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호

北 옹호그룹·반미주의자 주축 ‘그들만의 평화운동’

여성평화단체 표방 ‘위민크로스 DMZ’의 정체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입력2015-06-24 13: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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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내 ‘Pro-North Korean Groups’
    • 극단적 마르크스주의자도 참여
    • “종북몰이로 애국자 괴롭힌다”
    北 옹호그룹·반미주의자 주축 ‘그들만의 평화운동’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부드러움의 힘’이라는 제목이 붙은 ‘조선일보’ 5월 19일자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세계적인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과 노벨평화상 수상자 두 명을 포함한 세계 여성지도자 30명이 24일 비무장지대(DMZ)를 북에서 남으로 걸어 종단하는 국제 행사 ‘위민크로스 DMZ(Women Cross DMZ)’를 개최한다. ‘소프트한’ 분야부터 교류하자는 취지로 우리 정부도 DMZ를 ‘세계평화공원’이 아니라 ‘세계생태평화공원’으로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다. 생태, 문화, 체육, 시민운동 차원에서 남북 교류를 늘려가다보면 어느 날 우리에게도 꿈처럼 통일 한국이 찾아올지 모른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6월 4일 ‘여성신문’에 다음과 같이 기고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여성들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남북종단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그 자체로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었다. 이로써 남북한 여성들의 교류가 단절된 상황에서 세계 여성들이 실낱같은 교류의 끈을 이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세계 여성들과의 연대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국제여성평화단체를 표방하며 북한에서 한국으로 DMZ 도보 종단을 추진해온 ‘위민크로스 DMZ’ 대표단 30여 명이 5월 24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북한을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미국), 197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메어리드 코리건매과이어(북아일랜드), 201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리머 보위(라이베리아)도 동참했다. 이들은 한국 측이 제공한 버스 편으로 경기 파주시 도라산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위민크로스 DMZ는 이번 행사를 통해 ‘부드러운 힘으로 평화를 호소’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듯하다. “연대를 통한 통일 민간 외교” “세계 여성들의 평화로의 여정(旅程)”이라는 호평도 나왔다.

    “휴전선 넘게 한 건 실수”

    미국 한인사회의 북한 지지·옹호 집단을 연구해온 로렌스 펙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위민크로스 DMZ 기획자들이 한국 방문 이후 미국에서 유명해졌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이름을 알려 앞으로 펀딩, 행사 기획을 하기가 수월해졌다. DMZ를 거쳐 한국과 북한을 방문하면서 정당성, 존경심을 얻은 것이다. 한국 정부가 그들에게 휴전선을 넘어오는 걸 허용한 건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위민크로스 DMZ의 핵심 인사들은 북한이 일관되게 요구하는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고, 북한인권법을 비롯한 대북(對北) 제재에 반대한다. 미국 내에서 북한을 지지하거나 옹호하는 세력들(Pro-North Korean Groups)’이 DMZ 종단을 기획한 것이다.”

    또 다른 인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행사를 기획한 A씨는 북한 식량 증산에 도움 준 K 박사 아래서 북한 농업을 배우겠다고 나서면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한국계 미국 정치인의 처제이자 한국 유명 가수 전처의 동생이다. 위민크로스 DMZ의 기획자들처럼 미국에서 한국 정부를 비판하고, 북한을 옹호하는 활동을 액티브하게 하는 사람은 이민 1.5세대에 특히 많다. 북한의 오랜 소망이 미국에 조총련과 비슷한 조직을 만드는 것인데, 2세대 한인은 북한 사회의 현실을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쓸모 있는 멍청이들”

    북한 농업 분야를 지원해온 K 박사는 미국 시민권자로 25년간 평양을 오가며 활동했다. 지난해 3월 7일 평양은 K박사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했다.

    위민크로스 DMZ가 내놓은 선언에는 행사를 기획한 이들이 선호하는 내용이 반영됐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 ‘경제제재 해제 촉구’ 등이 담긴 것. 한반도 군사긴장 완화 및 이산가족 재결합도 촉구했다. “인권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평화와 안정”이라고도 했다.

    노골적인 지적도 나왔다.

    “미국의 어떤 저명 인권운동가는 위민크로스 DMZ에 ‘(북한에) 쓸모 있는 멍청이들’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평양의 프로파간다에 악용됐다는 것이다. WCD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북한 정권이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여성 인권을 유린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6월 12일 중앙일보, ‘국제여성평화걷기는 무엇을 성취했나’제하 칼럼 참조).

    북한 노동신문은 5월 21일 위민크로스 DMZ 행사를 주도한 A씨와 관련해 이렇게 보도했다.

    “재미동포 A씨는 여러 번에 걸쳐 만경대를 방문했다고 하면서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피력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수수한 초가집에서 탄생하시어 한평생 인민의 자유와 해방을 위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치시었다. 그이께서 겨레와 인류를 위해 쌓으신 수많은 업적 중의 특기할 업적은 일제를 때려 부수고 조국을 해방하신 것이다.”

    위민크로스 DMZ 측은 김일성 찬양 발언 관련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면서 북측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 북한을 옹호하거나 지지하는 세력은 위민크로스 DMZ의 발자취를 인터넷·모바일을 이용해 퍼뜨리면서 확대 재생산했다.

    6월 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민족통신 대표 N씨의 강연이 열렸다. 미국에서 운영되는 민족통신은 텍스트, 사진, 동영상으로 한반도 뉴스를 다룬다. 민족TV도 운영한다. 한국 정부를 비판하고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기사를 주로 쓴다. 불법 유해 사이트로 지정돼 한국에서는 접속되지 않는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로도 뉴스를 유통한다.

    N씨는 40회 넘게 평양을 방문해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글을 썼다. 최근에는 김정은의 성과를 주로 다뤘다. 2008년 4월에는 북한 내각 부총리 곽범기(현 노동당 비서), 국가학위학직수여위원회 서기장 강춘금에게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논문 주제는 ‘북부조국이 이룩한 일심 단결과 민족 대단결의 해법 연구’.

    “애국자 괴롭히는 공작 책동”

    N씨의 6월 7일 강연에는 30여 명이 청중으로 참석했다. 미국인 마르크스·레닌주의 운동가, 이란 지지 단체 리더도 눈에 띄었다. ‘민족뉴스 N○○ 특파원’이 북한에서 취재한 내용을 보고하는 형식의 자리였다. 위민크로스 DMZ의 활동을 담은 동영상을 함께 시청하고 감상 소감을 들었다. 미국인 마르크스·레닌주의자 B씨와 이란 커뮤니티 대표 C씨는 동영상을 시청한 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연대했으며 앞으로도 지지할 것”이라고 뜻을 모았다.

    N씨는 방북 결과를 보고하면서 “정전협정이 아직까지 지속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코리아 통일을 지지하는 국제 여성들이 DMZ 통과를 통해 보여준 평화운동 행사가 좋았다”고 격찬했다. 이란계 미국인 C씨는 “이란과 북조선은 제국주의에 의해 고통의 시간을 보내왔다”면서 “평화세력과 양심세력이 연대·연합해 제국주의자들의 간섭책동과 침략만행을 저지하고 평화세계를 만들어가자”고 호소했다.

    N씨는 “북녘에서 ‘김정일 애국주의’ 학습 열풍이 인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체육열풍, 과학열풍, 나무심기열풍도 강하게 분다. 은하과학자거리, 위성과학자거리 등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에 매진하는 열풍도 세차다. 대동강 쑥섬에 세워지는 거대한 ‘과학기술 전당’은 2015년 조국해방 70주년과 북의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해에 대(大)기념비적 창조물이 될 것이다.”

    N씨는 또 “이대로 가면 남녘 사회는 총체적 위기를 맞아 망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면서 “남녘 사회의 부조리는 민족 분단을 야기한 미국 제국주의에 의한 것이며 분단을 영구화하려고 만들어놓은 게 한미동맹”이라고 말했다.

    한인 사회 일부 인사들은 민족통신 그룹이 ‘종북(從北) 성향’을 가졌다고 비판한다. 반면 민족통신 측은 종북몰이로 애국자를 괴롭힌다고 개탄한다.

    “반북 모략소동이 언제나 국정원의 조작 책동과 그 배후인 미국 제국주의 세력의 공작에 의해 비롯됐다는 것은 공개된 비밀이다. 민족이 분단된 지 70년이 돼가는 이 시간에도 종북몰이로 남북 화해 협력과 평화통일을 방해하며 애국자들을 괴롭히는 그 공작과 조작책동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국내외 각지에서 반영된다. 이번 방북보고회를 짧은 시간에 준비하면서도 감지된 현상이다.”

    미국에서 한국 정부를 비판하고 북한을 옹호하는 경향을 보이는 곳으로는 민족통신 외에 △노동자 세계당 △사회주의·해방 그룹 △코리아 정책연구소 △코리아 전쟁 종언 국민 캠페인 △코리아를 걱정하는 학자 동맹 △평화를 위한 베테랑들 △원 코리아(One Korea)를 위한 행동 △코드 핑크 △재미 자주사상 연구소 △재미동포전국연합회 △LA 시국회의 △노둣돌 △미주 사람 사는 세상 △내일을 여는 사람들 △6·15 공동선언실천 미국위원회 △사발통문 등이 있다.

    ‘반(反)한류 효과’

    로렌스 펙 박사는 “미국 한인 사회에서 북한을 지지하는 이들의 비율을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10%도 되지 않을 것이다. 단체 수가 많은 것으로 보이지만 회원이 서로 겹치는 데다 숫자도 적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 내 북한 지지 그룹이 미국과 한국,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본다. 한국을 비판하는 여론을 고조해 평판을 떨어뜨리려 한다. 나는 그것을 ‘반(反)한류 효과(anti-Hallyu effect)’라고 표현한다.

    이들은 북한을 옹호하는 정책과 관련해 로비하고 때로는 미국 의원을 만나는 데 성공한다. 몇몇 단체의 리더는 주체사상 전문가다. 한국 혹은 한국의 현 정부에 대한 증오로 회원이 된 경우도 있다. 평화단체, 연구단체로 포장하기도 한다. 비(非)한국계 북한 지지 인사들은 마르크스주의자, 극단주의자인 예가 많다.”

    위민크로스 DMZ를 기획한 A씨는 북한의 처지를 옹호하는 코리아 정책연구소의 리더다. 이 그룹에는 북한을 지지하거나 옹호하는 활동가와 학자가 속해 있다. 이 연구소는 미국 전역에서 북한 옹호 성향의 강연과 콘퍼런스를 주최한다.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미국인 활동가를 비판한다.

    미국의 한 인사는 “코리아 정책연구소가 민족통신, 재미동포전국연합회 등과 다른 점은 미국 내 한인뿐 아니라 비(非)한인도 타깃으로 삼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위민크로스 DMZ는 코리아 정책연구소와 ‘코리아 전쟁 종언 국민 캠페인’이 주도했다. 두 단체는 대북 경제제재 해제와 평화협정 체결 등을 주장해왔다. A씨는 코리아 전쟁 종언 국민 캠페인의 멤버이기도 하다.

    재미동포전국연합회는 뉴욕에 본부를 뒀으며 동부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북한 지지 단체다. 이 연합회는 북한의 비공식 영사관 기능도 한다. 북한 방문 비자 발급을 돕고 1인당 100~300달러를 받는다.

    위민크로스 DMZ 멤버에는 민족통신, 노둣돌과 관련된 인사도 포함돼 있다. 노둣돌은 한국계 미국인 2, 3세대를 영입하려 노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년 활동가들을 한국에 보내 북한 지지 성향의 국내 인사들과 연대한다.

    “반미, 반(反)대한민국 성향이 강한 노둣돌은 북한 지지 활동가들의 훈련소 같은 곳”이라고 한 미국 거주 인사는 설명했다.

    ‘원 코리아(One Korea)를 위한 행동’의 리더인 J씨도 위민크로스 DMZ에 관여했다. J씨는 ‘종북 콘서트’ 논란으로 한국에서 강제 추방된 재미동포 신은미 씨의 후원자다. 민족통신 N씨와도 가깝다.

    위민크로스 DMZ에 합세한 ‘코드 핑크’는 마르크시스트-페미니스트 그룹이다. 그간 북한을 변론해왔다. 이 그룹은 서울에서 벌어지는 반미, 반(反)한국정부 시위에도 참여했다. 북한도 방문한다. 회원들이 미국 보수주의자들을 공격해 체포된 적도 있다. 미국 공산당과 친소(親蘇) 전위 조직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되는 C씨, 쿠바 국영방송에서 일한 D씨가 공동 설립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미 성향이 강한 터라 알 카에다, 하마스 같은 테러 집단에도 거부감이 없다.

    ‘그들이 믿는’ 평화

    요컨대 ‘세계 여성지도자 30명으로 포장된’ 위민크로스 DMZ를 가로지르는 낱말은 ‘반미’ ‘반(反)제국주의’이며, 북한 주장을 지지하거나 옹호하는 이들이 기획자로 참여한 것이다. 마르크스주의·반(反)자본·반(反)세계화 그룹이 북한 옹호자와 연대해 몇몇 명망가를 끌어들인 후 ‘그들이 믿는’ 평화를 DMZ를 종단하면서 역설했다고 볼 수 있다.

    재미 북한문제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위민크로스 DMZ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판문점은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하는 정전협정의 상징이다. 걸어서 판문점을 지나겠다는 것은 정전협정이 무력화되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위민크로스 DMZ 측은 인터뷰 등을 통해 “정전협정이 서명된 장소인 판문점의 의미를 되새기고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이뤄질 때까지 행사를 계속하자는 의견이 있다”면서 내년에도 같은 행사를 추진하되 올해와는 다르게 남에서 북으로 판문점 도보 통과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힌다. 또한 “우리는 친북이 아니라 친평화”라고 강조한다.

    앞의 북한 문제 전문가는 “미국의 프로 노스 코리안 단체들이 법을 어기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방식대로 평화운동을 하는 것일 뿐이다. 내년에도 한국 정부가 DMZ 종단을 허용하는 게 좋겠다”면서도 “한국인들이 평화운동을 하는 그들이 어떤 믿음을 갖고 움직이는지는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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