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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崔&朴 슈퍼게이트

‘최순실 사태’ 이후 3대 개헌 시나리오 - 4년 중임 대통령제_특정 지역, 의원내각제_내각사퇴-국회해산, 이원집정부제_대통령-총리

8년 집권 악몽? 일상화? 싸우다 ‘내란’?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최순실 사태’ 이후 3대 개헌 시나리오 - 4년 중임 대통령제_특정 지역, 의원내각제_내각사퇴-국회해산, 이원집정부제_대통령-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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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을 공론화했다.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건에 바로 묻혀버리긴 했지만, 개헌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열린 셈이다. 국회 여야 의원 대부분도 개헌에 찬성한다. 그러나 개헌이 ‘한국병(病)’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긍정적, 부정적 효과가 모두 나타날지 모른다. 개헌이 이뤄진다면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는 4년 중임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혹은 이원집정부제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각각의 권력구조 개편이후 한국 정치는 어떻게 달라질지 예상해봤다.

4년 중임 대통령제

집권 4년차,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로 위기를 맞았다. 집권 4년차에 위기를 맞은 대통령이 박 대통령이 처음은 아니다. 역대 대통령 모두 이즈음이면 국정 실패 또는 측근 비리로 몸살을 앓았다. 4년은 그런 점에서 대통령에게 ‘마(魔)의 고개’다. 국민에게도 4년은 짧은 기간이 아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했다. 그런데 요즘 휴대전화 교체 주기는 짧게는 2년, 길어야 3년이다. 3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시대다.

애매한 잔여 임기

우리나라가 미국과 같은 4년 중임 대통령제 국가라면 지금 어떤 상황일까. 대선 열기로 한창 뜨거울 때다. 대선 투표일이 1개월밖에 안 남았기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여당 대권후보에게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겠지만 나라가 흔들릴 정도는 아닐 것이다. 국정 공백에 대한 우려도 상대적으로 덜했을 것이다. 곧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하야하라! 못한다! 다툴 이유도 별로 없다.

임기가 5년이다 보니 어중간하다. 잔여 임기가 1년 3개월이라 ‘그만두라’고 하기 애매하다. 그렇다고 허송세월 하기엔 너무 길다.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이나 국민이나 참 못할 짓이다. 4년 중임 대통령제가 그래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3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시대의 주기에 비교적 잘 맞는다. 지루할 때쯤 중간평가를 할 기회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4년 중임제의 또 다른 장점은 연임을 위해 대통령 스스로 심기일전해 더 열심히 일한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재선을 걱정하게 된다. 여론의 눈 밖에 나는 일을 피하려고 애쓴다. 반면, 5년 단임 대통령은 예외 없이 제왕적 대통령이 됐다. 자신이 다시 치를 선거가 없으니 언론이나 국민 눈치를 볼 일도 없기에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또한 4년 중임제 대통령은 어렵사리 재선에 성공한 뒤 대통령직에 더 애정을 갖는다. 이때쯤이면 공약 사업에서도 성과가 나온다. 대통령은 보람을 느낀다. 중장기 국가사업을 펴기에 5년은 너무 짧지만 8년은 적당하다. 이런 선순환 과정에 들어서면 임기 말까지 순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4년을 버리는 비용

임기 말에는 반드시 레임덕이 온다고 말하지만, 미국 대통령 중엔 레임덕 없이 임기를 마친 대통령이 적지 않다.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민주당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임기 말 지지율이 55%를 넘었다. 민주당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도 지지율이 50%를 넘는다. 진흙탕 싸움이 된 이번 미국 대선의 최종 승자는 오바마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탄력을 받으면 임기 말까지 국정 동력을 살려갈 수 있는 것도 4년 중임 대통령제의 장점이다.

그러나 4년 중임 대통령제의 단점도 적지 않다. 조기에 인기를 잃은 대통령은 아무것도 성사시키지 못한 채 집권 3년차부터 레임덕에 시달리다 사라져야 한다. 그렇게 정권이 교체되면 국가적으로 4년을 버린 것과 다르지 않다. 과도한 비용이다.

인기를 유지하는 대통령은 최장 8년까지 국정을 펼칠 수 있는데, 이것은 5년보다 3년이나 더 긴 세월이다. 요새 기준으로 강산이 거의 3번 바뀔 기간이다. 당연히 피로감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영·호남 지역 대립이 심한 게 현실이다. 어느 한 지역 출신 대통령이 5년을 하는 것도 지루한데 8년을 한다? 반대편 지역 주민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지 모른다.



의원내각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마자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면 답이 없다. 오바마 대통령도,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집권 5년차에 지지율 하락을 겪었다. 레이건 전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은 6년차에 지지율 하락을 겪었다. 이들 중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지지율을 반등시키는 데 실패했다. 임기 말까지 그의 지지율은 30% 아래에서 맴돌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5%까지 떨어졌다. 한국갤럽 11월 첫째 주 조사 결과다. 역대 대통령 중 최저치다. 의원내각제 국가에서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내각제에선 총리가 대통령 역할을 대신한다. 총리가 고집스레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총리 사퇴의 기준은 지지율 30% 안팎이다.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를 벗어난 과반 한참 아래를 넉넉하게 잡은 기준이다.

2006년 5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29%로 떨어졌을 때 미국 언론은 “통치 불능 단계로 진입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이럴진대 내각제 국가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데이비드 캐머런전 영국 총리는 지지율이 34%까지 하락하자 승부수를 던졌다. 자신이 반대해온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투표에 부친 것이다. 6월 24일 치러진 투표 결과가 탈퇴로 결정이 나자 캐머런 총리는 10월 보수당 전당대회 때까지만 직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지율이 30%에 근접하자 결국 사퇴했다.



이런 점을 보면 내각제 국가에서 법정 임기는 큰 의미가 없다. 총리는 지지율이 높을 때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러 정당 기반을 더 강화할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선 내년 1월 중의원 해산과 조기 총선이 관심사다. 이미 자민당이 다수당이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가 추진하는 평화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의원이 많기에 조기 총선으로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 비율을 높이려 한다.

비인기 신상품 회수하듯

반면에 지지율이 하락하면 임기 초반이라도 사퇴하는 것이 관례다. 아베 총리는 2006년 9월 총리로 선출된 바 있다. 하지만 각종 비리 사건과 참의원 선거 참패로 지지율이 떨어지자 1년 만에 사퇴됐다. 이처럼 내각제는 정치적 변동성이 크다. 반면에 여론 반응도는 대통령제보다 훨씬 높다. 민심이 변하면 이에 따라 권력구조가 신속하게 재편된다. 대의제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내각제는 3년이면 세상이 변하는 요즘 시류에 잘 맞는다. 신상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나쁘면 빨리 거둬들이고 다른 신상품을 조기에 출시하는 게 요즘 추세다. 2년 또는 3년 주기로 신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 이전에라도 시장이 원하면 차기 신상품을 내놓는다. 하다못해 개량형이라도 내놓는다. 의원내각제는 이런 신축성을 지녔다. 다수당 내에서도 쉽게 총리를 교체하거나 개각을 단행할 수 있다. 오히려 이것이 자연스럽기조차 하다.

언뜻 내각제는 ‘다이내믹 코리아’에 잘 부합하는 듯하다. 내각제하에서 최순실 스캔들 같은 것이 터지면 총리와 모든 장관은 바로 짐을 싸야 한다. 다수당은 새로운 인물로 구성된 총리·내각 진용을 내놓는다. 지지율 5% 대통령을 1년 이상이나 더 지켜봐야 하는 것보다는 낫다.

내각제의 단점은 정치적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제2공화국 때 내각제를 도입했다. 제헌의회 초기 도입하려다 이승만 당시 의장의 주장으로 포기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미국식 대통령제를 고집했고 스스로 대통령에 올랐다. 그러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입증한 장본인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도입한 내각제였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손맛’은 없지만…

너무 짧은 기간이어서 장단점을 평가할 여건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제2공화국은 집권 내내 매우 불안정했다. 집권 민주당 내 신·구파가 대립하는 가운데, 계파 나눠 먹기 차원의 개각이 빈번했다. 여론조사가 발달한 시절이 아니어서 지지율보다는 계파 이익이 개각의 주된 기준이 됐다.

이런 아픈 기억 탓에 일반 국민은 내각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툭하면 극한 대치를 벌이는 우리 정치 풍토로 볼 때 내각제를 도입하면 내각 총사퇴와 국회 해산이 일상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반면 정치권에선 내각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몇몇 전문가는 “내각제는 여론 호응도가 높고 안보·경제·사회 변동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어 한국에 적합하다”고 말한다. 여론조사 지지율 기준에 따라 총리와 내각의 진퇴가 결정된다면 불안정성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뽑는 ‘손맛’은 없어진다.



이원집정부제

최순실 게이트 이후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 대통령과 책임총리의 권한 배분 문제다. 외치(外治)는 국민이 선출한 박근혜 대통령이 담당하고 내치(內治)는 국회가 선출한 총리가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이대로 되면 사실상의 이원집정부제가 된다. 원칙적으로 개헌을 해야 가능하지만, 비상시국이니 일단 이런 방식으로 여야 협치 정부를 만들자는 이야기다.

과연 실현 가능할까. 박 대통령이 헌법에 맞지 않는 이런 방식에 동의할지 야권은 반문한다. 설사 이런 정부가 만들어져도 박 대통령과 야권 출신 총리가 손발을 잘 맞출지 의문이다. 결국 약속의 문제이자 실천의 문제다.

과거 경험은 부정적 전망을 갖게 한다. 내각제하의 제2공화국 때도 이원집정부제의 요소가 없지 않았다. 대통령을 존속시킨 것이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윤보선 대통령과 장면 총리 사이에 분쟁이 빚어졌다.

그 대상은 국군통수권과 공무원 인사였다. 민주당 신파 출신 장면 총리는 자유당에 부역한 경찰관을 해임했고 신파를 공직에 대거 기용했다. 그러자 민주당 구파 출신 윤보선 대통령이 정실인사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구파에 대한 안배 요구가 뒤따랐다. 윤 대통령은 자유당 시절 헌법을 근거로 국군통수권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국군통수권은 어디로?

제2공화국 헌법은 이 부분을 명확히 정리해놓지 않았다. 그래도 내각제 국가이므로 총리가 국군통수권을 당연히 갖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윤보선 대통령이 틈새를 노려 국군통수권 문제를 치고나오자 장면 총리 측은 이를 제압하지 못했다.

결국 이것이 5·16 군사정변에 구실을 제공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장면 총리가 임명한 장도영 육군참모총장은 쿠데타 세력에 합류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에게 국군통수권이 없다면서 유엔군 사령관과 주한 미국 대리대사의 쿠데타 진압병력 동원 요청을 거절했다.

우리 정치권이 이원집정부제를 도입한다면 국군통수권 부분을 분명하게 명시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국군통수권을 국가원수인 대통령에게 부여하든 행정 각부를 관할하는 총리에게 부여하든 여전히 논란의 불씨는 남을지 모른다. 당장 야당 유력 주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국군통수권까지 책임총리에게 달라고 요구하고, 청와대와 여당은 이에 반대한다. 이런 논란은 이원집정부제 개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원집정부제는 내치와 외치의 경계가 점차 불분명해지는 현실과 잘 맞지 않는다. 지금 많은 의원은 이원집정부제와 관련해 “외교·국방 등 외치는 대통령이, 나머지 내치는 총리가 맡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그럴듯한 말 같은데 실제로는 매우 무책임한 말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식량위기 상황에서 특정 국가가 식량을 무기로 삼는다면 이는 내치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외교적, 군사적 사안인 외치의 문제다. 안보의 영역이 환경, 보건, 에너지, 식량 등으로 넓어지면서 외치와 내치의 경계는 더욱 불분명해지고 있다. 대통령이 핵잠수함을 만들자고 하는데 총리가 관할 기획재정부를 통해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해버리면 대통령과 총리는 싸울 수밖에 없다.

책임 떠넘기기


특정 사안에 대해선 대통령이나 총리가 “내 관할이 아니다”라면서 상대에게 떠넘기려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두 사람이 모두 외면해 위기가 닥치는 상황, 두 사람이 모두 개입해 분란이 벌어지는 상황이 속출할 수 있다.

대통령과 총리의 소속 정당이 다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원집정부제하에서 대선과 총선은 동시에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더라도 대선에선 A 정당이 승리해 대통령을 내고 총선에선 B 정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해 총리를 배출할 수 있다. 대통령과 총리가 각자의 권한을 극대화하겠다고 들면 싸움나기 딱 좋다.

반면,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장점을 모두 흡수해 극대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독일 같은 나라가 모범적 사례를 보여준다. 대통령과 총리가 마치 한 사람처럼 협치(協治)하면 만사형통인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총리는 다수당에서 나오며, 대통령이 지명한다. 1986년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공화국연합이 승리하자 사회당 소속 미테랑 당시 대통령은 극우보수 성향의 시라크와 온건보수 성향의 데스탱 가운데 한 명을 총리로 지명해야 했다. 미테랑은 시라크를 총리로 지명한 뒤 시라크에게 내치를 완전히 맡겨버렸다.

총리 받으면 대선 패배?

결과는 어떠했을까. 1988년 대통령선거에서 미테랑 대통령은 시라크 총리를 물리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연이어 총선에서도 사회당이 승리해 다수당으로 복귀했다. 시라크 총리는 왜 실패했을까. 자신에게 주어진 내치 권한으로 과속 질주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는 미테랑 대통령이 국유화한 공기업을 도로 민영화했고, 감세를 단행했으며, 이민을 규제했다. 이에 따라 실업은 증가했고 이민을 둘러싼 갈등은 더 심해졌다.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시라크에게는 새롭게 내놓을 공약이 거의 없었다. 총리를 하면서 다 써먹은 까닭이다.

이는 지금의 우리 야당에 반면교사가 된다. 야당 출신 책임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전권을 받아 야당 정책을 마음껏 펴는 것이 오히려 야당의 대선 패배로 가는 독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야당이 다수당임에도 책임총리를 새누리당에 양보한다면, 나라를 맡을 능력이 없음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

최순실 게이트로 개헌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최근의 사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개선 필요성을 입증하고 있다. 한국 상황에서 어떤 헌법, 어떤 권력구조가 최선일까. 이 글에서 언급된 4년 중임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시나리오가 개헌 논의에 참고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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