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호

시선집중

축구로 베트남 뒤흔든 ‘오뚝이’ 박항서

“베트남의 강한 정신력 배워야”

  •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18-09-19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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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1]

    [뉴스1]

    박항서(59)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금의환향했다. 9월 7일 박 감독은 고향인 경남 산청군 생초면에서 중학교 축구단 산청FCU-15를 찾아 “베트남 선수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우리보다 더 열심히 뛰는 강한 정신력을 가졌다”며 “우리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감독은 생초중학교 축구부 출신이다. 

    박 감독은 지난해 10월 베트남의 U-23 대표팀과 A대표팀을 총괄하는 사령탑을 맡았다. 그는 부임 석 달 만에 베트남 U-23 대표팀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에 올려놨다. 아시안게임에서도 4위에 올랐으니 베트남이 ‘박항서 홀릭’에 빠질 만하다. 

    ‘축구인 박항서’의 삶은 오뚝이를 닮았다. 그는 1981년 실업축구 제일은행에 입단해 1988년 럭키 금성 황소에서 은퇴했다. 1985년 리그 ‘베스트 11’에 뽑힌 적도 있지만 ‘선수 박항서’는 ‘스타’의 흔적을 아로새기지 못했다. 

    1989년 코치 생활을 시작한 박 감독은 1994년 미국월드컵 한국 국가대표팀 트레이너를 거쳐 2000년에 수석코치로 발탁됐다. 이때가 박 감독에게 인생의 전환점. 2002년 한일월드컵을 위해 부임한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함께 일할 기회를 얻게 돼서다. 

    4강 신화 덕에 박 감독 앞에 탄탄대로가 펼쳐졌을 법도 하지만 현실은 복마전 같았다. 2002년 8월 6일. 대한축구협회는 박 감독을 부산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애초 약속한 임기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까지. 정작 협회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선임 70여 일 만에 박 감독을 경질했다. 당시 박 감독과 협회 간 빚어진 갈등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박 감독은 2002년 11월 29일 ‘신동아’와 인터뷰하면서 “정치는 정치고 축구는 축구일 뿐이다. 초점을 정치에 두고 축구를 생각하면 국민도 염증을 느낀다”고 토로하며 협회를 정조준했다. 



    이후 그는 K리그 여러 구단을 전전했지만 2002년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했다. 운도 환경도 따르지 않았을 터. 그러다 한국 지도자들에게 불모지나 다름없는 베트남에 정착해 비로소 다시 꽃을 피웠다. 박 감독은 앞선 ‘신동아’ 인터뷰에서 “나 같은 불운한 대표팀 감독이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었다. 베트남 대표팀 옷을 입은 박 감독은 지금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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