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세의 나이에 산티아고 순례길 900km를 종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 제주 올레길 430km도 13일 만에 완주했다. 또다시 1200km 일본 시코쿠 섬 도보여행을 꿈꾸는 최원석 전 코리아타임스 주간의 ‘도보여행 예찬’.
산티아고 순례길은 예루살렘, 바티스칸 가는 길과 함께 기독교 3대 순례길로 손꼽힌다. ‘성인(聖人) 이야고’란 뜻인 산티아고는 예수의 12제자 중 하나로 이 지역에 기독교를 전파한 야고보를 지칭한다. 그의 유해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안치된 것으로 전해진다.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는데 오래된 교회, 십자군전쟁의 흔적, 마녀로 몰린 여자들의 화형대, ‘다빈치 코드’로 유명해진 비밀조직 템플기사단은 물론 로마시대 돌길까지 여행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유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총 12개 코스가 있는데, 대표적인 코스가 프랑스길로 알려진 프랑스 남쪽 국경마을 생장피 에르포르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약 800km에 달한다.
최원석(67) 전 코리아타임스 주간은 지난 4월 3일 시작해 5월 7일까지 35일 동안 이 코스를 완주했다. 그것도 산티아고 대성당이 끝이 아니라 야고보가 마지막에 선교활동을 했던 피니스테레와 선교 활동에 실패했다고 생각해 실망하는 야고보를 격려하기 위해 성모 마리아가 찾아왔다는 묵시아까지 다녀왔다. 900km가 넘는 대장정이다.
“공항에 마중 나온 아내가 내 얼굴이 해골이 됐다고 하더라. 체중이 9kg이나 줄었다. 무엇보다 등산을 그렇게 해도 빠지지 않던 뱃살이 사라졌다. 나이 들면 아무리 운동해도 빠지지 않는 게 뱃살이라던데, 순례길을 걷는 동안 마음속 욕심과 근심만 내려놓은 게 아니라 몸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뱃살까지 내려놓고 온 셈이다.(웃음)”
언뜻 봐도 바지가 헐렁해 보였다. 날렵한 허리, 단단한 허벅지가 젊은이 못지 않다.
35일간 900km 종주
900km. 매일 마라톤 풀코스(약 42km)를 22일 동안 달려야 하는 거리다. 성인 걸음 속도가 보통 시속 4km, 약간 빠르게 걸으면 시속 6km다. 보통 걸음으로 쉬지 않고 하루 8시간, 약간 빠른 걸음으로는 하루 5시간씩 꼬박 한 달을 걸어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거리다.
▼ 산티아고 순례길 종주를 하게 된 계기는.
“원래 걷는 걸 좋아한다. 산을 오르다보면 ‘더 높은 곳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많이 걷다보면 ‘더 긴 길이 없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 옛날 성 프란체스코도 걸었을 정도로 유서 깊은 길이다. 우리에게 익숙해진 것은 10여 년 전,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가 번역되면서가 아닐까 싶다. 나도 15년 전, ‘순례자’를 영문 번역서로 읽고는 한번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이번에 용기를 낸 것이다.”
▼ 매일 평균 30km씩 걷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절대 쉽지 않다. 젊은이를 많이 만났는데, 절반 이상이 발에 물집이 잡혀 울면서 포기했다. 계속 걷다가 무릎과 다리가 상한 경우도 봤다.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열정만으로는 안 된다. 먼저 몸을 만들어야 한다. 난 30년 가까이 등산을 하면서 계속 걸었다. 1년 전부터는 하루 20km 이상을 매일 걸으며 몸을 만들었다.”
▼ 하루 30km씩 걸으며 주위 유적지까지 둘러볼 수 있나.
“자신을 찾기 위해 명상하며 걷는 길이다. 관광이 목적이 아니다. 스페인 4개 자치지역을 통과하는 긴 길이다보니 풍경이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달라진다. 그래서 걸으면서도 지루한 줄 모른다. 물론 길을 가다 옆으로 빠지면 유적지를 만날 수 있는데, 초행자는 한번 벗어나면 다시 순례길로 되돌아오기가 쉽지 않다. 중간에 부루고스, 레온 같은 도시가 있어 그곳에서 하루씩 쉬며 구경할 수 있다. 순례자 중에는 매일 10~15km 정도씩만 걸으며 들르는 곳의 역사와 문화를 관찰하고 즐기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하면 두세 달 걸린다. 나는 일정상 걷는 데 바빠 유적지를 많이 찾지는 못했다. 한편으로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
▼ 굳이 걷는 고행을 한 이유가 있나.
“‘나를 깨닫겠다’ 등 어떤 커다란 목적을 갖고 걷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나처럼 우매한 사람은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가도 현실로 돌아오면 금방 잊어버린다.(웃음) 깨달음도 흘려보내는 게 인생이 아닐까 싶다.”
▼ 그런데 왜 그런 고생을 하나.
“에베레스트산 등정에 3번이나 도전한 영국의 전설적 산악인 조지 말로리는 ‘왜 당신은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그게 저기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 말의 진짜 의미를 알겠더라. 나도 ‘길이 있기 때문에 그냥 걷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총 경비 220만 원
▼ 혼자 간 건가.
“아내도 잘 걷는다. 같이 등산도 다니곤 한다. 짧은 거리는 서로 보조를 맞추며 갈 수 있지만 900km를 누구와 함께 걷는 것은 쉽지 않다. 상대와 보조를 맞추려 하다보면 둘 다 힘들어 지친다. 트레킹은 혼자와의 싸움이다. 길을 걸으며 사람들과 자연스레 만나고 헤어지는 게 정상이다. 혼자 걸을 때 가까이 있는 것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옆에 있는 꽃이 아름다운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는 게 삶인 것 같다. 그걸 이제야 깨달아 아쉽다.”
▼ 비용은 얼마나 들었나.
“220만 원이 채 안 들었다. 비행기는 6개월 전에 예약했고, 프랑스 열차는 석 달 전에, 스페인 기차는 두 달 전에 예약하면 50% 이상 저렴하다. 교통비만 110만 원 정도 들었다. 35일 머무는 동안 식비와 숙박비 등으로 100만 원 정도 썼다. 숙소는 순례자 전용 숙소인 알베르게를 이용하면 평균 7유로(약 1만 원) 정도고, 식음료는 동네 작은 슈퍼마켓을 활용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현지에서 만난 젊은이들과 몇 차례 저녁을 함께했는데 술값과 음식 재료비를 내가 내고도 그 돈으로 충분했다.”
그는 예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드리드에서 산티아고로 오는 데 기차로 6시간 이상 걸린다. 나는 샤워가 가능한 침대칸을 예약해 34유로에 구입했다. 그런데 현지에 와서 기차표를 산 젊은이는 좌석칸을 60유로에 구입했다. 돈은 두 배나 내고 밤새 앉아오느라 고생은 고생대로 한 것이다.”
▼ 우리나라 사람이 많이 간다고 하던데.
“두 가지 타입이 있다. 하나는 20~30대 젊은이다. 이야기해보면 대부분 ‘직장을 그만두고 재충전하러 왔다’고 하더라. 그만큼 우리 근로 현실과 취업 현실이 열악하다는 방증인 것 같아 기성세대로서 마음이 아팠다. 또 하나의 타입은 50~60대다. 순례자용 여권(크레덴셜)을 가지고 걸으면 중간 중간 인증 도장을 찍어주고 최종지에 가면 완주 인증서를 주는데, 최소 100km 이상은 걸어야 한다(자전거 순례는 200km 이상). 그런데 적지 않은 사람이 걷지 않고 차를 타고 와서는 걸어온 것처럼 속여 인증서를 받아간다. 심지어 인증서를 대신 받아주는 여행사까지 있다. 마라톤에 참가한다며 결승점까지 자동차 타고 와서 완주증을 받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동이다. 남을 속일 수는 있지만 자신을 속일 수는 없다. 사색과 고행의 길을 걷겠다고 와서 그렇게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제주 올레길
그는 순례 길에서 만난 한국인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많은 한국인이 폐쇄적이며 친화력이 부족하다. 말로는 세계화를 외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특히 50대 이상은 굳은 표정을 짓고 대화 기술도 서툴다. 인사를 건네도 무뚝뚝한 표정으로 무시해 상대를 당황하게 만든다. 웃고 부드러운 얼굴로 인사를 나누면 좋겠다.”
▼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계속 인연을 맺고 있나.
“이메일을 주고받는다. 한국 젊은이들은 돌아와서 만나기도 했다. 모델 일을 하는 젊은 여성도 알게 되었다. 문자로 연락은 주고받는데 할아버지뻘 되는 사람이랑 만나면 그애 부모가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만나지는 않는다.(웃음)”
▼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려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면.
“순례자 숙소인 알베르게는 저렴하지만 숙박 정원이 한정돼 있어 빨리 도착해야 잠자리를 잡을 수 있다. 늦으면 자리가 없어 비싼 사설 숙박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아침 일찍 출발해 순례길을 걸어 다음 알베르게에 일찍 도착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아무리 짐이 무겁더라도 슬리퍼와 침낭, 랜턴은 꼭 챙겨야지, 없으면 고생한다.”
▼ 순례길은 어떤가.
“안내 표지판이 잘 되어 있지만 초보자는 놓치기 십상이다. 한번 놓치면 3~4km를 되돌아와야 한다. 종종 사설 숙소에서 순례객을 끌어들이려고 파란색으로 방향 표시를 해놓기도 한다. 자칫 그걸 따라가면 길을 잘못 들게 된다. 지난해 제주 올레길을 종주할 때 이정표를 자주 놓쳐 고생했다. 그때 노하우가 생겨 실수를 줄일 수 있었다. 끊임없이 표시를 확인하고, 가이드북을 보면서 가야 한다.”
그는 지난해 4월 19일부터 5월 1일까지 제주 올레길 430km를 완주하기도 했다.
“혼자 산티아고 순례길에 도전하는 게 부담스러워 산을 타는 친구 둘에게 함께 가자고 했더니, 한 친구가 먼저 올레길을 종주하면서 몸을 테스트해보자고 했다. 그래서 함께 갔는데, 한 친구는 완주 후 대상포진에 걸렸다. 몸이 많이 힘들면 대상포진에 걸리기 쉽다. 다른 친구는 무릎이 많이 아프다고 하더라. 동행할 사람을 기다리다간 안 되겠다 싶어 혼자 도전한 것이다.”
▼ 산티아고 순례길과 제주 올레길의 차이가 있다면.
“제주 올레길은 정말 아름다운 길이다. 반면 산티아고 순례길은 예쁘다. 제주도는 어느 길이나 기후가 같은데 산티아고는 기후가 계속 바뀐다. 사막 기후도 있고, 제주처럼 따뜻한 기후도 만나고. 그래서 풍광도 다양하다. 그런 면에서 힘들지 않았다.”
▼ 또 길게 걸은 코스가 있다면.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는 200km 정도로 짧지만, 고도가 높아 힘들었다. 낙동정맥(400km)과 백두대간(690km)은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몇 차례 끊어서 종주했다. 평지를 걷는 트레킹과 달리 산을 타는 것이기 때문에 한 번에 종주하기는 힘들다.”
별들과의 간통
그는 2006년 영자신문인 코리아타임스에서 주간(주필)으로 은퇴했다. 은퇴 후 등산과 독서, 사색으로 소일하는데, 그것만으로도 바쁘다고 말한다. “좋은 책은 몇 번이고 다시 읽는데, 그때마다 새롭다. 책을 읽느라 사람들이 만나자고 하는 게 귀찮을 정도”라고 하니 못 말리는 독서광인 셈이다.
그런 가운데 한 해 두세 번은 해외로 나간다. 은퇴 후 여행한 나라만 20개국이 넘는다. 직장 생활할 때도 최소한 한 해 한 번은 보름 이상 휴가를 내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그렇게 다녀온 나라가 80개국 가까이 된다.
“한 나라를 제대로 보려면 최소한 한 달 이상은 돌아봐야 한다. 그래도 다 못 본다. 기본적으로 하루 30~40km씩은 걸으며 봐야 한다. 산티아고에서 돌아오는 길에도 파리에 이틀간 머물며 시내를 100km 넘게 걸어서 돌아다녔다. 그래야 지리를 파악할 수 있고, 제대로 볼 수 있다.”
▼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여행이 있다면.
“포르투갈, 크로아티아, 스페인 안달루시아…. 다 좋은데, 모로코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오로지 별을 보기 위해 갔다. 별이 제일 아름다운 곳이 사막인데, 그중에서도 모로코 사하라 사막이 최고다. 낙타를 타고 12시간 동안 사막 깊숙이 들어갔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보면 주인공이 낙타를 옆으로 타고 간다. 낙타를 똑바로 앉아 타고 가다보니 허리가 아파서 못 견디겠더라. 그래서 주인공처럼 옆으로 타고 갔는데 그렇게 편할 수 없었다. 모래언덕이 7가지 색으로 변하는 것도 장관이었다. 그렇게 사막 한가운데서 밤하늘의 별을 보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별이 내게 쏟아지는데 마치 내가 별들과 간통하는 것 같았다. 한두 개도 아니고 수천 개가 내 품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니 그게 간통이지 뭔가.(웃음) 별똥별도 수없이 떨어지고. 그런데 새벽이 되자 그 많던 별이 순식간에 사라지더라.”
▼ 한 해 두세 차례나 해외로 여행할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되는 모양이다.
“아내와 내가 받는 연금을 합쳐 월 400만 원 정도 된다. 생활비를 아끼면 여행을 다녀올 정도는 된다. 조금만 준비하면 여행사 상품의 반값 이하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경제적 여유는 마음먹기 나름인 것 같다. 나보다 더 좋은 집에 살고 월수입이 많은데도 늘 돈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골프 치느라, 품위 유지하느라, 이런저런 불필요한 곳에 돈을 쓰기 때문이다.”
시간이 부족한 나이
그는 주거지로 서울을 고집하지 않고 외곽으로 나오면 집값 부담을 줄여 여윳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그는 의정부에 산다. 최근 서재도 꾸몄다.
“내 꿈이 서재를 근사하게 꾸미는 것과 음향시설을 갖추는 것이었다. 음향시설은 포기했지만 서재가 생긴 것만으로도 기쁘고, 아내에게 고맙다.”
▼ 은퇴 전문가들은 꼭 경제적 이유가 아니더라도 은퇴 후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에 쫓기면 자기 시간이 없어진다. 나도 원하면 몇 년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배들이 ‘저 선배는 갈 데가 없어 더 있으려나보다’ ‘돈 때문에 그냥 앉아 있나보다’하고 나를 보는 게 싫었다. 돈을 더 벌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게 아깝기는 했지만, 몇 년 더 벌자고 후배에게 안 좋은 이미지로 남고 싶지 않았다. 후배가 일할 자리를 뺏는 것도 그렇고.”
▼ 등산은 언제부터 했나.
“30대 후반 박용도 전 상공부 차관의 권유로 시작했다. 환갑 넘은 나이에 킬리만자로를 등정한 분이다. 그분에게 좋은 걷는 습관을 익혔다.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게 걷는 게 중요하다. 몸이 아플 것 같으면 바로 쉬어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그분에게 나무를 안고 교감하는 법도 배웠다.”
▼ 나이 들수록 사람을 많이 만나라는 말이 있는데, 혼자 책 읽고, 혼자 산에 가고… 오히려 혼자 사는 연습을 하는 것 같다.
“내 생각은 다르다. 우리 나이는 좋은 걸 보고, 좋은 걸 경험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사람을 만나는 건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지만, 쓸데없는 이야기만 하는 사람을 만나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있나. 그 시간에 좋은 책을 만나고 자연과 만나는 게 더 좋다. 등산은 혼자 가야 한다. 그래야 내가 쉴 때 쉬고,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살기 위해 걷고 또 걸어라
▼ 도보여행의 장점이 뭔가.
“사람을 만나고 자연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걷다보면 자연에 동화돼 욕심이 없어진다. 좋은 것만 보게 돼 세상 보는 눈이 부드러워진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도 수십 개국 수백 명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만나는 사람도 다 착하고 평화를 사랑했다. 사람이 좋아진다. 사람은 원래 착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거기에 더해 미리 여행지를 공부하고 가면 아는 만큼 즐겁다. 보물찾기를 하는 것 같다. 관광지 중심으로 둘러보는 건 맞선보러와서는 여자가 치장한 액세서리만 보고 오는 것과 같다. 그 지역의 민낯, 속살을 보는 즐거움을 느껴야 진짜 여행이 재미있다.”
▼ 다음 여행 계획은.
“산티아고 순례길 중 바스크 지역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있다. 그 길이 예쁘다고 해서 한번 가보고 싶다. 일본 시코쿠 섬의 88개 사찰을 도는 1200km 코스가 있다. 일본인이 정신적 수양을 위해 걷는 길이어서 가보려 하는데, 일본은 물가가 비싸기도 하고 긴 코스를 걸은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긴 길을 걷는 게 부담스럽기는 하다.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오데사까지 가는 트레킹 코스도 유명하다. 440km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아 이곳을 먼저 갈 생각이다.”
그는 은퇴를 앞둔, 혹은 이미 은퇴한 중년들에게 진지하게 이렇게 충고했다. 살기 위해 걷고 또 걸으라고.
“내 나이면 누구나 한두 개 이상씩 약을 복용한다. 나는 지금도 약을 안 먹는다. 걷다보면 육체적으로 정말 건강해진다. 또한 혼자 걷다보면 정신적으로도 풍부해진다. 걷는 게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건강하게 사는 가장 쉬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