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호

한국산 T-50 미국 수출길 열릴까

3차 전투기(FX) 사업 美·유럽 대결 활용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입력2012-12-27 14: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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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록히드마틴, F-35 對韓 판매 위해 2대 도입 검토
    • 가격경쟁력 갖춘 보잉은 “F-15K 값에 F-15SE 팔겠다”
    • 다급한 유럽 EADS “기술도 주고 지분 투자 용의”
    한국산 T-50 미국 수출길 열릴까

    가격경쟁력 갖춘 보잉의 F-15SE

    정중동(靜中動). 2012년 10월 기종을 최종 결정한다고 했다가 18대 대통령선거 때문에 순연되고 있는 3차 차기전투기(FX) 사업의 현황이 그렇다.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보잉, 유럽의 EADS사는 새로 출범할 한국 정부의 성격을 분석하면서 3차 FX 사업을 따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얽히고설킨 ‘3차 FX 삼국지’를 쾌도난마로 분해해보자.

    이 사업의 핵심은 한국이 록히드마틴의 스텔스기인 F-35를 차기전투기로 선정할 것인지에 있다. 덩치 큰 수송기의 레이더 반사면적(RCS)이 5인데, F-35는 0.001 정도다. ‘5대 0.001’은 자동차와 골프공 정도 차이다. 수송기도 레이더에서는 점으로 찍히는데 F-35는 그것의 5000분의 1 정도로 잡히니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전투기 조종사들은 압도적으로 F-35를 선호한다.

    미국 정부도 ‘보이지 않게’ F-35를 지원한다. F-35는 미국 세금으로 개발되고 있고, 미국 세금으로 구입될 예정이니 F-35의 가격이 낮아야 미국에 유리하다. 전투기는 많이 생산할수록 대당 가격이 낮아진다. 미국 외에 다른 나라도 F-35를 주문해줘야 미국은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동맹국들이 F-35를 구입해줬으면 하는데, 이것이 록히드마틴에 큰 힘이 된다.

    록히드, 연동전략 적극 검토

    그러나 F-35에는 치명적인 약점도 있다. 첫째가 2012년 말 현재 필수 시험비행의 18%만 수행한, 개발 중인 전투기라는 점이다. 전투기는 시험비행을 거쳐야 계획한 대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다. 개발이 완료돼 양산한 다음에도 별 탈 없이 5만 시간 이상을 비행해야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5만 시간 비행에는 10년 정도의 세월이 걸린다.



    계획대로라면 F-35는 2016년 말 필요한 시험비행을 완료한다. 그러나 시험비행을 하다 문제점이 발견되면 그것을 해결하느라 시간을 더 잡아먹는다. 5만 시간 비행에 필요한 10여 년은 차치하더라도 2016년 개발이 완료될지도 100% 자신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F-35를 사고자 하는 나라들은 F-35를 제때 공급받을 수 있을지 우려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언하지 못한다.

    두 번째는 높은 가격이다. 미국은 7개국의 투자를 받아 F-35를 개발했지만 모두 대외군사판매(FMS·Foreign Military Sales)로 한다. 이유는 F-35가 제대로 개발됐는지 판정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기 때문이다. F-35가 계획한 대로 개발됐다고 판정되면, 미 정부는 이를 구입해 약간의 관리비를 붙여 구매국에 판매한다. FMS는 미국 정부가 성능을 보장해주는 대신 가격이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

    3차 FX 사업은 대략 8조3000억 원의 예산으로 60대의 전투기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당 가격은 1383억 원이다. 최근 일본과 이스라엘은 F-35를 각각 40대 20대씩 도입하기로 했다. FMS 절차를 밟아야 하기에 두 나라는 가격을 확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흘러나오는 정보를 종합하면 두 나라에 부과될 대당 가격은 2000억 원이 넘는다. 그런데 이 가격에는 엔진값이 빠져 있다고 한다. 엔진은 비행기 가격의 30% 내외를 차지하는 만큼 엔진을 포함하면 F-35 가격은 상당히 높아진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에 ‘마이너스 마이너스 옵션’을 권유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엔진을 뺀 상태에서 또 중요한 무엇인가를 제외한 옵션을 권유하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에 큰 부담이 되고, 록히드마틴에도 큰 숙제가 된다.

    전투기를 개발하다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계획한 성능을 내지 못하는 부문이 나온다. 그때 미국 정부(공군)가 ‘그 성능 개발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포기하면, 그 부문의 실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FMS는 미국 정부에 모든 것을 위임하는 것이라, 미국 정부가 승인하면 FMS 대상 국가도 승인한 것이 된다. FMS 참여국은 미 정부를 상대로 ‘왜 그 성능을 갖지 못했느냐’는 소송을 제기하지 못한다. 그것이 FMS의 룰이다.

    이런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못해 구매국 수가 줄어들면 F-35의 단가가 올라가므로 록히드마틴과 미 정부가 답답해진다. 록히드마틴은 한국의 포기를 막기 위해 특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산 T-50 미국 수출길 열릴까

    조종사들이 선호하는 정통 스텔스기 F-35



    국산 비행기 수출길은

    한국산 T-50 미국 수출길 열릴까

    기술과 지분 제공을 내세운 EADS의 유러파이터.

    많은 한국인은 국산 무기의 미국 수출을 소원한다. 미국에 수출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산 무기로는 록히드마틴과 공동 개발한 훈련기 T-50이 꼽힌다. 미 공군은 조만간 훈련기 도입사업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록히드마틴은 한국과 손잡고 T-50 판매에 도전해볼 수 있다.

    이것이 성공하면 록히드마틴은 F-35의 한국 판매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3차 FX 사업 결정 시기는 코앞에 있고 미국의 훈련기 도입사업은 일정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록히드마틴은 회사 차원에서 T-50 2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 대는 시험비행 중인 F-35를 관찰하는 추적기(chaser)로 사용하고, 또 한 대는 미 공군이 요구하는 사항에 맞는 고등훈련기를 개발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쓰기 위해서다.

    자기의 필요에 의한 구매지만 현실이 되면, 어쨌든 한국은 최초로 국산 무기를 미국에 수출한 것이므로 록히드마틴은 한국에서 F-35 도입 찬성 여론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반면 보잉은 스웨덴과 새로 훈련기를 개발해 미국의 훈련기 사업에 도전하려고 한다.

    ‘세미 스텔스’의 유혹

    F-15SE를 내세운 보잉은 조용하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승리를 자신하며 굳히기에 들어간 형세다. FX 사업 가운데 가장 치열했던 것은 보잉의 F-15K와 EADS의 유러파이터 등이 맞붙은 1차 사업이었다. 여기서 승리한 보잉은 3차 FX에 참여한 유러파이터에 대해서도 상당한 자신감을 보인다. 그때 F-15K의 대당가격이 1억 달러(약 1000억 원) 정도였다. 환율 변동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보잉은 F-15SE를 F-15K 가격으로 제공하겠다고 한다. FX 사업예산 8조3000억 원에 너끈히 맞춰주겠다는 것이다.

    1차 FX 사업 당시 한국은 FMS가 아닌 직구매를 했다. 직구매는 미국 정부라는 ‘판정관’을 쓰지 않고, 한국이 자체 판단해서 선정하고 협상해 구매하는 것이다. 한국은 2차 FX 사업 때 F-15K 20대를 수의계약했다. 보잉은 이것을 한국이 F-15K에 만족한다는 신호로 이해한다.

    F-15K 도입 후 한국 공군은 유지비용이 대단히 비싼 것을 알고 크게 놀랐다. 이 때문에 스텔스기의 운용비용은 훨씬 더 비쌀 것으로 추정한다. 스텔스기는 주기적으로 스텔스 도료를 칠해주는 등 더 많은 정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유해서 말하면 ‘그랜저를 산 후 연료가 많이 들어 혼이 났는데, 에쿠우스를 사면 연비도 더 낮고 기사 봉급도 더 줘야 하지 않을까’고민하고 있는 격이다. 보잉은 ‘F-15K를 운용해봤으니 F-15SE 운용비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 않으냐’며 예산 걱정을 하는 한국을 자극한다.

    전투기는 ‘기성복’이 아니라 ‘맞춤복’이다. 플랫폼이라고 하는 기본형을 놓고, 구입국의 요구에 맞춰 부분적으로 새로 설계해 제작한다. 한국이 도입한 F-15K는 ‘이글’이라는 별명을 가진 F-15E를 한국 요구에 맞춰 새로 설계 제작한 것이라 K자를 붙이게 됐다. 예컨대 보잉이 싱가포르(SG)를 위해 대대적으로 개조 제작한 전투기는 F-15SG다.

    AESA 레이더는 최고의 레이더로 꼽힌다. F-15SG는 F-15K가 갖지 못한 AESA 레이더를 갖췄다. 조종실도 전투 시 조종사가 작동하기 좋게 대폭 개조했다. 기체 좌우로 길쭉하게 내부 연료통을 붙여 항속거리도 늘였다. 이러한 F-15SG에 스텔스 기능을 덧붙인 것이 F-15SE이다. SE는 ‘조용한 독수리’란 뜻의 Silent Eagle에 따왔다. 보잉은 F-15SG 개발비는 이미 건졌고, F-15SG를 F-15SE로 개조하는 데는 큰 비용이 들지 않으니 기존 F-15K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투기 동체에 주렁주렁 매다는 미사일과 폭탄은 레이더파를 반사한다. 이 때문에 F-35 같은 정통 스텔스기는 스텔스 처리를 한 동체 안에 미사일과 폭탄을 집어넣는다. 따라서 스텔스기의 탑재무장은 일반 전투기보다 적다. F-15SE는 F-15SG의 동체 좌우에 붙인 내부 연료통을 무기 탑재 공간으로 돌린 것이다.

    불은 뿜는 엔진 배기구도 레이더파를 많이 반사한다. 이 때문에 F-35는 엔진을 스텔스 처리한 수평 꼬리날개로 많이 가려 지상에서 쏘는 레이더파가 도달하기 어렵게 했다. F-15SE는 이러한 구조가 아니다. 엔진 위치를 바꾸는 것은 대대적인 개조이기에 비용이 엄청 늘어난다. 때문에 보잉은 스텔스 부문은 반(半)만 만족하고, 가격은 절대 만족하라며 ‘세미 스텔스기’를 내놓은 것이다.

    공중작전을 전부 스텔스기로 치를 필요는 없다. 적의 방공망을 파괴한 다음에는 일반 전투기도 안심하고 작전할 수 있다. 그때는 무기를 많이 달 수 있는 전투기가 최고다. 스텔스기도 동체 밑에 무기를 달고 출격하는데 그때 F-15SE는 F-35보다 훨씬 더 많은 무기를 탑재한다.

    한미 공군은 전시와 평시 모두 연합작전을 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한미 공군은 ‘무기와 장비 통일’을 이뤄놓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 무기나 부품이 없으면 상대국으로부터 빌려 쓰기 위해서다. F-15SE는 한국 공군이 60대 갖고 있는 F-15K와 무기 장비에 통일이 돼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유러파이터는 10여 년 전에 있었던 1차 FX 사업에서 F-15K에 패배했다. 그런데도 EADS가 이번 한국의 3차 FX 사업에 도전한 것은, 새로운 필살기를 갖췄기 때문이다. 한국은 3차 FX 사업을, 5조 원을 투자하려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KFX) 사업에 연계하고자 한다. 3차 FX 사업에는 50% 절충교역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3차 FX 사업을 가져가는 업체는 사업비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의 물품을 한국에서 사가거나 기술을 한국에 제공해야 한다.

    면허생산 KFX 참여 모두 제의

    전투기는 크게 대형-중형-소형으로 나뉜다. 대형은 F-15와 미국만이 보유한 스텔스기 F-22, 러시아의 수호이-35다. F-16과 F-18, F-4, 미국이 개발하고 있는 스텔스기 F-35, EADS의 유러파이터, 프랑스의 라팔이 중형에 해당하고, 소형은 F-5와 스웨덴이 제작한 그리펜이 꼽힌다. 전략가들은 KFX 사업을 추진하는 한국에 중형을 개발하라고 권한다. 이유는 소형과 중형 간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고 있어, 소형 전투기 시장이 사라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이 문제에 부딪혀 그리펜 생산을 중단했다.

    둘째로는 여러 나라와 공동 개발하라고 주문한다. 그리펜과 라팔은 스웨덴과 프랑스(닷소)가 단독으로 개발한 기종인데, 자국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주문자를 찾지 못해 고통을 받았다. 반면 EADS의 유러파이터는 4개국, 록히드마틴의 F-35는 미국을 포함한 8개국이 공동 투자해 공동 투자국이라는 최소한의 시장을 확보했다.

    KFX 사업에 인도네시아와 터키가 참여의사를 밝혔지만, 두 나라로는 부족하다. EADS는 이 점을 파고들고 있다. EADS는 한국이 생각하는 중형 전투기 모델로 유러파이터를 제시한다. EADS는 3차 FX의 절충교역으로 KFX 제작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EADS는 KFX 사업에 지분 투자도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유러파이터를 면허생산해도 좋다는 제의도 했다.

    유러파이터를 모델로 개발한 KFX는 장차 유러파이터와 경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EADS는 지분 투자와 기술 제공을 제의하는 것일까. 이유는 유럽의 경제위기에서 찾아야 한다. 스페인은 유러파이터 개발에 참여한 4개국 중의 하나로 경제위기를 맞은 PGIS(피그스)국의 하나이기에 도입을 늦추고 있다. 또 다른 참여국인 이탈리아도 PIGS 중 하나이기에 도입을 늦출 수 있다.

    KFX는 15년 정도 지나야 양산된다. 그런데 유러파이터는 당장 판매에‘빨간불’이 들어왔으니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 한국은, 미국이 스리마일 원전 사고로 원전 건설 중단을 결정하자 위기에 처한 미국 2위의 원전업체 컴버스천 엔지니어링에 한국 시장을 열어주고, 대신 상당히 싼 가격에 기술을 넘겨받아 원전 국산화에 성공한 바 있다. EADS의 상황과 제의는 이를 연상시키기에 방산업체들은 크게 반기고 있다.

    이러한 구애에 한국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결론은 배점이 말해준다. 한국이 스텔스성에 높은 점수를 주겠다고 하면 F-35가, 가격 배점을 높이면 F-15SE가, 기술이전 점수를 높이면 유러파이터가 유리해지는 것이다. 배점 원칙은 방위사업청이 정하는데, 이 것이 극비 중의 극비다. 3사는 이것을 알지 못해 속이 탄다.

    마른 수건 짜고 또 짜라

    방사청이 펴야 할 전략은 ‘마른 수건 또 짜기’다. 프랑스는 단독 개발한 라팔의 해외시장을 찾지 못해 고전하다, 최근 인도에서 아주 낮은 가격을 써 넣어 우선협상자가 되는 데 성공했다. 콧대 높은 프랑스가 라팔의 가격을 낮춘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국제무기 거래에서 한국은 기준 국가로 꼽히고 있다. 한국이 기종을 선정하면 아시아 나라들이 이를 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이 F-15를 선택하자 싱가포르와 사우디가 따라왔다. 이러한 전례를 무기로 내세워 방사청은 3개 사를 쥐어짜야 한다. 이것이 한국에 이익이고 선정된 기업에는 궁극적으로 경쟁력을 준다. ‘방사청은 짜고 짜고 또 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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