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바람둥이 제우스가 희롱한 미녀들

비운의 사랑 황소자리

바람둥이 제우스가 희롱한 미녀들

2/3
상상은 각자의 자유고, 이야기는 만들기 나름이다. 조용히 눈을 감고 고대 그리스로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긴 겨울밤의 멋진 낭만일 것이다.

황소자리 신화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신들의 왕 제우스가 페니키아의 공주 에우로파(Europa)를 유혹하기 위해 황소로 변신했다는 이야기다. 옛날 아게노르 왕이 다스리는 페니키아의 해변에 에우로파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공주가 살고 있었다. 어느 화창한 봄날, 에우로파가 시녀들과 함께 바닷가에서 놀고 있을 때 인간의 모습으로 산책하고 있던 제우스가 우연히 이들을 보게 됐다. 바람둥이 제우스는 아름답고 우아한 에우로파에게 반해 사랑에 빠졌고, 눈처럼 하얀 커다란 황소로 변해서는 왕의 소떼에 섞여 그녀에게 접근했다.

이 멋진 황소를 발견한 에우로파는 황소의 유혹하는 눈빛에 사로잡혀 그 곁으로 다가간다. 에우로파가 부드러운 손길로 등을 어루만지자 황소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에우로파와 시녀들은 황소의 재롱과 아름다움에 매료돼 황소에게 화환을 걸어주고 소의 몸을 만지며 장난을 쳤다.

에우로파와 이오

그런데 에우로파가 황소의 등에 올라타는 순간, 소는 기다렸다는 듯이 재빨리 바다로 내달려 크레테 섬까지 헤엄쳐 갔다. 크레테 섬에서 제우스는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고 에우로파를 설득해 아내로 맞았다. 에우로파는 그곳에서 미노스(Minos) 등 아들 셋을 낳았지만 결국 제우스에게 버림받고 훗날 크레테 섬의 왕과 결혼한다.



또 다른 그리스 신화에선 강의 신 이나쿠스의 딸 이오(Io)가 암소로 변해 이 별자리의 주인공이 됐다고 말한다. 이 역시 제우스의 바람기에서 비롯됐다. 제우스는 이오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녀를 유혹하기로 마음먹었다. 검은 구름 속에서 이오와 사랑을 나눈 제우스는 바람 피운 것을 의심하는 헤라 여신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이오를 암소로 변신시켰다. 그러나 이를 눈치 챈 헤라가 암소를 데려가 여러 개의 눈을 가진 괴물 아르고스에게 밤낮으로 감시하게 했다.

홀로 남은 이오는 슬피 울었지만, 울부짖음은 소의 목소리로 메아리칠 뿐, 누구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딸을 찾아 헤매던 이나쿠스는 어느 날 모래 위에 뿔로 ‘이오’라고 쓰고 있는 암소를 보고 비로소 자식이 변한 모습임을 알게 됐다. 이나쿠스는 암소의 머리를 안고 울며 슬퍼했지만 헤라에게서 딸을 구할 수는 없었다.

결국 제우스가 이오를 구해내기 위해 전령의 신 헤르메스를 보냈고, 헤르메스는 피리 소리로 아르고스를 잠들게 한 뒤 그의 목을 베어버렸다. 하지만 아르고스가 죽은 후에도 헤라는 이오를 놓아주지 않았고, 이오는 소의 몸으로 헤라를 피해 도망친다. 이집트까지 도망친 이오는 제우스를 만나 인간의 모습을 되찾고 아들까지 낳게 되지만, 결국 제우스와 헤어진 뒤 이집트 왕의 비(妃)가 된다.

일곱 자매의 별

바람둥이 제우스가 희롱한 미녀들

플레이아데스 성단

황소자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별무리는 플레이아데스 성단(the Pleiades)이다. 황소의 등에 위치한 이 별무리는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밝고 가장 멋진 산개성단으로 여러 개의 작은 별이 마치 북두칠성을 축소한 것처럼 모여 있다. 성단은 커다란 성운 속에서 여러 개의 별이 동시에 태어난 형제 별들의 모임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 별들을 ‘선원들의 별(Sailor′s Stars)’이라고 불렀다. 이 별들이 여명 속에 떠오를 때 지중해의 날씨가 온화해져 항해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에 이 별들은 가을철 별자리에 속해 있었고, 가을철 별자리가 새벽에 떠오를 때가 봄이다.

플레이아데스는 밤하늘에서 가장 유명한 별무리 중 하나였기에 나라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영국과 독일에서는 ‘일곱 형제별(Seven Stars)’, 러시아에서는 ‘알을 품은 암탉(Sitting Hen)’, 덴마크에서는 ‘저녁 암탉(Evening Hen)’, 그린란드 에스키모들은 ‘개의 무리(Pack of Dogs)’,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별들이 좀스럽게 모여 있다고 해서 좀생이별이라고 불렀다. 한자로는 ‘묘성(昴星)’이라 쓴다.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일곱 자매 별(Seven Sisters)’이라고도 하는데, 플레이아데스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틀라스(Atlas) 신의 딸들인 일곱 자매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곱 자매는 마이아(Maia), 타이게타(Taygeta), 케라에노(Celaeno), 아스테로페(Asterope), 알키오네(Alcyone), 엘렉트라(Electra), 메로페(Merope)로, 성단 속에 각각의 이름이 붙어 있다. 성단의 가장 동쪽(왼쪽) 두 별에는 일곱 자매의 아버지 아틀라스와 어머니 플레이오네(Pleione)의 이름도 붙었는데, 17세기 이탈리아 천문학자 리치올리가 추가한 것이다. 이때부터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일곱 자매뿐만 아니라 이들의 부모까지 모여 있는 완전한 가족의 별무리가 됐다.

알데바란(Aldebaran)

황소자리의 알파(α)별인 알데바란(Aldebaran)은 ‘뒤에 따라오는 자’라는 의미다. 알데바란이 플레이아데스 성단의 뒤에서 떠오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별은 고대 페르시아 시대에 ‘하늘의 수호자’로 알려진 4개의 황제별(Four Royal Stars) 중 하나로 동쪽(봄)을 수호했다. 기원전 3000년경 춘분점은 황소자리에 있었고, 태양이 이 별자리에 왔을 때 봄이 시작됐다. 따라서 알데바란은 4개의 황제별 중 가장 먼저 하늘에 등장하는 지도자 별로 여겨졌다. 4개의 황제별 중 다른 3개는 남쪽(여름)을 수호하는 사자자리의 레굴루스(Regulus), 서쪽(가을)을 수호하는 전갈자리의 안타레스(Antares), 북쪽(겨울)을 수호하는 남쪽 물고기자리의 포말하우트(Fomallhaut)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선 알데바란을 ‘빛의 전령(Messenger of Light)’으로 불렀고, 유대인들은 ‘신의 눈(God’s Eye)’으로 치켜세웠다. 다른 별들에 둘러싸여 붉은빛을 발하는 알데바란을 보면 이 별이 얼마나 강한 인상을 주는지 실감할 것이다.


2/3
이태형 | 우주천문기획 대표 byeldul@nate.com
목록 닫기

바람둥이 제우스가 희롱한 미녀들

댓글 창 닫기

2023/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