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수석은 정무 파트에 있을 때 ‘난(蘭)수석’으로 불렸다. ‘난 배달하는 수석’이라는 뜻인데, 그만큼 역할이 밖으로 두드러져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의 소리다. 그럼에도 박 수석은 대통령으로부터는 “일을 참 잘한다”는 공개적 평가를 받았다. 평소 대통령의 마음을 잘 읽는 데다 성실하고 준비가 철저하다는 평도 들었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 박 수석의 자리 이동은 적절하다는 평이 많다. 또 박 수석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 정부혁신 규제개혁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아 정부조직 개편안을 주도적으로 만든 행정전문가인데다, 전공도 정책·행정·조세 분야여서 공공부문 선진화 등을 이끌 책임자로 적합하다는 것. 박 수석도 “정무 일은 대처할 일이 많아 무척 바빴지만 국정기획 일은 대학에 재직할 때부터 관심을 기울이던 분야여서 상대적으로 내 역량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다”라고 말했다.
새 업무를 파악하느라 여념이 없는 그를 7월2일 오후 청와대 비서동(棟)인 여민관에서 만났다. 기자는 인사차 들른다고 해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슬쩍 인터뷰에 응해줄 것을 요청했다. 첫마디는 차갑게 돌아왔다.
“청와대 수석은 공식 인터뷰를 안 하는 게 원칙입니다.”
수첩을 끄집어내 이것저것 메모하는 기자를 보고 박 수석은 “그거 뭐 적어봐야…”라며 인터뷰에 응하지 않을 것임을 거듭 밝혔다. 분석기사 형태로 코멘트를 처리하겠다고 해도 그는 좀체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대통령은 소통을 강조하지만 1기 참모들은 소통의 방법을 몰라 교체된 것 아닌가. 참모들이 국정운영에 대해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이 소통의 지름길 아닌가’ 등 여러 가지로 설득한 끝에 공식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답을 받았다.
‘촛불, 다른 곳으로 번질 우려’
일단 말을 풀어놓기 시작하자 중간에 말을 끊기가 힘들 정도로 달변이 이어졌다. 찬찬히 들어보니 기자로서 구미가 당기는 말들이 툭툭 튀어나왔다. 인상적인 비유들이 넘쳐났다. 그는 MB 정부가 쇠고기 정국을 지나오는 소회를 골프에 비유해 “5년 집권기간을 18홀에 비유한다면 이제 1홀 지났다. 첫 홀에선 졌다. 그러나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마무리할 때는 꼭 훌륭한 경기를 치렀다는 말을 듣기를 바란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박 수석은 촛불 정국, 경제 살리기, 공기업 선진화, 규제개혁, 방송통신 문제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비교적 솔직히 털어놓았다.
첫날은 다른 약속 때문에 긴 시간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기자는 7월6일 일요일 오전에 박 수석과 인터뷰를 한 번 더 가졌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촛불시위로 시작됐다. 촛불시위 문제는 현재 그의 직접적인 소관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그는 정무수석이었다. 당시 가장 많이 지적받았던 것이 소통부재.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국회와 재야단체의 의견을 조정, 국정 운영의 기반을 다져야 하는 정무수석으로서 미숙함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촛불시위가 길어지면서 국정기획수석실의 업무도 후순위로 밀려났다. 한반도대운하와 공기업 선진화, 규제개혁 등의 중요 과제들은 일정을 줄줄이 늦추잡아야 했다. 촛불시위는 7월13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