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스터디의 주가 하락은 EBS 때문이 아니라 업계의 다른 회사가 성장했기 때문이다. EBS 때문에 오히려 학생들의 학업이 엉망이 됐다. 영어공부 할 때 영어 문제를 푸는 대신 EBS 문제집 뒤에 있는 한글 해설을 외운다. 시험문제가 그대로 나오니 첫 문장만 보고 바로 답을 고른다. 정작 순수하게 영어 공부하는 아이들은 손해를 보는 시스템이다.
현 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창의적 체험학습’과 ‘자기주도학습’이다. 하지만 EBS는 교사가 일방적으로 칠판에 판서하며 수업하는 1980년대 서울 노량진 ‘한샘학원’ 스타일 강의를 고수하고 있다. 교육 목표와도 맞지 않고 시대착오적이다.”
‘교수 출제-교사 검토’의 함정
“작년 수능 세계지리 출제 오류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문제 검토위원 수를 늘렸고 검토 과정을 한층 강화했다.”
2015학년도 수능이 치러진 2014년 11월 13일, 양호환 2015학년도 수능출제위원장(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정작 이번 수능에도 두 문제나 복수정답 사례가 발생했다. 김성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양호환 교수는 12월 10일 기자에게 “나는 출제위원장으로 위촉받아 파견돼 근무했을 뿐이다.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평가원과 비밀서약을 했기 때문에 이야기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출제 방식에 출제 오류가 예고돼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에도 EBS가 ‘원흉’으로 지목됐다. 출제위원들이 합숙소에 EBS 문제집을 들고 들어가 출제하는데, 출제의 근간이 되는 EBS 문제집 자체의 질을 담보할 수 없고 오류도 많다는 것. 이번에 복수정답이 인정된 영어 25번 문항 역시 EBS 문제집에 똑같은 지문이 있는 ‘연계 문제’다. 다음은 한 고교 영어교사의 말이다.
“EBS 문제 중에도 이번 오류처럼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P)가 혼용되는 문제가 많았지만 오류가 수정된 적은 없다. EBS 교재는 주로 서울대 사범대 출신 현직 교사들이 만든다. 5명 정도 출제진이 단기간에 만들고 검증 절차도 간단하다. 한정된 시간 안에 수천 개의 문제를 만들다보니 오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연이은 출제 오류 이면에는 출제-검토진 간의 ‘신분 차이’가 있다. 수능 출제·검토위원은 34일간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생활한다. 출제는 주로 교수진이 하고 검토는 100% 현직 교사들이 한다. 30년 경력의 고교 수학교사(현 교감)는 이렇게 지적했다.
“교수들은 고교 교육과정에 둔감하다. 교사 검토진이 ‘교육과정에 없는 내용’이라고 지적해도 교수-교사라는 신분 차이 때문에 의견을 관철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 수능 문제를 가장 잘 출제할 수 있는 사람은 현직 고3 교사다. 교과서,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직 교사가 문제를 출제하고 해당 학문에 대해 폭넓은 지식을 가진 교수가 검토·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교수들은 특권의식이 강해 좀처럼 출제 권한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것 같다.”

12월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고등학교에서 2015 대입 수능 성적표를 받은 학생들이 정시 배치 참고표를 들여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