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호

“포스코 회장 하려고 오셨나?” 안철수 캠프 불행의 시작

  •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12-12-28 1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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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文 홍보 엉망…서로 “상대도 비슷해 다행”
    • 민주통합당 저격수들은 출타 중
    “포스코 회장 하려고 오셨나?” 안철수 캠프 불행의 시작

    2012년 12월 19일 한 가전매장에서 시민들이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18대 대통령선거는 네거티브와 검증으로 점철된 선거였고 투표일까지 박빙으로 흐른 선거였다. ‘네거티브’‘검증’‘박빙’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대선 에피소드들을 소개한다. 네거티브와 검증을 나누는 엄밀한 기준은 없으나 정치권은 대체로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흑색선전으로 표현한다. 대선 막전막후 에피소드들 중 일부는 한 편의 블랙코미디처럼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한다.

    대선 네거티브의 하이라이트

    #1.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검증의 하이라이트는 추석 연휴 직전 보도된 안 전 후보 본인과 부인의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 건이었다. 안 전 후보는 세금탈루 의혹에 휩싸였고 깨끗한 이미지에 결정적인 흠결이 생겼다. 다운계약 증거들을 확인해 언론에 제보한 사람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인사였는데 그는 대선 후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안철수 후보는 출마선언 후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해 박근혜 후보를 따돌렸다.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었던 셈이다. 안 후보는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20% p 정도로 지지율 격차를 벌릴 것 같은 추세였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존재감은 없어져 야권은 안 후보로 흡수·통합되고 안철수 대세론이 굳어질 수 있었다.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였다. 추석 연휴 3일 전 안철수 다운계약 건을 언론에 제보해 보도되게 했다. 이 건으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조정을 받아 40% 후반에서 더 오르지 못했다. 안철수-박근혜 간 지지율 격차도 3~4%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2. 안철수 전 후보 검증은 2012년 7월 브이소사이어티 보도에서 시작됐다. 안 전 후보가 브이소사이어티라는 모임에서 재벌 2, 3세와 자주 어울렸으며 2003년 이 모임의 일원인 최태원 SK 회장이 1조5000억 원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됐을 당시 구명을 호소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는 의혹 제기였다. 그간 안 전 후보는 “경제사범은 반쯤 죽여놓아야 한다”고 말하는 등 재벌개혁과 경제정의를 강하게 주창했다. 이 보도에 대해 안 전 후보 측은 “당시 브이소사이어티 모임의 일원으로 서명에 동참한 것은 맞지만 본인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아니다. 탄원서라기보다는 선처를 호소하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수개월 뒤 이 탄원서에 서명한 44명 중 안철수라는 이름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안 전 후보는 서명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안 전 후보의 석연치 않은 해명은 미스터리로 남았다.

    #3. 모 인터넷 매체가 박근혜 후보의 1억5000만 원 굿판설(說)을 제기하자 민주통합당은 이를 인용해 박 후보에 대해 공세를 폈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은 굿판을 벌이지 않았다고 강하게 부인하면서 이 매체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그런데 일부 네티즌은 “막상 문재인 후보의 공식 블로그엔 굿판을 벌이는 듯한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고 주장했다. 11월 20일 무속인 복장의 사람들은 문 후보의 시민캠프에서 범종교문화예술 네트워크 출범식 및 지지선언이라는 행사를 벌이고 제사상에 문 후보의 사진을 올려놓고 어떤 의식을 거행하고 있었다.

    4·11 총선 때 민주통합당 공천으로 출마한, 같은 인터넷 매체의 김용민 씨는 박근혜 후보가 이단종교라는 신천지와 연관이 깊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측은 “허위사실”이라고 강하게 부인하면서 김 씨와 민주통합당을 비판했다. 김 씨는 “신천지 건과 관련해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의 걱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이와 관련한 트윗을 하지 않겠다.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전 대표가 2012년 8월 천지일보의 창간 행사에 축사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천지일보가 신천지의 기관지라고 보도했으나 천지일보는 신천지와 무관하다고 했다.

    굿판, 신천지, 국정원女의 배경

    #4. 민주통합당은 국가정보원이 문 후보를 비방하는 인터넷 댓글을 조직적으로 올리고 있다면서 국정원 여직원을 가담자로 지목했다. 국정원 여직원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아 주소를 알아낸 일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고, 경찰 수사발표에 따르면 이 여직원이 쓴 비방 댓글은 발견되지 않았다. 굿판, 신천지, 국정원 여직원은 민주당에 부메랑이 됐다. 박 후보는 민주당을 허위사실 유포 세력으로 규정해 맹공을 폈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 선대위 관계자는 기자에게 민주당이 무기력하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민주통합당은 2008~2011년 이명박 정권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지속적으로 공론화해 정국 주도권을 쥐었다. 권력형 비리규명 팀이 언론에 제보자와 녹취록을 제시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였다. 이 과정에서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하고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런데 총선 직전인 2012년 3월 대형사고가 터졌다. KBS 새 노조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무원-민간인을 사찰한 문건 2619건을 폭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이 문건의 80%가 노무현 정권 때 만들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폭로로 민주통합당은 역풍을 맞았고 총선에서도 패배했다. 이후 민주통합당 내 권력형 비리규명 팀은 유명무실한 상태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대선을 맞이했다. 팀을 다시 정비했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다. 준비해둔 실탄이 거의 없었다. 이명박 정권과 상대 후보 검증에서 당은 제 실력의 반(半)의 반도 발휘하지 못했다.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충분히 설득해내지 못했다. 감이 안 되는 내용으로 섣불리 공격하다 오히려 손해를 봤다.”

    이에 대해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은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정권 심판 프레임에 충실하지 못했다. 공부를 덜하고 수능시험 보러 나온 수험생 같았다”고 비판했다. 황 원장에 따르면 민주통합당이 이렇게 된 것은 다분히 안철수 전 후보 탓이다. 이어지는 황 소장의 설명이다.

    “민주통합당은 총선 패배 후 ‘안철수만 끌어안으면 무조건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봤다. 안철수 후보가 ‘싸우는 정치 안 하겠다’고 하니 거기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 정권 비판을 밀고 나갈 수 없었다. 안 후보가 대선 후보를 사퇴한 후 민주통합당은 다시 정권 심판으로 돌아왔다. 준비도 덜 되어 있었고 시점도 늦었다. 안 후보가 민주통합당의 대권전략을 망가뜨린 측면이 있다.”

    “포스코 회장 하려고 오셨나?” 안철수 캠프 불행의 시작

    안철수 전 대통령 후보.

    #5. 안철수 전 후보가 대선 때 이명박 정권을 직접 비판한 것은 ‘4대강 보의 해체를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거의 유일했다. 그런데 안 후보는 나중에 이 발언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철회한다는 이야기였다. 대선 기간 ‘안 전 후보와 이명박 정권이 무슨 관계냐’는 점에 대해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은 의구심을 가졌다. 안 전 후보는 이명박 정부 들어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 방송통신위원회 기술자문위원, 지식경제부 지식경제R·D전략기획단 비상근위원 등을 지냈고, 안랩은 정부 발주사업도 수주했다. 그러나 두 당 중 누구도 이 문제를 공론화하지 못했다. 민주통합당은 단일화 파트너였으니 그렇게 하지 못했고 새누리당은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이어서 이런 문제 제기를 껄끄러워했다.

    #6. 이번 대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안철수의 안철수에 의한 대선이었다. 그러나 안 전 후보 입장에선 이번 대선이 대통령이 될 절호의 기회였으나 이를 잡지 못한 것이다. 여기엔 캠프의 내분도 작용했다. 내분의 요체는 두 세력 간 헤게모니 다툼으로 보였다. 박선숙 공동선대위원장이 초기에 들어와 주도권을 잡고 있을 때 포스코 출신 조용경 단장을 비롯한 국민소통자문단이 꾸려졌다. 박 위원장 측은 국민소통자문단을 멀리했다고 한다. 이에 조 단장 측이 박 위원장 측을 찾아가 “우리 모두 안철수 가치 실현을 위해 모인 것 아니냐. 협력해서 잘해보자”고 말했다고 한다. 박 위원장 측은 “밖에서는 조 단장이 포스코 회장 한 번 해보시려고 들어온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캠프 내부의 분란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조 단장은 박 위원장 측으로부터 이러한 이야기를 들었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번 대선의 블랙코미디

    #7.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선거홍보는 용호상박이었다. 표를 깎아먹는 쪽으로 말이다. 새누리당의 첫 로고송은 박현빈의 ‘샤방샤방’을 개사한 것이었다. “얼굴은 브이라인, 공약은 에스라인…박근혜가 죽여줘요, 박근혜가 죽여줘요”라는 내용이었다. 인터넷에선 ‘성을 상품화한다’‘유치찬란하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유경희 새누리당 서울도봉갑당협위원장은 트위터에서 “샤방샤방 로고송은 안 된다고 그렇게 이야기했건만”이라고 탄식했다.

    민주통합당의 TV 광고는 문재인 후보가 자택 서재의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담았다. 인터넷에서 ‘이 의자가 수백만 원 하는 임스 라운지 체어’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서민 후보의 귀족적인 삶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새누리당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사석에서 기자에게 양 정당의 홍보 솜씨를 이렇게 일갈했다.

    “새누리당은 60점, 민주통합당은 70점이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은 의자 논란 때문에 40점으로 떨어져 새누리당이 앞섰다. 둘 다 한심하고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8. 문 후보 측은 12월 3일 광화문 유세 때 ‘트위터 대통령’ 이외수 씨에게 전화를 넣어 문재인으로 3행시를 지어달라고 했다. 이 씨는 “문 밖에 있는 사람도 문 안에 있는 사람도, 재력이 있는 사람도 재력이 없는 사람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대를 열어가소서”로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행사를 연출한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는 “이외수 선생님이 문 후보를 지지한 게 맞다”고 했다. SNS에선 ‘이외수, 문재인 지지’ 글이 퍼졌다. 그러나 12월 12일 이씨는 새누리당 관계자들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적이 없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투표 참여 홍보만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적인 대통령의 덕목 등을 이야기한 것이 문 후보 지지로 왜곡됐다”고도 했다. 언론은 이 씨가 양측을 머쓱하게 했다고 평가했는데 아무래도 문 후보 측의 속이 좀 더 쓰렸다. 새누리당 측은 대선 이후 사견임을 전제로 “조정래기념관도 있는데…”라면서 “이외수 씨가 청소년 교육에도 헌신하는 것 같다. 이외수교육관 같은 것이 있으면 공익적으로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9. 박근혜 후보는 비록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세 차례 TV토론에서 후한 점수를 얻지는 못했다. 그런데 박 후보는 딱 한 차례 질의응답에서 저격수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에 완승을 거뒀다. 이 후보가 2차 TV토론에서 “8월 7일 최저임금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파악하셨나”라고 질문하자 박 후보는 “대선 후보 토론에 나와 스무고개 하듯 상대가 아는지 모르는지 하며 골탕 먹이려는 자세는 옳지 못하다. 이 자리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점잖게 타일렀다. 이 후보가 재차 “최저임금이 얼마냐”고 묻자 박 후보는 “올해는 4580원, 내년은 4680원”이라고 정확하게 답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선대위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 후보가 물어올 질문-답변들을 예상해 박 후보에게 메모를 해드렸는데 거기서 질문이 나왔다. 예상이 적중해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이 토론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를 “지하경제 활성화”로 말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박 후보가 토론을 잘 못하는 것을 인정한다”면서 그 이유로 “우리나라 사람은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논쟁하면서 토론 실력을 키우는데 박 후보는 그런 자리를 가질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머쓱해진 당선 예상 인터뷰

    #10. 이번 선거는 워낙 박빙으로 진행돼 투표일 당일에도 당선자를 점치기 어려웠다. 투표일 오후 3시가 넘어서면서 문재인 후보가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상당수의 기자가 그렇게 믿었다. 일부 일간지들은 문재인 당선을 전제로 한 기사들을 출고해놓기도 했다. ‘신동아’도 오후 5시쯤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전제로 문 후보의 최측근인 박범계 의원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박 의원은 문 후보가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 재임할 때 민정비서관으로 문 후보를 보좌했다. 문 후보의 집권 후 전략과 국정구조를 묻는 기자의 질문과 이 질문에 답하는 박 의원의 대답이 너무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두 사람 모두 문 후보의 당선을 거의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십 분 후 당락이 뒤바뀐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박 의원과의 인터뷰 내용은 물론 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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