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용이 새삼 주목받는 건 정 검사가 최근 수원 여성 토막 살해 사건, 이른바 ‘오원춘 사건’의 수사를 지휘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건 발생 후 인터넷에 떠도는 갖가지 근거 없는 이야기를 보면서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정 검사에 따르면 이 사건에서 가해자의 출신지는 범행에 영향을 미친 요소가 아니다. 그보다는 사건 발생 지역의 취약한 치안 환경과 수사기관의 부실한 사후 대응 등에 더 큰 책임이 있다. 그런데 여론이 ‘외국인 질타’ 쪽으로 쏠리면서 문제의 본질이 흐려졌다고 지적한다.
그도 과거엔 편견이 있었다. 검사가 된 뒤인 1996년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로 유학을 떠났을 때,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뉴욕 할렘가에 거처를 마련하며 내심 불안했다.
“그런데 겪어보니 흑인은 참 좋은 이웃이더군요. 그걸 계기로 저도 모르게 갖고 있던 그들에 대한 선입관이 사라졌죠.”
정 검사가 다른 인종과 민족에 대한 편견을 깬 계기는 한 번 더 있다. 2007년부터 3년간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법무협력관으로 근무한 것. 당시 교포들이 맞닥뜨리는 차별에 대해 알게 되면서 “피부색이나 출신지를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생각이 더욱 분명해졌다. 그는 “통계적으로 봐도 현재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의 범죄율이 내국인보다 높지 않다”고 했다.
“최근 외국인에 의한 범죄가 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국내 거주 외국인의 수가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수준이 아니에요.”
정 검사는 “공동체가 얼마나 건강한지를 판단하는 잣대 중 하나는 ‘가장 취약한 그룹이 얼마나 잘 보호받는가’이다”라며 “외국인이 차별받는 공동체는 불안해지고, 그 때문에 범죄율이 높아지게 된다. 더 늦기 전에 외국인을 우리의 이웃으로 생각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