는 아니다’라고 써주면 좋겠습니다. (대권은) 모든 게 갖춰진 뒤에 할 얘기입니다. 만약 내가 움직인다면 조그맣게 구르진 않을 겁니다. 큰 결심이 서면 크게 구를 생각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한가하게 그런 문제를 고민할 때가 아닙니다. 올해 하반기가 되면 진짜 우리나라 경제가 결딴 날 거예요.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 여파가 가장 심하게 몰려올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경제위기 극복입니다. 정치판에서 이래저래 눈치 볼 때가 아니란 얘깁니다. 대통령도 지금 외국 돌아다닐 때가 아니죠. 참모들 들들 볶아가며 일해야 합니다.”
공모로 경제부지사 임명
▼ 정부에 불만이 많은 것 같습니다.
“대통령 참모들(을 보면) 정말 아마추어라는 생각이 들어요. 뭐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어요. 정치인, 언론인 데려다가 부지사니 부시장이니 하는 자리 만들어 주는 사람들(도 문제다). 지금 그럴 때가 아닙니다. 나는 평소 이름도 모르던 사람을 공모를 통해 경제부지사로 임명했습니다. 코트라 부사장을 지내신 분입니다.”
▼ 말씀하신 대로 경제위기가 심각합니다. 현재 충남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어떤 정책을 준비하고 있나요.
“지난해 11월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경제위기 대응 추진기획단’을 발족시켰어요. 그리고 지난 1월 ‘비상경제상황실’로 확대했습니다. 일자리 창출 문제를 일일 점검하고 있고 지방재정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함으로써 성장 엔진이 꺼지는 것을 막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자금지원 규모를 지난해보다 1000억원 가량 늘렸고 창업보육자금을 신설해 집행 중입니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사업을 많이 벌여놨어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돈을 쓰고 지원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노인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공공근로에 나선 노인들에게 일당 3만원씩 나눠주는 것과 같은 방식에는 반대합니다. 나 같으면 그 돈 중 2만원을 중소기업에 지원하고 중소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로 노인들에게 일자리와 생계비를 주도록 하겠어요. 같은 돈을 쓰더라도 생산유발 효과가 나올 수 있도록 써야 합니다. 평소에는 하기 힘들었던 사업들을 이럴 때 과감하게 집행해 한시적이라도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예를 들어 노인 실태조사 같은 것은 평소에는 못하는 사업입니다. 지금은 그런 일을 하기도 좋고 명분도 있죠. 돈을 쓰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 외국 자본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올 2월 현재 46억달러 이상의 외국 자본을 유치했습니다. 올해 목표액은 140억달러입니다. 특히 중국 자본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어요. 세계 경제위기 여파가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 중국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중국에 집중하는 겁니다. 4월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상하이시와 공동으로 투자설명회를 열 예정입니다. 디스플레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제휴 분야도 매우 넓어요. 대만의 한 제약회사의 투자도 상반기 중에 이뤄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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