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균관대 명륜당 전경.
‘9인 회의’는 6월 14일 처음 열린 이후 여권을 움직이는 세 축인 청와대, 정부, 새누리당 간 막후 조정자 노릇을 하고 있다. 실질적인 국정 컨트롤타워로 자리를 잡았다. 2주에 한 번꼴로 회의를 열어 격의 없는 토론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전반적인 국정운영 방향을 정한다.
‘9인 회의’의 멤버는 청와대의 허태열 비서실장·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이정현 홍보수석, 행정부의 정홍원 국무총리·현오석 경제부총리·김동연 국무조정실장,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최경환 원내대표·김기현 정책위의장이다.
정권 안착기 ‘질적’ 차별화
관심을 끄는 대목은 9인의 멤버 가운데 성균관대 출신이 3분의 1인 3명이라는 점이다. 정홍원 총리(법학과), 허태열 실장(법학과), 유민봉 수석(행정학과)이 그들이다. 유 수석은 20여 년 동안 성대 교수로 있으면서 기획조정처장과 행정대학원장을 지냈다. 특히 허 실장과 정 총리는 성대 법대 동창회장 자리를 주고받은 사이기도 하다. 허 실장이 2005~2008년 제 9·10대 회장, 정 총리가 바통을 이어받아 2009~2010년 11대 회장을 지냈다. 그 뒤를 공교롭게도 황교안 현 법무장관(법학과)이 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 내각’이란 조어가 회자될 정도로 성대 출신이 대거 발탁됐다. 1기 내각(18명)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이상(12명) 등 최고 요직에 기용된 파워 엘리트 30명 가운데 성대 출신이 7명(23%)이나 됐다. 서울대의 10명(33%)에 바짝 근접한 두 번째였다.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 후보자 16명, 노무현 정부 때의 21명 중에 성대 출신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박근혜 정부의 성대 인맥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들은 대부분 힘이 막강하다. 사정라인 핵심인 법무부 장관(황교안)과 청와대 민정수석(곽상도), 그들을 지휘하는 국무총리(정홍원)와 대통령비서실장(허태열)이 모두 성대 법학과 출신이다.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화두로 내건 ‘창조경제’의 조타수다. 모철민 교육문화수석(경영학과)도 박 대통령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교육개혁을 이끌고 있다. ‘윤창중 스캔들’로 낙마했지만 이남기 전 홍보수석(신문방송학과)도 새 정부 초기의 언론정책 전반을 관장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6개월이 돼가는 시점에 성대 출신들은 ‘9인 회의’를 이끄는 등 실제로 정권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정권이 안착되는 기간에 청와대와 행정부, 각 산하단체, 정부 유관기관에도 성대 인맥이 광범위하게 포진했다.
먼저 권력의 핵인 청와대의 경우 5월 29일 현재 비서관급 이상 51명 가운데 성대 출신은 5명(10%)으로 육사 졸업생과 함께 두 번째로 많다. 서울대 (17명·33%) 다음이다. 성대와 육사의 뒤를 고려대(4명), 연세대·한양대(3명)가 이었다. 한 여권 인사는 “청와대 참모들의 회식장소에서 ‘태평성대(太平成大)’를 외치는 건배사가 나온 지 오래됐다”고 전했다.
일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의 45개 기관 1급 이상 221명 중 성대 출신은 14명(6.4%)이었다. 이명박 정부 100일 때와 비교해 1명이 늘었지만 육사와 함께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숫자도 숫자지만 성대 출신은 청와대와 행정부 요직에 등용돼 ‘질적’으로도 차별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