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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법원, 384억 금융사기 피의자 김경준씨 한국송환 판결

이명박 시장측, “대선 때 김대업식 허위폭로 재연 우려”

美 법원, 384억 금융사기 피의자 김경준씨 한국송환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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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법원, 384억 금융사기 피의자 김경준씨 한국송환 판결

김경준씨.(미국 교포신문 '선데이저널' 제공)

여권은 관계 당국을 상대로 김경준 사건에 이 시장이 관여했음을 입증하는 증거자료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김경준 사건에 이명박 시장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는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청이 여러 차례 있었고, 이 시장 관련 여부에 대한 우리의 의견을 묻는 질의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시장측도 김경준 송환 판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시장측은 김경준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구체적 입장을 밝혔다. 이 시장의 한 핵심 측근은 “이 시장은 김씨에게 돈을 떼인 피해자일 뿐인데도 여권은 김경준 사기사건과 이 시장의 관련 여부를 낱낱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대선에서도 ‘허위 폭로’가 재연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우리가 김경준 사건을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이 시장측이 ‘대선 허위폭로’ 우려를 표명한 것도 처음이다.

2002년 대선 때 ‘최규선, 2억5000만원 이회창 후보측에 제공’ 폭로(설훈 당시 새천년민주당 의원), ‘기양건설, 한인옥 여사에게 20억원 제공’ 폭로(새천년민주당), ‘이회창 후보 두 아들, 금품 로비로 병역면제’ 폭로(김대업씨) 등 3대 거짓말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낙선에 큰 영향을 끼친 사실을 떠올리는 것이다.

“사기 피의자인 김경준씨가 이명박 시장을 거론하는 현재의 상황은, ‘김대업 병풍(兵風) 사건’과 유사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게 이 시장측 견해다. 사기 전과자 김대업씨의 입을 빌린 허위 사실 폭로와 조작된 증거물들은 이를 근거로 한 검찰수사와 절묘하게 결합되어 야당 대선 주자에게 결과적으로 심대한 타격을 입히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결국 김경준 사건에 이명박 시장이 연관되어 있음을 입증하는 객관적 증거의 존재 여부가 향후 사태의 추이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준씨는 현재 옵셔널벤처스 및 BBK사를 통해서만 범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므로 이 시장이 이 두 회사에 관여했는지가 사안의 핵심이 된다.



BBK · 옵셔널벤처스가 핵심

이 시장과 김씨의 인연을 설명하려면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95년 10월11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재미교포 에리카 김이 쓴 ‘나는 언제나 한국인’이라는 자서전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당시 20대 여성이던 에리카 김은 그때만 해도 한국사회에선 생소했던 미국변호사로 활동 중인 재원이어서 상당수 국회의원이 출판기념회에 참석했고 여러 언론에도 소개됐다.

당시 국회의원이던 이명박 시장도 이 행사에 참석해 케이크를 함께 잘랐다. 이에 대해 이 시장 측근은 “이 시장은 미국 방문 길에 교포들로부터 에리카 김을 ‘성공한 변호사’로 소개받아 행사장에서 한두 번 만난 적이 있고, 그런 인연으로 동료 의원들과 함께 에리카 김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1999년 4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BBK라는 투자자문회사가 설립됐다. 그 한국지사인 ‘BBK Capital partners Ltd.’의 사무실이 서울 중구 태평로2가 삼성생명 빌딩 17층에 있었다. 대표이사는 에리카 김의 동생인 김경준씨였고 담당자 연락처는 에리카 김 변호사 사무실로 돼 있었다. 이 회사는 그해 11월 한국 금융감독원에 투자자문업 등록을 했다.

1년 뒤인 2000년 2월, 이명박 시장과 김경준씨가 동업으로 ‘LK이뱅크’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 시장과 김씨는 LK이뱅크의 공동대표였으며 두 사람은 각각 30억원씩 이 회사에 투자했다. 당시 이 시장은 국회의원직을 그만둔 상태였다. 굳이 에리카 김의 동생과 동업하게 된 경위에 대해 이 시장측은 이렇게 설명했다.

“에리카 김을 몇 차례 만나다 보니, 그의 동생인 김경준씨가 미국 명문대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이수한 뒤 미국 유수 금융기관에서 일한 경력이 있음을 전해 듣게 됐다. 금융업에 처음 뛰어든 이 시장으로선, 김경준씨가 아는 사람의 동생이어서 신분이 확실한데다 관련 분야 경력이 출중하고 능력도 있어 보여 함께 사업을 하게 됐다.”

이후 두 가지 일이 벌어졌다. 먼저 이 시장의 형과 처남이 최대주주로 있는 자동차부품제조업체 ‘다스’가 2000년 3월부터 12월까지 BBK에 190억원을 투자했다. 삼성생명과 심텍도 BBK에 각각 100억원, 50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이 시장은 2001년 2월 증권중개회사인 ‘EBK증권중개’를 설립했다. 자본금은 100억5000만원이었으며 이 시장과 김백준씨가 공동대표였고, 김경준씨는 이사로 돼 있었다.

그런데 그 직후인 2001년 3월 뜻밖의 사건이 터졌다. 금융감독원이 3월2일부터 3월13일까지 조사한 결과 김경준씨가 LK이뱅크에 투자한 30억원은 BBK 회사자금으로,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김씨는 역외펀드 운영보고서와 정산지시서를 위·변조했다. BBK는 100억원을 투자한 삼성생명에 위변조된 펀드운영보고서를 전달했으며, 삼성생명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삼성생명의 서명을 날인해 정산지시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위반 내용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래서 2001년 4월28일자로 BBK의 투자자문업 등록취소라는 중징계를 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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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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