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호

20대 리포트

피처폰 복고바람

‘친구관계’ ‘정보’ ‘업무’ 차단 위해

  • | 김예나 고려대 철학과 졸업 oscarwao42@gmail.com

    입력2018-11-07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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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돈 주고 구닥다리 되기

    • 단톡-인터넷 끊고 취업 준비 올인

    • 통신비 획기적 절약

    • 퇴근 후 사생활 보호

    저녁 8시 서울 노량진동 고시촌의 한 카페. 20대 고시 수험생들로 가득한 실내에 옛 감성 가득한 ‘고향의 봄’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휴대전화를 집어든 사람은 공인노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고모(27) 씨. 그는 최근 우체국에서 ‘2007년형 피처폰’을 구입했다. 제 돈 주고 스스로 ‘구닥다리’가 된 이유가 특별하다. “잠을 못 자서”란다.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이 있었다. 피처폰으로 바꾼 뒤 수면의 질이 높아지고 공부도 잘된다.” ‘인터넷이 안 되는 피처폰이 불편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큰 시험을 앞두고 있어 오히려 좋다”고 했다.

    피처폰 판매 38% 늘어

    서울시내 K대학 경영학과 재학생 이모(26) 씨는 “매일 잡담하고 약속 잡으면서 교우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취업 준비에 방해가 된다. 친구들과의 단톡을 끊기 위해 피처폰으로 바꿨다”고 했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누리고 싶은 젊은이들이 피처폰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취직을 준비하는 20대는 인터넷 속 정보의 홍수에 빠지지 않기 위해, 교우관계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피처폰을 산다. 노량진 SK텔레콤 직영점의 한 직원은 “요즘 피처폰을 사기 위해 매장을 찾는 20대가 많다”고 말했다. 이렇게 젊은 세대 사이에서 피처폰이 잘 팔리면서 올해 1분기 피처폰 시장은 전년 동기에 비해 38% 늘었다. 

    통신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점도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이다. 최신 스마트폰 단말기가 100만 원을 호가하는 반면, 피처폰 단말기는 10만 원을 넘지 않는다. 나아가, 피처폰 최저 요금제는 한 달 1만 원도 되지 않는다.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쓰는 스마트폰 월 사용료는 6~7배 더 비싸다. 피처폰을 쓰는 고씨는 “피처폰 관리비가 월 4000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군 제대 후 줄곧 피처폰을 써왔다는 서울시내 모 대학 복학생 정모(26) 씨는 “집중력도 높일 겸, 스마트폰 요금도 아낄 겸 해서, 피처폰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공부에 매진하면서 생활비를 아껴야 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는 겸사겸사 피처폰이 제격이라는 것이다.

    “퇴근 후 업무상 소통 끊어”

    피처폰 사용은 다른 이유로도 늘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 고모(30대) 씨는 스마트폰과 피처폰을 함께 쓴다. 고씨는 “학교에서 오는 공식 연락은 피처폰으로만 받는다”고 했다. 스마트폰 번호를 자기 반 초등학생들에게 알려주자 밤늦게 학부모들로부터 메신저 연락이나 게임친구 신청이 날아오곤 했단다. 고씨는 “스마트폰으로 인해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는 것 같았다. 퇴근 후 원치 않는 업무상 소통을 차단하기 위해 피처폰을 쓴다”고 했다. 직장인들에게도 피처폰이 파고든 격이다. 

    업계도 최신 피처폰을 내놓고 있다. 노키아는 2000년대 노키아 전성기를 이끈 제품인 3310과 8110을 다시 출시했다. KT는 스마트폰에서 ‘피처폰 모드’를 켜면 통화와 문자메시지 같은 기본 서비스만 제공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올해 3월 ‘LG폴더’ 피처폰을 출시한 LG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폴더폰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고 했다.



    ※ 이 기사는 필자가 ‘고려대언론인교우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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