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김종인과 윤석열, 끝났지만 끝난 게 아니다

“金, 尹에게 국민의힘 입당 시기·방식 코치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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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1-06-17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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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金 “확신 없는 사람에 대해 말하지 않아”

    • 尹은 대변인 선임하며 출마 채비

    • “金, 尹 정치 감각에 실망한 듯”

    • 이준석 “尹에 일방적 구애 곤란”

    • 野 자강론 커질수록 尹은 金이 필요

    • “金은 대통령감 찾는 노력 꾸준히 해”

    김종인(왼쪽)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오른쪽) 전 검찰총장을 겨냥해 “확인이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김 전 위원장이 견제구를 날린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동아DB]

    김종인(왼쪽)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오른쪽) 전 검찰총장을 겨냥해 “확인이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김 전 위원장이 견제구를 날린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동아DB]

    윤석열(60) 전 검찰총장과 김종인(81)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 관계가 심상치 않다. 6월 10일 김 전 위원장은 광주MBC 라디오에 나와 윤 전 총장에 대해 “나 스스로 확신 없는 사람에 대해 더 이상 이러고저러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오후 윤 전 총장이 이동훈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대변인에 임명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6월 14일에는 이동훈 대변인 명의로 “국민이 불러서 나왔다”고 공식 메시지도 냈다. 앞서 6월 9일 윤 전 총장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염려를 다 경청하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김 전 위원장이 견제구를 날린 모양새가 됐다.

    ‘별의 순간’ 놓쳤다?

    기이한 일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월 12일 CBS 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을 겨냥해 “별의 순간이 지금 보일 것”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열흘 뒤에는 기자와 만나 “여론조사를 보면 (당시) 윤 총장이 누구보다도 경쟁력이 있는 걸로 돼 있는데, ‘별의 순간’을 자기가 포착하면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할 수도 있고, 포착을 못 하면 그걸로 끝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점은 오롯이 ‘포착’에 찍혀 있었다.

    ‘별의 순간’은 김 전 위원장이 십수 년 전부터 대권 잠룡을 칭할 때 즐겨 쓰던 표현이다. 그는 2007년 한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설이 돌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두고 “인간에게는 살아가는 동안 역사에서 하나의 ‘별의 순간’이 있고 정운찬이라는 개인에게 그 순간이 도래했다”며 “‘별의 순간’을 포착하지 못하고 기회를 놓치면 역사의 흐름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급부상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두고는 “2012년에 이미 ‘별의 순간’을 놓쳤다”고 말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김 전 위원장의 톤이 달라지면서 야권에도 뒷말이 무성하다.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가 기대와 다르게 이어지자 지지를 거둬들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은 4·7 재·보궐선거(재보선) 이후 정진석(5선), 권성동(4선), 윤희숙(초선) 등 현역의원들과 만나며 국민의힘과 접촉면을 넓혀왔다. 국민의힘 내부 사정에 정통한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윤 전 총장이 세 명의 의원과 만난 것만 (언론에) 드러났는데, 훨씬 더 많은 국민의힘 의원과 통화하고 만났다고 들었다”면서 “물밑에서는 계속해서 사람을 만나고 자신을 알리며 동지를 규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치적 체급이 훨씬 높은 김 전 위원장과는 아직 만나지 않았다. 당초 윤 전 총장은 4월 17일에 김 전 위원장과 만나기로 돼 있었지만, 제3자를 통해 회동 취소를 통보했다고 한다. 이는 김 전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냉기류가 형성된 꼴이다.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국민의힘의 한 당협위원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평소에 윤 전 총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가타부타 얘기하지는 않는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의 정치 감각에 실망한 것 같은 분위기가 읽힌다. ‘윤석열-김종인 조합’은 끝난 게 아닌가 싶다. ‘별의 순간’에 치고 나왔어야 했는데, 그 타이밍을 놓쳤다. 그러면서 1~2개월을 허송세월했고, 그때 한 것이라고는 사람들 만나서 사진 찍은 것밖에 없지 않나. 간간이 나온 메시지에도 자기 언어가 없다. 무엇보다 지금은 대선판이 완전히 리셋(reset)됐다. ‘이준석 돌풍’이 불면서 기존 정치권을 싹 다 갈아엎으라는 국민적 열망이 표출됐다.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이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대권주자 한두 사람에 목을 맬 이유가 없어진 거다. 김 전 위원장도 일단 관망 모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이 정치참여를 선언해도 아직 넘어야 할 고개는 여럿 남아 있다. 그중 하나가 국민의힘 입당 여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또렷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윤 전 총장이나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당 바깥 인사들이 ‘꽃가마’를 타고 대권가도에 무혈입성해선 안 된다는 분위기다.

    이준석 “尹이 의도에 따라 결정하면 될 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가운데)이 6월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대변인을 임명하는 등 출마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가운데)이 6월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대변인을 임명하는 등 출마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이는 판이해진 여론 지형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6월 10일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조사 회사의 발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27%로 1주 전 31%에 비해 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30%를 기록해 같은 기간 2%포인트 상승하며 민주당을 추월했다. 해당 조사는 2020년 7월 시작됐는데, 국민의힘이 1위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야당은 재보선에서 압승한 뒤 헌정 사상 처음으로 30대 원내교섭단체 대표를 탄생시켰다. 이는 윤 전 총장에게 나쁠 게 없는 일이다. 그만큼 당이 쇄신했다는 징표이기 때문이다. 자금력이 넉넉지 않은 그가 독자 세력화를 택하기에는 부담이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높아지는 지지율에 비례해 국민의힘이 자강론을 펼 가능성도 커진다. 이와 관련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기자에게 “국민의힘 입당은 윤 전 총장 쪽에서 본인의 의도에 따라 결정하면 될 일”이라면서 “다만 우리 당에 있는 구성원들이 거기에 너무 흔들린다든지, 일방적으로 구애한다든지 이런 쪽으로 방향이 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성을 막지는 않겠지만 굳이 마중까지 나가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윤 전 총장 처지에서도 꼬리를 내리고 혈혈단신 입당하는 모양새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단 그의 ‘시드머니’는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6월 7∼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13명을 대상으로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35.1%였다. 이는 한 달 전 조사보다 4.6%포인트 오른 수치다. 2위 이재명 경기지사는 같은 기간 지지율이 2.2%포인트 내려 23.1%를 기록했다. 야권 후보인 홍준표 무소속 의원(4.6%),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3.0%),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2.8%)의 지지율은 미미했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최근의 정치 환경은 급변했다. 조직이나 정치력보다는 대중적 인기가 성패를 좌우한다. 당심은 곧 민심을 따라간다. 이것은 윤 전 총장에게 유리한 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캠프 사무실, 지원 차량, 홍보 문자가 없는 3무(無) 선거운동으로 제1야당의 당권을 거머쥐었다.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우세가 엿보이자 당원들이 전략적으로 표를 몰아준 것이다. 이 대표가 ‘탄핵에 찬성했다’거나, ‘탈당 전력이 있다’는 둥 네거티브는 먹히지 않았다. 4·7 재보선에서도 민심에서 앞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내 경선에서 나경원 후보를 이겼다. 즉 윤 전 총장으로서도 압도적 지지율을 바탕으로 조직을 꾸리고 세력을 키운 뒤, 이를 지렛대 삼아 ‘입당 게임’에 돌입하는 게 유리하다.

    尹의 ‘입당 게임’과 김종인의 노련함

    바로 이 점 때문에 윤 전 총장과 김 전 위원장 간의 관계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 전 총장으로서는 국민의힘 내부 사정을 잘 알면서도 주류 세력과는 결이 다른 조력자가 필요하다. 김 전 위원장의 경우, 대선에서 역할을 하려면 유력한 대권주자와 손을 잡아야 한다. 윤 전 총장에게는 영향력과 전략적 감각을 갖춘 김 전 위원장이 필요하다. 김 전 위원장은 야권의 압도적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다.

    대선과 총선 등 선거 실무에 잔뼈가 굵은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이렇게 진단했다.

    “(윤 전 총장을 향한) 김 전 위원장의 발언에는 ‘나를 찾아오면 병풍 역할도 해주고, 전략도 조언하고, 선거 구도도 만들고, 복잡하게 꼬인 상황도 정리해 줄 텐데, 왜 굳이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느냐’라는 뜻이 읽힌다.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은 대통령이 안 돼’라고 정확히 워딩을 한 적은 없지 않나.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에게 누구와 정치를 하고, 제3플랫폼에서는 어떻게 활동하며, 국민의힘에는 언제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입당해야 하는지 코치해 줄 수 있다. 김 전 위원장만큼 영향력이 있고 판을 잘 읽는 사람은 현존 정치인 중 없다. 윤 전 총장이 김 전 위원장의 감정을 상하게 할 필요가 없다. 만약 김 전 위원장이 자꾸 안 좋은 소리하고 딴 사람을 찾으면 그것도 상당히 마이너스 효과다.”

    한국 정치에는 ‘김종인 대 반(反)김종인’의 구도가 있다. 이와 같은 구도는 대통령이나, 대통령직 근처에 갔던 대권주자(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말고는 존재한 적이 없다. 서로 맞수인 정당을 4~5년 사이에 오가며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는 점도 한국 정치에 전무후무한 일이다. 여야 할 것 없이 그를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종인은 대통령감 찾아다녀”

    김 전 위원장은 저서 ‘김종인, 대화’에서 대통령의 자질로 ‘개방에 대한 인식’ ‘안보에 대한 관점’ ‘다양성에 대한 이해’ ‘경제에 대한 지식’ ‘교육에 대한 의지’ 등 다섯 가지를 꼽았다. 이와 관련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직이 없던 지난해 5월 8일 기자와 만나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과거 김 전 위원장 주변 분과 사적으로 교류하며 들은 바로는 민주당 비대위 대표 갔을 때도 그런 사람들(대통령감)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민주당에서 키워보려 한 사람도 몇 명 있다고 들었다. 그런 노력을 꾸준히 하는 분이다.”

    즉 김 전 위원장은 여전히 야권 대선 정국, 더 나아가 한국 정치를 움직이는 ‘키맨’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 참모 라인에 김 전 위원장이 필요하다는 측과 부담스럽다는 측이 모두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어느 시점이 되면 윤 전 총장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윤 전 총장이 야권 단일후보가 될 수 있을지와 관련해 김 전 위원장의 역할은 여전히 남아 있다. 윤석열과 김종인의 미래가 궁금하다.

    #윤석열 #김종인 #별의순간 #신동아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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