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룻밤 허락하는 20대 여자, 너무 많습니다, 남자의 기술만 좀 뛰어나면….”
대학생 픽 아티스트 박모(26) 씨의 말이다.
픽업아티스트(Pick-up Artist)는 여자를 잠자리로 유혹하는 방법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남성, 또는 고액을 받고 그런 방법을 지도해주는 남성을 의미한다. 요즘엔 그런 방법을 배워 실천해보는 남성도 여기에 포함되는 듯하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픽업아티스트는 미국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로서 이성관계에 실패해 좌절한 미국 남성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조직한 것에서 유래했다. 2006년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인 닐 스트라우스가 픽업아티스트를 다룬 책 ‘더 게임(The Game)’을 출간하면서 픽업아티스트는 미국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5개 커뮤니티 심층 조사

픽업아티스트가 자신의 필드 리포트에 올린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상대 여성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점을 회원들에게 자랑하고 있다.
캐나다에선 2006년부터 현재까지 유사한 TV 프로그램인 ‘키스 투 더 브이아이피(Keys to the VIP)’가 방영되고 있다. 여기엔 픽업아티스트가 심사위원으로 등장한다. 두 프로그램은 평범한 남성이 소위 ‘작업의 고수’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우리나라 픽업아티스트들에겐 ‘교본’으로 통한다.
미국에서 전파된 픽업아티스트 문화는 우리나라에 열렬히 흡수됐다. 자칭, 타칭 픽업아티스트들이 생겨났고 이들은 수많은 여성과의 ‘실습’을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교재와 커리큘럼(교육과정)을 만들어 기술을 전수했다. 픽업아티스트 전문 학원도 생겼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픽업아티스트 전문 커뮤니티도 여럿 결성됐다. 7월 현재 국내 최대 픽업아티스트 전문 커뮤니티인 ‘IMF·GLC’의 경우 회원수가 1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픽업아티스트는 연애 컨설턴트와는 다르다. 연애 컨설턴트는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데이트 코스, 마음가짐, 매너 등 이성의 진심을 얻는 방법을 주로 가르친다. 짝사랑으로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를 바라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이 연애 컨설턴트를 찾는다.
반면 픽업아티스트는 남성만을 대상으로 여성을 잠자리로 유인하는 실질적인 기술을 전수하는 데 주력한다. 예를 들어 마음에 드는 여자의 연락처를 얻어내는 방법, 술자리에서 쉽게 스킨십에 성공하는 방법 등이다.
픽업아티스트의 주 무대는 클럽이다. 픽업아티스트는 먼저 강의실에서 수강생들에게 이론을 가르친 뒤 실습을 위해 수강생들과 함께 클럽을 찾는다. 여심을 사로잡기 위해 어디에 자리를 잡아야 하는지, 술은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자리 세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현장에서 가르쳐준다. 픽업아티스트 이모(25) 씨는 “우리 이론은 행동심리학과 대화술에 기반을 둔 실용적인 모델”이라고 주장한다.
필자들은 일주일간 국내 대형 픽업아티스트 전문 커뮤니티에 들어가 픽업아티스트들이 어떠한 활동을 하는지 심층 조사했다. 최대 커뮤니티 ‘IMF·GLC’, 최근 연애 아카데미로 변경된 ‘퍼시드’, 과감한 리포트를 자랑하는 ‘카피톨리네’, 개인 픽업아티스트가 운영하는 ‘퓨즈’와 ‘레오’ 등 5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삼았다.
‘IMF·GLC’의 경우 댓글 10개와 게시물 3개 이상을 작성해야 회원 자격이 주어졌다. ‘퍼시드’는 여성의 회원 가입이 차단돼 있었다. ‘카피톨리네’는 사이트 내 활동에 따라 포인트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구글 등 인터넷 포털에서 일부 활동 내용이 검색됐다.
필자들은 이들 커뮤니티 조사 외에 강사나 수강생으로 활동 중이거나 활동한 바 있는 픽업아티스트들과의 인터뷰도 병행했다.
취재 결과, 픽업아티스트의 세계에서 알파이자 오메가로 통하는 것은 바로 ‘필드 리포트’였다. 필드 리포트는 픽업아티스트가 여성과의 잠자리에 성공한 뒤 그 과정을 상세히 기록해 커뮤니티에 올리는 후기 내지 보고서다. 여성과 잠자리를 갖는 것이 이들에겐 궁극적 목표이자 최종 결과물이므로 필드 리포트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회원 수가 3만 명인 ‘퍼시드’에는 하루 수십 건의 필드 리포트가 올라온다. ‘누구나 완벽한 유혹자가 될 수 있다’는 문구에 이끌려 찾아온 회원들은 소위 ‘강사’의 경험이 담긴 필드 리포트를 탐독하면서 ‘현장의 실전 기술’을 익힌다고 한다. 이어 1대 1 학습인 ‘코칭’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