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호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

“KBS 사장, 이명박 정부 국정철학 적극 구현할 사람이 돼야”

  •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8-08-12 14: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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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거에 의한 민주정부 ‘아웃’시키려는 것은 대선 불복투쟁”
    • “8월 305개 공기업 선진화 방향과 원칙 발표, 9월 법 개정”
    • “각계각층 참가하는 미국쇠고기특별위원회(가칭) 발족해야”
    • “쇠고기 정국서 국민 마음 모으는 데 서툴렀다”
    • “지금 ‘깔딱고개’넘고 있어 이리 힘들다, 조금만 더 가자”
    • “신부님, 성경 읽기 위해 촛불을 훔쳐도 됩니까?”
    • “한반도대운하 사업 추진 명분 없다”
    • “규제개혁으로 물가 안정과 ‘디슨트 잡’ 창출해 경제 살릴 것”
    • “금융, 방송, 통신, 교육, 법률 진입장벽 낮출 것”
    • “촛불집회 소신 발언 개그우먼 공격은 야만적”
    • “‘얼리 버드’ 하고 ‘노 홀리데이’ 하며 사무실서 뼈 묻을 각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
    6월20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1기 참모진을 물갈이할 때 박재완(朴宰完·53) 국정기획수석은 이동관 대변인과 함께 살아남았다. 두 사람 모두 흠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은 이들을 곁에 두기로 결정했다. 박 수석은 자리만 정무에서 국정기획으로 옮겼다.

    박 수석은 정무 파트에 있을 때 ‘난(蘭)수석’으로 불렸다. ‘난 배달하는 수석’이라는 뜻인데, 그만큼 역할이 밖으로 두드러져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의 소리다. 그럼에도 박 수석은 대통령으로부터는 “일을 참 잘한다”는 공개적 평가를 받았다. 평소 대통령의 마음을 잘 읽는 데다 성실하고 준비가 철저하다는 평도 들었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 박 수석의 자리 이동은 적절하다는 평이 많다. 또 박 수석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 정부혁신 규제개혁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아 정부조직 개편안을 주도적으로 만든 행정전문가인데다, 전공도 정책·행정·조세 분야여서 공공부문 선진화 등을 이끌 책임자로 적합하다는 것. 박 수석도 “정무 일은 대처할 일이 많아 무척 바빴지만 국정기획 일은 대학에 재직할 때부터 관심을 기울이던 분야여서 상대적으로 내 역량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다”라고 말했다.

    새 업무를 파악하느라 여념이 없는 그를 7월2일 오후 청와대 비서동(棟)인 여민관에서 만났다. 기자는 인사차 들른다고 해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슬쩍 인터뷰에 응해줄 것을 요청했다. 첫마디는 차갑게 돌아왔다.

    “청와대 수석은 공식 인터뷰를 안 하는 게 원칙입니다.”



    수첩을 끄집어내 이것저것 메모하는 기자를 보고 박 수석은 “그거 뭐 적어봐야…”라며 인터뷰에 응하지 않을 것임을 거듭 밝혔다. 분석기사 형태로 코멘트를 처리하겠다고 해도 그는 좀체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대통령은 소통을 강조하지만 1기 참모들은 소통의 방법을 몰라 교체된 것 아닌가. 참모들이 국정운영에 대해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이 소통의 지름길 아닌가’ 등 여러 가지로 설득한 끝에 공식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답을 받았다.

    ‘촛불, 다른 곳으로 번질 우려’

    일단 말을 풀어놓기 시작하자 중간에 말을 끊기가 힘들 정도로 달변이 이어졌다. 찬찬히 들어보니 기자로서 구미가 당기는 말들이 툭툭 튀어나왔다. 인상적인 비유들이 넘쳐났다. 그는 MB 정부가 쇠고기 정국을 지나오는 소회를 골프에 비유해 “5년 집권기간을 18홀에 비유한다면 이제 1홀 지났다. 첫 홀에선 졌다. 그러나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마무리할 때는 꼭 훌륭한 경기를 치렀다는 말을 듣기를 바란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박 수석은 촛불 정국, 경제 살리기, 공기업 선진화, 규제개혁, 방송통신 문제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비교적 솔직히 털어놓았다.

    첫날은 다른 약속 때문에 긴 시간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기자는 7월6일 일요일 오전에 박 수석과 인터뷰를 한 번 더 가졌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촛불시위로 시작됐다. 촛불시위 문제는 현재 그의 직접적인 소관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그는 정무수석이었다. 당시 가장 많이 지적받았던 것이 소통부재.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국회와 재야단체의 의견을 조정, 국정 운영의 기반을 다져야 하는 정무수석으로서 미숙함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촛불시위가 길어지면서 국정기획수석실의 업무도 후순위로 밀려났다. 한반도대운하와 공기업 선진화, 규제개혁 등의 중요 과제들은 일정을 줄줄이 늦추잡아야 했다. 촛불시위는 7월13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이 거리로 나오면서 촛불시위 참가자가 크게 늘어났지요?

    “그분들 덕분에 시위가 비폭력으로 전환된 것은 정말 다행입니다. 그러나 그분들이 전체 종교의 대변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다는 거지요. 허락받지 않고 차도점거시위를 벌이는 것은 불법인데, 신부님들이 불법을 저질렀습니다. ‘성경을 읽기 위해선 촛불을 훔쳐도 되느냐’고 신부님들께 묻고 싶습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순 없는 거죠.”

    ▼ 촛불시위 문제가 잘 해결될 거라고 보세요.

    “연말께까지 가지 않을까요. 앞으로 쇠고기 재협상 외에도 공기업 선진화 등 이해관계가 얽힌 이들이 견제하고 싶어 하는 일이 줄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그래서 걱정이지만, 잘 이끌어나가야겠지요. 이렇게 두 달 넘게 촛불시위를 이어가면서 선거에 의해 뽑힌 민주 정부를 ‘아웃’시키려 하는 것은 대선 불복투쟁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 지금도 촛불시위 참가자들은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가협상을 하고 관보에 고시 게재까지 했지만 재협상 요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요.

    “광우병대책회의 측에서 얘기하는 재협상이란 사실상 협상의 파기 내지는 무효를 선언하고 다시 하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아예 없었던 일로 하고 다시 협상하자고 하면 미국이 협상을 받아줄까요? 결국 재협상 요구는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오지 말자는 뜻과 같다고 생각해요. 대책회의는 검역주권 회복과 특정위험물질(SRM)에 대한 부위 확대 및 규제강화 등 ‘7가지 최소안전기준’을 제시했는데, 그것은 사실상 상대편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봅니다.

    ‘쇠고기 문제는 끝났다’

    예컨대 자유무역협정이라면 모범 답안이 없기 때문에 나라마다 사정에 따라 달리 체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쇠고기 협상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위생검역에 사인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그 기준이 지금까지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국제수역사무국(OIE)에 근거해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다른 근거를 찾는다면 과학적 근거가 최소한 있어야 되는 사안입니다. 그럼에도 추가협상 때는 우리가 촛불집회에 담긴 국민의 정서와 목소리를 담아서 미국 측을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7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협상을 완전히 파기하는 것은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 불리한 상황을 자초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협정을 맺거나 약속을 하고 그것을 번복하거나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에서 어떤 대접을 받는지는 북한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는 낙인이 찍히면 우리와 협상을 하려는 나라들이 어떻게 보겠습니까.”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

    박재완 수석(오른쪽)은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일을 참 잘한다”는 말을 들었다.

    ▼ 광우병대책회의 등은 그 논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쇠고기 문제는 끝났어요. 고시도 관보에 게재됐고, 쇠고기도 팔리고 있잖습니까.”

    ▼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촛불시위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위가 가라앉을지 여부는 제가 단정할 수 없지만 이렇게 두 달 이상 국력을 소모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물론 논의는 계속해야 합니다. 국민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의혹이나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괴담 같은 것을 보면 틀린 게 굉장히 많아요. 국민 마음 한구석에 석연찮은 게 남아 있는 채로 미봉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촛불집회 대책회의 관계자를 포함,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미국쇠고기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공론의 장을 만드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거기서 모든 의문점을 논의하고, 국제기구에 질문하고 답을 받아서 의문점을 해소하는 방식도 좋습니다. 그런 식으로 합리적인 이성의 장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를 해야 합니다. 무책임하게 인터넷에 ‘카더라~식’ 얘기를 올리고, 교통체증을 유발하며, 음식점 등의 영업을 방해하는 일, 우리(경찰과 시민)끼리 폭력을 써가며 충돌하는 이런 상황이 지속돼서는 안 됩니다.”

    ▼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는 실제로 준비하고 있는 겁니까?

    “제가 준비하고 있다, 안 하고 있다를 말씀드리기는 곤란하고요. 적어도 지금 그런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은 드릴 수 있습니다. 지난 두 달 이상 끌어온 쇠고기 정국에 결론을 내려서,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교훈을 얻을 것은 얻자는 겁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정문을 보더라도 한국 국민들이 신뢰할 때까지는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기로 되어 있어요. 신뢰라는 말이 중요합니다. 그러니 정치권, 종교계, 학계, 언론, 시민사회단체 등이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자 일변도 정책 아니다’

    ▼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근 한 언론 기고에서 촛불집회에 대해 ‘경제 일변도의, 부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보이는 여러 가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해도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 서민을 위한 정책이 별로 없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서민을 위한 정책을 많이 시행했습니다. ‘뉴스타트 2008’처럼 서민을 위한 신용회복·창업·취업지원, 영세자 영업체 특례보증, 저소득 신혼부부 12만 가구를 위한 주택공급 지원, 저소득층 자녀의 학자금 지원 확대 등의 정책을 폈고, 고유가로 인한 유류세 및 소득세 환급, 유가상승분의 50% 보조금 지급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부자와 서민을 대칭구도로 두고 이분법적으로 분리해서 접근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봅시다. 미 쇠고기 수입이 한편으로 ‘반농민적이다, 친미적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물가를 낮춰 서민을 포함한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정책입니다. 또 쇠고기 수입을 계기로 한미무역협정이 시행되면, 양국 간 신뢰가 두터워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의 대미 수출이 늘어나고 그 혜택은 부자뿐 아니라 전 계층과 산업으로 확산됩니다.”

    박 수석은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정책과 교육정책도 부자를 위한 정책이라는 지적 역시 과장된 측면이 있으며, 이 또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부자만을 위한 정책은 아닙니다. 사실 기업규제를 완화해 일자리를 늘리고, 외국인 투자를 늘리면 그 혜택이 바로 서민에게 돌아가지 않겠어요? 감세정책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물론 직접세를 낮추면 부자에게 곧바로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직접세를 낮춰 근로의욕을 높이고 기업투자를 늘리면 그 혜택이 서민들에게 파급되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대기업 성장을 촉진하면 덩달아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 총체적으로 경기를 활성화시킨다는 경제이론)’ 효과가 나타납니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

    이명박 대통령이 6월6일 박재완 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과 함께 불교계 대표들을 만나 촛불집회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트리클 다운 효과 기대’

    자율형사립·공립고교를 늘리는 것도 부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학생의 적성과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고교 평준화로 인해 공교육이 황폐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그 결과 사교육이 활개를 치고 있으며, 교사들도 가르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결국 사교육은 학부모의 소득과 부에 따라 결정돼 결과적으로 학력이 대물림되는 악순환을 초래합니다. 그 고리를 끊으려면 다양한 수준과 특성을 지닌 학교를 늘려야 합니다.”

    ▼ 김우창 교수는 또 ‘지난 20년간 민주화 정부의 노선과 정책, 민주화 세력들의 이해관계를 참작하고 존중하는 쪽으로 정책이나 인적 구성, 정치노선 등을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촛불시위의 기저에는 그런 점도 담겨 있다는 겁니다.

    “그 또한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을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피아(彼我)를 구별하려는 것 아닌가요? 지금 한나라당 의원 구성만 봐도 거의 대부분 야당밖에 해보지 않은 이들이고, 산업화 세력이라고 할 만한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산업화와 민주화를 상충하는 가치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런 구별은 무의미합니다. 다만 지난 10년 동안 국정을 주도했던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으로 구분하는 것은 가능하겠지요.

    이명박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양대 축이 바로 ‘국민통합’과 ‘경제 살리기’입니다. 그래서 과거의 전력들은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고, 동반자로서 얼마든지 함께 국정에 참여하고, 또 주도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인재는 늘 폭넓게 써야 하기 때문에 국가발전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정체성, 즉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한다면 누구든 함께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러면 문화체육관광부 등 각 부처 산하단체장들에게 다소간 강압적으로 퇴진을 요구한 것에 대해선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물러가라기보다는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는 거지요. 어떻게 보면 대통령이 바뀌고, 기반이 다른 정당이 집권을 했잖습니까. 그래서 정부 산하기관장의 경우 재신임 절차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는 거지요. 이 부분은 KBS 사장 문제가 걸려 있어서 얘기하기가 꺼려집니다.”

    192개 국정과제 점검

    ▼ KBS 사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얘기인가요?

    “KBS의 경우 방송의 중립성 측면도 고려해야겠지만, 정부산하기관장으로서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기조를 적극적으로 구현하려는 의지가 있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최적임자인지를 한번쯤 검증하고 재신임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국정기획수석은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일을 모아놓은 192개 국정과제를 점검하고 평가,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국정과제와 국정 의제, 국정운영전략을 총괄하는 것이다. 수석실 안에는 국책과제·미래비전·방송통신비서관을 두고 있다.

    ▼ 2기 참모진 출범 때 “선진 일류국가로 나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들을 차근차근 해나가겠습니다. 경중과 완급을 잘 따져서 정론과 중론의 차이를 줄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했는데요. 구체적으로 일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배정하고 있는지요.

    “역시 공기업 선진화가 가장 먼저입니다. 나머지 중요 과제들에 대해선 내부 협의를 거쳐야 하는 문제라서 말씀드리기가 곤란합니다.”

    ▼ 혹시 미래전략과제와 관련된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추가로 말씀드린다면 새 정부의 거대 담론과 국정철학이 명쾌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서 그것들을 정리하는 과제가 하나 있습니다. 프로젝트 쪽에서 보면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을 위한 광역경제권 및 지역경제 활성화 과제가 있겠고요. 방송과 통신시장 선진화, 규제 개혁 작업 등도 중요한 역할입니다.”

    박 수석이 맡고 있는 또 하나 중요한 역할은 거시경제의 방향 점검이다. 박 수석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전광우 금융위원장,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박병원 경제수석 등과 함께 거시경제 운용지표를 논의하는 이른바 ‘서별관회의(거시경제정책협의회)’의 멤버다. 첫 회의는 6월24일 열렸는데, 이 회의에서 논의된 것의 연장선에서 기획재정부는 7월2일 하반기 경제안정대책을 발표했다. 당초 성장률 6%(공약에선 7%)를 달성하겠다던 정부는 물가 상승과 내수부진 등을 이유로 4.7%로 하향 조정했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3%에서 4.5% 수준으로 높여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대외 여건이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7% 성장률에서 4.7%까지 낮춰 잡는 것은 국민의 기대와 크게 어긋납니다.

    “저희가 공약을 만들 때까지만 해도 석유값이 배럴당 60~70달러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 원자재값이니 곡물가가 상상 이상으로 많이 올랐습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석유 등 화석연료 의존도가 얼마나 높습니까. 석유 값이 10%만 올라도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주는데, 두배 가까이 오른 상황입니다. 정말 메가톤급 파장이 예상됩니다.”

    ▼ 이런 상황에서 경제 살리기 해법은 뭔지요?

    “무엇보다 물가안정과 일자리 창출이 중심입니다. 물가안정 대책은 이제까지 많이 내놓았고, 정부가 잘 점검해나갈 겁니다. 일자리가 문제인데요. 제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경제발전 단계로 봐서 어렵고, 소망스럽지도 않습니다. 선진국형 일자리인 고부가 서비스 업종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야 합니다. 고부가 서비스 업종은 이른바 ‘좋은 일자리(decent job)’들인데요. 금융, 방송, 통신, 교육, 법률, 회계, 문화·관광 등의 분야를 꼽을 수 있을 겁니다. 이들 분야는 대체로 전문직종이기 때문에 규제가 상당히 많아요. 더욱이 선진국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이제 그 진입장벽을 낮추고 창업을 활성화하면 소규모 기업들도 진입하고, 경쟁력이 높아지면 해외로도 진출해 일자리가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문화·관광 분야에선 레저, 엔터테인먼트, 컨벤션 분야도 상당히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외화도 많이 벌어들입니다. 그런 쪽에서 앞으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면, 소득과 소비도 늘어나 결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것이지요.”

    ‘공기업 선진화에 민간 전문가 참여’

    ▼ 금융이나 방송, 법률 등에 진입장벽을 낮추면 질적 저하, 소비자 피해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 않나요?

    “사전 규제를 완화하되 사후 감독을 강화하면 그런 우려를 없앨 수 있습니다.”

    ▼ 결국 규제개혁이 경제 살리기의 중요한 해법이라는 말이군요.

    “선진국의 경험에 비춰보면 인센티브 구조 때문에 정부보다는 민간부분의 효율이 높아요. 물론 공직자에게도 그 역할이 있지만, 그들에게 돈을 벌어오라고 시킬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생산성이 높은 민간의 창의력과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일단 자율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해요. 틀 안에서만 놀라고 하면 창의력이 발휘되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정부의 입김이나 규모를 줄여나가는 것이 맞습니다. 이 방향이 맞다는 것은 선진국들의 경험이 말해줍니다. 이제 작은 정부, 알뜰하고 유능한 정부, 활기찬 시장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독점구조를 갖고 있는 공공 부문을 줄이고 민간 영역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합니다.”

    ▼ 그것이 공기업 선진화(개혁)의 논거입니까.

    “그렇지요. 세금을 줄이는 것, 규제완화, 교육개혁 등이 어찌 보면 다 같은 맥락, 같은 선상에 있는 겁니다.”

    ▼ 공기업 선진화도 촛불시위 때문에 늦춰진 감이 있습니다. 원래 6월에 개혁안이 나올 것이라고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계속 늦춰지는 건지요? 곽승준 전 수석은 사석에서 과거 정부의 사례를 들면서 “정권 초기에 하지 않으면 추진하기 힘들다”라고 말하더군요.

    “아닙니다. 공기업 선진화는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정이 다소 늦춰졌지만 공감대를 넓혀가면서 더 잘하기 위해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

    국정기획수석실에서는 규제개혁 등 192개 국정과제를 점검 관리하고 있다. 사진은 뉴라이트방송통신정책센터 주최로 5월13일 국회에서 열린 ‘신문방송 겸영 규제 개혁에 관한 선진화 방안 토론회’.

    ▼ 공기업 선진화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요?

    “8월에 공기업 선진화의 방향과 원칙이 나올 겁니다. 큰 방향을 세우고, 유형별, 단계별 상황을 판단하고 역산해본 결과입니다. 그 다음 305개 공기업의 선진화 방안을 차례로 발표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9월 정기국회에 법 개정안을 제출하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횡대로 한꺼번에 추진해서 전선을 넓히는 것보다는 종대로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고, 심층 논의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성의 장에서 합리적인 토론이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 공기업 선진화와 관련, 곽 전 수석이 준비해온 내용과 달라진 게 뭐가 있습니까?

    “크게 달라진 거는 없어요. 올해 모든 것을 끝내는 게 아니고 내년, 내후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될 겁니다. 청와대가 주도하지 않고 각 부처와 해당 기관이 계획을 마련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민간 전문가들의 참여도 활성화할 것입니다. 정부의 공공기관 지원액이 연간 23조원인데 그 일부를 줄이면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겁니다.”

    국회도 7월10일 공기업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공기업 민영화 등 공공부문 개혁 논의를 본격화했다. 그러나 공기업 노조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고, 야권도 여기에 거들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 비수도권 구분 무의미’

    ▼ 규제개혁은 여러 분야에 걸쳐 있는데요. 특히 수도권 규제개혁과 지방발전은 상충하는 관계에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7월1일 이명박 대통령이 “수도권 규제를 무조건 풀 계획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수도권 규제 문제도 좀 더 큰 차원에서 봐야 합니다. 우리나라 전체가 중국의 자치성(省) 하나보다 작아요. 이 좁은 나라 안에서조차 수도권, 비수도권으로 나누는 게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가져볼 수 있겠고요. 전세계적으로 보면 교통, 통신의 발달로 경제생활권역은 광대역화로 가는 추세입니다. 예컨대 대전만 해도 자동차로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데, 현대적 개념으로 보면 수도권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전통적인 개념의 수도권으로 경제력이 집중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그래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동반 발전, 상생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전 정부에서처럼 수도권에 있던 것을 빼내서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것은 낡은 방식입니다. 그렇게 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완화할 수 있겠지만 전체 파이는 똑같지 않습니까. 물론 참여정부에서 이미 확정된 사안들은 그대로 추진할 수밖에 없겠지만 앞으로는 비수도권이 자족기능을 갖추고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하고, 수도권의 불합리한 규제도 풀어야 전체 파이가 커집니다. 수도권은 그 자체가 다른 나라의 경쟁도시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예컨대 어느 회사의 공장이 수도권에 있는데 주문이 많아서 확장해야 할 상황이라고 합시다. 요즘엔 확장을 못하게 막으면 지방으로 가는 게 아니고 해외로 갑니다. 그렇게 고용 기회를 놓쳐가면서까지 무리하게 규제할 필요는 없지요. 결국 수도권 규제개혁은 나라 안에서 일자리 기회를 놓치지 않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뜻입니다.”

    ▼ 한반도대운하 문제는 진행상황이 어떻습니까.

    “대통령께서 6월19일 ‘국민이 반대하면 (한반도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말 그대로입니다. 어떠한 국정과제라도 민심이 뒷받침되지 않고 호응을 받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반대 여론이 압도적인 대운하 사업을 추진할 명분이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중단된 상태입니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

    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이 6월20일 청와대에서 2기 수석비서관들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윤구 사회정책, 박병원 경제, 정동기 민정수석, 정정길 대통령실장, 이 대통령, 맹형규 정무, 김성환 외교안보, 박재완 국정기획, 정진곤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

    ▼ 공기업 선진화, 규제개혁, 일자리 창출, 광역·지역경제권 활성화 등 문제들이 하나씩 해결되면 우리 사회가 선진국으로 가는 겁니까? 지금 우리 사회는 어디에 있습니까?

    이 질문을 던지자 박 수석은 준비된 답이라도 있는 것처럼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박 수석은 성균관대 사회과학부 교수를 지냈다. 그래선지 학자 출신답게 논리적으로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깔딱고개론’으로 펼쳐놓았다. 즉 선진국이라는 정상이 멀지 않은 곳에 있고, 지금 우리는 그가파른 ‘깔딱고개’를 올라가고 있다는 것.

    “우리가 선진국의 문턱에까지 이른 것은 온 국민이 피와 땀과 눈물로 지난 60년간 일궈온 결과지요.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좋겠다는 변화에 대한 욕구, 근로의욕과 교육열, 저축 유인(誘因) 등이 남달랐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민은 나쁘게 말하면 쏠림 현상이 심하고, 좋게 얘기하면 단결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국난이 닥치면 극복 에너지가 넘치는 저력 있는 민족이지요. 그래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선진국으로 가는 변곡점(inflection point)을 만납니다. 그곳을 넘어서면 선순환 과정을 거쳐 선진국에 이르게 되고, 그렇지 못하면 악순환에 빠져 지금보다 더 못살게 되거나, 답보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선진국으로 가는 변곡점

    ▼ 변곡점이라면 어떤 전환점을 말하는 겁니까.

    “2005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토마스 쉘링 교수의‘티핑(Tipping) 이론’에 나오는 말입니다. 지극히 미세한 차이가 엄청난 양극화로 진행될 수 있는 분수령을 뜻합니다. 핵물리학에서는 ‘임계질량(Critical Mass)’이라고 합니다. 어떤 질량이 기준치 이상이 되면 자동적으로 핵분열이 일어나요. 그렇게 생긴 에너지가 다시 다른 핵분열을 촉발해서 핵분열이 계속됩니다. 그런데 질량이 기준치보다 작으면 핵분열이 일어나도 지속될 충분한 에너지가 없어 금방 소멸돼요. 그 변곡점을 넘으면 선진국의 대열에 끼는 겁니다.”

    ▼ 그러면 우리 사회가 그 변곡점까지 가는 거리는 얼마나 남았나요.

    “변곡점은 소득으로 치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5000달러 정도 됩니다. 물론 소득만 중요한 건 아닙니다. 다른 지표도 많이 있습니다. 예컨대 준법정신이 투철한 이들이 구성원의 3분의 2를 넘고, 불쌍한 사람을 보면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 이가 3분의 2…. 그런데 우리는 전반적으로 쫓기며 살고, 남의 눈치를 보느라 소신껏 얘기하지 못합니다. 이런 점도 선진국이 되려면 극복해야 할 현상입니다. 촛불집회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한 개그우먼이 네티즌들이 항의하자 방송 출연을 못하게 됐어요. 발언 내용도 그리 문제될 건 없다고 보는데, 아무리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한 개인을 그런 상태로 빠뜨리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정말 야만적이지 않습니까?

    문제는 이 변곡점을 넘는 게 ‘깔딱고개’ 넘는 것만큼이나 힘이 든다는 겁니다. 남미, 동유럽, 동아시아 여러 국가가 선진국으로 가는 ‘깔딱고개’를 결국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습니다. 지금 저희가 왜 ‘얼리 버드(Early Bird)’ 하고, ‘노 홀리데이(No Holiday)’ 하며 이 사무실에서 뼈를 묻을 것처럼 일해야 하느냐…. 바로 그 변곡점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말을 하면 ‘지금이 무슨 3공화국 시대’냐고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정말 생각보다 절박합니다. 20세기에 선진국에 진입한 일본과 아일랜드, 싱가포르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규제를 완화하고, 조세회피구역(tax haven)을 만든다고 해서 외국 투자자들이 저절로 들어오지 않습니다. 우리가 먼저 바뀌어야 해요. 올바른 방향으로 힘을 모아서 개구리처럼 움츠렸다가 힘껏 도약해야 ‘깔딱고개’를 뛰어넘는데, 요즘 상황을 보면 사분오열해서 과연 이 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걱정됩니다.”

    ▼ 구체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우리가 압축적 경제성장을 했기 때문에 그 결과로 생긴 부작용 가운데 하나가 천민자본주의입니다. 배금주의가 만연해있는데, 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희박합니다. 학력과 도덕, 부의 대물림이 뚜렷해지는 경향도 있습니다. 지도층이 솔선수범해서 헌신적으로 사회에 기여해야 하고 또 ‘능동적 복지’라는 말처럼 경제적 약자, 사회적 취약계층, 낙오자들에게 자활과 재기의 삶을 지원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도입이 시급합니다.”

    ‘능동적 복지 도입해야’

    ▼ 좋은 말씀으로 들립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만 따라가면 과연 행복해질까?’하는 의구심을 가진 이들도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으로 정말 솔선수범하고 있습니다. 기꺼이 따라 오셔도 좋습니다. 다만 쇠고기 정국에서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음을 모으는 데 서툴렀어요. 정치 스케줄이 대통령께 불리하게 작용한 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선이 끝나고 곧바로 총선이 있어서 밀월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국민의 기대가 컸지만 외부 경제여건이 좋지 않았지요. ‘쌀독에서 인심 난다’고 경제가 어려우면 민심도 돌아서게 마련입니다. 이 대통령이 강조하시는 리더십 요소 가운데 하심(下心)과 선청(善聽)이란 말이 있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낮은 자세로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는 거죠. 실제로 이를 실천하고 계신데도 바깥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진영이 대선, 총선에 연이어 패배하면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현 정부를 밀어붙이는 점도 있다고 봅니다. 국회에서만 봐도 보수세력이 거의 3분의 2쯤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진보진영이 다시 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반면, 보수진영은 상대적으로 느슨했지요. 좀 ‘렛 가드(let guard, 방심하다)’ 했다고 할까요.”

    ▼ 광우병대책회의 등 진보진영에선 밀어붙이는 쪽은 대통령이라고 말합니다.

    “대통령은 쇠고기 정국에서 여러 차례 양보했습니다. 두 차례 담화 발표, 내각총사퇴, 추가협상 등이 다 양보 아닙니까? 그러나 대책회의 쪽에선 오히려 갈수록 더 많은 것을 요구했습니다. 대통령이 불도저다, 재미없고 쌀쌀맞다, 타협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이런 말들이 나돕니다. 그러나 제가 옆에서 6개월 정도 모셔보니까 전혀 그렇지 않은 분이란 걸 확신하게 됐습니다.”

    ▼ 대통령이 너무 강해 참모들이 직언을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도 오해입니다. 이 대통령은 굉장히 부드럽고 다정다감합니다. 참모들의 말에도 귀 기울이십니다. 6월10일 쇠고기 협상과 관련, 두 번째 대국민담화문 발표 때 서두 부분(‘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청와대 뒷산에서 촛불을 바라보며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다’)을 직접 쓰셨는데, 아주 감성적인 울림이 있어서 저도 놀랐습니다. 예술에도 조예가 깊어서 클래식음악을 좋아합니다. 서울시장 시절에 정명훈씨를 서울시향 지휘자로 모셔오기도 했잖아요. 휴일이나 시간 날 때는 자주 사무실에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근무하십니다.”

    어려서부터 수석(首席)

    ▼ 1기 청와대 수석 중에서 유일하게 청와대에 남아 계시는데요. 특별히 총애받는 이유는 뭔가요.

    “아, 이 질문은 빼주세요. 절대 총애받는 게 아니니까요.”

    박 수석은 ‘윗사람’과의 관계가 대체로 좋은 편이다. 강재섭 한나라당 전 대표가 7월1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 2년간 대표생활 가운데 가장 괴로웠던 때가 박재완 대표비서실장을 (청와대에) 빼앗겼을 때”라고 털어놓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 일주일에 몇 번 집에 갑니까.

    “대체로 집에 가고 한두 번 정도 인근 숙소에서 묵습니다.”

    ▼ 청와대 입성 뒤 며칠 쉬었는지요?

    “계속 출근했습니다.”

    박 수석은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해 친구들 사이에서도 ‘수석(首席)’으로 불렸다. 경남 마산에서 자라 부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졸업 뒤 한때 무역회사 사원으로 근무했고, 그 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고, 이후 성균관대 교수, 17대 국회의원,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을 지내다 인수위원회 시절 MB 곁으로 왔다. 그의 좌우명은 ‘마행처우역거(馬行處牛亦去)’. ‘말 가는 데 소도 간다’는 고사성어로 ‘다른 사람이 한 일이면 나도 노력해서 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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