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호

20대 리포트

젊은 층 주거 문화 대세

“우린 셰어하우스에 산다”

  • | 명지예 고려대학교 사학과 4학년 mjiye43@gmail.com

    입력2018-11-0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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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르는 사람 3명이 방 3개 빌라 함께 거주”

    • “적은 월세로 좋은 집 얻어”

    • “룸메이트 쉽게 구하고 쉽게 친해져”

    • “회의 열어 공동생활 원칙 세워”

    • “고시원 등 셰어하우스로 대체될 것”

    셰어하우스에 사는 청춘들의 일상을 다룬 연극 ‘연애를 부탁해’. [인아츠컴퍼니 제공]

    셰어하우스에 사는 청춘들의 일상을 다룬 연극 ‘연애를 부탁해’. [인아츠컴퍼니 제공]

    “같은 월세를 내고 고시원 2평 룸에서 혼자 사는 것과 20평 빌라에서 함께 사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나을까. 함께 사는 데 따른 불편함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선뜻 고시원을 택할 것 같지도 않다. 

    모르는 사람들이 월세를 분담하면서 한 집에 함께 거주하는 ‘셰어하우스’가 젊은 층 주거 문화의 대세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셰어하우스에서 입주자들은 거실, 주방, 화장실 등을 함께 사용하고 방은 각자 쓴다. 조금 큰 방은 두 명이 함께 쓰기도 한다. 적은 비용으로 비교적 독립된 생활이 가능하다.

    “SNS에 ‘동거인 구함’ 올렸더니…”

    대학생들은 “기숙사는 수용 인원이 적고 원룸·오피스텔 1인 자취는 비싸고 반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는 주거 환경이 열악하다. 셰어하우스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한다. 

    서울시내 모 대학교 4학년 김민경(여·24·서울 안암동) 씨는 올해 초 학교 근처 빌라를 2명의 또래 여성과 함께 빌려서 살고 있다. 이 빌라엔 3개의 방이 있어 김씨 등은 각자 자기 방을 갖는다.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82만 원은 세 명이 나눠 부담한다. 한 사람당 월 22만~32만 원에 넓고 쾌적한 빌라를 함께 쓰는 것이라 만족스럽다고 한다. 김씨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 입주 전엔 룸메이트들과 아예 서로 모르던 사이인가요? 



    “한 명은 원래 알던 사이였고 한 명은 모르는 사이였죠.” 

    - 어떻게 한집에 살게 된 거죠? 

    “자취하려고 집을 알아보던 중에 이 집을 알게 됐는데요. 방이 3개고 넓은 편이어서 마음에 들었지만 보증금과 월세가 부담이 됐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나눠서 부담하면서 함께 살면 좋겠다 싶어서 같이 살 사람을 알아봤어요. SNS에 ‘하우스메이트(동거인)를 구한다’는 글을 올렸더니 금방 연락이 오더라고요.” 

    - 보증금과 월세는 어떻게 내나요? 

    “보증금의 경우, 세 명이 똑같이 333만 원씩 냈어요. 월세의 경우, 가장 큰 방을 쓰는 사람이 32만 원, 중간 방을 쓰는 사람이 28만 원, 가장 작은 방을 쓰는 사람이 22만 원을 내기로 저희끼리 정했어요. 학교 주변 소형 원룸이 보통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인 것과 비교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봐요.”
     
    - 같이 사는 데 불편함은 없나요? 

    “방을 각자 쓰고 거실과 화장실만 공유해 별로 불편하지 않아요. 여자 혼자 사는 것보다 더 안전하기도 하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편이라 부대끼며 사는 게 더 좋아요.”

    “와인 사서 함께 마시고”

    셰어하우스 내부 전경.

    셰어하우스 내부 전경.

    - 자취보다 더 만족스럽다? 

    “처음엔 작은 원룸에서 혼자 살까 고민도 했어요. 살아보니 셰어하우스를 잘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하우스메이트끼리 날짜를 정해 함께 야식을 먹기도 하고 편의점에서 와인을 사와 함께 마시기도 해요. 혼자 살았으면 몰랐을 재미죠.” 

    김씨와 하우스메이트들은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이지만 전공도 다르고 학번도 다르다. 김씨는 “모르고 살았을 사람들과 한집 식구가 됐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했다. 

    김씨처럼 직접 하우스메이트를 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셰어하우스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통해 셰어하우스에 입주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중개인을 통하면 2~3개월치 월세에 해당하는 금액만을 보증금으로 낸다고 한다. 일반 원룸에 비해 보증금도 내려간다는 것이다. 

    올해 서울시내 한 대학에 입학한 이예영(여·19·수원시 정자동) 씨는 한 셰어하우스 플랫폼을 통해 하우스메이트를 만났다. 이씨는 서울시 성북구 제기동에 있는 방 4개 40평대 아파트에서 한 방을 룸메이트와 나누어 쓴다. 2인실 3개와 1인실 1개로 운영되고 있어 7명이 한집에 산다. 이씨는 “보증금 150만 원, 월세 45만 원을 냈다”며 “같은 월세로 4평 원룸에 사는 것보다는 40평 아파트에 사는 것이 더 낫다. 보증금도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어지럽히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이씨의 하우스메이트들은 “서로 대화가 잘 통해 좋다”고 했다. 이들은 누군가가 새로 입주할 때마다 입주 환영 파티를 열어 친목을 다진다. 또 함께 생활 규칙을 만든다. 

    ‘샤워할 때마다 배수구에 걸린 머리카락 치우기’ ‘분리수거 철저히 하기’ ‘음식물 찌꺼기는 나온 즉시 처리하기’ 같은 규칙이다. 이씨는 “모든 멤버가 규칙을 완벽하게 지키는 것은 아니지만 조율해가면서 비교적 집을 청결하게 유지한다”고 했다. 

    그러나 셰어하우스 생활이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다. 서울시내 한 대학 재학생 이가영(여·18·안양시 평촌동) 씨는 올해 초부터 방 3개가 있는 30평대 아파트 셰어하우스에서 5명의 룸메이트와 함께 살다가 9월에 이 아파트에서 나와 자취를 시작했다. 이씨는 “어지럽히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있어 피곤했다. 집안일을 자율적으로 함께 하는 규칙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 생각보다 힘들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9%에 달한다. 청년 1인 가구는 지난해보다 6만2000가구, 11%가 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셰어하우스가 청년들의 주거난을 해결하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업 컨설팅 회사인 알토란벤처스코리아의 김진호 대표는 “1인 가구는 늘지만 넓고 쾌적한 주택은 부족하다. 셰어하우스는 5년 내 보편적 주거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비싼 월세로 좁은 원룸밖에 못 구한다. 많은 청년이 고시원에서 산다. 셰어하우스는 이런 불합리한 주거 시장에서 합리적인 대안이다. 현재 셰어하우스 시장은 폭발적 확대의 초입에 들어왔다. 셰어하우스도 기업화할 것이다. 셰어하우스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커버할 기업이 계속 생겨날 것이다.”

    “폭발적 확대의 초입”

    서양 몇몇 국가에선 셰어하우스가 보편화돼 있다. 인종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집에서 잘 산다. ‘동거인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공동체 의식이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셰어하우스 측이 가사노동까지 제공한다면 하우스메이트들 사이의 불화가 줄어들고 삶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기업형 셰어하우스도 늘고 있다. 95개 지점을 가진 W, D, I사 등이 손꼽힌다. 울산에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C사의 오상훈(37) 대표는 “셰어하우스는 이제 주거와 문화를 아우르는 곳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집에 함께 사는 사람들이 자주 파티를 하고 인간적 친분을 쌓고 공통의 취미·문화를 즐기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 이 기사는 필자가 ‘고려대언론인교우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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