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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보수논객인 전 변호사는 전국 253개 당협위원장 심사·교체 작업에 나선다. 말로 중원을 누비다 제1야당의 폐부 상처를 도려낼 칼까지 쥐게 된 셈. 전 변호사는 11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치인의 덕목 중 하나가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했느냐 여부”라면서 “병역·납세 의무를 다하지 못한 자가 명색이 보수주의 정당에서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칼을 휘두를 기준을 취임 일성으로 선포한 것. “의원들이 자기 안위만을 생각해 우리들 결정에 반발하면 국민이 용서 않을 것”이라고 경고장도 날렸다. 이어 “한국당은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와 같다”며 “후유증이 가장 적은 처방을 내겠다”고 덧붙였다. 두 차례 등단한 시인답게 수술 집도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다양한 표현으로 변주하며 반복·강조한 셈.
전 변호사를 셀럽(celebrity) 반열에 올린 주역은 미디어다. 그는 2007년 7월 1일 방송된 KBS 1TV ‘생방송 심야토론’에서 “군 가산점을 사기업까지 확대 적용해야 한다. (당시 법안으로 발의된) 2%도 적다. 5%로 수정해서 올리라”고 주장해 온라인 공간에서 화제가 됐다.
이후 군 가산점에 찬성하는 일부 누리꾼이 인터넷에서 그를 ‘전거성’이라 불렀고, 그의 어록을 만들어 퍼뜨렸다. 그 뒤에는 보수 성향 누리꾼들이 그의 말을 확대재생산했다. 한국 사회 전반이 인터넷으로 묶여 있어 가능한 일이다. 이는 고스란히 전 변호사의 ‘상징자본’’이 됐다. 이후 TV 고정 패널에 뉴스 앵커까지 꿰찼으니 전원책이야말로 올드&뉴 미디어의 총아다. 그렇게 그는 시대를 잘 만나 ‘칼 같은 말’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제 그는 미디어가 아니라 피가 난무하는 실제전장에 섰다. 여의도에 ‘칼의 노래’가 울려 퍼질지, 칼 같은 말만 쏟아내다 조용히 퇴장할지는 온전히 그의 몫.드라마의 결론은 한겨울이 오기 전에 나올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