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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의료원 | 1부 The Great KUMC 2025

하나 되고 으뜸 된다!

고려대의료원의 ‘혁신 청사진’

  • 기획|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취재|강지남 기자, 김건희 객원기자

하나 되고 으뜸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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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25년까지 자금운용예산 2조 원으로 두 배 늘린다
  • ● 첨단 인프라 & 4차 산업혁명 의료 ‘주도’
  • ● 각 병원 자율책임경영…“환자 중심 진료로 박애 정신 이어간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는 의료다. 구글이 의학 잡지에 논문을 발표하고, IBM의 인공지능 ‘닥터 왓슨’이 암을 진단하는 시대에 우리는 이미 살고 있다. ‘사람 의사’의 손놀림에 따라 수술하는 로봇, 환자의 목소리만 듣고도 각종 질병을 찾아내는 진단 도구도 한창 개발되고 있다. 더 멀리 보면 미래 의료는 ‘사후 진료’에서 ‘사전 예방’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다. 한편 의료기관 간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하다. 환자들은 좀 더 수준 높고 전문적이며 편리한 진료를 원한다. ‘위기와 기회가 함께 왔다.’ 최근 의료계가 처한 환경과 딱 맞는 표현이다.

고려대학교의료원은 꾸준한 발전을 거듭해왔다. 서울 안암과 구로, 경기 안산에 3개 상급종합병원을 보유한 이 의료원은 국내 대표급 연구 중심 의료기관으로 입지를 굳혔다. 지난 10년간 고려대의료원의 연평균 성장률은 8.3%. 올해는 자금운용예산 1조 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고려대의료원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급변하는 의료 안팎의 환경을 의식하며 2025년까지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웠다. 모토는 ‘하나(One)’와 ‘으뜸(Best)’. 의료원 산하 3개 병원이 자율책임경영으로 각자의 특성에 따라 균형 발전함으로써 2025년까지 자금운용예산을 2조 원으로 늘린다는 청사진이다. 첨단 인프라 확충, 4차 산업혁명 의료 선도는 이러한 미래상을 현실화할 두 축이다.

지난 3월 고려대의료원은 “하나(One)되고 으뜸(Best) 되는 의료원을 만들 것”이라며 ‘The Great KUMC 2025’ 프로젝트를 대내외적으로 선포하고 구체적인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통합진료 ▲교원인사제도개선 ▲건설 ▲책임경영 ▲연구관리체제 ▲연구투자 등 6개 중점 분야별 태스크포스(TF) 팀을 만들고 3개월간의 논의를 거쳐 마스터플랜을 세웠다. 과거에는 본부 역할을 하는 의료원이 전체의 경영 방침을 정해 이끌어갔다면, 이제는 각 기관 구성원이 참여하고 공유하는 방식으로 향후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The Great KUMC 2025

이후 3개월간 김효명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을 비롯한 각 기관장과 핵심 보직자, 전임교원 80여 명은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혁신의 청사진’을 그렸다. 그리고 지난 6월 23일 열린 2017년도 교원 연수에서 200명 넘는 교원이 참석한 가운데 분야별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일방적인 발표의 자리가 아닌, 각 기관에 속한 교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 열띤 토론의 장이었다는 후문이다. 김 의무부총장은 “최근 급변하는 의료계 환경과 정책 동향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변화와 흐름을 반영해 경영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에 전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며 “특히 진료 특성화 전략과 연구중심병원을 중심으로 한 연구 역량 강화, 의료산업화 선도, 인재 육성을 위한 전략 도출에 대한 관심과 토론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따로 또 같이’

고려대의료원의 발전 방향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전 지구적 화두(話頭)로 자리 잡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의료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 관련 연구개발(R&D)에 매진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을 의료 현장에 십분 구현하기 위해 각 병원 특성에 맞는 첨단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우선 고려대 안암병원은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 건립에 나선다. 1,2차 공사를 통해 지상 11층, 지하 5층으로 총 연면적 약 4만 평규모의 건물을 올리고 외래 주차장 부지에도 공사가 진행될 예정으로 지난 9월 말 기공식을 가졌다. 2022년 완공되는 이 시설에 고려대의료원의 ‘개방형 플랫폼’ 역할을 맡긴다는 복안이다. 숙원인 진료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고려대 의과대학, 생명과학대학 등 각 단과대학과 안암·구로·안산병원을 연결하고, 또 인근 홍릉 지역의 여러 연구기관과 대학들을 아우르는 거대한 HT(Health Technology) R&D의 개방형 생태계(Open Ecosystem)의 구심점 역할을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가 하게 된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연구중심병원으로서의 연구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실질적인 연구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 전용빌딩을 신축한다. 이 빌딩은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로 올 하반기에 본격 착공에 돌입한다. 구로병원은 1만여 개 벤처기업이 자리한 구로디지털단지와 인접한 이점을 살려 이들 기업과 활발하게 교류할 계획이다. 특히 의료기기, 바이오, IT 분야의 융합연구를 활성화한다는 구상이다.

고려대 안산병원은 3개 층을 증축한 지 2년 만에 다시 설비 투자를 단행한다. 약 200억 원을 투입해 진료지원동 및 응급의료센터를 건립하는 것. 안산·시흥 일대 의료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데 대한 대응인 동시에 안암·구로병원과 마찬가지로 연구중심병원으로 도약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안산병원은 별관에 있던 응급의료센터를 기존보다 더 확장해 권역응급의료센터 기준에 맞도록 설비를 구축하며, 수술실과 신생아중환자실, 분만실을 확장한다. 또한 응급중환자실을 신설한다.

이와 같이 각 병원이 각자의 특성에 맞게 첨단 인프라 투자에 나서는 것은 ‘따로 또 같이’라는 고려대의료원의 중장기적 발전 전략의 일환이다. 김 의무부총장은 “안암·구로·안산병원이 각자 보유한 강점과 역량, 지역적 이점 등을 살려 다각적인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며 “고대만이 갖는 끈끈한 DNA를 바탕으로 하나(One)라는 메시지 또한 공유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밀의학 메카로 도약

한편 고려대의료원은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의료계 변화에도 적극 대응한다. SK텔레콤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융합현실(MR)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의료원’ 구축에 나섰고, SK C&C와는 AI ‘에이브릴’을 활용한 항생제 어드바이저 개발에 착수했다. 지능형 의료원은 진료 예약에서 입원, 퇴원까지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며, 항생제 어드바이저는 정확한 진단으로 항생제 오남용을 막는다.

고려대의료원이 준비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의료’의 꽃은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다. 정밀의료는 유전체, 생활습관 등의 정보를 토대로 환자 개인에 최적화한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데, 고려대의료원은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전략프로젝트의 정밀의료 분야를 선도하는 의료기관으로 선정됐다. 고려대의료원은 앞으로 5년간 정부로부터 총 631억 원을 지원받아 정밀의료 기반 암 진단 치료법과 환자들의 유전체, 생활습관 등 빅데이터를 클라우드로 구축해 의료기관들이 공유하는 시스템 개발에 나선다. 이러한 목표가 달성되면 ‘미래의 환자’는 전국 어느 병원에서든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본인의 식생활, 운동습관, 유전적 특성 등에 따라 발병 전 예방적 진료도 가능해진다. 

이처럼 고려대의료원이 미래 선도적인 4차 산업혁명 의료에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는 것은 연구중심병원을 두 곳 보유한 국내 유일 의료기관으로 꾸준하게 연구 역량을 강화해왔기 때문이다. 2015년 고려대의료원 전임교원의 1인당 SCI급 국제논문 수는 0.9편으로, 전국 대학 중 네 번째로 많다. 1인당 연구비 수혜 실적은 1억6000여만 원으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특히 1인당 연구비 수혜 실적은 2011년에서 2015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안암병원과 구로병원은 2013년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됐는데, 지난해 최고의 성적(안암병원 1위, 구로병원 4위)을 거두며 연구중심병원 재지정에 성공했다. 최근 3년간 국책연구과제 약 1100억 원을 비롯해 임상과제 등 약 2000억 원의 연구비를 수주했다.

고려대의료원의 활약상은 기초연구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를 사업화해 수익 창출로 이어간다. 지난해에는 기술이전으로 34억 원을 벌여들였다. 이는 국내 연구중심병원들의 기술이전 총수입의 64%에 해당한다. 국내 의료기관 중 처음으로 의료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외부 기업들과 다양한 융·복합 연구를 해온 노력의 산물이란 평가다. 의료기술지주회사는 현재 총 9개 자회사를 보유하며 연구가 사업으로 이어지고 그 성과가 다시 연구에 대한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나가고 있다.


‘의인문학’ 소양 갖춘 의사 양성

고려대의료원이 연구 중심에서 4차 산업혁명 의료를 주도하는 의료기관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것은 수준 높은 의료진 교육 및 양성이라는 튼튼한 기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 의과대학은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World Federation of Medical Education) 기준의 의대 평가를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등 ‘냉철한 개혁’을 실시하는 중이다. 국제적 수준의 구체적이고 세밀한 의대 평가를 받음으로써 급변하는 의료계 환경에 맞는 의학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의대로서의 역할을 재정립함으로써 고려대 의과대학이 세계 100대 의과대학에 진입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의대 교육과정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어바인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UCI)를 비롯한 유수의 의과대학들을 방문해 그들의 의학교육 커리큘럼과 연구체계를 공유하는 한편, 기존 협약을 갱신하고 상호 협력체계와 그 범위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좋은 의사가 되려면 뛰어난 의료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 하지만, 동시에 환자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미래 의료인을 양성하기 위해 고려대 의과대학은 의인문학(醫人文學) 교실을 개설, ‘생각의 향기’라는 제목의 강좌를 열고 있다. 이 강좌에는 역사학자, 예술가, 인문학자 등의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초빙된다. 또한 ‘좋은의사연구소’를 개설, 의인문학, 교육학, 디자인-미디어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의대생들이 향후 급변하는 의료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통찰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좋은 의사’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며 나아갈 방향을 탐색하도록 하는 것이다.



21세기형 ‘민족과 박애’ 정신 구현

고려대의료원은 구한말인 1928년 ‘민족과 박애’ 정신으로 설립됐다. 고려대의료원의 현재 및 미래 목표도 설립 정신과 같은 맥락에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물결을 수용하고 주도적으로 대처해 ‘환자 중심의 최선의 진료’를 향해 뛰고 있기 때문이다. 김효명 의무부총장은 “2017년은 고려대의료원 역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각 기관의 책임경영하에 세부적인 마스터플랜을 수립, 실행함으로써 안암·구로·안산병원 모두 세계 수준의 의료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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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취재|강지남 기자, 김건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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