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호

리더는 지시보다 대화를 중시해야

맥킨지 파트너 스콧 켈러가 말하는 ‘성공하는 조직’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4-07-23 1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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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의 성공 신화는 영원할 수 없다.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 그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이 바로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일이다.
    리더는 지시보다 대화를 중시해야

    6월 24일 서울 중구 수하동 맥킨지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스콧 켈러 맥킨지 파트너.

    2009년 조사 기준 기업이 S·P 500 종목에 머무는 평균 기간은 17년. 1955년(45년), 1975년(26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런 속도라면 현재 S·P 500 종목에 오른 기업 중 절반은 2020년이 되기 전에 사라질 수 있다.

    새로운 시대, 기업도 바뀌어야 한다. 현재 최고의 주가를 유지하는 기업들도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고 조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위기감에 쫓긴다. 최근 맥킨지는 한때 탁월한 성과를 냈던 기업들이 왜 실패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연구를 담은 책 ‘차이를 만드는 조직’을 펴냈다. 이 책의 저자인 스콧 켈러, 콜린 프라이스 맥킨지 파트너는 전 세계 500여 개 기업, 60만여 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해 그 답을 얻었다. 그 키워드는 바로 ‘조직의 건강’이다.

    6월 말 켈러 씨가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국내 고객사 관계자들을 만나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 기업인을 대상으로 강의하기 위해서다. 켈러 씨는 맥킨지 변화 프랙티스 부문 아메리카 대륙 지역 책임자이자 맥킨지 서던캘리포니아 사무소 시니어 파트너다. 고위 리더들이 대규모 변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일을 컨설팅해왔다. 컨설턴트로 일하기 전에는 P·G 제조 부문 책임자였고 미 에너지국(U.S. Department of Energy)에서 태양광 사업 관련 일을 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IT서비스 모델을 활용하는 사회적 기업 디지털 디바이드 데이터(Digital Divide Data)라는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레시피에 맞는 벤치마킹

    그는 “기업 성공의 50%는 ‘조직의 건강’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유능한 직원은 성과를 달성하도록 설계된 톱니바퀴 내 일부가 되는 데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의미 있고 긍정적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직장에서 일하길 원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떨어질 때 생산성 역시 낮아진다는 것. 켈러 씨는 “조직의 건강은 기업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 단기간 결과에 집착하면 짧은 영광의 순간을 누릴 뿐, 그 이상은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조직의 건강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직원 복지가 잘돼 있고 사기가 높은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조직의 건강이란 전 직원이 하나의 일관된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조직 내 갈등 없이 실행력이 발휘되는지, 기업이 자기 쇄신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끊임없이 학습하는 조직은 새로운 가치의 원천을 경쟁자보다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포착해 궁극적으로 경쟁 우위에 오를 수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조직의 건강을 가끔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실행하며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 왜 ‘건강(health)’이라는 단어를 썼는가? 상징적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성과를 내기 위해 조직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연구하다보니 조직과 인체의 유사성을 찾았다. 사람들도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하고 초음파, 내시경검사 등 정밀 진단을 한 후 문제가 있는 부분을 고쳐나가듯, 조직 역시 개선하려면 일관된 측정 방법이 필요하다.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일하는 ‘조직’은 어쩌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다. 조직의 효율성이 향상되면 그 이익은 사회 전체로 돌아간다.”

    켈러는 조직 건강의 9가지 핵심 요소(방향성, 리더십, 문화와 분위기, 책임, 조정과 통제, 역량, 동기부여, 외부지향성, 혁신과 학습)에 따른 37가지 실천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건강한 조직이 되기 위해 37가지 실천 방안을 모두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 이 중 6개만 확실히 잘해도 된다”고 말했다.

    ▼ 많은 기업이 다른 기업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지만 늘 성공하는 건 아니다.

    “음식을 하려면 그에 맞는 레시피를 따라야 한다. 기업이 다른 회사 성공사례를 벤치마킹 할 때 자주 범하는 문제 중 하나가 만들고자 하는 음식과 그에 따른 레시피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쿠키, 케이크, 파스타를 만들 때 각각 맞는 레시피가 있는데 그저 좋은 식재료라고 마구잡이로 섞으니 음식이 엉망이 되는 것이다. 벤치마킹하기 전에 우리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한 회사가 골드먼삭스가 인재를 채용하는 방식, 애플이 고객과 소통하는 방법, GE가 직원의 리더십을 일깨우는 방법 등을 무작정 차용해 적용한다고 하자. 좋은 음식이 아니라 일종의 ‘짬뽕’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안 하느니만 못한 변화의 시도다.”

    리더는 지시보다 대화를 중시해야


    리더의 덕목: 겸손과 용기

    켈러 씨는 지속 성장하는 위대한 조직으로 변화하려면 다섯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진단했다. 바로 ▲ 포부(Aspire, 우리는 어디로 가고 싶은가) ▲ 평가(Assess, 우리는 그곳에 갈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가) ▲설계(Architect, 그곳에 가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실행(Act,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가) ▲ 전진(Advance, 지속적으로 유지·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이러한 ‘변화 관리 역량’을 키워나가며, 계속해서 변화하는 조직만이 지속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건강한 조직을 만들려면 리더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리더는 조직에 롤모델 겸 스토리텔링 대상이 돼야 한다. 또한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팀원들과 함께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나간다는 인식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직원들은 반응과 성과를 느낄 때 신이 나서 일을 한다. 리더는 직원에게 지시하기보다 함께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

    상당수 리더가 ‘나는 관료주의적이 아니다. 신뢰도가 높다’고 스스로 인식한다. 물론 스스로를 좋게 인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직원이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의문을 가져봐야 한다. 요즘 많은 CEO가 SNS로 직원과 접촉하는데, 물론 대면만큼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덕목이 있다면?

    “좋은 리더의 특성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겸손과 용기다. 항상 성공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시도는 하겠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특성을 가진다면 충분히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

    ▼ 직접 세운 ‘디지털 디바이드 데이터(DDD)’는 어떤 회사인가? 회사를 세우고 운영하면서,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했는가?

    “나는 여행을 좋아해 전 세계 192개국을 다녀왔다. 1990년대 친구와 캄보디아에 갔는데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낙관하는 반면 그들의 현실은 참 힘들었다. 특히 당시 인터넷 시장이 성장했는데 그 혜택을 거의 받지 못했다. 지뢰 피해자를 도울 방법을 고민하다 DDD를 설립했다.

    DDD는 NGO(비정부기구)와 기업의 중간 형태다. 지뢰 피해자를 대상으로 컴퓨터, 영어 등을 가르치고 일자리를 줬다. 대학 학보사 등을 코딩해 검색 가능하게 변환하는 것이다. 캄보디아, 라오스, 케냐, 미국까지 확대했고 상당수 직원을 대학에 진학시켰다. DDD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실행력’이다. 직원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한다. 또한 이 기업은 정기적으로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 왜 중요한가’에 대한 논의를 많이 했다.”

    ▼ 한국 기업인, 조직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오늘 오전, 대한상공회의소 강의에 한국 기업인이 400명 이상 참여했다. 생각보다 참 많은 사람이 왔다. 그만큼 한국이 급진적 성장 단계를 지나 변화에 대한 욕망을 느끼는 단계인 것 같다. 항상 선두주자의 잠재력이 가장 크다. 이럴 때일수록 조직의 건강에 주목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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