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정치 산업 된 親明 공천…중진 이탈 상수 되다

[조귀동의 정조준] 이재명·원외 정치인·유튜브 긴밀한 이해관계

  • 조귀동 ‘이탈리아로 가는 길’ 저자·정치경제 칼럼니스트

    입력2024-01-3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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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근택·부승찬의 세 가지 공통점

    • 공개적·집단적 ‘자객 공천’ 백태

    • 세력 보강 필요한 아웃사이더 李

    • 천재일우 기회 親明 원외 인사

    • 적·아군 구별, 정치 미디어에 돈

    • 野 차세대 주자군 멸종한 까닭

    ‘세습 중산층 사회’(2020) ‘전라디언의 굴레’(2021) ‘이탈리아로 가는 길’(2023)을 쓴 조귀동 정치경제 칼럼니스트가 이번 호부터 ‘조귀동의 정조준’을 연재한다. 정치경제학적 접근을 활용해 정치에 대한 구조적·심층적 분석을 실시한다. 아울러 경제 문제와 변화가 형성하는 사회적 균열을 짚고, 이것이 정치 쟁점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추적한다. <편집자 주>

    지난해 1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제2차 중앙위원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전당대회 대의원제 권한 축소 관련 당헌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다.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뒷모습이 보인다. [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지난해 1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제2차 중앙위원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전당대회 대의원제 권한 축소 관련 당헌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다.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뒷모습이 보인다. [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진행 중인 이른바 ‘친명(친이재명)’ 공천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2022년 고향인 제주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섰다가, 김한규 전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이 전략 공천되면서 ‘물’을 먹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후 별다른 연고가 없는 경기도 선거구로 옮겨 출마를 준비했다는 점이다. 현 부원장은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해온 용인시가 아니라 성남 중원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성희롱 논란’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곳의 현역 의원은 비명계인 윤영찬 의원이다. 부 전 대변인은 용인병에서 출마 예정이다. 이곳 역시 비명계로 분류되는 정춘숙 의원이 현역으로 있다.

    세 번째는 비슷한 친명 신진들과 함께 ‘독(한) 소리 오형제’라는 그룹을 만들어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동인(同人)은 진석범 이재명 대표 특별보좌역(전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김준혁 한신대 교수다. 세 사람은 각각 이원욱(경기 화성을, 탈당), 전해철(경기 안산 상록갑), 박광온(경기 수원정)과 경쟁한다. 친명계가 ‘수박(겉은 푸르지만 속은 빨간, 배신자를 지칭하는 은어)’의 대표 주자로 꼽는 이들이다.

    일사불란하게 돌아가는 정치 머신

    원외 인사인 두 사람이 선거구를 옮기는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정치 머신(political machine)’이라 할 정도로 일사불란하게 돌아가는 이재명계의 당내 정치기구 덕분이다. 이재명계 유튜브 채널은 지역구별 친명 후보를 적극적으로 발굴, 홍보한다. 이 정보는 클리앙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전파된다.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회사는 친명 후보가 나선 지역구를 조사한 뒤, 친명 신인이 비명 현역을 앞선다는 뉴스를 만들어낸다. 그 결과는 다시 지지세 확산에 활용된다.

    지역 내 인지도가 높은 거물 정치인이거나, 지역 조직을 물려줄 후견인이 없으면 지역구 이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지기반과 조직을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내에서 용인받는 것도 큰 과제다. 실력과 명분을 갖추고, 시운까지 따라줘야 하는 일이다. 부산 북·강서갑에서 재선의원을 지낸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의 경우 오랫동안 지역구를 경기 성남 분당을로 옮기고자 했지만 여의찮아 결국 험지로 꼽히는 서울 영등포을 출마에 나섰다.



    정치 머신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수박을 척결하기 위한 충실한 도구임을 입증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동지애, 이 대표가 지도하는 혁신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헌신, 당의 혁신을 가로막는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한 투쟁심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현 부원장은 2023년 3월 초 친명계 유튜브의 선두 주자인 이동형TV의 ‘이이제이’ 코너에 출연해 중원구 출마를 공식화했다. 해당 동영상의 제목은 ‘수박들이 싫다면 현근택을 밀어야죠!’였다. 수박과 싸울 대표 주자로 현 부원장을 꼽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계속 올라왔다. 같은 해 10월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은 관계사(여론조사꽃)가 성남 중원구에서 실시한 민주당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 부원장이 14.6%로 윤영찬 의원(12.2%)을 제쳤다는 것이었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에서 현 부원장은 30.0%로 윤 의원(17.4%)을 앞질렀다. 무당파를 포함해 다른 정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현 부원장 지지는 1%에 못 미쳤다. 민주당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치 미디어의 영향력이 여실히 드러난다.

    한 여론조사업체 전직 임원은 “정치 고관여층에게 여론조사꽃이 김어준 씨 회사라는 게 잘 알려진 상황에서, 친명 성향 응답이 과표집 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완전히 객관적인 결과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독소리 오형제’들도 출마 방식, 구도, 지지세 구축 방식은 비슷하다. 진석범 특별보좌역은 2022년 화성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여론조사에서 5위 안팎에 머물렀다. 다만 이재명계 정치인이라는 얼굴 도장을 찍는 데 성공한다. 2023년 6월부터 이동형TV, 서울의소리, 박시영TV 등을 통해 이원욱 의원을 잡을 동탄 호랑이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같은 해 11월 독소리 오형제 정치인들이 동탄에서 연 토크 콘서트에서 진 특보가 행사에 참석한 유튜버들을 하나하나 호명하면서 감사를 표시한 건 그들의 정치적 성장에 유튜브가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당내 자객 공천의 보편화

    지난해 6월 4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출범식이 열린 가운데, 강위원 사무총장이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강 사무총장은 이후 공동대표로 직함을 바꿨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지난해 6월 4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출범식이 열린 가운데, 강위원 사무총장이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강 사무총장은 이후 공동대표로 직함을 바꿨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총선 공천은 정당 내 권력투쟁이 치열하게 이뤄지는 장이었다. 그런데 이번 민주당 공천은 이전과 사뭇 다르다. 특정 정치인을 찍어내기 위한 이른바 ‘자객 공천’이 공개적·집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비명계 의원들을 몰아내야 한다는 게 이번 경선의 핵심 어젠다다. 4년 전인 2020년 서울 강서갑 선거구에서 금태섭 전 의원을 대상으로 자객 공천이 이뤄질 당시 당 안팎에서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는 기류가 상당했던 것과 사뭇 다르다.

    현 부원장, 진 특보와 이재명 대표의 변호인을 맡고 있는 조상호 민주당 법률위 부위원장 등 ‘찐 친명’이라 할 만한 원외 인사 18명이 만든 모임 명칭은 아예 ‘퇴진과 혁신’이다. 이 대표의 행동대 역할을 하는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강위원 공동대표, 김우영 상임대표 등은 모두 비명계 현역의원 지역구 출마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비주류 몰아내기’가 공천의 핵심 어젠다가 된 이유는 이재명 대표, 원외 정치인, 정치 미디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일탈이나 비도덕적 행위 때문이 아니다. 먼저 이 대표의 경우 여의도 정치의 아웃사이더로 취약한 자체 세력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그의 직계라 할 만한 이들은 정성호, 김영진, 김병욱 의원 등 이른바 ‘7인회’에 속한 이들뿐이다. 2022년 경기지사 경선에서부터 한배를 타게 된 이해찬계의 경우 동맹관계에 가깝다. 또 그의 세력은 다년간에 걸쳐 복합적 이해관계로 얽혔다기보다 단기적 이해결사체에 가깝다. 그와 함께 고생했던 원외 인사들에게 이번 총선만 양보해 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 이재명계 인사들의 공천을 되는 데까지 늘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친명계 원외 인사들은 이전에 소외되고, 원내 진입 기회를 좀처럼 찾지 못했던 다양한 비문계 배경을 갖고 있다. 가령 강병원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에 출마 선언을 한 김우영 상임대표와 김종욱 전 서울시의원은 모두 박원순 전 서울시장 밑에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부승찬 전 대변인은 김한길계인 최재천 의원실과 정의당 소속인 김종대 의원실에서 보좌관을 지냈다. 강위원 공동대표는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5기 의장으로,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4기 의장 출신인 송갑석 의원이 있는 광주 서구갑에 출마하려다 최근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팬덤 정치와 1980년대 학번 운동권에 치여 살았던 그들에게 이번 총선은 천재일우의 기회일 것이다.

    정치 미디어 처지에서 친명과 비명의 대립은 돈이 된다. 적과 아군을 나눌 수 있는 콘텐츠는 확실하게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다. 윤석열 정권 반대만 가지고 ‘좋아요’나 ‘구독자’를 확보하고 ‘슈퍼챗(유튜브 생방송에서 시청자의 직접 후원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력과 팬덤이 큰 당내 주류를 적으로 돌릴 수는 없다. 따라서 취약한 비주류가 적합한 타깃이 된다. 민주당에 숨어 있는 ‘적’인 비명계와 맞서 싸우는 친명계 정치 신인의 스토리는 그 자체로 이야깃거리다. 여론조사꽃이 지금까지 여론조사를 실시한 지역구는 대부분 친명계 정치 신인이 비명계 현직의원과 맞붙는 곳이었다. 전화 면접 방식으로 500명 정도를 조사할 경우 500만 원 전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 비용을 쓰기 위해서는 그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지역구 경선에까지 영향력을 넓힐 수 있다는 것도 군침을 흘릴 요인이다. 선거구 공천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영향력은 여의도에서는 대선후보급 정치인이 아니고선 가질 수 없다. 이미 2020년 공천에서는 몇몇 민주당 밖의 ‘스피커’들이 비례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 공천 등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향력은 매체 발전과 수익의 기반이 된다. 정치컨설팅 업체 ㈜박시영의 대표이자 전 민주당 정치혁신위원인 박시영 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친명 원외 정치인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중앙일보’가 2022년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를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역의원 여러 명이 의정활동 컨설팅 명목으로 연 1000만 원짜리 계약을 맺었다. 총선과 관련해 2000만 원짜리 계약 영업을 해오던 게 논란이 돼 민주당 혁신위원에서 물러났다.

    큰 꿈 꾸는 중진 키울 수 없는 정당

    결국 지금의 친명 공천 행태는 단순히 이 대표나 친명계가 욕심이 많다거나, 당내 민주주의를 무시하고 패권적이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민주당 내 조직 구조와 운영 원리, 그에 기반한 권력투쟁의 법칙이 빚어낸 구조적 결과에 가깝다. 그리고 ‘정치 산업’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여러 이해당사자가 얽혀 있어 변화를 기대하기 난망하다.

    또 이는 그동안 민주당이 겪은 변화의 귀결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기층 조직은 형해화했고, 대신 각종 정치 미디어가 당 조직의 역할을 대신 떠맡았다. 민주당 정치인들도 미디어 같은 방식으로 정치 활동을 했다. 이른바 정치의 미디어화다. 팬덤에 기대 비주류를 압박하는 행태도 계속됐다. 신주류가 이재명 팬덤에 기대 비명계 축출 투쟁으로 경선 구도를 짜는 건, 사실 ‘행위자’만 바뀌었을 뿐 동일한 ‘구조’에 기반한다.

    문제는 민주당의 이러한 모습이 정당 내 다양성과 중진 정치인의 자생적 성장 역량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당대표의 팬덤을 중심으로 결집한 지지층을 기반으로, 주류 정치 엘리트들에게만 직위를 배분하는 행태는 필연적으로 비주류를 사라지게 한다. 또 중진으로 정치적 성장을 도모해야 할 다선 의원들이 주류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게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당시만 해도 막강했던 차세대 주자군이 이제 멸종하다시피 한 것은 성추문 등 일시적 사건 탓이 아니다. 비주류가 모두 변방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주류만 바라봐야 하는 정당은 선거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유권자 다수를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핵심 집단 바깥의 정치 엘리트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비주류에게 적당한 공간을 내주는 게 중요한 이유다. 2017년 대선 이후 5년 만에 지지 연합이 와해된 민주당의 상황에서, 비주류를 내치는 건 확장성을 포기하는 행보다. 선거 승리 가능성이 낮은 정당에서, 자신의 설 자리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판단이 든 중진 처지에서는 결국 당을 떠나는 게 합리적인 선택지가 된다. 민주당을 이탈했거나, 이탈 행보를 걷고 있는 정치인 다수가 한때 ‘내일의 주류’를 노리던 비주류 유망주인 이유다. 친명 공천의 진짜 문제는 민주당이 차세대를 낳지 못하는 정당이 된다는 데 있을 것이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신동아 2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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